미국 조지아주에서 한인의 위상 아세요?
[김수영의 미국속 한인이야기] 미 남부 조지아주의 ‘우월한’ 한인들 10여년만에 주요한 커뮤니티로 성장 곳곳마다 ‘자랑스러운 한국’ 느껴져
필자는 미국 조지아주 아틀란타에서 부동산업을 근 19년째하고 있는 ‘부동산쟁이’ 이다. 미국 51개 주중에서도 조지아 주는 한국처럼 4계절이 뚜렷하고, 4~5시간정도 운전을 하고 가야 바다 구경을 할 수 있는 내륙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그런지 바다와 인접한 주보다는 자연재해가 간접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4계절 뚜렷한 한국같은 조지아주
눈 구경은 3~4년에 한번 할 수 있을까 할 정도로 드물고, 겨울이라 하더라도 뉴욕이나 시카고 같은 추위가 오지 않아 여성들이 모피 자랑할 일이 없는 곳이다. 눈이라도 한번 오게 되면 난리가 난다. 주정부나 카운티 등이 재설 시설을 거의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에 주요 도시는 다 마비된다. 도로는 차단되고 학교, 은행은 죄다 셧다운되고 모두에게 강제휴가가 주어지는 그런 주이다. 그렇다고 짜증나는 것만은 아니다.
눈발이 날리는 날이 되면, 이런 Snow break를 즐기려 순대랑 떡볶이, 기분내기 좋은 모든 음식과 와인, 맥주를 사서 집에서 은신을 한다. 눈에다 술을 꽂아놓고 몇일 강제 휴가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나만 일 안하고 집에 있으면 불안할텐데 세상이 다 정지되는 Snow break이다 보니 정말 마음 편하게 강제 휴가를 즐길 수 있다. 몇년만에 한번 오는 기회이니 어찌 기쁘지 않을까. 조지아주는 그만큼 너무 눈이 안오니까..
이런 얘기를 읽으면 조지아 주는 시골 깡촌 같고 문명에서 낙후된 곳일 뿐아니라, 한국인의 발길이 닿지 않은 오지라는 인상을 줄 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조지아 주에서 영어, 스페인어 그 다음으로 많이 쓰는 언어가 ‘한국어’라는 사실엔 모두가 깜짝 놀랄 것이다.
현재 조지아 인구가 약 1천 만명 정도 되는데, 한인을 포함한 아시안 인구는 약 4.5%인 45만명 가량 된다. 이중에 한인은 약 15만명 정도인데, 여기 한인 커뮤니티의 영향력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이런 신기하고 놀라운 K-국뽕의 경험을 본국에 있는 독자분들과 공유하고 싶어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게 됐다.
2005년부터 한인 인구유입 본격화
조지아 주에 한인 인구가 본격적으로 늘어난 것은 지난 2005년 즈음 부터다. 당시 미국 뉴저지 주에 있던 ‘H-mart’라는 한인 마켓이 조지아주 주도인 애틀란타시 인근 귀넷 카운티에 들어오면서다. 이때부터 뉴욕,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시카고 등 미국 전역에서 한인들의 인구유입 및 자본유입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뉴욕, 뉴저지, 시카고 보다 집값이 1/3 수준인 조지아는 한국까지 비행기 직항(대한항공)이 거의 매일같이 운행되고 있고, 골프비용도 엄청 싸 한인 은퇴자들에게 천국같은 곳으로 각광을 받았다.

그 당시 한인 인구는 약 5만~6만명 정도였는데, 필자는 거의 매일 아침마다 공항에서 픽업한 한인 이주 희망자들이 하루만에 집 계약을 하고 저녁 비행기로 돌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조지아주의 한인 인구 유입을 매일매일 피부로 체감했다.
그이후로도 조지아주에는 캘리포니아에서 진출해온 아씨 마켓, 한국의 농심가에서 온 메가 마트, 그리고 남대문 마켓등 한인 마켓들이 잇따라 생겨났다. 현재는 H-mart 5개, 아씨 마켓 2개, 메가 마트 1개, 시온 마켓 1개, 남대문 마켓 9개 등이 생겨, 한인이 많이 사는 귀넷 카운티, 풀턴 카운티 등을 중심으로 동서남북 방향에 거의 10분만 가면 한인 마켓을 찾을 수 있을 정도다. 그야말로 한인 상권이 캘리포니아 만큼이나 집약적이고 괄목상대하게 성장했다.
미국인 입맛 사로잡은 한인 음식점들
한인 마켓을 중심으로 그 주변에 찜질방, 노래방, 포장마차, 술집, 샤브샤브, 빵집, 병원, 학원 등도 더 많이 들어서 캘리포니아에서 온 한인들조차 신기해 할 정도로 한인 상권의 비약적인 발전은 순식간에 진행됐다. 더 놀라운 건 조지아 주 한인 상권의 건물들이 모두 신축건물인데다 규모도 엄청 크다는 점이다. 건물이나 편의시설이 노후된 캘리포니아나 뉴욕에서 오신 분들이나 한국 본국에서 직접 오신 분들은 이런 한인 상권의 위엄에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다.

한인 상권의 실속 역시 알차다. 여기저기 있는 Korean BBQ, 한인 분식점, 샤브샤브 가게에서 미국인들은 감탄을 연발하면서 음식을 흡입하다시피 한다. 귀넷 카운티의 한인 베이커리 샵은 스타벅스 커피점이 명함을 내밀지 못할 정도다. 모짜르트 빵집, 하얀 풍차, 그리고 헨젤과 그레텔 등의 상호를 지닌 한인 가게를 가보면 한인 만큼이나 미국인들이 미숫가루 라테, 팥빙수, 그리고 보바 티등을 마시고 한국 소보로빵과 단팥빵, 꽈배기 도넛등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맛도 있고 멋도 있고 보기도 좋은 한인 가게에는 대부분 영어권의 2세들이 직원으로 일한다. 이들이 문화적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 미국인 손님들에게 한국 문화를 미국적 정서로 잘 소개하고 이끌어주고 있어 한인 문화가 더욱 잘 수용되고 있다.
스타벅스보다 커피 더 맛있는 한인 커피샵
본국의 독자들이여, 상상해보시라. 스타벅스 가게보다 더 긴 줄로 서있는 한인 커피숍에서 음료 준비를 알리는 비퍼(무선호출기)를 나눠받고는 큰 테이블에 여러명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우리가 만든 커피와 디저트, 빵을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미국인들의 모습을. 이곳에서 한국문화가 쿨 앤 시크(cool and chic) 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이런 일도 있다. 필자의 아들이 초등학교 다니던 2006년때만 해도 도시락에 김밥을 싸줄라치면 냄새 날까봐 단무지를 넣어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했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는 미국인 친구들이 집에 놀러오면 아들은 자랑스럽게 신라면과 안성 탕면을 끓여준다. 친구들은 매운데도 끝까지 다 먹어야만 그 또래 사이에 쿨(cool)한 모습으로 인정받는다며 땀을 뻘뻘 흘리며 라면을 먹는다. 이 모든 변화를 지켜본 필자로선 ‘신기하다’는 말 외엔 어떤 말로 이런 격세지감을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4년 전인 2018년경에 필자는 이 지역의 상업용 건물을 관리하고 있었다. 새로 들어오는 세입자가 꽃장사를 하고 싶어한다는 말을 하길래 그에게 ‘flower’라는 영어보다는 ‘꽃’ 이라는 한글로 간판을 세우라고 강하게 권했던 적이 있다. 어느 순간부터 조지아주의 상업용 건물에 한글로 된 간판이 세워지면, 그 동네 그 지역이 왠지 세련되고 번화가가 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였다.
물론 그 세입자는 끝내 ‘꽃’ 이라는 한글 간판을 세우지 않았다. 필자 생각엔 멀리서도 눈에 딱 띄는 ‘꽃’이라는 간판 하나만으로도 한인 인구 15만명에다 솜씨만 좋다면 단골을 만들 미국 손님들까지 합쳐 사업을 성공시켰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 이후 그 상업용 건물은 중국인 투자자와 한인 사이에 매입 경쟁이 붙었고 더 적극적으로 달려들었던 한인에게 팔렸다. 아직도 그 건물에 한국말 간판보다는 영어 간판이 더 많은 게 아쉬울 뿐이다.
이런저런 단편적인 사실만 갖고서 전체를 판단하기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이곳에서 아직까지 이민자들인 한인들로선 한국적인 것이 아직 대세가 아니기에 사업 무대에서 영향력이 떨어진다고 스스로 과소 평가하는 거 같기는 하다.
“한인사회, 조지아주에서 발전중”
필자는 단순히 K-국뽕의 글을 쓸 생각은 없다. ‘어글리 코리안’으로서 변화가 필요한게 너무 많다. 미국에서 오래 살았어도 고질적으로 고쳐지지 않는 몸에 밴 한국인 특유의 비호감이 우리에게서 풀풀 나고 있다. 하지만 한국전쟁 이후 밑바닥(Ground Zero)부터 시작한 이 한 많은 민족들이 이제야 전세계적으로 인기있고 멋있어졌다는 걸 알릴 이유 역시 충분하다. 특별히 필자가 사는 조지아주는 한인들이 잘 하고 있으며, 우리가 너무나 멋진 민족으로 발돋움하고 있음을 나팔 부는 심정으로 외치고 싶을 뿐이다.
뉴욕 같은 미국내 다른 대도시를 가면 차이나타운이 득세해 영향력이 훨씬 크지만, 조지아주는 유독 한인 상권이 다른 아시안 상권을 리드하고 있는 기분 좋은 곳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느낌과 특별한 경험, 한인들의 세련되고 바람직한 영향력 사례를 본국의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 조지아에 대한 상황과 한인사회의 발전상을 지켜보면서 모국의 독자들과 함께 호흡하며 필자의 바람을 이 글을 통해 전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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