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주의 ‘농심가’, 한류우드를 꿈꾼다

[김수영의 미국속 한인이야기] 10여년전 조지아에 진출한 ‘농심가’ 대형쇼핑몰로 한인사이에 큰 인기 주변 대단위 재개발로 ‘한류우드’ 메카로

메가 마트 외부 전경. 왼쪽 윗부분에 메가마트 간판이 보인다. 사진=김수영
메가 마트 외부 전경. 왼쪽 윗부분에 메가마트 간판이 보인다. 사진=김수영

한국에서 떠나 미국에서 살아온지 벌써 25년이 다 되어가는 필자는 1997년까지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살았다. 당시 방배시장에서 조금 걷다보면 강남경찰서 앞쯤에 ‘농심가’라는 식품점이 있었다. 그다지 크지는 않았지만 강남의 중심 주택가에 알차고 고급스러운 식자재로 채워놓은 고급 이미지의 마켓이었고, 필자는 그 농심가에서 저녁 거리를 사면서 행복해 하곤 했었다.

그 당시 농심가에서 곰탕 하나 끓여 먹으려고 사골을 사면 소꼬리나 사골이 한뭉치에 7만~8만원, 달러로는 약 60~70불 정도 했던 것 같다. 나름 신혼이라 살림을 처음 해본 필자는 가계부를 쓰면서 엄마가 어릴 때 몸에 좋다고 쫓아다니면서 먹이려 했던 하얀 곰국을 새 신랑에게 먹이려고 곰국 끓일 재료를 샀는데, 적잖이 충격을 먹었던 것 같다. 사골 곰탕 재료가 그렇게 비싼지 몰랐기 때문이다. 10만원짜리 수표를 꺼내면 거스름돈을 거의 돌려받지 못했던 게 기억난다. 나에겐 그래서 ‘농심가’라는 곳은 참 비싼 ‘럭셔리 마켓’으로 기억에 남아있었다.

그런데, 지난 2010년 캘리포니아주 한인타운이나 뉴욕의 한인 타운에 비해 촌동네라 할 조지아주에서 나의 그 럭셔리 마켓 농심가가 ‘메가 마트(MEGA MART)’라는 이름으로 한인타운의 중심지인 귀넷 카운티 둘루스에 1호점을 내고 떡하니 나타났다. 메가 마트가 오픈하자마자 필자는 곧바로 달려가 사골 곰탕 가격부터 확인했다. 나의 신혼 시절에 가계부의 가장 큰 지출부분이었던 사골 곰탕 재료의 가격이 얼마일까 무척 궁금했다. 2010년 당시 불과 6달러, 1997년 당시 한국에선 가격 쌀 때 샀다하더라도 60달러였던 곰국 재료가 여기선 10분의 1 가격이었다!

한인들에게 항상 몸보신의 대명사인 곰탕 사골국의 재료는 미국 식품점에서는 너무 싼 가격에 살 수가 있다. 또한 천엽이나 돼지 간, 소 간 등은 미국 정육점에서는 그냥 버리는 부위였는데, 미국인들이 거들떠도 안보던 소 돼지의 내장들이나 뼈들의 가격을 한국인들이 올려 놨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였다. 거의 버리는 부속물들이 미국 식품점의 큰 마진을 주는 효자 아이템이 된 것이다. 하지만 한인들이 올려 놨다 하더라도 본국의 식품점에 비해 여전히 아주 저렴한 가격이다. 지금은 ‘불타는 곱창집’이라는 곱창집이 조지아 한인타운을 강타하면서 이 소, 돼지의 내장들의 값이 많이 올라 한인 바베큐집에서는 명실공히 소갈비와 별반 차이가 없을 정도로 소, 돼지의 내장값은 그야말로 신분 상승을 하게 되었다.

럭셔리 식품점인 ‘메가 마트’가 2010년 미국 조지아주 아틀란타시 인근 귀넷 카운티의 한 쇼핑몰, 그것도 메이시스 백화점 바로 옆에 거의 비슷한 크기로 세워졌는데 당시에 아무도 메가 마트가 성공할 거라 생각하지 않았던 게 기억이 난다. 메이시스 백화점 크기의 미국 쇼핑몰을 인수했지만, 워낙 커서 당시 판매전시한 물건들이 빈약하게 느껴질 정도로 매장내부에 빈 곳이 많았다. 똑같은 물건들을 여기저기 채워놓았지만, 일찌감치 조지아주에 자리잡은 H mart나 Assi market과의 경쟁은 어려울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걱정했었다.

그런데 차츰 한국 물품들로 쇼핑몰 위아래층을 제대로 채워넣기 시작했다. 하다못해 밭농사 지을때 쓰는 호미, 낫, 그리고 어릴 때 흔하게 보고 추억을 느끼게 하는 모기향, 파리채, 뚝배기, 항아리, 이태리 타월, 가습기, 화투, 그리고 일할 때 팔에 끼우는 팔토시도 등장했다. 마치 한국에 있는 모든 것들이 조지아로 옮겨온 듯한 인상을 받을 정도였다.

메가마트의 식음료품 할인 전단지.
메가마트의 식음료품 할인 전단지.

그리고 메가마트의 전신인 ‘농심가’라는 이름답게, 농심 신라면 시리즈는 몽땅 다 볼 수 있게 됐다. 또 통조림 음식부터 간단 조리 음식이 된 미역국, 삼계탕 등 데워먹기만 하면 되는 한국의 슈퍼마켓용 먹거리들이 즐비한 마트가 널디넓은 조지아 땅에 ‘메가’라는 이름처럼 어마어마한 사이즈의 대형 마켓으로 자리를 잡는데 성공했다.

홍삼도 정관장 제품 뿐만이 아니라 여러 한국 회사 브랜드가 다 있고, 온갖 젓갈들이 담긴 전라남도 특산품 젓갈시리즈도 눈에 띄고, 포장해 집으로 가져가면 곧바로 따끈하게 요리해먹을 수 있는 각종 한국 음식도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의 여느 백화점 지하 식품코너 모습 그대로다.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회사의 오너는 알 것이다. 어떤 철학을 가지느냐에 따라 자신의 기업이 동시대의 사람들에게 이득과 편리함을 줄 것인지, 아니면 회사 이익만을 위해 꼭 필요한 개선만 추구하는 회사가 될 것인지를. 필자는 최근까지도 농심가 메가 마트의 주인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앞으로 만날 일도 없을 것이다(최근 농심그룹 형제중 한명이 오너인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강남이나 어디든 한국내에서 편하게 벌여도 될 사업을 캘리포니아도, 뉴욕도 아닌 소위 촌동네라고 불리던 조지아주에서 뛰어든 것은 참으로 대단하다 싶다.

메가마트 내부 모습. 쇼핑몰 규모가 너무 커서, 상품 진열대에 쌓은 제품들이 왜소해보일 정도다. 사진=김수영
메가마트 내부 모습. 쇼핑몰 규모가 너무 커서, 상품 진열대에 쌓은 제품들이 왜소해보일 정도다. 사진=김수영

10여 년전 식료품점을 연 메가마트의 전략은 이제 한류라는 이름의 날개까지 달고 날아오르기 시작하는 것 같다. 날아오르는 정도가 아니라 하늘 끝까지 찌를 만한 호재가 뒤따르지 않을까 기대감이 들 정도다.

메가 마트가 위치한 귀넷 몰은 1984년에 지어진 낡은 몰이었는데, 지난해에 귀넷 카운티가 메가 마트와 메이시스 백화점, 그리고 바로 옆 빌딩인 한인 소유 뷰티매스터를 뺀 전체 92에이커중 37에이커를 매수, 소위 ‘귀넷몰 재개발 프로젝트안’을 만들었는데, 이 계획에 따르면 이 지역은 귀넷 카운티의 랜드마크로 거듭날 예정이다.

귀넷몰 재개발 프로젝트의 조감도. 중앙에 큰 하얀색 건물(실선 표시)이 메가마트다. 자료=귀넷 플레이스몰 재개발위원회
귀넷몰 재개발 프로젝트의 조감도. 중앙에 큰 하얀색 건물(실선 표시)이 메가마트다. 자료=귀넷 플레이스몰 재개발위원회

이 지역은 앞으로 주상복합 형식의 주거용 아파트, 주민을 위한 산책길, 약 1000대를 파킹할 수 있는 파킹데크, 글로벌 공연장, 럭셔리 글로벌 상점, 글로벌 식당, 병원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그리고 이 지역을 통과하는 지역 버스와 공공 인프라가 지원될 것이기에 민간이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재개발 프로젝트 진행에 따라 앞으로 메가 마트는 미국내에 자생한 H mart나 Assi market 보다도 더 막강한 한인 마켓으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된다.

메가 마트는 여기 조지아 1호점을 필두로 캘리포니아에 2호점을 열 계획이라는 기사도 나왔다. 미국 진출을 확대하려는 한국 기업들은 캘리포니아 2호점보다는 조지아 귀넷 카운티와 협업해 이 지역이 한류의 중심지가 되도록 전략을 펴보면 어떨까. 이 지역은 럭셔리 한인 빌리지의 앵커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있다. 옆 건물인 메이시스 백화점에서 한국의 ‘동대문 의류센터’ 같은 형태로, 여기서 미국 전체를 대상으로 의류 유통사업을 하면 어떨까. 한국인의 K-뷰티, K-패션 중심을 여기서 만들어보는 것이다.

이제 시대 상황이 우리 한국인들에게 더 좋고 자랑스러운 일들이 많이 생길 것같다. 미국인도 한류를 모르면 촌스럽고 뒤처진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차이나 타운과 다르고, 캘리포니아의 헐리우드와도 다른, 한류우드(Hallyuwood)가 귀넷 카운티에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는 게 필자의 인생소원이 될 것 같다.

글쓴이

김수영 美조지아주 칼럼니스트

김수영(Sonia Sooyoung Kim)은 2003년부터 지금까지 미국 조지아주 부동산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Wealthpoint Realty Group LLC의 대표를 맡아 한인 부동산 전문가들에게 부동산 법과 에이전트 규범등을 강의하며 커뮤니티 standard를 높이는데 열정을 가지고 있다. 미국사람이 잘 하는 일이면 우리도 잘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한국인의 이름과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전문분야에서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일을 벌이는 열정의 부동산쟁이이자 유튜버이다. (유튜브: 김수영의 미국부동산 이해와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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