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대통령제, 어떻게 다른가?

[김종철의 시민을 위한 헌법이야기] 미국 헌정 들먹이는 분위기 ‘뜬금없어’ 연방제 알아야 미 대통령제 이해해 국력에 따른 역할의 차이도 고려대상 한미헌정, 행정권의 구성원칙도 달라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미국의 대통령이 하는 소통방식인 '도어스 테핑'을 본 딴 것인데, 소통을 활발히 하려는 모습이라는 호평과 함께 절제되지 않고 즉흥적인 표현이 문제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미국의 대통령이 하는 소통방식인 '도어스 테핑'을 본 딴 것인데, 소통을 활발히 하려는 모습이라는 호평과 함께 절제되지 않고 즉흥적인 표현이 문제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취임 후 곧 두 달 째를 맞이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현안질문에 대해 미국의 예를 들어 답변하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새삼스레 미국 헌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짧은 재임기간 최대의 업적으로 자부하는 용산 대통령실의 구조나 운용에 미국식을 참조했다는 부연설명이 이어진 것에서 헌정을 우리 헌법이 아닌 미국식으로 운영하다 하야한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행보가 연상되는 것은 식자우환(識字憂患)의 망상일지 모르겠다. 여하튼 미국 영화나 드라마, 혹은 국제뉴스를 통해 실시간 전달되는 일상적 행적을 통해 우리에게 그리 낯설지만은 않은 미국 대통령제를 비롯한 미국의 헌정의 시사점을 이 참에 차분히 들여다볼 최소한의 계기는 마련된 셈이다.

연방국가와 단일국가의 차이

미국 대통령과 우리나라의 대통령을 비교할 때 가장 먼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국가형태다. 우리가 미국이라고 부르는 나라는 50개의 개별국가가 헌법계약을 통해 미합중국(United States of America)을 이룬 연방국가(Federal State)다. 연방국가가 우리나라와 같은 단일국가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단순한 지방자치를 넘어 국민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일반적 국사는 주(State) 단위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법체계도 서로 대상과 범위를 달리하는 연방법과 주법으로 나뉘어져 있다. 예컨대, 일반적인 민형사사건은 주로 주법의 대상이어서 연방정부의 관여는 지극히 제한적이다. 무엇보다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가 할 수 있는 국사는 연방헌법과 관련법에 따라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국방이나 대외관계, 각 주들 사이의 공통사항이나 이해관계의 조정에 관한 사항이 중심이 된다.

미국의 헌정사는 연방정부와 주정부 사이의 관할영역을 조정하는 역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연방정부의 권한과 그 범위는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지만 근본적으로 제한된 국사만을 다룬다는 점에서는 변함이 없다. 일반 국민들의 관점에서 볼 때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부가 관할영역에 따라 크게 두 개로 나뉘어져 별도로 존재한다는 것은 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그만큼 제한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컨대, 제왕적 대통령제(imperial presidency)라는, 대통령제에 대해 본질적으로 부정적 뉘앙스를 내포한 용어의 기원이 미국인데, 그 실질적 함의는 우리나라의 경우와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연방국가인 미국의 대통령이 일상 국민의 생활에 미칠 수 있는 범위가 원천적으로 제한적인 반면 단일국가인 우리나라의 경우 더욱 직접적이고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법무장관이나 행안장관을 통한 법집행기관 직할체제를 구축할 때 그 오남용의 위험이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의 일상생활 전면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반면 미국의 경우 개별 수사기관이 관여할 수 있는 범위에 구조적 한계가 설정되어 있는 것이다. 대통령의 인사가 잘못되더라도 그 폐해가 국지적일 수 밖에 없고 주정부 등 다른 차원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적은 것이다.

군통수권자가 가지는 실질적 영향력의 차이

미국 헌정에서의 대통령의 지위가 가장 제왕적 모습을 보이는 경우는 국방이나 외교 등 외치에 관한 특수성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는 헌법이나 제도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한 나라의 국력, 즉 국가적 영향력이 미치는 사실적 조건에 따른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건국사에서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제라는 정부 형태를 창출하게 된 것은 신생연방국을 안정적으로 지탱하기 위해 연방정부의 실효적 기능을 감당하게 하면서도 개별 주들의 자주권을 최대한 유지하려는 상호 이질적인 이해관계를 조정할 주재자의 필요성 때문이다. 애당초 신생독립국인 미국의 국제적 위상은 미미했고 특히나 먼로주의와 같은 불간섭노선에 따라 미국 연방정부는 오늘날과 같은 강력한 위상을 가지지 못했다. 그러다 강력한 대통령제의 이미지가 구축된 것은 세계 제2차 대전을 계기로 미국이 세계의 질서수호자 역할을 자임하면서부터다(이 시기는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뉴딜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루스벨트 대통령이 4연임까지 했었던 시기, 즉 국내경제 문제에 대한 연방정부의 권한확대가 이루어지던 시기와 맞물린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이후 미국에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위험성이 논의되게 된 배경에는 베트남전을 거치면서 본질적 특성상 대통령의 재량이 폭넓게 행사되는 국방이나 외교의 영역에서 대통령의 독단적인 행태를 통제할 마땅한 헌법적 제어장치가 불비되어 있는 연방헌법의 한계에 주목한 것이었다. 물론 닉슨의 워터게이트 사건이나 트럼프의 폭주에서 보듯 내치면에서도 대통령의 행정명령권을 오남용하는 사례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내정에서는 의회와 사법에 의한 통제가 기본적으로는 작용하는 반면 외치에서는 그 통제가 상대적으로 미치지 못하는 측면이 크다. 레이건 대통령의 이란-콘트라 스캔들이나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전쟁 주도나 테러와의 전쟁 등이 근래 군통수권자인 미국 대통령이 세계질서에 미치는 영향력에 비하여 적절한 헌정적 통제가 부족한 현실을 보여준다. 심지어 높은 지지율을 보였던 오바마 대통령의 경우에도 관타나모 사태 등 대통령의 권한남용 문제는 국방이나 대외관계에서 주로 논란이 되어 왔다. 이런 특성 때문에 미국에서 군부가 대통령의 제왕적 권한 행사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므로 하루빨리 국방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우리의 경우 과거 군사쿠데타의 악몽에 의해 제왕적 대통령제가 내치에서 당연시되던 후진적 헌정상태를 경험한 바 있다. 오히려 외교, 국방이 해외에서 독자적 영향력을 가지는 경우란 상정하기 어려우므로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가 이 영역에서 발원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이 제왕적 대통령 논의와 관련해 미국의 대통령제와 비교할 때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차이점이다.

폴란드에 파병된 미군 장병들과 셀카를 찍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 연합뉴스
폴란드에 파병된 미군 장병들과 셀카를 찍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 연합뉴스

행정권의 1인 전속과 집단귀속의 차이

미국이 대통령제를 통해 삼권분립을 엄격히 구현하여 행정권과 사법권을 연방의회에서 분리시키고 있는 전범이지만, 행정권을 1인기관인 대통령이 전유하도록 하고 있는 특색을 가진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연방헌법 제2조가 행정권에 대한 조항인데 이 조항에서 헌법이 직접 권한을 부여한 기관은 대통령과 그 대행자인 부통령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헌법 명문으로 행정권은 대통령에게 귀속된다고 선언되어 있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 외에 행정부로 명명되는 조직체를 더하여 ‘정부’라는 집단적 조직체에 행정권이 귀속되도록 정하는 것은 물론, 행정부에 소속되어 국무위원 제청권이나 대통령의 국사행위에 대한 부서권 등 독자적으로 헌법이 부여하는 권한을 가지는 국무총리를 비롯하여 국무위원, 국무회의와 대통령자문기관, 행정각부 등이 헌법상의 기관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미국은 그렇지 않다.

따라서 미국의 헌정에서와 달리 우리 헌정에서 대통령과 국무총리 등 행정부와 그 소속 기관 사이의 관계가 헌법문제로 다루어지는 배경과 구조가 다르다. 다른 여러 요인과 더불어 우리 대통령제를 한국형 대통령제로 유형화하고 미국형 대통령제와 구분해서 인식하고 이해하며 구현해야 하는 이유다. 의원내각제라거나 대통령제라는 정부형태의 구별론은 권력구조를 이해하고 분석 혹은 비교하는 차원에서 편의적으로 가공된 이념형(ideal type)일 뿐 그 자체가 보편타당한 원리와 같은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처럼 지구상에 수많은 국가들이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고유한 정치사회적 환경에 따라 제각각의 대통령제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결론적으로 미국 대통령과 한국의 대통령도 함부로 동일선상에서 비교해서는 안된다.

미국 대통령처럼 행동한 전례인 이승만 독재의 교훈

너무나 당연한 이러한 한국과 미국의 대통령제 구별론이 무시된 가장 전형적인 전례가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경우다. 세간에 알려진 바와 같이 제헌헌법의 정부형태는 애당초 내각제를 근간으로 하는 것이었다가 초대 제헌국회 의장이자 가장 유력한 정치인이었던 이승만의 강한 의중대로 막판에 대통령제를 근간으로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제헌헌법을 찬찬이 들여다보면 이런 일련의 평가는 현실적으로 이루어진 권력의 행태에 의한 착시가 빚어낸 오해가 적지 않다. 내각제를 원했던 제헌국회 내의 다수 정파와 헌법기초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헌법초안 작성에 실무적 기여를 한 유진오는 제헌헌법에 내각제로 운영될 수 있는 중요한 토대를 남겨두었기 때문에 이 헌법에 따라 대통령 1인에 전속되는 행정권의 행사는 애당초 헌법의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었다.

가장 핵심적인 것이 국회에서 대통령을 선출하도록 하는 것과 행정권을 담당하는 정부의 핵심구성요소로 대통령 외에 국무원을 두는 것이다. 특히 국무원은 “대통령과 국무총리 기타의 국무위원으로 조직되는 합의체”로서 “대통령의 권한에 속한 중요국책을 의결”하는 헌법기관으로 설치되었다. “합의체”란 양 당사자, 즉 대통령과 국무총리 기타 국무위원이 동등한 자격에서 의견의 일치를 보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협의나 심의와 구별되는 것이며, “의결”은 권한자에게 법적 구속력을 가지지 못하는 단순한 자문이나 심의와 구별되어 법적 구속력을 가진다는 법적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제헌헌법의 권력구조에서는 대통령의 권한행사가 1인 전속이 아니라 국무원의 집단적 합의에 의해 구속됨을 분명히 하는 것이었다.

이승만 대통령이 이러한 헌법과 국무원 무시를 당연시하면서 미국 대통령과 같은 행태를 보였다는 것은 잘 알려진 바와 같다. 대통령의 국회선출 또한 이후 헌정혼란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 제1차개헌인 발췌개헌(1952년)이 탈법적인 방법에 따라 대통령국회간선제를 대통령직선제로 바꾸었고, 제2차개헌인 사사오입개헌(1954년)은 국무총리제를 폐지하고 초대 대통령에 한하여 중임제한을 부칙으로 면제하면서 민주공화국을 독재체제로 전락시켰던 것이다.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했던가? 이제 선도적 민주공화제로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에서 철지난 미국이야기가 뜬금없이 되풀이되는 건 누가 보더라도 시대착오적이다. 우리에게 규범력을 가지는 것은 미국연방헌법이 아니라 대한민국헌법이기 때문이다. 이승만 독재의 교훈을 되새기는 것이 기우에 그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글쓴이

김종철 연세대 법전원 교수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서울대 공법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영국 런던정경대(LSE) 대학원에서 법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공법학회 회장,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부위원장,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민주공화국의 기본정신에 기초한 시민헌법교육과 정치개혁 및 사법개혁에 기여하는 것을 헌법학자로서의 소명으로 생각하고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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