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릿 우먼 파이터’가 남긴 화려한 그림자

[이현민의 대중문화 낯설게하기] 작년 K-콘텐츠로 ‘댄스 IP’ 화려한 탄생 벌써 ‘우려먹기’ 예능되면 어쩌나 ‘신선하면서도 익숙하게’ 만들 방법은?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서 댄스를 선보이고 있는 크루. 사진출처=Mnet 유튜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서 댄스를 선보이고 있는 크루. 사진출처=Mnet 유튜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를 빼고는 2021년 대중문화를 논할 수 없다. 2021년은 ‘스우파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여성 댄서들이 한국 대중문화를 장악했다. 댄서를 가수들의 백업 댄서 정도로 인식하고 있던 일반 대중들에게 ‘댄서’ 라는 직업군을 각인시켜 주었다. 그야말로 댄서의 위상을 높여준 프로그램이라 평가할 수 있겠다.

스우파는 침체되어 있던 Mnet과 오디션 프로그램의 명성을 되살린 효자 프로그램이 됐다. 특히 ‘hey, mama!’는 국민춤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대한민국을 크게 뒤흔들었는데, 춤에 ‘국민’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면 그 파급력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스우파는 여성 스트릿 댄스 크루 8팀이 대한민국 최고로 뽑히기 위해 서바이벌 경연 대회를 펼치는 리얼리티쇼였다. 평균 시청률 3.6%에 순간 최고 시청률 4.2%, 2049 남녀 타깃시청률에서는 지상파 포함 전채널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며(유료플랫폼, 수도권 기준, 닐슨코리아 제공) 뜨거운 열풍을 몰고왔다. 허니제이, 아이키, 노제, 리정 등 스타를 탄생시켰고 대한민국을 댄스 열풍으로 이끌었다.

‘댄스 IP 콘텐츠 확장’이라는 긍정적 의미

IP(Intellectual Property 지적재산권)의 확보는 콘텐츠 업계의 중요한 이슈다. 될만한 콘텐츠를 선정하고 그 세계관을 확장시켜 다양한 매체에서 전방위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 됐다. 콘텐츠의 K-세계화 속도가 더욱 빨라지면서 콘텐츠 제작자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는 중이다. 그러한 과정 중에 탄생한 댄스 IP는 제작자는 물론 시청자들에게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댄스 IP를 통해 전문 댄서는 물론 일반인들의 춤까지 두루 조명할 수 있게 되면서, K팝을 넘어 K-댄스로도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야심찬 계획이 진행중이다.

스우파의 성공은 수많은 파생상품도 만들어냈다. 특히 스우파를 중심으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가지치기됐다. 이른바 스핀오프다. 댄스와 경연 두 가지 키워드가 중심이 되어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이 만들어진 것이다. Mnet의 <비 엠비셔스>, <뚝딱이의 역습>, 하반기 방송 예정인 <스트릿 맨 파이터>까지 그 라인업도 화려하다.

스우파의 인기를 그대로 가져간 프로그램도 잇따라 만들어지면서 스우파 종영에 아쉬워하는 대중들을 사로잡았다. <해치지 않아>, <스트릿 걸스 파이터>(스걸파)까지 높은 화제성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스우파 리더즈가 댄스 선생님이 되고, 청소년 댄서들을 키워내는 프로그램인 <스걸파>는 10대들의 댄스 문화와 댄스씬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었던 프로그램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Mnet은 앞으로도 ‘댄스’ 라는 IP의 확장에 초점을 두고 콘텐츠를 제작할 예정이다. 케이팝의 부수적 요소 정도로 활용되던 댄스를 메인으로 가져왔고, 댄스 콘텐츠의 가능성을 확인하면서 Mnet의 정체성을 살렸기 때문이다. 또 댄스를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기에 댄스 IP의 확장은 여러가지 의미로 긍정적이라 할 것이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제작진과 진행MC들.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제작진과 진행MC들.

우리나라 예능의 고질적 한계 ‘우려먹기’

스우파 출연진중 일부는 ‘스우파 리더즈’라는 애칭과 함께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과 광고 등에 섭외 1순위가 됐다. 특히 댄스가 콘텐츠의 중심이 되면서 오히려 콘텐츠의 확장성이 더욱 커지는 효과도 누리고 있다. 광고의 경우 상품의 광고를 댄스라는 퍼포먼스를 통해 부각시켜 상품의 홍보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고, 스우파의 대중적 인기에 힘입어 댄스 퍼포먼스만을 활용한 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전에 없던 댄스씬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스우파 우려먹기’는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스우파 리더즈의 예능 점령은 이른바 ‘스우파 수도꼭지’가 될 정도로 채널마다 스우파 멤버들로 채워졌다. 그들을 활용하는 방법도 매우 유사한데, 이미 어디서 본 듯한 포맷의 댄스와 배틀이 이어지면서 시청자들을 기시감에 빠지게 만들었다.

그들의 활약이 길어지자 시청자 피로도가 상승한 것은 당연하다. 뿐만 아니라 스우파의 대대적인 성공 이후, 수많은 댄스 소재의 예능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만들어졌다. 댄스 IP의 확장이라는 개념보다는, 같은 소재 다른 멤버, 혹은 같은 멤버 다른 소재가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이에 시청자들의 피로도를 증명이라도 하듯 이들 댄스 예능 프로그램들은 줄줄이 낮은 시청률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가장 최근 방송 중인 <플라이 투 더 댄스>, <뚝딱이의 역습>등은 별다른 흥행이나 화제를 모으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국 예능 소재의 고질적 병폐가 아닐 수 없다. 돈이 되는 소재가 발견되면, 창의성은 없다. 모든 방송사에서 그와 유사한 포맷을 만들어내는데에 급급하다. 댄스 IP도 마찬가지다. 댄스 소재의 무한 확장도 좋지만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소재중복으로 시청자들이 지겨움을 느끼는 국면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우파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도 댄스라는 소재의 적확한 활용도 있었지만 여성들의 땀과 우정이라는 스토리텔링이 댄스와 잘 어우러져 볼거리가 풍부한 리얼리티쇼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선함과 익숙함의 교묘한 줄다리기를 어떻게 해내느냐, 이것은 댄스 콘텐츠 제작자들이 IP 확장을 위해 앞으로 풀어가야할 숙제가 될 것이다. 단순한 댄스 소재의 활용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IP 댄스의 발굴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다.

글쓴이

이현민 대중문화평론가

이현민은 대중문화평론가, 한중 콘텐츠 연구자로 로앤컬쳐 대표를 맡고 있다. 중국 북경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에서 문화콘텐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공공기관 정책연구원으로 근무한 경력을 바탕으로 대중문화 연구의 이론과 실제를 적용하고 있다. 현재는 대학에 출강하며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저서로는 <대중문화, 이슈로 답하다>, <입체적 한중 대중문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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