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의 뮤비, 휴대폰 광고? 신곡 홍보?

[이현민의 대중문화 낯설게 하기] ‘키즈폰’ 사용 경험이 삼성에 불리? K팝스타 명품 광고 출연, 괜찮을까 뉴진스의 간접광고, 아쉬운 대목은

뉴진스가 노래와 함께 춤을 추는 중 아이폰을 꺼내 이를 홍보하는 듯한 행동을 취해 논란이 된 방송의 한 장면. 사진=연합뉴스
뉴진스가 노래와 함께 춤을 추는 중 아이폰을 꺼내 이를 홍보하는 듯한 행동을 취해 논란이 된 방송의 한 장면. 사진=연합뉴스

대중문화속 휴대폰 광고의 숨은 의미

10대 청소년들의 아이폰 선호도가 높다. 얼마 전 한 기사에서 접한 내용인데, 요즘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키즈폰이라고 한다. 부모에 의해 통제가 가능한 키즈폰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삼성전자 휴대폰이 거의 대부분인데, 이 키즈폰 사용 경험이 삼성 안드로이드 휴대폰 사용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아이폰이 가진 ‘힙(hip)’함과 ‘핫(hot)’함의 무형의 이미지가 아이폰 인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있으나, 국내 청소년들에게 삼성 휴대폰의 브랜드 이미지가 키즈폰과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다.

고가의 제품일수록 (잠재)고객 확보를 위한 이미지 경쟁은 기업 전체의 명운이 걸려있는 일이다. 때문에 업계는 광고 등을 통해 제품과 기업의 이미지를 만들어 가는데, K-POP 스타의 광고 모델 기용은 자신들의 브랜드를 이용할 미래의 고객 확보라는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최근 10대 청소년을 키우는 부모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는 문제가 있다. 바로 K-POP 스타의 명품 광고 이슈다. 명품 광고에 10대들이 선망하는 아이돌을 기용하다보니, 10대들의 명품 소유 욕구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부모의 부담은 물론, 청소년의 소비 교육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의 입장에서 판매율을 가장 높일 수 있는 모델을 통해 광고 효과를 극대화하길 원하는 것도 당연하다. K-POP 아이돌을 통해 초기 구매력을 지닌 청소년들의 소비를 촉진하고, 그들이 성인이 된 후에도 해당 브랜드에 대한 직접적이고 꾸준한 관심을 이끌 수 있다면, 그들을 광고 모델로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청소년들의 교육에 악영향을 미치므로 K-POP 스타의 광고 모델 기용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은 매우 1차원적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대중문화가 경제, 사회, 산업 등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고, 또 대중문화만을 분리하여 생각할 수도 없는 산업 전체의 특성 등이다. 이를 이해한다면 위와 같은 주장이 관철되기는 힘들다. 그래서인지 미래의 휴대폰 이용자인 자라나는 10대 청소년의 아이폰 사랑은 삼성전자의 입장에서는 가장 뼈아픈 현실이자 풀어야할 숙제라 할 것이다.

뉴진스의 아이폰 사용은 또 다른 문제

K-POP 스타들이 어떤 휴대폰을 사용하는지는 K-POP 팬들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 아이돌 모 그룹의 멤버가 어떤 휴대폰을 사용하는지는 팬들의 휴대폰 구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최근 뉴진스의 ‘아이폰’ 논란은 광고의 일환으로 본다면, 언뜻 보기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상세히 따져보면 앞선 고가품 광고의 아이돌 선호 현상 문제와는 다르게, 면밀히 따져봐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

아이돌 그룹, 뉴진스의 아이폰 관련 이슈는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지상파 방송 중 아이폰을 사용하였다는 점(간접광고), 다른 하나는 아이폰 14 프로를 활용한 뮤직비디오 촬영이다. 뉴진스는 최근 SBS의 한 음악방송에서 퍼포먼스의 일환으로 신곡 <ETA> 무대 후 아이폰을 꺼내 셀카를 찍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아이폰 14 프로 제품이 적나라하게 방송화면에 잡혔고, 어떠한 모자이크 처리 없이 생방송 그대로 송출되었다.

간접광고 관련 위반의 여지가 있다. 간접적인 광고에도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는 방송계에서 광고 효과를 의도한 퍼포먼스로 보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 위반 행위에 대한 어떠한 제재도 없다면, 다른 제품들에 대한 간접광고 관련 형평성에 위배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간접광고 문제는 후자, 뉴진스의 아이폰 14 프로 뮤직비디오 촬영과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뉴진스는 최근 신곡을 발매하면서 신곡 타이틀 곡 중 하나인 <ETA>의 뮤직비디오를 아이폰 14 프로로 촬영한 영상을 공개하였다. 뮤직비디오의 촬영뿐 아니라 플롯 전체에 아이폰 14 프로가 직접 활용되었다. 그야말로 ‘애플’과 ‘어도어’의 협업이라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처음 <ETA> 뮤직비디오를 접했을 때 이것이 뉴진스의 신곡 뮤비인지, 아이폰 광고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그야말로 뮤비와 광고의 경계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뉴진스의 신곡 ‘ETA’ 뮤직 비디오.

문제는 뮤비도 신곡 홍보의 일환이자 신곡 마케팅의 일부인데, 뉴진스의 신곡은 보이지 않고, 하나의 아이폰 광고로 소비되는 듯한 인상을 강하게 풍긴다는 것이다. 그동안 애플은 플롯이 있거나 감각적인 내용으로 아이폰 광고를 해왔고, 앞서 아이폰 ‘시네마 촬영 기능’ 광고의 일환으로 박찬욱 감독의 영화촬영을 광고로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해당 광고는 영화 촬영의 메이킹 영상 쯤으로 보이면서 광고와 영화 모두에 시너지 효과를 냈다고 평가할 수 있었는데, 이번 뮤비는 그야말로 애플 광고로 소비된 신곡으로 보이는 것이다.

뉴진스의 해외 활동이 뉴진스의 음악성이나 퍼포먼스, 멤버들의 매력에 의해 소비되고 광고되는 것이 아닌, 글로벌 기업 ‘애플이 선택한 아이돌’쯤으로 소비되는 것 같아 아쉽다. 전 세계에 K-POP 아이돌들이 사랑을 받고 있는 지금, 대형 광고도 좋지만 자신들을 더욱 알릴만한 무기는 없을까? 신인 아이돌의 글로벌 행보에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글쓴이

이현민 대중문화평론가

이현민은 대중문화평론가, 한중 콘텐츠 연구자로 로앤컬쳐 대표를 맡고 있다. 중국 북경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에서 문화콘텐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공공기관 정책연구원으로 근무한 경력을 바탕으로 대중문화 연구의 이론과 실제를 적용하고 있다. 현재는 대학에 출강하며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저서로는 <대중문화, 이슈로 답하다>, <입체적 한중 대중문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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