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연애 예능? 이번엔 가족애 탑재한 ‘연애남매’

[이현민의 대중문화 낯설게 하기] OTT 만년적자 ‘웨이브’의 역작 이진주 PD, 이직후 첫 선 보여 남매끼리 아니라 ‘가족 참견’ 연애 시청률 낮은데, 방영후 가입자 급증

이진주 PD가 연애 예능으로 다시 선보이고 있는 '연애남매' 포스터
이진주 PD가 연애 예능으로 다시 선보이고 있는 '연애남매' 포스터

OTT 시장, 잘 만들어진 컨텐츠의 위력

쿠팡이 와우 맴버십 월 회원비를 기존 4990원에서 7890원으로 58% 올렸다. 이에 ‘탈 쿠팡’해야 한다는 여론은 많지만 실행은 쉽지 않다. 쿠팡의 3대 핵심 서비스 로켓배송, 쿠팡이츠, 쿠팡플레이가 생활습관이 되어있는 이들에게 ‘탈 쿠팡’은 더욱 어렵다. 유통 플랫폼으로서의 활용뿐만 아니라,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채널 쿠팡 플레이 비용까지 포함하고 있는 것이긴 한데, 체감하는 기존 회원의 충격은 크다.

사실 OTT 회사들만 놓고 본다면, 쿠팡 플레이는 경쟁력이 떨어진다. 유통 플랫폼으로서 쿠팡을 활용하는 이들은 많지만, ‘공짜’여도 쿠팡 플레이를 즐겨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쿠팡 플레이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OTT 점유율에 공을 들이고 있고, 최근에는 임시완을 앞세운 <소년시대>가 큰 인기를 끌면서 이름값을 어느 정도 해냈다.

OTT 시장에서는 잘 만들어진 콘텐츠, 이른바 킬러 콘텐츠의 유무가 OTT 매체의 가입자 수 확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넷플릭스와 같은 거대 공룡을 비롯해 수많은 국내외 OTT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결국 누가 더 참신하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가지고 있느냐가 관건이다.

‘환승연애’ 이진주 PD의 신작

만년 적자의 국내 OTT업체 ‘웨이브(Wavve)’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최근 웨이브의 신규 가입자 수가 크게 증가했다. 그 이유는 현재 인기리에 방송 중인 <연애남매> 덕분이다. JTBC에서 방송되지만 OTT ‘웨이브’에서 선공개되고 있는 <연애남매>는 4주연속 화제성 지수 1위에 오를 만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연애남매>는 OTT 웨이브에서 <연애남매> 2회 공개 이후 1회 대비 주말 신규 유료 가입견인 지수가 약 3배 증가하는 등 새로운 킬러 콘텐츠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이는 현재 콘텐츠 시장의 영향력을 분석하는 지표가 더 이상 시청률이 아님을 입증하고 있다. 실제로 <연애남매>의 JTBC 시청률은 1%대로 저조하다. 하지만 화제성 지수와 OTT 가입자 수는 급증하고 있다.

연애 예능의 인기인지, 필자가 좋아하는 장르 탓인 건지, 다양한 연애 예능을 보고 분석을 시도해왔다. 이제는 좀 지겨워질 만하다 싶었는데, 새로운 연애 예능은 끊임없이 탄생하고 있다. 이번에는 연애에 남매 키워드를 덧붙이며 신개념 가족 참견 연애 예능으로 탄생했다. JTBC <연애남매>이다. 지난 몇 년간 <환승연애>라는 킬러콘텐츠로 연애 예능 인기의 주축을 담당한 이진주 PD가 JTBC로 이적하면서 첫 선을 보인 예능이다. <환승연애>는 tvN의 OTT 티빙 가입자수를 크게 성장시킨 주역이다. 박 PD는 인터뷰에서 다른 종류의 예능을 하고 싶었지만 가장 잘 하는 예능을 선보이고 싶었다며 <연애남매>의 차별화 포인트에 대해 설명했다.

‘연애남매’ 티저 영상

<연애남매>는 5쌍의 남매가 합숙하며 각자의 연애 상대를 찾고, 남매가 그 과정을 지켜보거나 참견하는 이른바 ‘가족 참견’ 연애 예능이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은 이내 <연애남매>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으로 바뀐다. 연애를 기대하며 봤지만, 가족 다큐멘터리와 같은 진행방식이 오히려 더 진솔하고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특히 초반부터 남매의 부모님이 등장하여 남매의 어린시절을 회상하거나, 8~90년대 홈비디오로 대표되는 남매들의 성장 영상이 이어지면서 시청자들에게 시간 여행을 시켜준다. 누가 누구의 남매인지 서로에게 공개하지 않은 채 서사를 이어가는 초반, 다양하게 발생하는 오해들이 재미에 추리까지 더한다.

연애남매, 새로운 킬러 콘텐츠될까?

<연애남매>가 여느 연애 예능에 비해 차별화를 준 포인트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가족애’를 예능 프로그램의 핵심 주제로 관통시킨다는 점이다. 연애 예능을 싫어하는 이들은 누군지도 모를 사람들의 연애를 왜 지켜봐야 하는지 하는 회의감을 이유로 댄다. 하지만 가족애는 모든 연령층을 관통하는 삶의 키워드이다. 가족 다큐를 가장한 연애 예능을 보고 있으면, 중장년층에게는 나의 젊은 시절과 내가 키운 아이들에 대한 회고, 젊은층에게는 부모님과 형제에 대한 감정, 형제애, 남녀의 사랑 등 그야말로 복합적인 사랑의 감정들이 쏟아져 나온다. 또 이례적일만큼 사이가 좋은 남매들이 출연하는데,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연애 프로그램에서 뜬금없는 결혼 및 출산 장려의 기능을 하고 있다는 생각까지 든다.

또 연애 예능? 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레드오션 속에서 자신만의 차별화를 통해 또 한번 새로운 킬러콘텐츠가 탄생했고, 이에 소비자는 또 반응한다. 국내 OTT 업체의 경쟁력에 대한 고심이 깊어지는 요즘, <연애남매>의 성공은 OTT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근본적인 방법을 제시해준다. 역시 소비자는 잘 만들어진 콘텐츠를 배신하지 않는다.

글쓴이

이현민 대중문화평론가

이현민은 대중문화평론가, 한중 콘텐츠 연구자로 로앤컬쳐 대표를 맡고 있다. 중국 북경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에서 문화콘텐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공공기관 정책연구원으로 근무한 경력을 바탕으로 대중문화 연구의 이론과 실제를 적용하고 있다. 현재는 대학에 출강하며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저서로는 <대중문화, 이슈로 답하다>, <입체적 한중 대중문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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