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설욕전 무대는 어땠나?

[이현민의 대중문화 낯설게 하기] 거친 호흡· 음이탈 ‘청룡 퍼포먼스’ 논란 ‘현역 할아버지 댄스가수’ 꿈 물거품될까 실수 인정하며 힘찬 재기 보여 반갑기도 ‘골든 걸스’ 조련, K-pop PD 면모 그대로

청룡 영화제 시상식 무대에서 특별공연을 펼친 박진영.
청룡 영화제 시상식 무대에서 특별공연을 펼친 박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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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박진영과 제작자 박진영의 ‘고집’

박진영은 명실상부 K-pop의 역사이다. 박진영이 한국 음악계와 K-pop의 세계화에 미친 영향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가 설립한 JYP라는 회사는 과거나 지금이나 박진영의, 박진영에 의한 엔터테인먼트 회사다. 박진영에 의한 ‘JYP회사’ 시스템에 불만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을 수 있지만, 그의 히트 메이킹은 모두 인정하는 분위기다.

최근 박진영은 신곡 <Changed man>을 발표하면서 활동을 시작했다. 이에 몇몇 예능에 나와 신곡 홍보와 동시에 음악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며 K-pop의 미래를 전망했다. 특히 tvN <유 퀴즈 온더 블록>과 성시경의 유튜브 <만날텐테> 코너에 출연해 입담을 과시했다. 그의 고집과 열정이 현재의 박진영과 JYP를 만들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하는 대목이다.

tvN <유 퀴즈 온더 블록>이 조금 특별했던 이유는 K-pop의 두 거장, 박진영과 방시혁의 동반 출연에 있었다. 그들의 출연 자체만으로 이미 많은 이들의 관심과 호기심을 유발했다. 단순 호기심이 만족감으로 변하는데는 몇 분의 시간이 걸리지 않았는데, 박진영과 방시혁의 끈끈한 우정과 그들의 열정, K-pop의 과거, 현재, 미래 그리고 두 사람의 피아노 연주와 노래까지 쉴 틈 없는 다채로운 구성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 중에서도 박진영의 열정과 음악에 대한 깊은 사랑은 ‘현역 박진영’에 대한 신뢰에 바탕을 두었다. 또 인상 깊었던 부분은 방시혁의 박진영을 향한 존경의 마음이었다. 누가 봐도 조금은 시니컬하고 냉소적인 방시혁이 인정하는 박진영, 그리고 박진영 앞에서는 무장해제되는 방시혁의 모습이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이 밖에도 그들의 철학, 인생관, 음악에 대한 전반적인 가치관 등을 엿볼 수 있었는데, 박진영의 현역으로서의 열정과 목표를 그 어느 때보다 분명히 하는 시간이었다.

이는 곧이어 성시경의 유튜브 채널 <만날텐데> 코너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났다. <유퀴즈>보다 더욱 솔직하고 과감한 발언을 이어간 그는 음악에 대한 열정을 가감 없이 이야기했다. 특히 그는 “오직 자신의 삶은 음악을 위해서만 돌아가기 때문에 다른 신경 쓸 일은 절대 만들지 않는다”며 “음식을 하지 않는 이유도 결국 음악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특히 그가 제일 두려운 것 중 하나는 “자신의 콘서트 표가 매진이 되지 않거나, 표를 사는 사람이 없어지는 것”이라는 매우 현실적이면서 직관적인 고민과 걱정을 토로했다.

이 또한 그의 ‘할아버지 현역 댄스가수’에 대한 꿈을 다시금 상기시키는 부분이었다. 그의 열정은 솔직히 대중 모두가 다분히 아는 사실이긴한데, 이 ‘현역’과 ‘댄스가수’에 대한 현실적 문제는 의외의 순간에 터져 나왔던 사건과 무관치 않았다.

KBS 예능 '골든걸스'에서 가수 인순이(왼쪽부터), 박미경, 신효범, 이은미, 프로듀서 박진영. 사진=KBS/연합뉴스
KBS 예능 ‘골든걸스’에서 가수 인순이(왼쪽부터), 박미경, 신효범, 이은미, 프로듀서 박진영. 사진=KBS/연합뉴스

박진영 아니면 누가 이 전설들을 조련할까

박진영은 지난달 열린 청룡영화상의 파격적인 무대로 이슈의 중심에 섰다. 파격은 단순히 그의 새로운 퍼포먼스에 있지만은 않았다. 라이브 무대에서 보여준 음이탈과 호흡 조절 실패 등의 ‘라이브 대참사’는 파격을 넘어 당혹스러움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그의 퍼포먼스에 당혹스러운 건 비단 시청자 뿐만은 아니었다. 시상식 퍼포먼스 무대의 참석 배우들도 당혹스러움을 숨기지 못했다. 반응은 실시간 생중계되면서 수많은 밈을 만들어냈고, 박진영 무대에 대한 혹평이 쏟아졌다.

그런 상황에도 아랑곳없이 최근 그는 자신의 ‘제작 능력’을 살려 KBS <골든걸스>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걸그룹 제작 예능이다. 한 가지 특이점은 국내 실력파 여성 보컬 4명(인순이, 이은미, 박미경, 신효범)을 모시고, 이른바 최고령 여자 걸그룹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방송에서 좋게 말하면 디렉팅, 나쁘게 말하면 각종 지적을 쏟아내며 국내 최정상급 선배들을 걸그룹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청룡상에서 보여준 박진영의 퍼포먼스와 <골든걸스>속 제작자 박진영을 동시에 접한 대중들은 박진영에 쓴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공기반 소리반’이라는 희대의 명언을 만들어낸 그가 보여준 기대 이하의 라이브 무대는 그간 꿈꿔온 ‘할아버지 댄스가수’의 꿈을 무색케 했다. 일각에서는 ‘저 나이에 저런 퍼포먼스가 가능한 사람은 얼마 안된다’며 박진영을 두둔하고 나섰다. 하지만 그가 가진 자신과 타인에 대한 높은 평가 기준은 이러한 ‘두둔’을 듣기 위한 행보는 아님이 분명하다. 물론 AR 반주 없이 전부 라이브로 소화하려는 박진영의 고집도 엿보이긴 했다. 이 모든 것이 ‘박진영’이기에 가능하고 또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 조금은 아이러니하다.

그의 꿈은 이뤄질까

하지만 반전은 따로 있었다. 박진영은 청룡상 무대의 혹평을 그대로 인정하고, 수긍하며 이를 ‘Change(변화)’를 위한 무기로 재활용했다. 그는 당시 무리한 스케줄로 목 컨디션이 완전히 망가졌음을 인정하고, MBC <라디오스타> 등에 출연해 설욕전을 예고했다.

그리고 자신의 호언장담대로 악동뮤지션의 KBS 음악쇼 <‘더 시즌즈-오날오밤>의 무대를 통해 청룡상 무대가 ‘실력’이 아닌 ‘실수’였음을, 그리고 자신의 건재함을 다시금 증명했다. 보컬의 신 김범수는 같은 날 <라디오스타>에서 박진영의 보컬 실력을 이렇게 평가했다. “박진영은 타고난 보컬은 아니지만, 후천적 노력으로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사람이다.”

사실 ‘후천적’을 떠나 노력의 아이콘으로 이만한 인물이 있을까? 청룡상 시상식의 예상치 못했던 굴욕도 다시금 ‘노력’으로 회복한 그다. 최근 취약계층 치료비로 10억 원을 기부한 박진영! 박진영의 길은 여전히 험난하고 거침없지만, 아직은 현역이고 싶은 그의 꿈이 많은 이들에게 자극을 주는 것만은 확실하다.

글쓴이

이현민 대중문화평론가

이현민은 대중문화평론가, 한중 콘텐츠 연구자로 로앤컬쳐 대표를 맡고 있다. 중국 북경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에서 문화콘텐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공공기관 정책연구원으로 근무한 경력을 바탕으로 대중문화 연구의 이론과 실제를 적용하고 있다. 현재는 대학에 출강하며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저서로는 <대중문화, 이슈로 답하다>, <입체적 한중 대중문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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