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커플, 여성이 먼저 승진하면 벌어지는 일

[이현민의 대중문화 낯설게 하기] 영화 ‘페어 플레이’는 페미니즘 영화인가 한 직장내 여성이 승진하면서 빚어진 갈등 남녀대결로 보려는 왜곡된 시선 그러나, 인간 기저의 심리인 ‘질투’일 뿐

넷플릭스 영화 '페어 플레이'
넷플릭스 영화 '페어 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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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가 맞을 일인가

얼마 전 여성 편의점 알바생이 숏커트 헤어스타일이라는 이유로 “너 페미니스트지? 넌 좀 맞아야겠다”며 무차별적 폭행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같은 여성으로서 어이없음을 넘어 분노의 감정이 든 이 사건을 통해 국내 페미니즘 인식의 현주소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성(性)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투표권조차 없었던 시절, 여성의 권리와 참정권을 획득하고자 시작된 페미니즘 운동은, 여성들이 처한 상황과 현실이 다양해지면서 그 실천 방향과 철학도 새로운 흐름으로 전개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오직 ‘급진주의 페미니즘’(radical feminism)의 부적절한 예시, 이를테면 남성과 여성을 적대적 관계로 규정하고, 일부 남성의 폭력성을 남성 전체의 행위로 일반화하는 왜곡된 가치관이 주입되었다. 특히 남초, 여초 카페의 남성·여성 혐오가 일반 대중의 생각인 것처럼 이슈화되면서 젠더 갈등은 격화되었다.

우리는 얼마나 왜곡된 인식을 가졌나

하지만 페미니즘의 본질은 여성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을 배제하자는 기조가 기본이 되는 것이다. 남성 혐오를 조장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 페미니즘은 반드시 배제되어야 할 생각이라는 잘못된 상식이 일반화되는 실정이다.

그러나 현시대의 20대 남성의 대부분은 언론이 보도하는 사회적 분위기와는 다르게, 페미니즘 자체에 대해 격렬한 반감을 품고 있지 않다. 오히려 의미없는 젠더 갈등에서 벗어나 개인의 발전에 시간을 쓰는 것이 이른바 ‘젠지(Gen-Z) 세대’의 일반적 사고방식이라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페미니즘의 본래적 의미를 이해할 생각도 하지 않은 채, 페미니즘은 나쁜 것이라는 왜곡된 인식만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여성’에 대한 이슈만 나오면 페미니즘으로 오판하여 혐오하거나 불신을 조장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특히 여성의 권리에 대한 콘텐츠만 나오면 내용을 찬찬히 둘러볼 생각은 하지 않고, 그저 페미니즘 이야기, 너 페미니즘이지?로 귀결되는 현 사회의 고질적 왜곡은 사회를 병들게 하는 실정이다.

<페어 플레이>는 누구의 몫인가

넷플릭스 영화 <페어 플레이>는 페미니즘 영화가 아닌 여성의 관점에서 느낀 사회적 갈등과 그 시선에 관한 이야기이다. 당연히 일부에 의해 페미니즘 영화라 규정될 요소가 상당히 많은 영화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젠더 대결의 문제가 아닌, 인간 기저의 심리 문제를 담고 있는 심리 스릴러 영화로 보는 것이 맞다.

(스포일러) 에밀리와 루크는 막 약혼을 한 행복한 커플이었지만, 같은 회사에서 예비신부 에밀리가 먼저 승진을 하면서 그들의 사랑이 변질되는 상황을 스릴러의 형태로 담고 있는 영화이다. 특히 너무도 사랑하던 그녀와 그녀의 능력이 ‘여성 할당제’로 비하되거나, 더 나아가 부적절한 행위를 통해 획득한 것으로 태도를 바꿔가는 루크의 질투의 근간을 파헤친다. 루크는 여성을 향한 본능적 우월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능력’에 수군거리는 전반적인 사회 인식 또한 여성 능력을 향한 왜곡된 인식을 극렬히 보여준다.

영화는 헤지펀드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남녀 커플에게 ‘여성(에밀리)이 남성(루크)보다 먼저 승진했다’는 단순한 상황이 얼마나 많은 인간관계의 역학을 역전시키고 변화시키는지 표현하고 있다. 특히 직장생활 속 여성의 능력과 이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가 여성의 사회적 상황에 따라 달라지거나 뒤바뀌는 상황을 통해 ‘인간이 가진 본능적 질투심’에 대해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인간 기저에 있는 질투심 이야기

영화 <페어 플레이>는 저예산 영화의 아카데미라고 불리는 <선댄스 영화제>로부터 초청을 받은 작품이다. 나아가 올해 아카데미 남녀주연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되면서 이 영화에 대한 예술적 관심을 넘어 대중적 관심까지 높아지고 있다. 어찌보면 아주 단순한 명제인데, 인간의 질투, 남녀의 역학관계 등이 가미되면서 심장 쫄깃한 스릴러로 탈바꿈했다. 감독의 현실에 대한 탐구와 장르에 대한 도전정신이 빛을 발한 작품으로 풀이된다.

<페어 플레이>를 페미니즘 영화로 규정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여성의 능력과 남성과의 대결구도가 나온다고 모두 페미니즘 영화로 잘못된 꼬리표를 붙여서는 안된다. 다양한 예술이 사회적 의미를 안고 대중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줄 수 있도록, 흑백 논리는 접어두고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즐겨야 한다. 특히 OTT의 시대, 세계의 다양한 콘텐츠를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온 만큼 다양성에 대한 열린 시선이 ‘진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전제조건이 되어야 할 것이다.

글쓴이

이현민 대중문화평론가

이현민은 대중문화평론가, 한중 콘텐츠 연구자로 로앤컬쳐 대표를 맡고 있다. 중국 북경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에서 문화콘텐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공공기관 정책연구원으로 근무한 경력을 바탕으로 대중문화 연구의 이론과 실제를 적용하고 있다. 현재는 대학에 출강하며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저서로는 <대중문화, 이슈로 답하다>, <입체적 한중 대중문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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