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처럼, BTS도 ‘병역특례’ 안될까?

[이현민의 대중문화 낯설게 하기] e-스포츠 선수들 자격있나 논란 일어 국악도 국내 대회 입상자엔 적용되는데, 대중 예술은 병력 특례 적용 안돼 ‘모순’ 대중예술에도 적용하고 역할도 인정해야

완전체 모습의 방탄소년단(BTS).
완전체 모습의 방탄소년단(BTS).

병역 특례, 그 영원한 논쟁 과제

병역 문제는 우리나라 남성 젊은이들의 영원한 애증물이다. 가장 신체 건강하고 꿈 많을 나이에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병역의 임무를 이행해야 한다. 대부분의 남성들이 원치 않는, 하지만 휴전 국가라는 역사의 무게 아래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고 있지만, 군대에 자발적으로 가고 싶은 남성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물론 해병대나 UDT에 자원하는 젊은이들도 있다. 국가의 부름이니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과거의 남성들과는 달리, 자신의 생각과 행동에 대한 자유, 공정에 대한 의견이 많아진 요즘 젊은 청년들에게 군대는 가능하다면 빠지고 싶은 삶의 무게다.

그래서인지 군대와 관련된 사회적 이슈에 남성들은 할 말이 많다. 그 어떤 사회적 이슈보다 격론이 이뤄진다. 유승준 사건에 대한 대중문화적 관심이 아직도 격한 것을 보면, 남성들에게 군대의 의미는 그야말로 애증 그 이상일 것이다.

최근 아시안게임을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다시 군 면제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아시안게임 참가 선수들, 특히 올해 첫 정식 채택된 e-스포츠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 병역이 모두 면제되면서 ‘아시안게임 금메달 군 면제’ 이슈는 더욱 큰 논쟁의 씨앗이 되었다. 해당 논란이 일자 이미 병역의 임무를 시작한 BTS(방탄소년단)까지 재소환되며, 예술 체육인의 병역 특례에 대한 갑론을박이 격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논란이 되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에게 주어지는 병역 혜택이 시대적 흐름에 맞느냐는 논의, 그리고 e-스포츠도 스포츠냐며 병역 특례를 받는 것은 과하다는 주장이다.

두 가지 논란의 공통적 화두는 ‘국위 선양’의 의미와 범위에 대한 부분이라 할 것이다. 예술 체육인에 대한 병역 특례 제도가 여타 군 면제와는 달리 논란이 많은 이유는 ‘국위 선양’이라는 모호한 조항 때문이다.

1973년 예술·체육계 종사자들에게 “한국을 국제 사회에 알리는 국위 선양”의 동기와 자긍심 부여 차원에서 특례 혜택이 주어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국제 대회 등 입상의 기준을 나름 명확히 하고는 있지만, ‘국위 선양’이라는 의미 자체의 모호성에 기인해 현재의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이라는 나라를 세계에 각인시킬 수 있는 다양한 예술, 체육 행위가 국위 선양이라는 가치로 수렴되는 것이라면 대중문화가 행하고 있는 국제 사회에서의 활동은 왜 국위 선양에 도움이 되지 않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혹은 1973년 기준에서 제정한 ‘국위 선양’의 의미를 이제는 시대에 맞게 바꿔야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모호성’에서 기인한다.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리그 오브 레전드(LoL) 결승에서 한국 선수들이 2세트에서 승리하며 금메달을 확정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리그 오브 레전드(LoL) 결승에서 한국 선수들이 2세트에서 승리하며 금메달을 확정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고전 예술은 괜찮지만 대중 예술은 안돼?

스포츠 뿐만 아니라 클래식 등 순수 예술의 경우, 병역 특례 기준에 부합하는 (입상) 결과가 있을 경우, 병역 특례 혜택을 받는다. 예술은 클래식·무용·국악 등 순수 예술 분야로 한정된다. 인정 가능한 대회 목록도 상세히 살펴보면 42개 분야가 있는데, 그 중에는 국악 등 국제대회가 없는 분야는 국내 대회도 인정한다. 대회의 입상은 국위 선양과 직결된다는 판단이 병역 특례를 가능케했다. 당연히 대중 예술은 어느 조항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대중 예술에 대한, 세계에서 인정하는 다양한 시상식이 있지만 그 어느 것도 인정 가능 목록에 포함되지 않는다.

대중 예술은 이미 문화 예술의 중심에 서 있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사회·문화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성장동력 중 하나다. 우리나라를 소개하는 가장 쉬운 ‘자기소개서’가 된 것도 이 대중 예술이다. 하지만 대중 예술은 늘 저평가된다. 예술 우열화의 중심에서, 대중 예술은 고급 예술에 비해 저급하거나 가치가 없는 것으로 평가받으며 예술 정체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깊이 깔려있다.

특히 BTS의 예술 체육인 병역 특례를 반대하는 이들은 그들의 활동이 개인의 영리를 위한 돈벌이 수단이지, 국가적 의미나 국위 선양을 위한 행보가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순수 예술자들의 목표는 국위 선양이고, 대중 예술의 목적은 돈벌이라는 판단 기준은 앞뒤가 맞지 않다. 이미 수많은 국가 행사에 최우선 순위로 동원되거나 시민들로부터 동원되길 바라는 게 BTS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국위 선양의 기준을 어디까지 인정해야하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UN연설에 BTS가 동원된 것을 보면 의아하면서도 우리나라의 얼굴인가 싶기도 하다. 따라서 대중예술 역시 병역 특례 인정항목으로 고려함과 동시에, 국제 시상식의 종류와 위상, 일정 이상의 수상 결과 등 명확한 기준 마련해 대중 예술인들의 예술 활동에도 분명한 의미 부여가 필요해 보인다.

이는 e-스포츠 논란과도 일맥상통한다. e-스포츠가 무슨 스포츠냐며 병역 특례는 말이 안된다는 식의 논리는 억지스럽다. 만약 문제를 제기한다면 아시안게임 종목에 채택된 ‘경위’에 문제를 제기해야 할 일이지, e-스포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주제에서 완전히 벗어난 비난이다. 이같은 논란과 판단을 종합할 때, 현재적 의미의 국위 선양의 기준과 새 시대에 맞는 예술과 체육의 의미와 역할, 이에 대한 개념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이러한 근본적인 합의 없이 ‘누더기식’ 병역법 개정은 오히려 사회적 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병역에 동원할 인구는 감소한 반면, 나라의 위상은 1973년의 그때와는 많이 높아졌다. 또한 문화와 예술, 특히 대중 예술의 위상이 과거와 현재 사이 극명한 온도차를 보이는 만큼, 이에 대한 새로운 기준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예술과 체육이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커졌다. ‘병역 면제’에만 무게 중심을 실을 것이 아니라, 이들의 역할에 대한 인정도 필요한 시점이다.

글쓴이

이현민 대중문화평론가

이현민은 대중문화평론가, 한중 콘텐츠 연구자로 로앤컬쳐 대표를 맡고 있다. 중국 북경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에서 문화콘텐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공공기관 정책연구원으로 근무한 경력을 바탕으로 대중문화 연구의 이론과 실제를 적용하고 있다. 현재는 대학에 출강하며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저서로는 <대중문화, 이슈로 답하다>, <입체적 한중 대중문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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