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셀러브리티’, SNS발 인간성 상실극

[이현민의 대중문화 낯설게 하기] 혐오하다 ‘셀럽’이 되는 주인공 서아리 자신을 잃고 허영만 쫓는 삶을 고발 사회문제 모두 다 짚으려...과한 욕심 난무 고발 장면, 현실의 단면 적나라하게 드러내

넷플릭스 드라마 '셀러브리티' 포스터.
넷플릭스 드라마 '셀러브리티' 포스터.

SNS 피로증후군에 시달리는 대중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Meta)는 트위터의 대항마로 ‘스레드’라는 새로운 SNS 플랫폼을 내놓았다. 실행 닷새 만에 가입자 수 1억 명을 돌파하며 트위터의 위상을 흔들고 있다. 스레드는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과는 다르게 ‘텍스트 기반 채널’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500자 제한의 짧은 게시글과 함께 사진 및 동영상을 업로드할 수 있다. 광고로 도배된 기존 SNS 이용이 불편하거나 텍스트 중심의 SNS 이용을 선호하는 이들, 또 오너 리스크 등으로 탈(脫) 트위터를 원하는 이들을 위한 대안 SNS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스레드’가 아직은 광고를 노출하지 않는 만큼, 부담 없이 자신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필요한 정보를 쉽게 검색할 수 있다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물론 언제까지 광고가 노출되지 않을지는 미지수이다.

새로운 SNS의 등장 소식에 반응은 엇갈린다. 업계는 요동쳤지만,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른바 SNS 피로증후군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새로운 SNS는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 SNS 피로증후군의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다양한 종류의 SNS가 이용자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보다 어느 순간부터 ‘자기 과시’의 수단이 된 SNS로 인해 ‘인간성 상실’을 경험하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정확치 않은 (광고성) 정보들, 자기 과시형 게시물, 이로 인해 타인의 일상생활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대중이 늘면서 ‘나’ 자신은 사라지고, ‘SNS속 나’만 남고 있다.

새롭게 탄생한 신분 ‘셀럽’

뿐만 아니라 하나의 거대 산업이 된 SNS 상거래는 ‘셀럽(인플루언서)’이라는 새로운 직업군을 탄생시켰다. 셀럽들은 SNS를 통해 자신의 일상 생활에 제품을 녹여내어 판매한다. 대면한 적 없는 셀럽의 삶이 SNS를 통해 실시간 생중계된다. 이른바 ‘라방’으로 일컬어지는 SNS 라이브 방송은 트렌드의 중심이 되고,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대면한 적 없는 이들과도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해졌다. 대중들은 셀럽을 가까운 지인쯤으로 착각하거나, 그들의 삶을 동경하고 그들의 일부가 되길 희망한다. 신흥 귀족과 시녀라는 속어가 유행어처럼 번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로 인한 부작용은 다양하다. 유명해지기만 하면 돈이 되는 세상이 된 듯한 SNS 속 세상은 대중들의 삶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셀럽들의 일반적이지 않은 삶을 동경하고, 자신을 비교하며 우울해하거나, SNS 속 행복한 순간을 담기 위해 수입을 크게 초과하는 지출을 서슴지 않는 등 나열하기조차 힘든 인간성 상실이 펼쳐지고 있다.

문제적 드라마 <셀러브리티>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셀러브리티>는 이러한 SNS 세계를 작정하고 파헤쳤다. 화려한 SNS 속 숨겨진 어두운 그림자, 셀럽도 대중도 인간성 상실을 겪고 있지만, 알지 못했던 정확한 실체를 낱낱이 그려냈다.

<셀러브리티>는 SNS 세상 속 셀럽들의 화려하고 치열한 민낯을 그리며 최근 넷플릭스 글로벌 TOP10 TV(비영어) 부문 1위에 등극하는 등 화제를 모으고 있다. 드라마는 일반인이었던 ‘서아리(박규영 분)’가 셀럽이 되는 과정을 통해 SNS 셀럽들의 추악한 민낯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개인과 사회의 문제를 소상히 다뤘다.

<셀러브리티> 속 사람들은 소위 ‘계급’으로 나뉘는데, 재벌이나 정치인의 자제로 구분되는 일명 ‘찐 부자’, 유명세 하나로 신분 상승을 이루어냈다고 믿는 셀럽, 그리고 이를 추종하는 시녀들로 분류되는 대중들이 있다. 이 분류는 그들 자신의 유명세와 권력을 자화자찬하기 위한 ‘셀럽 분류법’으로, 주인공 ‘서아리’는 이를 혐오했지만 점점 이 분류법을 이용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드라마는 SNS를 중심으로 인간의 원초적 본능과 욕망은 물론, 정·재계의 혼맥, 셀럽들의 마약 파티, SNS 상거래의 사기 행각, 악플러, 딥페이크 사기까지 수많은 사회적 문제를 수면으로 올렸다.

특히 셀럽의 삶을 너무 동경한 나머지 익명성 뒤에 숨어 악플과 허위사실 유포로 인생을 망쳐버리는 한 여성의 최후를 통해, SNS 세상 속에서 자신을 잃고 허영 만을 쫓는 삶이 어떻게 인간성 상실로 이어지는지 고발했다.

이슈화는 성공했지만 너무 많은 시사점

하지만 <셀러브리티>는 이슈화에는 성공했지만, 드라마로서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우선 SNS를 둘러싼 너무 많은 사회적 문제들을 다 언급하려다 보니, 이야기의 중심은 사라졌다. 특히 ‘진태전(이동건 분)’의 ‘서아리’를 향한 분노의 명분이 너무 약했다. 또 특정 사건으로 긴장감과 추리력을 유발하지만, 느슨한 긴장감에 오히려 지루함이 느껴진다. 뿐만 아니라 국내 드라마를 비판할 때 항상 거론되는 하나, ‘다 된 밥에 로맨스 뿌리기’가 드라마의 발목을 잡는다. SNS의 문제점 및 사회적 이슈들을 밝히고 고발하는 데만 집중해도 산만한 스토리가 ‘절대 빠져서는 안될’ 로맨스 때문에 더욱더 산으로 가는 느낌이다. 과함이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을 잘 보여주는 드라마의 전형이다.

그럼에도 우리 일상생활에 뿌리 깊게 박힌 현 세태를 신랄하게 고발하여 많은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 드라마 <셀러브리티>, 아쉬운 점은 많지만 시사하는 바는 크다.

글쓴이

이현민 대중문화평론가

이현민은 대중문화평론가, 한중 콘텐츠 연구자로 로앤컬쳐 대표를 맡고 있다. 중국 북경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에서 문화콘텐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공공기관 정책연구원으로 근무한 경력을 바탕으로 대중문화 연구의 이론과 실제를 적용하고 있다. 현재는 대학에 출강하며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저서로는 <대중문화, 이슈로 답하다>, <입체적 한중 대중문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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