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려면 기업도 ‘남의 DNA’ 받아들여야
[하영균의 진화생태경제학] 생물 진화에 왜 유성생식이 유리할까 외부DNA로 다양성 확보...멸종 피한다 기업도 내부DNA외 새 DNA 항상 이식해야
무성생식보다 유성생식이 유리한 까닭
생물을 딱 두가지로만 분류한다면, 무성 생식 생물과 유성 생식 생물로 구분된다. 무성생식은 자신의 유전자와 똑같은 유전자를 지닌 자손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에 반해 유성생식은 자신의 유전자 50%에다 같은 종의 다른 생명체의 유전자 50%를 받아서 결합해 자손을 만드는 것이다. 이때 자신과 다른 생명체를 구분하는데 이를 암컷 또는 수컷이라 한다. ‘주는 쪽’은 수컷으로, ‘받는 쪽’은 암컷으로 불린다.
자기 복제를 해 만들어 내는 자손이 자신의 유전자를 훨씬 많이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개체의 입장에서는 무성생식이 더 유리하다. 또한 온전히 자신만의 유전자를 남기기 때문에 짝짓기 같은 ‘비효율적인’ 행위를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생명체의 진화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성생식으로 나아갔다. 당연히 유성생식이 유리하기 때문에 그 방향으로 진화를 했을 것이다.
다양한 연구를 통해서 알려진 것은 유성생식이 훨씬 개체의 번식률과 생존률을 높이는 전략이라는 점이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지 여러가지 이유 중 가장 중요한 이유로 꼽히는 것은 바로 다양성이다. 무성생식의 단점은 다양성이 부족하다. 즉 하나의 유전자만 계속 만들어지면 그 유전자를 가진 생명체에 대해서 천적이나 바이러스가 생기게 되고, 자칫 잘못되면 바로 멸종당할 수 있다. 또한 유전학적으로 증명이 된 것은 똑같은 유전자를 복제하면 조금씩 다른 게 복제되어 나타난다는 점이다. 동물 복제 현상을 보면 똑같은 유전자를 복제했지만 복제된 동물은 그전의 동물에 비해 약간씩 부족한 면이 나타난다.
그리고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복제된 원래 동물의 나이가 많으면 새로 복제되어 태어나는 동물의 나이도 많게 나와서 결국은 빨리 죽는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생명체의 무성 유전자 복제는 그만큼 위험이 많은 복제다. 특히 유전자의 길이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그런 오류가 나타나기 쉽다. 이처럼 무성 생식보다는 유성 생식이 유전자 복제에서 유리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 무성생식을 하면 무조건 멸종할 것이라고 전망할 지 모르지만, 자연계는 그렇게 쉽게 한 방향으로만 가지 않는다. 바이러스나 짚신벌레 혹은 곤충들 중에는 무성생식을 하는 종들이 많다. 이들은 그 나름의 이유로 살아 남고 있다. 두 가지의 이유가 있는데, 첫째는 유전자의 변이가 적은 경우이고, 둘째는 그나마 그 속에서 약간의 다양성을 가지고 있어서 진화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이러스가 변종이 생기는 것도 길게 보면 일종의 진화다. 분명 똑같은 유전자를 물려 받았지만 그 변종이 생기는 것은, 바로 변종이 등장할 만큼 유전적인 변화가 있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무성생식 동물은 진화의 단계상 낮은 수준의 진화에 해당한다. 그만큼 유전적 정보가 적다는 것이며, 그래서 아직도 무성생식이 유리한 조건에 해당한다.
고등생물에선 유성생식...멸종을 피한다
하지만 고등생물로 진화를 하면 할수록 유성생식이 중요해진다. 유성생식을 하면 다양성이 증대된다. 모든 유전자는 열성인자(Q)와 우성인자(P)를 가지고 있는데, 그리고 암컷(F)과 수컷(M)으로 구분을 하면 이것들의 조합으로 자손들이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FQ, FP, MQ, MP 등으로 만들어 지기 때문에 다양성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때 다음 전략이 중요하다. 이렇게 결합할 때에도 유전자 선정과정이 생긴다. 즉 환경에 살아남을 수 있는 유전자만 살아남는 선택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교미 후 알을 가능한 많이 뿌리는 곤충은 알이 부화했다 하더라도 그 알이 성충으로 만들어지기 까지의 생존율은 낮다. 하지만 생식과정에서 경쟁을 거쳐야 하는 척추 동물의 경우는 그 자손의 수가 상대적으로 매우 적다. 대표적으로 말이나 소 등은 대부분 하나의 자손만 갖는다. 이미 생식과정에서 경쟁을 통과한 우수한 형질만 살아 남았기에 한 두 마리의 자손으로도 충분히 종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포유동물의 경우는 자손을 일정 기간 배속에서 보육하고, 자손이 바깥에서 충분히 활동할 수 있을 때 출산을 한다. 오래 살면서 또 자손을 계속 낳는다.
이처럼 유성 생식을 하더라도 생명체의 다양성을 증대시키는 방법이 다르다. 알을 많이 뿌리는 종일수록 생존 기간이 짧은 반면, 생식 과정에서 이미 경쟁을 통해 걸러지는 생물은 평균적인 생존기간이 길다. 진화적으로는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 따라서 유성 생식일 수도 있고 무성 생식일 수 있다. 그리고 유성 생식도 생존기간에 따라서 다르게 진화하는 것이다.
다양성을 획득하는 중요한 환경 요인으로 공간 이질성과 시간 이질성이라는 변수가 있다. ‘공간의 이질성’이란 서식지의 변화를 의미하고, ‘시간적 이질성’이란 세대가 바뀌면서 이루어지는 환경 변화를 말한다. 이런 공간 및 시간의 환경 변화는 생명체로 하여금 그 환경에 적응하고 생존한 종만 후대를 이어 갈 수 있게 만든다.
그러나 생명체 자신은 그 변화가 무엇인지를 모른다. 그러니 다양성을 획득한 종은 변화된 환경에 적응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지 못한 종은 결국 특정한 환경에서 멸종을 당하게 된다. 간단한 예로, 생명체를 파괴하기 위해서 풀어야 하는 자물쇠가 많다면 하나의 열쇠로 풀지 못한다. 하지만 아무리 강력한 자물쇠라고 하더라도 하나의 열쇠만으로 풀 수 있다면 어느 시점에서는 그 열쇠를 풀어내는 천적이나 진화한 기생생물로 인해 멸종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다양성은 생명체의 연속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되는 셈이다.
무성생식하는 기업과 유성생식하는 기업
다양성이 필요한 현상은 생명체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산업생태계에서도 분명히 필요한 현상이다. 기업들이 오랫동안 살아남은 경우를 보면 딱 2가지로 나뉘어지는데, 그중 하나는 시장이 좁고 품목도 단순하고 인간 생존에 꼭 필요한 요소를 가지고 있는 사업인 경우다. 대표적으로 식품업, 양조업, 호텔, 특수 건축업 같은 업종이다. 시장은 좁고 경쟁자가 등장하지 않거나, 특히 사업상의 진화가 더 이상 필요없는 곳에서 기업이 살아남는 경우인데, 마치 무성 생식을 하는 생물체의 특징과 비슷하다.
또 하나는 끊임없이 다양한 사업을 해나가면서 영역 확대를 하는데 다양성을 가지고 있어 시장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적응한 기업들이다. 이런 기업들의 특징은 유성 생식을 하는 경우와 비슷하다. 이들 기업은 또 두가지로 나뉘는데 끊임없이 분열하는 경우로 주로 중소기업에 해당한다. 다른 하나는 규모를 키워가면서 시장을 장악해서 변화에 주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업이다. 즉 대기업인 셈이다.
기업이 다양한 중소기업으로 분화를 하는 것은 좋은 진화의 방안이라 할 수 있다. 분화하는 조직 속에는 중소기업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영유전자(DNA)가 끊임없이 전달된다. 중소기업으로 분화가 되었지만 그 정신은 살아 남아있고 그 정신으로 변화에 적응한다. 이런 중소기업은 성장을 하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정신이 남아서 다시 변화에 적응하는 중소기업으로 분화를 시도한다.
이때 중요한 것이 바로 클러스터다. 마치 동일한 유전자가 담긴 그릇의 역할을 한다. 이런 중소기업들이 살아남아 한 지역에 몰려 있으면 비록 중소기업 하나 하나는 힘이 약하고 변화에 대응하기 힘들지만, 지역 클러스터가 하나의 협동체 역할을 해 변화를 이겨내는 힘을 갖추게 한다.
특정 산업이 특정 지역의 클로스터에서 성장, 유지, 발전하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세계적인 산업 클러스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 담긴 경영유전자(DNA)를 발견할 수 있다. 그 정신이 그 지역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진화하게 만든다. 만일 그 DNA를 파괴할 만큼 강력한 독점 기업이 등장하면, 그때는 그 지역의 산업 클러스터가 무너진다. 수십년간 만들어진 클러스터가 사라지는 경우다.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중소기업들로 진화를 못하거나 아니면 독점 기업의 등장으로 그 경영유전자(DNA)가 무너지면서 발생하는 경우다.
생식의 또 다른 방향인 고등 진화는 마치 대기업이 진화해온 것과 같다. 대기업들은 자신만의 생존 전략을 통해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공룡처럼 어느 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어느 대기업이든 자신의 경영유전자(DNA)를 지키면서 대기업으로 유지 발전하기를 원한다. 이런 대기업은 ‘새로운 산업으로의 전환’이라는 선택을 통해 진화한다.

새로운 DNA를 받아들여야 영속한다
한국의 재벌들이 오랜 시간 한국에서 살아남은 것은 이런 변화의 순간에 그 변화를 받아들인 신사업이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의 경우는 무역→제분 제당→ 섬유→ 전자→ 반도체→ 휴대폰 등의 신사업의 변화를 통해 기업이 성장했다. SK도 섬유→ 정유→통신→ 반도체 등으로 변화를 했다.
어느 시대에 어떤 신사업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대기업들의 운명이 결정된다. 즉 경영 유전자(DNA)를 유지하면서도 최적의 신사업을 생식하듯 접목 시킨 기업들은 살아 남았고, 자신이 하는 사업에만 집중했던 기업들은 몰락했다. 변화를 받아들인 기업들만 살아남은 것이다. 즉 다양성을 확보함으로써 변화에 적응할 수 있었던 기업들만 살아남았다.
다양성을 확보하는 방식이나 범위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갈리기도 했다. 경영의 역사속에 ‘이상한 선택’이라고 했지만 결국은 좋은 성과를 보인 기업은 바로 그가 가진 DNA의 영향이 크다. 그렇다고 한가지의 경영 유전자(DNA)만으로 결정이 되는 것이 아니라, 마치 고등동물의 유전자(DNA)가 길어지면서 다양성을 품듯이 대기업들도 그 속에 담긴 경영유전자(DNA)의 깊이만큼 신사업을 받아들이고 적응하게 된다. 우성인 유전자가 생식을 통해 외부의 유전자를 받아들여 새로운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신사업을 개척하는 것이다.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경영유전자(DNA)가 진화를 이끈다. 이것이 대기업이 산업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이다.
역사에서 환경 변화에 적응하고 그 대응을 잘한 기업들은 살아남았다. 그런 기업들은 규모도 크고 역사도 길다. 반면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한 두 세대가 지나면 사라졌다. 기업이 다양성을 획득하는 가장 중요한 방식은 바로 조직의 경직성을 극복하는 일이다. 조직이 경직되어 있으면 다양성을 획득할 수 없다. 경직성은 하나의 방향 이외에는 인정하지 않는 자세다. 사장의 생각이든, 기업의 특징이든, 아니면 의사결정 패턴상의 경직성이든 여러가지 원인으로 조직의 다양성을 만들어낼 수 없다.
외부적인 변화 즉 새로운 경영 유전자(DNA)를 받아들이는 출발은 바로 조직내의 경직성을 풀어내고 다양성을 흡수하는 노력이라 할 것이다. 유연한 조직과 원활한 의사 소통이 자유로운 조직,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조직을 만들 수 있지만, 그 또한 쉽지는 않다. 자신만의 경영 유전자(DNA)가 사라질 것 같은 불안감 때문이다.
하지만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생물체의 유성생식처럼 외부로부터 새로운 경영 유전자(DNA)를 받아들이면서도 그 기업이 가진 우성 경영 유전자(DNA)를 유지할 수 있을 때 기업은 살아남는다.
다양성은 바로 그런 실패를 받아들이고 또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형성된다. 한국 기업들도 이제는 그 선택의 시기에 와 있다. 누가 먼저 하는가에 따라 그 기업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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