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열은 왜?...끊이지 않는 문화계 표절 시비

[이현민의 대중문화 낯설게하기] 대중의 눈과 귀를 의심하지 말아야 표절, 예술가이길 포기한 것 아닌가 구체적인 기준과 방지法 제정하자

표절 시비에 휘말린 유희열. 사진=연합뉴스
표절 시비에 휘말린 유희열. 사진=연합뉴스

유희열의 명성에 금이 갔다. 음악가에게 가장 치명적인 표절 시비로 말이다. 이로 인해 장수 프로그램이자 KBS 간판 음악쇼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도 하차했다. 유희열은 가수이자 작곡자로서, ‘토이’로 명성을 쌓고 라디오 등에서 입담을 뽐내다가 TV쇼 MC로까지 승승장구하였다. 그만큼 음악가로서의 색깔이 그가 가진 고유의 아이덴티티로 평가된다. 뿐만 아니라 ‘음악성’ 덕에 기획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안테나’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그는 아이돌 음악이 점령한 우리 음반계에 고유한 색깔을 유지하며 음악하는 가수들을 육성하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 그가 표절 시비로 많은 프로그램에서 불명예 하차하게 되었고, 이에 대한 갑론을박도 매우 뜨거운 상태이다.

음악평론가들의 입장은 다양하다. MBC <100분 토론>에서는 유희열의 표절 논란과 관련해 매우 단호한 입장이 나왔다. 그의 표절은 객관적 양심과 의도를 이야기하기 민망한 수준이라는 의견까지 나왔다. 작곡과 편곡을 해왔던 그가 이를 몰랐을 리 없다는 것이다. 반면 유희열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의 음악 표절 시비와 관련해, 원곡자가 확인한 사안을 두고 제3자가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고, 8마디가 같다고 해서 표절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사실 대중문화계의 표절 논란은 비단 음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해 가수 솔비의 미술 작품이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이 또한 원작자와 어떠한 법정 공방이 일어난 것은 아니지만, 대중들의 시선은 물론 전문가의 시각으로 보아도 비슷해보이는 것을 넘어선 수준의 “유사성”이 발견됐다. 하지만 솔비는 ‘오마주’라는 용어로 표절 의혹을 강력하게 부인했다. 유희열도 비슷하다. “비록 유사한 부분이 있으나, (다수의 표절 의혹 제기에 대해) 동의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유희열 본인이 ‘레퍼런스’라는 단어를 꺼내진 않았지만, 그의 해명에는 ‘레퍼런스’, 즉 참조의 느낌이 강하게 풍긴다.

예술가의 안일함, 예술가의 예술을 대하는 자세

예술가에게 ‘오마주’와 ‘레퍼런스’처럼 빠져나가기 좋은 출구가 있을까? 세상 모든 예술에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다고 하지만, 오마주와 레퍼런스에 관대해진 예술가는 유희열 사태와 같은 일에서 영원히 자유로울 수 없다. 그저 언젠가는 문제가 터질 것을 알면서도, ‘나는 발각되지 않겠지’하는 안일함만 커질 뿐이다. 사실 대중문화, 현대 예술의 본질에서 패러디, 오마주, 모티브는 대중문화를 더욱 화려하게 꽃피우는 하나의 도구이다. 하지만 이 도구들의 역할은 무단 복제와는 차원이 다르며, 원작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한 재창조에 그 의미가 있다. 원작자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은 일종의 절차상의 문제인 것이지, 그 경계는 예술가 본인 스스로가 만들어가야 할 문제임이 분명하다.

조용히 넘어가면 나의 천재성, 발각되면 오마주나 레퍼런스가 되는 예술을 우리는 과연 진정한 예술이라 할 수 있을까? 혹자는 일련의 상황들을 저작권침해 등 법적인 시각으로만 설명하려 한다. 하지만 이는 법적인 해석의 문제가 아닌, 예술가의 자기 정체성에 대한 문제로, 스스로에 대한 자각과 반성이 필요한 사안이다.

유명 예술가에게 예술은 더 이상 배고픈 직업이 아니다. 대중문화에 유명세가 붙은 작품은 높은 수익과 막대한 부를 보장한다. 어쩌면 막대한 부와 명성에 매몰되어 스스로 예술가이기를 포기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하는 것이다.

대중의 인식 전환, 유희열의 묵히기가 문제 더 키워

유희열은 <생활 음악>의 첫 표절 의혹이 제기되고 약 6개월여 시간동안 이에 대한 해명도 답변도 하지 않은 채 묵히기에 돌입했다. 유희열의 무대응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켰고, 결국 지금과 같은 슬픈 결말에 이르고 말았다. 표절은 원작자가 고소해야 성립되는 친고죄이기 때문에 제3자가 자칫 몰아가기식 여론을 형성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고, 세계 각국의 많은 다양한 예술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지금, 대중의 눈과 귀는 그 어떤 평가자보다 정확할 수 있다. 다수가 보고 느끼기에 비슷하다면 이는 ‘무지한’ 대중의 판단이 아닌, 오히려 예술가가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할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레퍼런스(참조) 삼아 곡을 제작하면서 출처를 밝히지 않는 등 정도가 심해지는 음악계 관행을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또 문제가 발생하면 당사자간 협의로 사건을 묻어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이 같은 상황에 대한 대중문화계 전체의 각성과 더불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나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 누구나 그저 그럴 수도 있다는 안일한 판단과 대처 대신, 구체적인 기준을 통해 창작자의 예술이 가치있고 보호받아 마땅한 자산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노력을 통해 무형의 자산이 충분히 보호받고, 또 보호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당연해지는 시대가 도래해야 한다.

글쓴이

이현민 대중문화평론가

이현민은 대중문화평론가, 한중 콘텐츠 연구자로 로앤컬쳐 대표를 맡고 있다. 중국 북경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에서 문화콘텐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공공기관 정책연구원으로 근무한 경력을 바탕으로 대중문화 연구의 이론과 실제를 적용하고 있다. 현재는 대학에 출강하며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저서로는 <대중문화, 이슈로 답하다>, <입체적 한중 대중문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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