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늘 예술을 물고 늘어지나

[이현민의 대중문화 낯설게 하기] ‘화사 논란’의 두가지 쟁점에 대해 화사는 대중예술인...대중 이해해야 시민단체도 예술 순기능 끝까지 믿어야

대중예술인인 화사는 지난 5월12일 성균관대 축제 무대에서 선보인 춤 동작이 성적 수치심을 유발했다며 형사고발됐다 문제가 된 부분은 화사가 앉은 상태에서 손을 입 부근에 가져다 댄 뒤 신체 특정 부위를 쓸어올리며 일어나는 동작이었다. 사진=연합뉴스
대중예술인인 화사는 지난 5월12일 성균관대 축제 무대에서 선보인 춤 동작이 성적 수치심을 유발했다며 형사고발됐다 문제가 된 부분은 화사가 앉은 상태에서 손을 입 부근에 가져다 댄 뒤 신체 특정 부위를 쓸어올리며 일어나는 동작이었다. 사진=연합뉴스

5월 화사 공연, 형사고발로 이어져

대중가수 ‘화사’ 논란으로 대중문화계가 여전히 뜨겁다. 이미 5월에 발생한 일인데,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것을 보면 화사가 현재 대중음악의 아이콘 중 한명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사실 기사거리와 이슈로 회자되고 끝날 수도 있었던 일이 지금까지 논란이 되는 이유는 해당 건이 형사고발을 당했기 때문일 것이다. 대체 무엇이 ‘화사 논란’이 되었고, 이를 어떠한 시각으로 보아야 할까?

화사는 지난 봄 국내 모 사립대학교의 축제 무대에 올랐다. 해당 공연은 tvN의 <댄스 유랑단> 프로그램을 동반하여 출연한 것이라, 사실상 일반적인 대학 축제 무대와는 그 의미가 조금 달랐다. 자신보다 많게는 수 십년 선배의 가수(김완선, 이효리, 보아 등)들과 함께 서는 무대였고, 그 무대가 방송을 통해 방영되기로 약속이 된 무대였다.(당연히 가수 본인은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화사는 래퍼 로꼬와의 콜라보 무대 곡 <주지마>에서 불필요한 손동작의 선정적인 퍼포먼스를 하였고, 이는 온라인 SNS 밈으로 수없이 공유되었다.

해당 축제 후, 수많은 일간지를 통해 해당 퍼포먼스는 ‘선정성 논란’이라는 이름으로 앞다투어 기사화되었다. 댓글 제한이 없는 사회면으로 기사화되었고, 화사 퍼포먼스 자체에 대한 의견과 더불어 화사라는 가수에 대한 무분별한 악플이 이어졌다. 사실상 SNS 밈도 밈이지만, 수많은 기사를 통해 해당 건은 전 국민적 이슈가 되었다.

그렇다면 화사의 퍼포먼스는 예술일까 외설일까? 화사가 표현한 예술은 직관적 몸짓을 통해 자신이 표현하고자 한 ‘예술’의 표현이었다. 감상자인 대중은 무대 전체를 통해 화사가 선보인 예술의 맥락을 이해하고 즐겼을 것으로 보인다. 분명 일부의 관람객은 전체 맥락에서 조금 벗어난 과한 손짓에 얼굴이 찌푸려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해당 곡 <주지마> 자체가 남녀의 농밀한 사랑 이야기를 베이스로 하고 있고, ‘대학 축제’라는 청춘의 열기를 더해주는 일종의 촉매제 역할을 했으리라 생각된다. 화사의 해당 퍼포먼스만 떼어 놓고 본다면, 비판의 목소리를 가하는 사람들이 많을 수 있다. 하지만 퍼포먼스의 맥락에서 이를 외설로 단정 짓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예술 스스로의 자정작용이 필요했다

화사의 퍼포먼스에 한 학부모 단체가 고발을 하면서, 해당 논란은 일파만파 커졌다. ‘바바리맨’보다 더 심각한 사회적 악영향을 준다며, 공연음란죄로 고발한 것이다. 이에 대한 비판도 상당하다.

우선, 학부모단체는 해당 공연에 참석하지 않았고, SNS 밈과 신문기사를 보고 제 3자적 입장에서 화사를 고발했다. 공연의 맥락은 살피지 않았을 것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글과 일부분의 영상만을 보고, 바바리맨에 준하는 법적 처벌을 주장하는 것은 도가 지나치다.

공연음란죄는 사실상 추상적이고 관념적이다. 물론 법에 ‘과도하고 노골적인 방법으로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고 성적 도덕 관념에 반하는 행위를 이른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그녀의 퍼포먼스를 바바리맨에 비유하는 것은 잘못된 비유이다. 그 목적과 의도가 다른 것에 같은 결과를 갖다 붙이는 것은, 비판이 아닌 비난이다.

그럼에도 양측 모두에 일정의 책임은 있다고 생각한다. 예술은 죄가 없다. 무슨 일만 발생하면 모두 ‘예술’을 운운한다. 그야말로 예술을 물고 늘어진다. 화사 측에서는 “예술이니까 가능한 것을 예술로 받아들이라”며 저항한다. 학부모단체 측에서는 “예술이면 모두 다 된다는 이른바 ‘예술 만능설’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판적 시각으로 대중문화를 바라보았던 테오도르 아도르노는 “예술은 자신 만의 카테고리에서 정치적 도구로 활용되지 않는 예술의 무기능성을 통해 사회에 저항하고 사회를 견지해야 한다”고 이야기하였다. 예술 자체로 이미 무기능적으로 사회적 순기능을 하고 있으니, 직접적인 정치적 도구로 예술을 이용하지 말고, 비사회적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중예술인’ 화사도 바람직한 대응 아냐

화사의 예술 활동이 아주 큰 의미를 담은 사회적 저항이었다고 보진 않는다. 본인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사회적 저항과는 큰 관련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국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다양한 무대를 통해 대중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시되는 대중가수에게 대중들의 의견과 평가는 참고해야 할 사안들이다. 고전 예술처럼 자신만의 카타르시스를 위해 하는 예술이 아닌, 대중의 예술이기 때문이다. 화사를 향한 악플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해당 퍼포먼스, 그녀의 예술 행위에 대한 대중들의 의견은 굉장히 신랄했다. 내가 듣기 싫은 소리는 다 악플이 아니듯, 일정 부분 대중의 의견을 참고하고 이에 대한 깊은 고민도 필요한 때이다.

또 시민단체도 예술을 정치나 사회문제로 물고 늘어질 것이 아니라, 사회적 분위기와 대중의 의견에 의해 자연스레 논의되고 치유되도록 놔두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모든 예술을 ‘나’의 잣대로 해석할 순 없다. 예술은 예술 그 자체로 예술의 순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예술을 물고 늘어지지 말자. 예술은 죄가 없다.

글쓴이

이현민 대중문화평론가

이현민은 대중문화평론가, 한중 콘텐츠 연구자로 로앤컬쳐 대표를 맡고 있다. 중국 북경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에서 문화콘텐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공공기관 정책연구원으로 근무한 경력을 바탕으로 대중문화 연구의 이론과 실제를 적용하고 있다. 현재는 대학에 출강하며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저서로는 <대중문화, 이슈로 답하다>, <입체적 한중 대중문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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