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작가주의 드라마가 되지 않기 위해서
[이현민의 대중문화 낯설게 하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용두사미 결말 인생드라마 될 뻔하다 실패한 이유는
작가의 가치관이 과하게 개입될 때
드라마의 ‘작가주의’는 최근 몇 년간 갑론을박의 대상이 되었다. 영화에서 시작된 작가주의라는 용어는 창작 콘텐츠의 다양한 영역에서 두루 활용되고 있다. 시대에 따라 그 의미는 조금씩 바뀌고 있지만, 드라마의 작가주의는 제작진(감독, 작가 등)의 주제의식, 스타일이 작품에 그대로 녹아드는 것을 말하며 작가 특유의 사회에 대한 시각과 관점이 노출되는 것을 의미한다.
드라마는 드라마로서 다양한 역할을 한다. 그 중에서도 여가와 휴식을 위해 드라마를 시청하는 시청자들에게 소신을 가장한 과도한 정치, 사회의식의 조성, 그리고 작가의 개인 성향이 개입된 드라마는 환영받지 못한다. 하지만 최근의 드라마 경향이 아무래도 단순한 로맨스물에 국한되지 않다보니 장르물에 치우칠수록 작가나 감독의 성향과 가치관이 개입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의 기조가 한쪽으로 편향되었거나 시청자들에게 ‘이것이 맞는 것’이라고 가르치는 듯한 인상을 강하게 풍길 때 시청자들은 거부감을 느낀다.
작가주의 성향이 강했던 작가 김수현의 경우, 당시 한국 사회에서 거부감이 강한 소재였던 불륜 등을 모티브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작가 특유의 톡 쏘아 붙이듯 내뱉는 대사처리가 마치 시청자들을 향해 쏘아붙이는 듯한 인상을 주었는데, 김수현식 대사가 초반에는 강한 중독성과 메시지를 주었지만, 시대가 흐를수록 이에 거부감을 느끼는 시청자들이 늘어났다.
아무래도 드라마를 일방향적으로만 시청하던 시대를 지나, 드라마에 대한 평가와 의견 개진이 자유로운 시대가 될수록 작가주의 성향이 강한 드라마 화법은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게 되었다. 특히 MZ 세대의 성향이라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어찌 되었든 자신의 생각과 소신을 밝히고 주관이 뚜렷한 요즘 세대에 다소 강한 작가주의, 그 중에서도 정치적 색깔이 강하게 드러나는 드라마에는 왠지 모를 거리낌이 느껴진다.
우영우의 용두사미, 캐릭터 붕괴죄?
앞선 칼럼에서 소개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ENA 채널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시청률 17%라는 경이로운 숫자를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에피소드 형식의 드라마답게 16회의 드라마 회차동안 다양한 법정 공방을 다루었다. 하지만 드라마의 초중반 이후부터 드라마의 소재가 된 사건이나 내용이 우리 사회에서 실제로 발생했던 사건들을 각색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이에 대한 갑론을박도 뜨거웠다. 특히 12화의 경우, 특정 정치인의 특정 사건을 비교적 상세히 다루면서도 이에 대한 미화 혹은 과장을 덧붙여 일부 시청자들의 원성을 샀다.
또한 피해자와 약자를 선정한 기준이나 악인과 가해자를 바라보는 시선에서도 작가 자신의 기준과 평가가 과도하게 개입되었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건에 대한 객관적이고 법리적인 기준인데, ‘국민정서법’에 치우친 사건 해결이 주를 이루는 등 작가 개인의 관점이 과도하게 개입된 듯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우영우에 대해 “캐릭터 붕괴죄”라는 우스갯소리가 트위터를 중심으로 확산되었고, 1800회 이상 리트윗되는 등 많은 이들이 아쉬워했다.
뿐만 아니라 권민우·최수연 변호사의 갑작스러운 로맨스나 우영우 출생의 비밀, 정명석의 와병까지 극 후반 한국 드라마의 전형적 클리셰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내용의 개연성 또한 무너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PPL없는 착한 드라마로 초반 인기를 끌었으나, 후반부에 개연성 없이 등장한 화장품 PPL도 시청자들의 원성을 자초했다.
이렇듯 우영우 드라마의 초반 강력한 힘과는 달리 ‘용두사미’의 결과가 만들어진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자폐인에 대한 새로운 시선과 사회적 메시지를 제시하고, 시청자들이 상세하게 알지 못했던 다양한 사회적 이슈의 내막을 살펴보게 하는 등 ‘우영우’가 던진 우리 사회의 숙제들은 그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초반 돌풍을 일으켰던 극의 완성도와 메시지가 삐걱거리기 시작하면서 작가가 시청자들에게 강조 혹은 강요하고 싶은 메시지만 남은 것은 아닌지 하는 아쉬움이 적지않다.
작가는 드라마의 시청자들이 모두 ‘깨어있는 지식인’이라는 생각으로 사회적 담론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부자는 악인, 약자는 피해자라는 단순한 프레임으로 시청자들을 설득하려 하는 것은 현시대에 더는 통하지 않는 메시지 전달법이다. 인생 드라마에 등극할 ‘뻔’ 했다는 시청자들의 평가는 그런 의미와 맥이 닿는 부분일 것이다. 시즌2가 나온다면, 급하게 마무리된 우영우 출생의 비밀도 조금 더 통쾌하게 풀릴 수 있을까? 우영우의 종영에 큰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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