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한국 드라마한테 어떤 존재일까

[이현민의 대중문화 낯설게 하기] ‘오징어게임’, 넷플릭스 덕에 에이미상 ‘우영우’, IP 지키며 넷플에 해외 방영권만 우영우는 큰 성공? 오겜은 결국 실패일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

‘오징어게임’ 에이미상 수상의 가치

예년 같으면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 시험의 장으로 평가받던 명절 연휴. 이제는 이러한 실험도 역사의 뒤안길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새로운 예능 론칭에 대한 뉴스는 이제 찾아보기 힘들어졌고, 명절 특집 예능에 대한 대대적 홍보도 없다. 반면 추석 연휴를 겨냥한 새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의 대중 평가와 월드 레코드에 대한 소식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명실상부 대중문화는 넷플릭스 시리즈와 아닌 것으로 나뉘는 시대가 된 것 같아 만감이 교차한다.

지난 9일 미국 LA시는 <오징어 게임>의 날을 제정하고, 매년 9월 17일을 기념한다고 밝혔다. <오징어 게임>이 다양한 의미에서 세계 대중문화계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쳤는지 증명하는 것 같다. 작년 추석을 겨냥해 선보였던 <오징어 게임>이 이 정도의 파급력을 가져올 것이라고 당시로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황동혁 감독은 자본과 심의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게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작품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 목표를 넘어 이제는 미국의 가장 저명한 드라마 시리즈 시상식 ‘에이미 상’의 드라마 감독상과 남우주연상까지 수상하였으니, 말로 표현하기조차 쉽지 않은 엄청난 쾌거를 이룬 것이다.

'에이미 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이정재 배우(왼쪽)와 감독상을 수상한 황동혁. 사진= 연합뉴스
‘에이미 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이정재 배우(왼쪽)와 감독상을 수상한 황동혁. 사진= 연합뉴스

반면 최근 한국 대중문화계를 뜨겁게 뒤흔든 작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오징어 게임>과는 조금 다른 행보를 보였다. <우영우>도 일찍이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을 수 있었지만, 제작사는 넷플릭스에 <우영우>의 해외 방영권만 판매했다. IP(Intellectual Property : 지적재산권)를 넷플릭스에 넘겨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우영우> 제작사 에이스토리의 판단은 정확했다. <우영우>는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 10위권의 방영 성적도 거두어들였다. 뿐만 아니라 <우영우>는 국내 인기에 힘입어 시즌2를 논의할 수 있게 되었고, 해외에 리메이크 판권 판매를 논의하는 한편, 뮤지컬, 웹툰, 우영우 굿즈까지 다양한 IP 사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오징어 게임>은 드라마 속 게임, 팝업 스토어 및 굿즈까지 모두 넷플릭스에 귀속되어 있는데, 완전히 다른 결과가 도출된 것이다.

IP를 가지면 성공? IP를 잃으면 실패?

<우영우>는 내수 시장과 해외 시장의 성공과 더불어 IP까지 확보한 그야말로 ‘킬러 콘텐츠’가 되었다. 제작사는 외주 제작, 즉 콘텐츠 하청업체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콘텐츠의 IP를 팔아넘기지 않는 것을 <우영우> 제작과 방영의 가장 큰 목표로 삼았다.

이 때문에 ENA라는 다소 생소한 채널에서 방송을 하게 되었고, 넷플릭스를 통해 해외 시장에도 작품을 선보일 수 있었다. 이는 <우영우> 제작사의 비즈니스 모델이자 미래를 위한 투자였던 것이다. 일각에서는 <우영우>의 성공 모델과 비교해 <오징어 게임>을 비롯한 여타 넷플릭스 시리즈물의 IP 부재가 마치 실패한 사업 모델인 것처럼 우려를 쏟아낸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이 IP를 가지지 못했다고 해서 과연 한국 콘텐츠 시장의 ‘아픈 손가락’이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이는 <우영우>와는 또 다른 문제이다.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가 내놓은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드라마 시리즈가 되었고, 이 때문에 수많은 시상식에서 여느 다른 미국 작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여 작품을 평가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미국의 수많은 저명한 시상식에 이름을 올렸을 뿐만 아니라 종국에는 가장 권위 있는 드라마 시상식 에이미상까지 거머쥘 수 있게 되었다.

작품의 내용은 충분히 한국적 소재였고, 디테일한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창구 역할도 했다. <오징어 게임>은 한국 문화라는 당연한 공식도 세워졌다. <우영우>가 아무리 인기가 있어도 내수 시장의 이미지를 벗을 수 없는 이유도 이러한 차이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넷플릭스 시리즈에는 그만의 색깔이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다. 넷플릭스 시리즈에는 확실히 아쉬운 암(暗)이 존재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확실한 ‘한방’이 있는 것도 이를 포기할 수 없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수리남’ 도전, 넷플릭스의 ‘명암’ 감수할까

올해 추석 연휴를 겨냥하여 전 세계에 방영된 <수리남>은 하정우-황정민 투톱의 조합과 연기가 기시감이 든다는 국내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수리남>은 넷플릭스 시리즈이다. 해외 시청자들에게 하정우-황정민의 연기는 그 어떤 할리우드 배우보다 신선함을 안겨줄 것이고, 그들의 연기력은 흠잡을 데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국내를 넘어 <수리남>의 해외 반응과 외신의 평가가 더욱 궁금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한국이 만드는 넷플릭스 시리즈의 기준이 <오징어 게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실제로 작품의 성공 기준을 <오징어 게임>으로 두는 과오를 범하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넷플릭스라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지금까지 겪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도전이 가능하다는 것이고, 이 정도의 파급력이라면 넷플릭스가 가진 ‘명과 암’을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글쓴이

이현민 대중문화평론가

이현민은 대중문화평론가, 한중 콘텐츠 연구자로 로앤컬쳐 대표를 맡고 있다. 중국 북경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에서 문화콘텐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공공기관 정책연구원으로 근무한 경력을 바탕으로 대중문화 연구의 이론과 실제를 적용하고 있다. 현재는 대학에 출강하며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저서로는 <대중문화, 이슈로 답하다>, <입체적 한중 대중문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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