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의 눈으로 본 노란봉투법
[김종철의 시민을 위한 헌법이야기] 입법전쟁에 돌입한 노조법 개정안 공존공영의 공화헌법 정신을 기준삼아야 경제민주화에 부합하는 노사관계 구축해야
- 노조법 제3조(손해배상 청구의 제한)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 노조법 제4조(정당행위) 형법 제 20조의 규정은 노동조합이 단체교섭·쟁의행위 기타의 행위로서 제 1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한 정당한 행위에 대하여 적용된다. 다만,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이나 파괴행위는 정당한 행위로 해석되어서는 아니된다.
- 노조법 제2조⑤ “노동쟁의”라 함은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이하 “勞動關係 當事者”라 한다)간에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하여 발생한 분쟁상태를 말한다. 이 경우 주장의 불일치라 함은 당사자간에 합의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여도 더이상 자주적 교섭에 의한 합의의 여지가 없는 경우를 말한다.
- 노조법 제42조(폭력행위등의 금지)① 쟁의행위는 폭력이나 파괴행위 또는 생산 기타 주요업무에 관련되는 시설과 이에 준하는 시설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시설을 점거하는 형태로 이를 행할 수 없다.
- “이 헌법의 기본정신은 정치적 민주주의와 경제적, 사회적 민주주의와의 조화를 꾀할려고 하는 데 있다고 말씀할 수 있겠읍니다. 다시 말씀하면 불란서 혁명이라든가 미국이 독립시대로부터 민주주의의 근원이 되여 온 모든 사람의 자유와 평등과 권리를 위하고 존중하는 동시에 경제 균등을 실현해 볼려고 하는 것이 이 헌법의 기본정신이라고 말할 수 있읍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든 사람의 자유와 평등을 기본원리로 하면서 이 자유와 평등의 국가 전체의 이해와 모순되는 계단에 이르면 국가권력으로서 이것을 조화하는 그런 국가체제를 생각해 본 것이올시다.” (헌법기초위원회전문위원 유진오의 국회발언, 헌법기초위원회의 보고 및 헌법안(제1독회) 제17호 [1948.6.8.])
- 헌법 제32조 ①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 ③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
- 헌법 제33조 ①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검경 직할체제로 정치가 ‘도구적 법치’의 제물이 되고 있는 와중에 노란봉투법이 입법전쟁의 전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개정하여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면제하거나 감경하자는 노조법 개정입법의 별칭이다. 최근 대우조선해양이 하청근로자의 파업행위에 대해 47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여 평소 노사문제에 무관심하거나 노동운동에 부정적이던 국민들의 관심마저 끌게 되면서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노란봉투법이 국회에 여러 건 발의되고 있다.
세부적인 개별 쟁점을 두고 입법적 논의가 있겠지만 매사가 진영논리가 지배하는 정쟁으로 변질되는 비타협적 정치현실에서 최고규범인 민주공화헌법이 정한 공존·공생·공영의 원칙을 기준으로 큰 가닥을 잡아보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노란봉투법의 핵심 쟁점
이번 제21대 국회에 발의된 노란봉투법의 핵심쟁점은 쟁의행위 면책 범위 확대, 쟁의 당사자 확대, 과도한 손해배상 제한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현행 노조법 제3조가 노조법에 의한 쟁의만을 손해배상에서 면책되도록 정하고 있어 개정대상이다. 노조법이 합법쟁의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면책조항의 실질이 좌우되다보니 현행 노조법처럼 매우 엄격하게 합법쟁의행위를 정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불법쟁의의 범위가 너무 넓어져서 헌법상 기본권인 근로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즉 노동3권을 과도하게 침해된다는 논란이 제기되어 왔다.
다음으로 현행 노조법 제2조 제2호에서 사용자를 쟁의 근로자와 직접 고용관계를 맺은 사용자로 좁게 설정하고 있는 것도 개정대상이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처럼 하청 근로자는 원청 사업주와 직접 고용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원청 대상 쟁의의 합법적 당사자가 될 수 없는 것이 문제가 된다. 실질적 영향력을 가지는 원청 사용자도 쟁의대상에 포함시켜 불법쟁의의 범위를 줄이는 것이 노란봉투법의 목표가 되고 있다. 첫 번째 쟁점과 마찬가지로 노동3권의 실질적 보장과 관련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현행 노조법은 쟁의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에 대하여 제한을 두고 있지 않은데, 그동안 기업들이 손해배상을 무기로 노조활동을 방해하거나 개별 근로자를 극단적 상황으로 내모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손해배상 자체를 제한하는 입법이 제안되고 있다. 개별 근로자를 제외하고 노조에게만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게 하거나 노조의 규모 등 다양한 사정을 고려하여 손해배상 상한액을 설정하거나 노조가 계획한 쟁의에 대해 불법행위가 생기더라도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방안이 다양하게 모색되고 있다. 민사관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손해배상소송이 제기되고 가압류가 쉽게 인정되는 문제 또한 대안이 모색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재계에서 재산권 침해라는 위헌론이 제기되고 있다.
노동헌법의 본질: 경제적 민주주의
노란봉투법의 쟁점을 민주공화헌법의 잣대로 평가하기 위한 선결과제가 있다. 노동헌법의 등장 배경에 관한 이해가 바로 그것이다.
우선 노란봉투법이 현안이 된 기본원인은 노동헌법의 등장배경이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공감되고 있지 못한데 있다. 재계 등 사용자와 같은 이해당사자를 비롯한 일반국민은 물론 국회와 법원에서 노동헌법의 등장배경을 소홀히 하다 보니 출발점부터 평행선이고 노사관계에서 모두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공존의 영역이 극도로 축소되어버린다.
제헌헌법 이래 우리 헌법은 경제적 민주주의를 추구하여 왔다. 이 점에 대해서는 제헌헌법의 주역 유진오 박사가 헌법기초위원회의 보고과정에서 정치적 민주주의와 경제적, 사회적 민주주의의 조화가 제헌헌법의 근본정신임을 명시적으로 설명한 바가 있다.
현행 헌법은 제119조 제2항에 국가가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조항을 두어 이 제헌헌법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우리 경제질서의 성격이 이미 많은 문제점과 모순을 노정한 자유방임적 시장경제를 지향하지 않고, 아울러 전체주의국가의 계획통제경제도 지양(止揚)하면서, “국민 모두가 호혜공영(互惠共榮)하는 실질적인 사회정의가 보장되는 국가”, 즉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이라든가 시장메카니즘의 자동조절기능이라는 골격은 유지하면서 근로대중의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민주복지국가 이상을 추구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
바로 이처럼 경제적 민주주의와 민주복지국가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노사관계의 기본원리가 바로 헌법 제32조의 근로의 권리와 제33조의 노동3권으로 구성되는 노동헌법이다. 제32조는 모든 국민에게 근로의 권리를 보장하면서 특히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 보장이 헌법적 공준임을 확인한다. 제33조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근로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다. 근로자가 노조를 결성하여 사용자와 함께 경제의 민주화를 달성함으로써 개인과 기업의 자유와 창의를 공정한 조건 속에서 존중하는 것이 민주공화국을 지향하는 대한민국 헌법이 설정한 경제질서의 기본이다.
노동헌법은 노사관계에 있어 자본주의적 시장경제를 민주복지국가의 이상에 따라 수정자본주의적 시장경제, 즉 국가조정형 혼합경제로 그 본질을 전환하는 시발점이다. 개인주의에 기초한 사적 자치를 원칙으로 한 사용자와 개별 근로자의 고용관계가 근로자의 교섭력을 강화하여 공정한 계약의 전제인 노사간의 수평적 관계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사용자의 교섭당사자로 개인 근로자가 아닌 단결권을 행사하는 노조와의 집단적 노사관계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국가는 공공복리라는 민주공화국의 공동선을 위해 사용자에게 집단적 노사관계를 수용하도록 강제할 헌법적 의무를 부과받는 게 노동헌법의 요지이다.
노동헌법의 눈으로 본 노란봉투법의 의의와 과제
이런 노동헌법의 탄생배경을 고려하고 경제적 민주주의에 대한 헌법적 결단을 감안한다면 쟁의권의 행사는 헌법상 보장되는 것이고 이 쟁의로 인하여 발생하는 업무방해와 손해는 사용자가 감수하는 것이 전제되어 있다. 노조법 제3조가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이러한 당연한 원칙을 반영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당연한 원칙이 쟁의행위의 합법조건을 엄격히 설정하고 해석하는 노조법과 법원의 판례에 의해 주객이 전도되면서 발생한다.
예컨대, 현행 노조법상 합법적 노동쟁의가 되기 위해서는 노사간에 주장의 불일치가 있어야 하는데 이 주장의 불일치는 “당사자간에 합의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여도 더이상 자주적 교섭에 의한 합의의 여지가 없는 경우”(노조법 제2조 제5호)로 한정되고 있다. 무절제한 파업에 대한 한계를 설정할 필요성은 인정할 수 있지만 쟁의를 모호한 기준에 의한 최후수단으로서만 인정하는 것 또한 불법파업의 범위를 확장하여 쟁의권을 무력하게 만들 수 있는 요건이 될 수 있다. 또한 노조법 제42조는 폭력이나 파괴행위 외에 주요업무 관련 시설의 점거를 금지하고 있는데 이 역시 쟁의의 실효성을 무력화하고 입법적으로 불법파업의 범위를 과도하게 확대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헌법화한 노사관계의 특수성을 소홀히 하고 폭넓게 설정된 불법파업의 범위에 기초하여 재산권 보장에만 충실한 민사법적 법리에 의해 손해배상제도를 운용하는 것이다. 폭넓게 인정되는 불법파업의 범위에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 민사법적 원리에 따라 자유롭다면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은 유명무실해질 위험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손해배상 청구를 미끼로 노조탈퇴나 쟁의행위 이탈 등을 유도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비판이 많았다. 특히 민사법상 손해배상에 대하여 책임재산의 보전을 위해 미리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가하는 가압류제도가 매우 쉽게 인용되는 경향이 있는데 노사관계에도 예외가 아니었던 것이 쟁의 참가 근로자들의 월급을 가압류하는 등 생존권을 위협하는 경우가 많아 재산권의 남용에 의한 민주복지국가적 경제질서 훼손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반면 재계는 이처럼 남용되어온 노동쟁의에 대한 손해배상소송과 가압류제도를 제한하려는 시도에 대해 재산권 침해의 소지가 많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헌법의 탄생, 그리고 경제적 민주주의를 경제질서를 형성하는 핵심가치로 설정한 헌법적 결단 자체가 재산권의 행사가 노사관계의 균형과 경제민주화라는 공공복리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헌법 원칙(제23조 제2항)과 결부되어 있다.
물론 폭력을 수반하는 등 어떤 정당화사유도 가지지 못하는 불법파업은 엄단되어야 한다. 노동3권의 무력화도 문제지만 헌법이 허용하는 사회적 교섭력의 균형성 확보의 수준을 넘어 그 권리의 오남용으로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위험성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즉,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노동헌법과 경제적 민주주의야말로 노사관계가 공존하는 기본전제라는 점에서 이런 취지에 맞게 노조법을 정상화하여 노동3권도 제대로 보장하면서 그 오남용에 의한 불법파업이야말로 제대로 엄단할 수 있는 공존공영의 노사관계를 추구하는 것이다.
현재는 노동헌법의 취지에 맞지 않게 노동3권을 무력화한 결과 공존공영을 위한 노사관계는 발붙일 곳이 없고 불법파업과 비도덕적이고 반헌법적인 손해배상가압류의 악순환만이 재생산되는 것이다. 따라서 노란봉투법은 원론적으로 헌법적 정당성을 가진 것이며 남겨진 과제는 노동3권의 무력화를 치유하는 방안들이 노동3권의 오남용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진전되지 않도록 세부 정책 사항을 어느 수준에서 조율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의 형성에 있을 뿐이다. 재계에게는 노동헌법과 경제민주주의에 대한 전향적 이해가, 노동계에는 공존을 위한 절제라는 민주공화적 시민의 덕성이 요청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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