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표절시비...패러디와 표절은 다르다

[김석희의 “이분법 넘어” - in Betweenness] 원작자 “내 작품 표절 아니다...오히려 칭찬” 학술 아닌 예술에서 “모방은 새로운 실험” “표절도 아니고, 모든 예술은 정치적이다”

만화공모전 카툰 부문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왼쪽)와 2019년 영국 일간 '더선'에 게재된 스티브 브라이트의 만평.
만화공모전 카툰 부문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왼쪽)와 2019년 영국 일간 '더선'에 게재된 스티브 브라이트의 만평.
  • * in Betweenness : 자아-타자, 자국문화-타문화, 지배-피지배 등 이분법을 넘어서는 공간을 지향한다는 의미를 담은 코너명입니다
  • 다음은 답신의 주요 내용입니다.
  • “이 학생은 어떤 형태로든 내 작품을 표절하지 않았습니다. 작품에 나타난 유사성은 그저 우연의 일치일 뿐 의도한 것이 아닙니다. (이런 일은 시사만평계에서 비일비재합니다.) 내 견해로는 학생이 잘못한 것은 전혀 없습니다. 펜과 붓을 잘 사용한 학생의 스킬은 칭찬받아야 마땅합니다.
  • This student has not in any way violated my work. It’s very clear that any similarity was coincidence, not intent (this happens all the time in the editorial cartoon world), and the student has done absolutely nothing wrong in my view, and indeed, should be commended for their obvious skill with pen and brush.”
  • “내 만평이 학생으로 하여금 유사한 방식으로 풍자를 하게 만들었다면 놀랄 일입니다. (나를 우쭐하게 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것은 표절과 완전히 다릅니다. 컨셉은 유사하지만 완전히 다른 아이디어입니다. 절대 표절이 아니라고 하겠습니다.
  • I’d be astonished (and flattered) if my cartoon even inspired the student’s use of the same analogous device, but that is very different from plagiarism [...] A similar concept, but completely different idea. Absolutely not plagiarism, in my view.”
  • “(표절 여부 보다) 훨씬 중요한 질문은 정부를 풍자적으로 비판(poke)했다고 누구든 비난받을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찾아야 할 것입니다. 특히 만평에 확실한 소질이 있어서 칭찬받아 마땅한 학생을 비난하는 것에 대해서 말입니다.
  • I think the far greater question here is over the concern that anyone (least of all a student with a clear flair for cartooning, who ought to be praised) be condemned in any way for a satirical ‘poke’ at the Government.”
  • (*라파엘 라시드 기자의 해당 트윗
  • https://twitter.com/koryodynasty/status/1578025391230713862 )

<윤석열차>를 둘러싼 논란

최근 만화영상진흥원이 주관한 학생만화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한 <윤석열차> 이슈로 세간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문체부에서는 만화영상진흥원이 “노골적으로 정치적 주제를 다룬 작품을 선정해서 행사 취지에 어긋났다”는 이유로 “더 이상 예산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사실상 협박했죠. 공공연히 ‘자유’를 외쳐온 대통령과 현 정부를 향해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반발이 뜨거워지자, 이번에는 일부 언론과 여권이 ‘표절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 표절 의혹은 “응모작은 미발표된 순수창작품에 한하며, 표절, 도용, 모방작으로 인정되는 작품은 당선된 이후라도 무효 처리 및 시상금이 회수될 수 있다”는 규정에 의거한 것으로 수상 자체를 없던 일로 만들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표절의 대상이라는 만평은 2019년 영국 일간지 ‘더선(The Sun)’에 실린 정치 풍자 카툰입니다.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 얼굴 모양의 기차가 폭주하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열차 위에서 석탄을 붓고 있습니다. 철도 옆에는 ‘총선’이라는 푯말이 있고요. 존슨 총리가 브렉시트를 강행하며 조기 총선 무리수를 던지는 상황을 풍자한 것입니다. 이 만평을 그린 사람은 영국의 작가 스티브 브라이트(Steve Bright)입니다.

원작자 “한국정부를 우려한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라파엘 라시드(Raphael Rashid)는 스티브 브라이트에게 한국 상황을 설명하는 이메일을 보내 당사자의 의견을 구했습니다. 스티브 브라이트는 바로 답신을 했고, 라파엘 라시드 기자는 자신의 SNS에 전문을 소개했습니다.

스티브 브라이트는 해당 학생이 자기 작품을 표절한 것이 아니며, 자신의 만평이 학생에게 아이디어를 주었다면 오히려 우쭐해지는 기분이 든다고 분명하게 언급하였을 뿐 아니라, 이런 재능있는 학생을 정부가 앞장서서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것이야말로 한국 사회가 우려할 일이 아니냐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패러디’는 메시지 극대화 노린 예술행위

나는 바로 한 달 전 칼럼에서 벨기에 만화 <땡땡의 모험(Les aventures de Tintin)>이 일본 최초의 카툰만화 <쇼짱의 모험(正ちゃんの冒険)>을 표절한 것인가 하는 의혹에 대하여 썼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들은 모두 팽숑(Émile-Joseph Porphyre Pinchon)의 작품 <베카신(BECASSINE)>에서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았고, 미국 만화 <뽀빠이>의 올리브 아가씨 역시 그렇다는 것이었습니다. 문화영역과 학문영역의 표절기준은 다르다는 점도 강조한 바 있습니다.

엄밀히 말해 창작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며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참고할 선행작업이 있기 마련이죠. 그것은 꼬리를 물고 변주되는 연쇄작용과도 같은 것입니다. 인류에게 저작권 개념이 생긴 건 불과 최근 2세기 안팎의 일입니다. 수많은 ‘미상’의 작가들에게 빚지며 인류 문화는 발전해 왔습니다. 예술 분야에서 모방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새로운 실험은 불가능합니다. 우리는 그 예술적 모방의 한 형태를 ‘패러디’라고 부릅니다.

패러디는 예술 분야에서 ‘다른 사람이 먼저 만들어 놓은 어떤 특징적인 부분을 모방해서 자신의 작품에 집어넣는 기법’을 의미합니다. 주로 익살과 풍자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보통 패러디 요소가 들어간 작품들은 패러디했음을 감추지 않고 드러냅니다. 그 자체로 웃음의 요소니까요. 패러디 기법은 비단 예술작품뿐 아니라 효과적인 개그의 소재로도 빈번히 사용됩니다. 패러디는 기존의 익숙한 틀을 빌려 옴으로서 전달 메시지를 극대화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예술은 침묵일 때조차 정치적”

학생 작품 <윤석열차>는 표절이 아니라 패러디입니다. 열차라고 하는 형식을 빌려왔을 뿐, 그림이 내포하는 내용과 메시지가 완전히 다릅니다.

<윤석열차>를 표절로 몰아가는 것은 미래 한국의 스티브 브라이트가 될 싹을 밟는 일이 될지도 모릅니다.

아울러 한 가지 덧붙이자면, 세상에 “정치적”이지 않은 예술작품은 하나도 없습니다. 모든 예술은 그것이 침묵일 때조차도 “정치적”입니다.

글쓴이

김석희 경희대 국제지역연구원 교수

김석희 경희대 국제지역연구원 교수. 태어나보니 강원도 평창군 미탄이었다. 서른둘에 처음 국제선을 타고 일본에 갔다. 오사카대학에서 언어문화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번역가, '어쩌다 화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유튜브 계정 <문학팔레트>를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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