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월도 여행, 사람이 더 아름다웠다

1박2일 자월도 낙조여행 다녀온 후기 날씨 탓에 낙조구경 실패...대신 멋진 공연 총 12만원짜리 여행 상품, 3만9천원에 즐겨

1박2일 자월도 여행 일정표와 지도.
1박2일 자월도 여행 일정표와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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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자월도로 떠난 알토란 여행

지난 11월 12, 13일 인천시 옹진군 자월도를 다녀왔다. 아들과 함께 다녀왔는데 단둘이 길을 나서기는 평생 처음이다. 서해안 섬 여행도 처음이고. 그러다 보니 인천에서 배를 타는 일도 당연히 처음이다. 이 글은 지난 11월 5일자로 올렸던 기사 [알토란 여행1] 3만9천원에 1박2일 낙조여행의 답사 후기다.

아침 7시 50분발 배를 타기 위해 7시 20분까지 오라는 주최 측의 요청으로 댓바람에 집을 나섰는데 지나치게 넉넉하게 시간을 정하는 주최 측의 이런 요구가 늘 성가시다. 하지만 그날은 일일이 신분증을 대조하며 승선권을 내주니 결코 여유 있는 시간이 아니었다. 진행 측 직원 둘이 계속 뛰어다니며 승선권을 받아다 주었는데 출항 시간 5분 전에야 배에 올랐다.

여의도의 약 2배 크기인 작은 섬 자월도. 대/소이작도를 포함한 인천시 옹진군 자월면 소재지다. 울렁거리는 배에서 내려 육지에 발을 딛는 순간 느낌은 아늑함이었다. 기껏 20여m 길이의 선착장. 바로 맞닿은 산 그리고 좌우로 펼친 긴 해안선과 넓은 갯벌. 참가자는 모두 40명이다. 진행자가 3개 숙소 별로 배정해 호명하고 각 숙소에서 마중 온 차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여장을 풀고 모이라는데 첫 방문지는 섬 남쪽에 있는 목섬이다. 별다른 특징은 없지만 넓게 펼쳐진 갯벌이 여기가 서해안이라고 외친다.

자월도 갯벌과 윤슬. 사진=박한규
자월도 갯벌과 윤슬. 사진=박한규

필요할 땐 불러주세요, 자월도 ‘콜버스’

목섬을 돌아보고 다시 숙소 차를 타고 점심 식사 장소로 이동하는데 한 번에 다 타기에는 좌석이 모자랐다. 굳이 다툴 일이 아니라서 다음 차례로 가겠다 하고 7~8명이 남았는데 진행자가 버스를 부르겠다며 전화한다. 무슨 이야기냐고 물으니 이곳 공영버스는 노선을 따라 돌기도 하지만 노선상에서는 전화로 호출하면 태우러도 온단다. 세상에나, 세상에나, 듣지도 보지도 못한 ‘콜버스’가 여기에 있었다. 상주인구 300~400명에 종점간 소요 시간 20분인 노선을 다람쥐처럼 돌아다녀야 별 소득이 없다. 차라리 전화 받고 움직이는 게 이용자에게도 운행자에게도 훨씬 효율적이라는 계산이다. 이 얼마나 현명한 판단인가. 이 땅의 호모 사피엔스는 지금도 진화 중이다!

이용하기로 한 3개 펜션 중 하나에서 함께 운영하는 식당에 점심이 차려져 있었는데 병어 조림이다. 50대 초반의 부부와 같은 테이블에 앉았는데 1인당 병어 한 마리, 감자와 무 각 한 쪽씩. 이 식당 주방장은 베테랑이었다. 모르는 사람들과 처음 하는 밥상일 가능성이 높은 우리 그룹의 특성을 반영한 배려라면 배려다. 아주 맛있게 잘 먹었다. 메뉴판을 보니 2인 이상 주문에 1인당 1만5000원짜리다.

참석자 40명이 자월도 앞 바다를 배경삼아 식사하고 있는 장면. 사진=박한규
참석자 40명이 자월도 앞 바다를 배경삼아 식사하고 있는 장면. 사진=박한규

오후 6시 바베큐 파티까지 자유시간이란다. 걸어서 30분 거리 다싯물 선착장에 전시해 둔 캠핑카가 있는데 프로그램에 있는 일정이지만 관심 있는 사람만 가도 된단다. 금액상 상당한 혜택이 있는 패키지여행이라 이런저런 성가신 요구가 있을 줄 알았는데 배에서 내린 달바위 선착장에서 단체 사진 한 장, 목섬 입구에서 단체 사진 한 장이 전부다. 그 시간 이후엔 단체 사진마저도 찍은 적이 없다. 기껏 설문지 한 장과 개인정보 이용동의서가 전부였다.

궂은 날씨, 저녁 낙조 구경은 포기

숙소까지 3.4km, 예상 소요 시간 1시간. 걷기로 했는데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 소나기가 쏟아졌다. 100여m 앞에 정자가 하나 보여 일행 10여 명이 달려 도착해 숨을 헐떡이고 있는데 차로 달려 온 진행팀에서 우의를 하나씩 나누어줬다. 주최 측의 이런 세심한 준비는 이 여행을 마치는 순간까지 계속됐다. 이전의 비슷한 여행들과 비교해도 탁월했다.

3개 숙소 중 바닷가에 바로 접한 곳이 이날의 만찬장. 도착해 보니 준비상태가 안내문에 적힌 ‘1인당 300g의 고기와 쌈장, 상추, 김치 소량’ 수준이 아니다. 갖가지 싱싱한 채소에 부추전 그리고 라면과 햇반까지. 단 술은 별도 자기 부담이다. 참가자들이 식탁을 들어 옮기고 불을 피우고, 참 분위기가 좋았다. 필자도 팔을 걷어붙이고 채소 접시와 양념 접시 그리고 젓가락을 날랐다. 아들은 고기를 굽고.

건너편 오른쪽 테이블은 부부가 자매를 데리고 왔는데 소시지를 비롯해 구워 먹을 것들을 따로 준비해 왔다. 점심때부터 우리의 오른편 테이블에서 폭탄주를 말아 드시던 건너편 왼쪽 테이블에는 와인도 올라와 있었다. 그 자리에는 이날 생일인 사람이 있어 박수 한 번 크게 쳐주고 케이크도 얻어먹었다. 숯불의 상태에 따라 고기 굽는 속도가 다르니, 테이블 간 무역을 하기도 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인가 싶은 정도다.

바베큐 파티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쯤 버스킹 공연이 시작됐다. 출연한 가수와 기타리스트 실력이 출중했다. 사진=박한규
바베큐 파티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쯤 버스킹 공연이 시작됐다. 출연한 가수와 기타리스트 실력이 출중했다. 사진=박한규

실력파 무명가수와 연주자의 멋진 공연도

분위기가 무르익을 즈음 버스킹 공연이 시작되었다. 프로그램에 없던 순서였는데 비록 무명이나마 노래 실력은 기성 가수 못지않았고 특히 기타 반주자의 실력은 출중했다. 관람객은 대충 20대 중반부터 60대 중반이었지만 어느 세대에도 치우치지 않는 선곡, 부드럽고 예의를 갖춘 멘트와 진행, 철 지난 바닷가의 파도 소리, 빗소리와 함께 아주 편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채 2시간이 못 되는 짧은 만찬이었지만 행복했다.

버스킹 공연이 시작될 즈음 시작된 거센 비바람은 밤새 계속되었고 다음날 일찍 눈을 떴지만, 바닷길 산책은 불가능하다. 운항 여부가 궁금해 인천 여객선터미널 홈페이지를 뒤져 보니 당일 결정! 잠깐 눈을 붙였나 했는데 선사에서 문자가 왔다. 아침 출항 편 취소하고 오후 4시 출발 예정이란다. 아마 왕복표를 끊은 승객들에게 보낸 모양이다. 그나마 다행이다. 아니 섬을 둘러볼 시간이 생겨 더 낫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조금 있으니 진행자가 좀 더 상세한 내용의 문자를 보내왔다. 세심한 배려다.

어제 점심을 먹었던 식당에 다시 도착하니 여덟 가지 반찬에 시래깃국이 아침식사로 나왔다. 맛있다. 천천히 아침을 먹고 나니 오후 4시까지 자유시간이란다. 점심은 각자 자기 부담으로 해결하라면서 이 집에서 낮 12시부터 1시까지는 바지락 칼국수를 사먹을 수 있단다. 다방 커피 한 잔을 타서 들고 나섰고, 나누어 준 설문지와 개인정보 사용동의서를 제출하자 온누리상품권 2만 원과 서리태 500g 한 봉을 준다.

필자 부자가 1박 했던 숙소. 다른 숙소에 비해 열악한 편이었다. 사진= 박한규
필자 부자가 1박 했던 숙소. 다른 숙소에 비해 열악한 편이었다. 사진= 박한규

1박2일 여행비용 환산해보니

이 여행은 인천시와 인천관광공사가 주관하는 ‘인천 섬 도도하게 살아 보기’중 ‘자월도, 아일랜드를 PLAY 하자’ 행사다. 1인당 6만9000원을 내면 왕복 승선료를 비롯한 교통비, 1박 숙소, 바베큐를 포함한 3식 그리고 온누리 상품권 2만 원과 1만 원 상당의 지역특산물을 제공받는다.

실제 비용은 ▲왕복 승선료 2만 5200원 ▲숙박료 4만 원(우리 부자가 묵은 곳의 비수기 요금 8만 원의 1/2, 3개 숙소중 우리가 묵은 곳이 위치나 시설에서 가장 열악했으니 최소 비용으로 판단됨) ▲점심 식사 1만 5000원(병어 조림) ▲아침 식사 9000원(8찬 백반), ▲바베큐 3만원(4~5년 전 제주 어느 게스트 하우스에서 참가했던 바베큐 파티 금액과 같았는데 그때보다 나았음)로 총 11만 9200원으로 추정됐다. 결과적으로 현물인 서리태 가격을 제외하더라도 5만 원을 내고 최소 12만 원의 혜택을 누렸으니 이런 기회가 또 어디 있을까?

이번 1박2일의 '자월도, 아일랜드를 PLAY하자' 행사를 함께 한 필자(오른쪽)와 아들.
이번 1박2일의 ‘자월도, 아일랜드를 PLAY하자’ 행사를 함께 한 필자(오른쪽)와 아들.

오후 4시에 자월도를 떠나 5시 반쯤 인천항에 도착하니 해가 지기 시작한다. 아들 차가 친환경 차라서 주차비는 50% 할인이다. 1만 원 남겼다. 만원권 온누리 상품권 4장에 주차비 1만원 할인이면 두 사람 저녁 밥값으로는 넉넉하다. 인천까지 온 김에 차이나타운에 들러 딤섬으로 요즘 젊은이 같지 않게 기꺼이 동행해 준 서른두 살 아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글쓴이

박한규 여행 칼럼니스트

박한규 여행 칼럼니스트는 여행은 인생의 비상식량을 만드는 일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30년 동안 대기업, 중소기업, 외국기업, 공무원, 공기업 등 8개 직장에서 말단부터 대표까지 경험하고 2021년 은퇴했다. 즐겁게, 의미 있게, 경제적으로 놀고 싶어 한다. 2015년 3월 친구 둘과 지리산 둘레길 250km를 13일 동안 걷고 그 이야기를 담은 <백수라서 다행이다>를 출판했다. 한 해 마흔 번 등산을 목표로 삼은 지 15년째다. 2016년부터 동아일보, 주간동아, 법률방송, 경남신문, 경남도민일보 등에 칼럼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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