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언론이냐 국민의 언론이냐
[김종철의 시민을 위한 헌법이야기] 윤정부의 MBC 표적탄압은 적반하장 탑승기 배제는 ‘제2의 블랙리스트’ 언론의 자유는 동시에 의무이기도 탄압에 맞서는 언론공동행동 요구돼
윤석열 정부의 퇴행적 언론탄압
윤석열 정부의 언론탄압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특히 MBC라는 특정방송사를 표적으로 삼아 집중적으로 차별하고 압박하는 일을 공공연하게 감행하고 있다. MBC는 세무조사로 520억원 추징처분이 내려졌고, 국정감사를 계기로 특별근로감독의 대상으로 지정되었다. 대통령 전용기 탑승거부에 뒤이어 치적으로 내세우던 출근길 약식회견도 MBC기자의 무례를 빌미로 전격적으로 중단하는 한편 대통령실 기자단에 해당 기자의 징계를 요구했다고 한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한술 더 떠서 방송사 항의방문은 물론이고 사장과 기자들에 대한 검찰 고발, 심지어 광고불매운동도 독려하는 상황이다. 급기야 언론탄압을 정당화하기 위해 헌법까지 동원되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악의적’, ‘가짜뉴스’로 ‘동맹관계를 훼손’하여 헌법을 수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당 방송사를 제재할 수밖에 없다고 강변한다.
견강부회하듯이 헌법수호라고 강변하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고 믿는 것일까? 백번 양보해서, 설령 그게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주요방송사를 표적으로 국가권력이 직접 나서는 일련의 압박과 차별을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을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을 모범적으로 달성한 것을 자타가 공인하던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어쩌다가 이런 시대착오적 행태가 아무런 부끄럼도 없이 자행되는 것일까?
전용기 탑승배제는 위헌적 공권력 행사
윤석열 정부의 MBC탄압은 민주화의 모든 성취를 권위주의시대로 되돌리는 퇴행적 행태여서 다양한 헌법적 심판과 평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우선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는 국민적 심판을 받은 박근혜 정부가 저지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문화예술인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자의적으로 차별취급을 한 것’으로 위헌확인을 받은 것(헌재 2020.12.23.선고 2017헌마416)과 같은 종류의 국정농단에 해당한다.
대통령 전용기는 대통령이 사적으로 사용하는 개인전용기가 아니라 국민대표기관으로 국가원수이자 정부수반인 대통령의 공적 임무 수행을 위한 것이다. 전용기에 대통령의 외교적 공무수행을 취재하여 보도하기 위하여 언론매체 종사자를 동반탑승하게 하는 것 또한 민주적 책임정치를 확보하기 위해 언론의 공무에 대한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한 지극히 공적 성격을 가진 것이다. 즉, 대통령의 공무수행과 연계되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하기 위한 공론장 형성이 필요하고, 그 주요한 통로인 언론매체에게 공론장 형성이라는 공공적 활동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비용 등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전용기 이용제도를 운용하지 못한다면 몰라도 일단 지원제도를 시행하는 이상 이 지원의 대상에서 특정 언론매체를 보도내용을 이유로 배제하는 것은 전용기운용을 관리하는 우월적 지위에서 공공적 활동을 위해 헌법이 보장하는 취재와 보도의 자유를 향유하려는 언론매체와 그 종사자의 법적 지위를 변동시키는 ‘권력적 사실행위’(법령에 근거한 일반적인 행정상의 처분에 해당되지는 않지만 그와 비슷한 사실상의 결과를 발생시키는 국가기관의 공권력 행사)에 해당한다.
한편 대통령실은 악의적 가짜뉴스를 유포하여 동맹관계를 훼손하는 방법으로 헌법을 위태롭게 한데 대한 제재로 취재지원 배제를 결정하였음을 공공연히 밝힌 바 있다. 이처럼 헌법을 방패로 삼아 특정언론을 탄압하고 차별대우한 것에 따라 지지자를 결집시키거나 국정운영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분산시키는 등 정치적 효과는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대응 자체를 법적인 측면에서 살피자면, 언론보도 내용을 이유로 취재와 보도의 자유를 제한하였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사법절차에서 취재와 보도의 자유라는 기본권 침해 사실을 확인하는데 주요한 정황증거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공정한 선별과정 없이 주요방송사를 특정하여 지원대상에서 배제하였고, 보도성향이라는 합리성이 없는 기준으로 언론매체를 차별대우한 것이므로 MBC측의 평등권을 적법절차에 따르지 않고 자의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판단하는 데에도 특별한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종합하면 대통령과 그 보좌기관이 우월적 지위에 따른 공권력을 발동하여 언론매체의 취재 및 보도의 자유와 평등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발생시켰으므로 공권력의 행사 등에 의하여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이 침해당한 경우의 법적인 구제수단인 헌법소원심판을 MBC와 그 관련기자들은 청구할 수 있다(실제로 MBC측에서는 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가 앞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관여 재판관 만장일치의 결정으로 위헌을 확인하였고 제2의 블랙리스트 사건일 수 있는 이번 사건에서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위헌이 확인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헌법수호를 명분으로 내건 언론탄압이 헌재의 위헌확인을 받게 된다면 어떤 정치적 효과가 뒤따를까를 제대로 검토라도 하는지 모르겠다.

언론의 재량과 의무 사이
한편 윤석열 정부의 퇴행적 언론관을 짚어보기 위해서는 헌법질서를 위태롭게 하였다는 문제의 보도내용과 관련한 헌법적 평가도 필요해 보인다. MBC측이 보도한 것은 사실 대통령이 외교현장에서 내뱉은 막말이다. 그것도 동맹국의 주요헌법기관과 대표자, 혹은 대통령실의 애초 해명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민대표기관인 국회에 대한 것이다. 사석에서도 조심스러워야할 막말을 외교현장에서 내뱉은 것은 국민의 공복인 대통령의 대통령직에 대한 인식이나 품행의 수준을 보여주는 중요한 정보이다. 이 정보를 보도할지 말지에 대해 보도의 자유를 가지는 언론매체의 재량이 전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보도의 자유를 언론매체에 대하여 일반국민 보다 더 우대하여 보장하는 이유를 고려하면 그 재량은 축소될 수밖에 없고 오히려 해당 내용에 대한 보도는 언론매체의 의무로까지 볼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대통령실이 MBC를 표적삼아 언론탄압에 나서는 이유 중의 하나가 애초에 비보도 요청을 묵살한 것에 대한 괘씸죄 탓도 있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만일 그런 추측이 사실이라면 헌법에서 언론매체에 언론의 자유와 함께 공론장 형성에 관한 책임을 부여하는 취지에 한참 어긋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정부의 퇴행적 언론탄압 못지않게 안타까운 것은 다른 언론매체의 대응이다. 탑승배제에 대한 언론유관단체의 비판이 있었지만 정작 동조 탑승거부에 나선 기관은 한겨레와 경향뿐이었다. 뒤이은 약식회견의 중지와 함께 이어지는 탄압시도에 대해서도 대통령실 기자단의 소극적 저항 외에 특유의 양비론을 넘어서서 권력의 탄압에 동조하는 듯한 언론매체마저 있다는 것은 한국 민주주의의 또 다른 위기요인을 보여주는 것이다.
언론매체의 이중적 지위-공적 자율성과 책임성의 조화
이 대목에서 원론적인 부분이어서 좀 장황할 수는 있지만 언론매체가 가지는 헌법적 지위를 다시 한번 환기할 필요가 있다. 언론매체가 누리는 자유는 그 만큼의 책임과 의무가 수반된다는 사실이다.
언론의 자유는 다양한 의견이 경쟁하면서 다수의 지지를 받아 정책으로 채택되고 집행되는 민주공화국의 기본가치, 즉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지탱하는 근간이 되는 기본권이다. 민주공화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자유롭고 민주적인 시민생활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자유롭게 의견을 형성하고 표현하며 의사를 소통하여 공론을 형성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다. 특히 언론매체는 개인 단위의 의사소통이 효과적으로 국가권력을 감시하고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국민을 대표하여 다양한 정보의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공론장이다. 언론매체가 공론의 가치가 적거나 왜곡된 정보를 잘 걸러주기만 해도 현안에 대한 심도 있는 공론이 더 활발해지고 정치과정의 효율성이 증대될 수 있다. 따라서 언론매체의 취재와 보도활동을 국가는 최대한 보장하여야 하고 함부로 언론매체의 활동에 부당한 영향을 주려고 시도해선 안되는 것이 민주공화국 헌법의 으뜸원칙이다.
한편 언론매체의 보도의 자유는 공론장을 제대로 형성할 책임과 결합되어 강하게 보장되는 것임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 점에서 일반적으로 언론의 자유를 표현하는 자(발화자)의 입장에서 그 보장의 필요성이 강조되곤 하지만 표현된 정보를 접할 정보수용자(청취자)의 입장에서도 같이 존중되고 보호받아야 한다는 점이 아울러 강조될 필요가 있다. 언론매체가 정보를 함부로 걸러냈다가는 역으로 공론장을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론매체는 자율성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만 자의적으로 행사해서는 안되며, 오로지 국민의 언론으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자유를 제대로 행사해야 할 책무를 부담한다.
종합하면 언론매체는 정치적 의사소통과정을 효과적으로 작동하게 하는데 중요한 통로로서의 역할을 하는 공공성을 가지게 되며, 그 공공성에 바탕하여 일반 국민과 비교하더라도 매우 높은 수준의 자율성을 보장받음과 동시에 그에 걸맞는 책임성을 또한 감당해야 한다. 바로 이처럼 단순히 사적 혹은 개인적 자율성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주요한 공적 제도로서의 공공적 자율성과 책임성을 가지기 때문에 예컨대, 기자단의 운용이나 전용기 탑승 지원과 같은 특혜가 헌법적으로 정당화되는 것이다. 따라서 언론매체는 그러한 특혜에 상응하게 국민의 눈높이에서 권력을 감독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무엇이 문제인가?
이번 대통령의 막말파문과 그로 인하여 가열되고 있는 MBC에 대한 위헌적 탄압은 언론의 헌법상 지위와 역할에 대한 중요한 숙고의 기회를 제공해 준다. 한때 유명했던 영화 속의 유행어처럼 “한 명만 패는” 표적탄압은 사실 선택적 탄압의 다음 표적이 되지 말라는 무언의 압력으로 전화될 위험성이 더 크다. 만일 언론매체들이 단합하여 언론매체에 헌법이 부여한 특별한 지위를 자각하고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권력의 손길에 따라 자기검열에 익숙해진 ‘권력의 언론’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그러잖아도 상업화와 무한경쟁의 덫에 걸려 ‘국민의 언론’으로서의 공적 책무가 소홀히 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시대착오적인 위헌적 언론탄압의 정국을 맞아 21세기 대한민국의 언론은 중요한 시험대 위에 서있는 듯하다. 권력의 언론이냐 주권자 국민의 언론이냐?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