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세무조사가 던지는 질문
경영권 분쟁 비용은 회사 비용일까?
- 고려아연 고강도 조사 착수 국세청 조사4국이 고려아연 세무조사에 전격 투입되고 금감원의 회계심사도 고강도 감리로 전환된 가운데, 영풍 측이 원아시아 펀드를 활용한 기형적 우회 투자 의혹을 제기하며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 경영권 분쟁 비용의 손금 인정 여부 이번 세무조사의 핵심은 로펌 자문료나 펀드 출자금이 주주 전체의 이익을 위한 ‘회사의 손금(비용)’인지, 아니면 경영진의 지배권 방어를 위한 ‘사적 비용’인지를 가려내는 데 주안점이 있을 것이다.
- 사적 유출 판명 시 치명적 리스크 만약 지배주주 개인을 위한 지출로 확인되면 법인세 감면 혜택이 박탈(손금불산입)될 뿐만 아니라, 회삿돈이 사적으로 흘러간 것으로 보아 대표자 상여 처분이나 배당으로 소득처분되어 세금 폭탄을 맞게 된다. 법인도 큰 부담이 우려된다.
- 자본시장 정상화의 이정표 현 정부 들어 상법 개정과 주주 보호 강화 논의가 뜨거운 상황에서, 이번 조사는 회삿돈이 특정인의 사익이 아닌 회사와 주주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만 쓰여야 한다는 자본시장 정상화의 대원칙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국세청 세무조사 맞은 고려아연
최근 고려아연에 대해 세무조사가 시작되었다는 기사가 나왔다. 보도에 따르면 국세청은 2026년 5월 6일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인력을 고려아연 본사에 투입해 회계 장부 등 세무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 측은 이번 조사가 2021년 이후 약 5년 만에 이루어지는 “통상적인 정기 세무조사 성격”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시장에서는 조사4국이 투입되었다는 점 때문에 일반 정기조사보다는 강도가 높은 특별세무조사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는 듯 하다. 국세청은 (당연하지만) 구체적인 조사 사유와 범위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 소식이 더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금융감독원은 2024년 10월 고려아연과 영풍에 대해 회계심사에 착수했다. 당시 금감원은 공시자료 확인, 추가 자료 요구, 소명 절차 등을 통해 투자주식 손상, 충당부채 등 시장에서 제기된 의혹을 살펴보겠다고 밝혔고, 회계위반 혐의가 발견되면 감리조사로 전환될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영풍의 문제제기 “이상한 채권회수 구조”
이후 보도에 따르면 고려아연 관련 회계심사는 회계감리로 전환되었고,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 손실 반영, 이그니오홀딩스 인수 당시 가치평가, 자사주 공개매수 관련 의혹 등이 주요 쟁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영풍 측은 별도의 보도자료를 통해 원아시아파트너스 관련 투자 의혹을 다시 제기했다. 영풍 측 주장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2019년 2월 원아시아파트너스 지창배 대표가 소유한 청호컴넷의 사모사채 70억 원을 인수했고, 이후 2019년 10월 고려아연이 사실상 대부분 출자한 원아시아파트너스 펀드 자금이 투입되어 해당 사채 원리금이 상환되었다고 한다.
영풍 측은 이를 두고 “고려아연이 출자한 펀드 자금이 다시 고려아연의 채권 회수에 사용된 구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고려아연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원아시아 펀드에 총 5,600억 원을 출자했고, 8개 펀드 중 6개 펀드는 고려아연이 96% 이상 지분을 보유한 사실상의 단독 펀드였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는 경영권 분쟁의 한쪽 당사자인 영풍 측 주장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아직 세무조사나 회계감리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며, 해당 거래가 실제로 세법상 문제가 있는 거래였는지도 확정된 바 없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투자였나
그러나 공인회계사와 세무사의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주장은 이번 사안의 쟁점을 한층 더 분명하게 만든다. 단순히 “투자에 실패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그 투자가 회사의 사업 목적을 위한 것이었는가, 특정 인적 관계나 우호세력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회사 자금이 적정하게 사용되었는가가 핵심 질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회계감리와 세무조사는 소관 기관도 다르고 목적도 다르다. 회계감리는 재무제표가 회계처리기준에 따라 적정하게 작성되었는지를 보는 것이고, 세무조사는 과세소득이 적정하게 신고되었는지를 보는 절차다.
그러나 투자손실, 자산손상, 영업권 평가, 공개매수 비용, 제3자 배정 증자, 자사주 취득, 펀드 출자, 특수관계 또는 우호관계가 의심되는 거래 등이 얽히면 두 절차는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회계상 비용 처리나 손실 인식이 적정했는지의 문제는 세무상 손금 인정 여부, 업무무관 비용 여부, 부당행위계산 부인, 상여·배당 또는 기타사외유출 처분, 원천징수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달라지는 손금 판단...막대한 소득세 추징
그리고, 세무조사는 단순히 탈세 여부만 보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회사 돈이 누구를 위해 쓰였는지를 확인하는 절차이기도 하다.
회사가 지출한 변호사비, 자문료, 홍보비, 공개매수 관련 비용, 펀드 출자, 투자금, 인수대금이 모두 법인의 비용 또는 정상적인 사업상 지출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 자금이 회사 전체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특정 경영진·대주주·우호세력·지배권 방어를 위한 것인지에 따라 세무상 판단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단계에서 특정 비용이나 특정 투자가 세법상 부인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이번 사안은 기업 경영권 분쟁에서 늘 반복되는 오래된 질문을 다시 던지고 있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집행된 회사 자금은 과연 회사 비용일까, 아니면 경영진 또는 특정 주주의 비용일까.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면 회사 안팎에서 막대한 비용이 발생한다. 로펌, 회계법인, 투자은행, PR회사, 의결권 자문기관 대응, 주주 커뮤니케이션, 소송, 가처분, 공개매수, 자사주 취득, 제3자 배정 증자 등 비용의 종류도 다양하다. (전자공시시스템에서 최근 1년간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소송관련 공시사항만 찾아봐도 일일이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여러 가지다. 그러니 관련한 비용은 또 얼마나 많이 지출되었겠는가!)
겉으로는 모두 회사의 위기 대응 비용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세무상 핵심은 비용의 명칭이 아니라 ‘실질’이다. 예를 들어 회사가 적대적 인수 시도에 대응하면서 법률자문을 받았다고 가정해 보자.
그 자문이 회사의 계속적인 영업, 재무적 안정, 주주 전체의 이익, 불법적 공격에 대한 방어를 위한 것이라면 회사 비용으로 볼 여지가 있을 것이다. 반면 그 자문이 현 경영진의 대표이사직 유지, 특정 지배주주의 지분율 방어, 우호지분 확보, 상대 주주의 의결권 약화 등을 주된 목적으로 한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회사 비용이라는 형식을 취했더라도 실질은 특정인의 사적 비용일 수 있다는 말이다.
청호컴넷 투자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번 원아시아파트너스 관련 의혹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영풍 측 보도자료는 2019년 고려아연이 청호컴넷 사모사채 70억 원을 인수한 이후, 원아시아파트너스의 ‘코리아그로쓰제1호’ 펀드 자금 90억 원이 투입되어 고려아연에 대한 사채 원리금이 상환되었다고 주장한다. 또한 해당 펀드에는 고려아연이 94.64%를 출자했다고 주장한다. 영풍 측은 이를 “회사 자금으로 회사의 채권을 상환한 기형적 구조”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세무상 질문은 몇 가지로 나뉜다. 첫째, 고려아연이 청호컴넷 사모사채를 인수한 것은 본업 또는 투자정책과 관련된 정상적인 투자였는가. 둘째, 해당 회사의 재무상황과 상환능력을 감안할 때 투자 의사결정은 합리적인 절차를 거쳤는가. 셋째, 이후 고려아연이 대부분 출자한 펀드 자금이 다시 고려아연의 채권 회수에 사용된 구조가 경제적 실질 측면에서 정상적인 제3자 거래로 볼 수 있는가.
넷째, 이 과정에서 특정 개인 또는 특정 관계자에게 경제적 이익이 이전된 것은 없는가. 이는 단순한 회계처리의 문제가 아니라, 법인세법상 업무관련성, 손금성, 부당행위계산, 자금 유출, 내부통제 문제로 연결될 수 있는 질문이다.

막대한 경영권 분쟁 비용
이 지점에서 명확히 해야 할 것은 “경영권 방어”나 “신사업 투자”라는 표현 자체가 언제나 부정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회사의 계속기업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있고, 외부 세력의 인수 시도가 회사의 장기적 사업전략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판단된다면, 이사회가 일정한 방어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
때로는 이사회가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해야 할 수도 있다. 신사업 투자 역시 실패할 수 있다. 투자 실패만으로 곧바로 세무상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방어 조치나 투자 의사결정이 회사의 이익보다 경영진의 지위 보전, 특정 인맥, 특정 우호세력의 이익에 더 가까워질수록 세무상 위험은 커질 수밖에 없다.
다른 한편,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되었다고 해서 세법상 손금으로 자동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법인세법상 손금은 원칙적으로 법인의 순자산을 감소시키는 손비를 말하지만, 그 손비는 해당 법인의 사업과 관련하여 발생하거나 지출된 손실 또는 비용으로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통상적인 것이거나 수익과 직접 관련된 것이어야 한다.
회계와 세무의 차이는 경영권 분쟁 비용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할 수 있다. 회계상으로는 변호사비, 자문료, 홍보비, 수수료 등으로 비용 계상될 수 있다. 투자자산의 경우에는 취득원가, 공정가치, 손상차손, 평가손익의 문제로 처리될 수 있다.
해당 기업에 미칠 막대한 피해
하지만 세무조사에서는 한 걸음 더 들어간다. 그 비용 또는 투자의 수익자가 누구인지, 계약 당사자가 누구인지, 실제 용역 내용이 무엇인지, 투자 의사결정 자료가 존재하는지, 이사회 결의는 있었는지, 리스크 심사는 이루어졌는지, 주주 전체의 이익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특정인의 사익 보전과 관련이 있는지를 따지게 된다.
영풍 측 보도자료도 바로 이 지점을 문제 삼고 있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이 원아시아 펀드에 대규모 출자를 하는 과정에서 이사회 보고나 리스크 심사 등 필수적인 내부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한다. 또한 지창배 대표의 횡령·배임 판결문에서 고려아연이 “특별한 관계에 있는 출자자”로 적시되었다고 주장하면서, 관련 의사결정 과정과 자료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주장의 사실 여부와 법적 평가는 별도로 검증되어야 한다. 그러나 세무조사와 회계감리에서 내부 의사결정 자료, 이사회 의사록, 투자심의 자료, 가치평가보고서, 리스크 검토 자료가 핵심 증거가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만약 경영권 분쟁 비용이나 관련 투자금이 회사 비용 또는 정상적인 사업상 지출이 아닌 것으로 판단되면, 단순히 법인세가 조금 늘어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세무상 효과는 여러 방향으로 확장될 수 있다.
우선 법인 단계에서는 해당 비용이 손금불산입될 수 있다. 이미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되어 과세소득을 줄였다면, 세무조사에서 그만큼 과세소득이 증가하고 법인세와 가산세가 부과될 수 있다. 투자손실이나 손상차손의 경우에도 세무상 손금 귀속시기와 손금 인정 요건이 문제될 수 있다. 증빙이 부족하거나 허위·가공 거래로 판단될 경우 리스크는 더 커진다.
다음으로 소득처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회사 비용이 아니라면 그 돈은 누군가에게 귀속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대표이사의 지위 보전이나 특정 주주의 이익을 위해 회사 자금이 사용된 것으로 확인되면 인정상여, 배당 또는 기타사외유출 처분이 문제될 수 있다.
대표자 상여로 처분되면 법인은 소득금액변동통지를 받게 되고, 원천징수의무와 가산세 문제가 뒤따를 수 있다. 특정 주주나 특수관계자에게 이익이 귀속되었다면 배당 또는 기타사외유출로 볼 여지도 있다.
부가가치세 문제도 있다. 업무와 직접 관련 없는 지출에 대한 매입세액은 공제되지 않을 수 있다. 실제 경영권 방어 법률자문수수료 사건에서 과세당국은 대표이사 겸 최대주주가 자신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지출한 비용을 법인의 사업과 관련 없는 개인적 비용으로 보아 손금불산입하고 상여처분했으며, 관련 매입세액도 공제하지 않는 것으로 처분한 사례가 있다.
결국 경영권 분쟁 관련 비용의 손금 인정 여부는 실무상 늘 논쟁적이다. 이번 고려아연 세무조사와 회계감리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 특정 거래나 특정 비용의 세무상 처리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
또한 영풍 측 보도자료의 주장 역시 경영권 분쟁 상대방의 주장이라는 점에서 객관적 검증이 필요하다. 다만 이 사건은 기업지배구조와 세무리스크가 더 이상 별개의 영역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결국 최종적인 질문은 ‘누구를 위한 비용인가’
과거 세무조사는 매출 누락, 가공경비, 접대비, 인건비, 특수관계자 거래처럼 전통적인 항목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최근의 세무 리스크는 훨씬 복합적이다. 경영권 분쟁, 자사주 취득, 공개매수, 제3자 배정 증자, 해외투자, 펀드투자, 영업권 손상, 가치평가, 이사회 의사록, 공시, 회계감리, 배임 이슈가 한꺼번에 연결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을 때 비용을 무조건 회사가 부담하면 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비용별로 목적, 수익자, 의사결정 절차, 계약 당사자, 용역 결과물, 투자심의 자료, 이사회 승인 여부, 리스크 검토 자료, 주주 전체의 이익과의 관련성을 명확히 남겨야 한다.
특히 대표이사나 지배주주의 지위 보전과 관련된 비용, 특정 인적 관계와 연결된 투자, 우호세력 확보와 관련된 자금 집행은 회사 비용과 개인 비용, 회사의 사업상 투자와 특정인의 사익 추구를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
결국 세무조사의 질문은 단순하다. “이 돈은 회사의 이익을 위해 쓰였는가, 아니면 누군가의 지배권이나 사적 관계를 위해 쓰였는가?”
현 정부가 들어선 후, 한국 자본시장은 상법 개정과 주주보호 강화 논의를 통해 “회사 경영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에 다시 답을 찾고 있다. 그런 시점에 만일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회사 자금이 회사와 전체 주주의 이익이 아니라 특정인의 지배권 방어 또는 사적 관계를 위해 사용되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그 의미는 단순한 세무조사 결과를 넘어설 것이다.
결국 회삿돈은 회사와 주주 전체의 이익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는 원칙, 바로 그 원칙이 한국 자본시장 정상화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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