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월드컵 ‘8강 한일전’ 가즈아~~

[김석희의 “이분법 넘어” - in Betweenness] 손흥민, 조규성 열광하는 일본 젊은 축구팬들 한국도 단단한 자부심 무장해 넓은 세계로 한국은 일본, 일본은 한국 응원한 뒤 만나자

한국이 포르투갈에 역전골을 넣었을 때 환호하는 유튜버의 한국응원 모습.
한국이 포르투갈에 역전골을 넣었을 때 환호하는 유튜버의 한국응원 모습.
  • in Betweenness : 자아-타자, 자국문화-타문화, 지배-피지배 등 이분법을 넘어서는 공간을 지향한다는 의미를 담은 코너명입니다

일본인 소설가의 응원

한국의 16강 진출이 결정되는 순간 일본의 소설가 호시노 도모유키(星野智幸)로부터 두 번째 메시지가 날아왔습니다.

“決まった!(확정이네!)”

시계를 10분 정도 되돌려 봅니다. H조 한국-포르투칼 전은 숨막히는 게임이었습니다.

벤투 감독은 관중석에 앉아 있고 손흥민은 부상으로 배트맨 마스크를 쓰고있고…상황은 좋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동점으로 끝나는가 싶었던 후반전을 지나 추가시간. 후반 46분이었습니다. 손흥민이 돌파해서 들어간 볼을 황희찬이 받아 성공시킨 두 번째 골은 잠시 후, 12년 만의 16강 진출을 결정할 정말 역사적인 골이었습니다. 두 번째 골의 패스는 손흥민의 이름값을 확인한 날카롭고 아름다운 패스였다고 생각합니다. 필드를 길게 가르며 뛰어가다 잠시 멈추어 뒤쫓아오는 황희찬을 기다리는 짧은 순간이 정말 아름답다고 느꼈습니다.

황희찬 선수가 골을 넣었을 때 호시노한테서 첫 번째 메시지가 왔습니다.

“이겼네! 축하해! 정말 잘 됐어! 한일전을 볼 수 있으면 좋겠어. 응원할게!”

‘한일전’을 보자는 말은 4강, 최소한 8강은 가자는 의미의 응원입니다. 그리고 호시노와 나는 거의 동시에 호시노의 소설 「모미쵸아요」(호시노 도모유키 소설집 『인간은행』<문학세계사>에 수록된 단편. 호시노 도모유키가 한국에 체류 중이던 2012년, 노숙자 월드컵을 준비하던 한국팀과 매주 토요일마다 축구를 할 때 이야기를 소재로 하여 쓴 소설)를 떠올리며 웃었습니다.

“황희찬 선수!! 정말 모미쵸아요!”

그러나 아직 끝은 아니었습니다. 가나와 우루과이의 게임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었죠. 이기고도 만세를 못 부르고 남의 나라 게임을 지켜봐야 했던 대한민국의 숨죽인 시간. 그야말로 심장이 쫄깃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우루과이가 가나를 이겨야 하지만 2골 이상 넣으면 안 되는 상황. 우리 팀에 패배를 안겨준 가나를 응원하게 될 줄이야! 하지만 기적은 이루어졌습니다. 우리의 힘만으로 이룰 수 없었던 16강. 게다가 마지막 결정골은 상대 팀의 노장 호날두의 어깨를 맞고 들어갔으니, 그야말로 선수들의 단결과 우주의 기운이 만들어낸 기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본의 온라인배급망인 아베마TV가 한국과 포르투갈 방송 중계를 예고하고 있는 장면.
일본의 온라인배급망인 아베마TV가 한국과 포르투갈 방송 중계를 예고하고 있는 장면.

스고이! 스고이! 외친 일본 축구팬들

사실, 그 순간 일본의 많은 축구팬들이 한국을 응원했습니다. 같은 아시아 사람으로서 한국을 응원한다는 사람도 있고, 손흥민의 팬으로서 한국을 응원한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내가 아끼는 후배 L박사는 한국의 16강 진출이 결정되는 순간 일본인 서평가 나가세 씨로부터,

“感動しました!! おめでとうございます!!! 寝ます!!(감동했습니다!! 축하합니다!!! 이제 잡니다!!)”

라는 축하 메시지를 받았다고 합니다.

일본은 한국처럼 모든 지상파 방송이 스포츠 중계를 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이번 한국과 포르투갈의 시합은 아베마TV(AbemaTV)라는 온라인 배급채널에서 방영되었습니다. AbemaTV는 이번 월드컵의 전 시합을 무료 배급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포르투갈 시합은 비교적 중립적인 입장에서 실황 중계되었지만, 사실상 한국 편에서 응원하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일본의 신문들은 ‘아시아 세력 약진(アジア勢躍進)’이라는 관점으로 일본과 한국이 함께 돌파한 쾌거라고 보도했습니다.

AbemaTV의 진행자는

“와, 와, 미남 공격수가 뛰고 있어! 스고이, 스고이(굉장하다, 괭장해)! 앗, 옷 벗지마! 옐로카드! 안 돼!”, “진정이 안 돼. 소름 돋아! 멋있어!”

라고 외치기도 했습니다. 어느 일본인 유튜버는 목청을 높여 “믿을 수 없다. 이것이 사실인가? 한국 정말 대단하다”하고 외쳤습니다.

공개 동영상 아래 댓글에는 ‘한국 얄미워’, ‘관심 없어’라고 쓴 댓글도 드문드문 보이긴 하지만, 대다수의 일본인들은 한국의 16강 진출을 축하했습니다. 한국어로 댓글을 단 일본인들도 있었습니다.

“한국도 축하합니다.나는 일본인이지만 기쁘다.
韓国もおめでとう(한국도 축하해요)” -ひんちゃん88-

“저는 일본인이지만 한국이 포르투갈에서 승리하고 기적적으로 결승 토너먼트에 진출한 것에 매우 놀랐습니다. 일본에서 축하합니다!!!(*^▽^)/ 축구 월드컵에서 한국은 일본보다 선배입니다. 한국 민족의 훌륭한 영광입니다.” -umbrobose ***-

韓国の皆さん!おめでとう!! (한국의 여러분! 축하합니다! !)

本当に衝撃的な勝利だった! (정말 충격적인 승리였어요!)

このスタジオの人たちははしゃいでるだけのように見えるけど、多くのファンは心から韓国の勝利を祝っている!(경기장에 있는 사람들은 우쭐해서 떠들기도 하지만, 다수의 팬들은 진심으로 한국의 승리를 축하하고 있습니다!) -ジャンガリアンハムスタ**-

작은 우물 벗어난 한국과 일본

나는 이번 월드컵을 보면서 여러 가지 감동적인 순간을 목격했지만, 어느 한순간의 감동보다 크게 다가온 것은, 이강인이나 손흥민 같은 선수들이 가진 한국에 대한 자부심은 기성세대의 그것과 다르다는 점이었습니다. 그것은 스스로 특별히 자부심이라고 느끼지 않을 정도로 내면화된 단단한 자부심입니다. 그들의 성장기에 한국은 이미 세계적인 국가였던 것입니다. 그들은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매너 면에서 어느 강팀에도 뒤지지 않는 소양과 실력을 갖춘 선수들입니다. 그들은 작은 우물 안에 있지 않습니다. 나는 그들을 포함한 우리의 젊은이들이 어느 한 나라를 미워해서 승부욕을 불태우기보다는 좀 더 넓은 세상에서 좀 더 큰 꿈을 꾸며 그 꿈을 위해 뛰기를 바랍니다.

NTT방송의 뉴스 속보. 한국이 포르투갈에 극적인 역전 승리, 12년만에 결승 토너먼트에 진출했다는 내용을 자막으로 처리했다.
NTT방송의 뉴스 속보. 한국이 포르투갈에 극적인 역전 승리, 12년만에 결승 토너먼트에 진출했다는 내용을 자막으로 처리했다.

일본의 경우에도 기성세대보다는 젊은 층이 압도적으로 한국을 좋아합니다. 그들의 한국어 공부에 대한 열기도 뜨겁습니다. BTS 뿐 아니라, 손흥민의 팬도 많습니다. 이제 정말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브라질을, 일본은 크로아티아를 이겨서 함께 8강에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그 8강의 꿈이 이루어진다면, 어느 팀이 이기든 호시노와 나는 이기는 팀의 다음 경기를 응원할 것입니다. 여러분도 함께 아시아의 약진을 응원하지 않겠습니까?

글쓴이

김석희 경희대 국제지역연구원 교수

김석희 경희대 국제지역연구원 교수. 태어나보니 강원도 평창군 미탄이었다. 서른둘에 처음 국제선을 타고 일본에 갔다. 오사카대학에서 언어문화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번역가, '어쩌다 화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유튜브 계정 <문학팔레트>를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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