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경제회복 조짐이 시사하는 것들
[박기찬의 말랑고소한 북한 이야기] 북중 무역 빠르게 회복 대북 경제제재 사실상 ‘무력화’ 북한, 새로운 국면에 자신감 회복 대북 정책 전면 재검토해야할 시점
신속히 새 소식을 보도해야 하는 언론이 제때에 다루지 못하는 뉴스가 꽤 있다. 북한 관련 뉴스도 그 중 하나다. 특히 “북한의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는 내용의 뉴스는 대개 시간이 한참 흘러서 누구나 다 알게 된 이후에나 보도되곤 한다. 이땐 뉴스가 새 소식이 아니라 지나버린 옛 이야기의 반복이 되어 버린다.
취재의 한계 또는 데이터의 부족도 그 원인이다. 다른 한편으로 필자가 자주 의심하게 되는 것은 북한 뉴스에 작용하는 이상한 확증편향이다. “북한이 어렵다”, “힘들다”, “곧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확증편향 또는 이런 뉴스가 대중들에게 잘 먹히고 그렇게 전달해야 뉴스가 잘 소비된다는 언론의 편견이 계속 작동해 온 것은 아닐까.
“북한이 나아지고 있다”는 내용의 뉴스는 독자들이 그때 그때 의도적으로 찾아내서 읽지 아니면 놓치게 된다. 최근의 북한 경제에 대한 주목할 만한 뉴스 속에서 북한의 경제위기 회복 조짐을 살펴 보았다.
북한 관광 재개 소식 들려
평양골프장에서 애호가(아마추어)골프대회가 6년 만에 열렸다는 조선중앙통신의 보도가 지난 10월 하순에 있었다. 평양시내에서 27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평양골프장은 길이 6777야드(파 72)의 골프 코스에 수영장, 보트장, 낚시터 등을 겸비한 종합레저시설이다.
지난 2005년에는 여기서 남한의 여자프로골프협회가 ‘평화자동차 KLPGA 평양오픈 골프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북한의 유튜브 매체인 ‘New DPRK’는 중국어와 영어로 이 골프장을 소개하기도 했다.
KBS는 지난 11월10일 강원도 원산갈마지구의 외형공사가 마무리되었다는 뉴스를 전했다. 위성사진 촬영 자료를 통하여, 김정은 위원장이 공을 들여 온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공사가 마무리 단계이며 명사십리 모래사장을 따라 150개 건물이 완전한 형체를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호텔과 식당, 축구장과 물놀이장, 야외 공연장에 대형 수변공간까지 조감도와 똑같이 지어졌다고 확인하면서, 북한의 국경봉쇄가 마무리되면 부분 개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의 분석도 곁들였다.

원래부터 경제제재 대상이 아닌 북한의 관광 사업을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재개하려는 모습은 북한전문 국제여행사의 사이트에서도 확인된다.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고려투어(Koryo Tours)와 영파이어니어투어(Young Pioneer Tours)는 올해 연말과 내년 봄 북한을 여행할 단체 여행객들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고려투어는 김일성 광장에서 해마다 열리는 새해맞이 공연 관람을 포함한 5박6일의 관광을 1195유로에, 영파이어니어투어는 유사한 상품을 995유로에 모집 중이다. 한국과 미국 여권 소지자를 제외한 전세계 여행객들이 다시 북한을 여행하는 것도 멀지 않아 보인다. 북한이 코로나로 봉쇄했던 국경을 개방하여 해외 여행객에 대한 관광 사업을 다시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은 빠르게 증가하고
미국의 국제방송 언론사인 VOA(Voice of America)는 지난 11월 19일자로 중국 해관(세관) 자료를 인용하여 북한의 10월 무역액이 1억 5390만 달러로 전월보다 48%, 작년 10월보다 268%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무역 금액은 코로나 이전 시기의 월 2억 달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 증가세가 매우 가파르다는 사실이 객관적 자료로 확인된 것이다. VOA는 북중 화물열차 운행이 재개된 올해 7월부터 4개월 연속해서 북중 교역액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이 추세라면 무역 규모가 코로나 이전 상황으로 회복되는 데에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석탄 수출 등 밀무역도 늘고
중국해관 자료에 나타나는 공식적 무역 외에, 대북 경제제재 조치를 회피한 비공식 밀무역 또한 최근 크게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9월22일 VOA는 대북제재에 따른 수입금지 품목인 원유에 대한 수입거래가 남포항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도했다.
VOA는 위성사진을 분석한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8월 자료를 근거로 최소 8척의 대형 유조선이 남포항에 입항한 것으로 보았다. 또한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감시 전문가패널이 “2021년 북한이 비공식적으로 반입한 정제유가 52만 5천 배럴에 달한다”고 연례보고서에서 밝힌 사실도 함께 전했다.
한편 11월1일자 VOA 뉴스는 북한 서해에서 선박 간 4건의 환적이 위성 사진으로 확인되었다고 보도했다. 올해 4월 이후의 건수를 모두 합친다면 총 26건의 해상 선박을 이용한 밀무역이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이 뉴스는 또한 남포항과 송림항에서 대북제재의 수출 금지품목인 석탄을 수출한 정황이 위성 사진으로 다수 확인되었다고 전하면서 석탄 수출이 본격화되고 있을 가능성을 함께 보도했다.
우크라 전쟁 이후 ‘무력화’된 대북 제재
올해초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발발한 이후, 북중 무역에 있어서 대북 경제제재가 사실상 무명무실해졌을 가능성이 더욱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가 강화되었고 동시에 중국에 대한 경제적, 군사적 압박도 더욱 거세 진 상황에서, 대북 경제제재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는 사실상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북한의 대중국 무역은 전체 대외무역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과의 비공식 무역이 암묵적으로 진행된다면, 이는 북한의 중요한 대외거래를 전면적으로 봉쇄해 온 대북제재에 큰 구멍이 생긴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중국이 2021년과 2022년에 북한에 대규모로 식량을 지원하고 수출했다는 소식이 최근 여러 경로로 전해지기도 했는데, 이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의 새로운 국제 정세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원자재가격 상승, 북한 경제에 긍정적 영향
남한이 전형적인 원자재 수입국이라면 북한은 석탄과 철광석 등 원자재를 수출하는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최근의 원자재 가격의 상승과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추세는 광물 원자재를 수출하는 북한의 경제에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전형적인 자원수출국인 러시아와 인도네시아가 최근 무역수지 흑자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경우와 유사하다.
2022년 11월말 현재 유연탄(칼리만탄 FOB 기준) 국제가격은 톤당 166.3 달러 수준으로 5년 전 2017년 11월 말의 82.15 달러 대비 두 배 이상 올랐다. 철광석(중국항 CRF 기준)의 국제시세는 작년과 올해에 톤당 150 달러에서 200 달러에 이르던 가격이 현재는 비교적 안정되어 95.55 달러 수준인데, 2017년 11월말의 68.24 달러와 비교하면 40%이상 인상된 수준이다.
비공식 무역은 경제제재 조치를 우회하거나 회피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추가적인 거래비용이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지속될 원자재 가격의 상승 트렌드는 북한경제 전반에 상당한 활력을 제공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북한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는 듯
최근 북한은 코로나, 경제제재, 자연재해 등 소위 3중고에 직면해 왔다. 이는 북한의 공식 매체들도 인정한 바 있다. 그런데 3개의 어려움 중에 역사에 유례 없던 코로나펜데믹 상황이 완화 국면에 진입하고 있으며, 가장 혹독했던 대북 경제제재도 유명무실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북한을 둘러싼 전반적인 대내외 환경이 새로운 국면에 진입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2020년 10월 10일 조선노동당 창건 열병식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안경을 벗고 눈물을 닦으며 “정말 면목이 없다”며 코로나와 자연재해, 경제제재에 분투하는 인민들에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다.
올 9월 정권 수립일에는 대규모 축하공연을 가졌고, 10월 노동당 창건 기념일에 김정은 위원장은 온실농장을 방문하는 등 경제 행보를 보였다. 그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소집하면서 “2022년의 대내외적 환경은 우리의 의지와 전투력을 시험하는 사상 초유의 역경이었다”며 “국가의 변혁적 발전을 위한 새로운 국면이 열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북 정책 전면 재검토해야할 시점
대북 및 이란 경제제재를 담당해 온 미국의 전직 외교관 디토머스(Joseph DeThomas)는, 최근의 북한 핵과 미사일 상황을 지켜보면서 “한 세대에 걸쳐 오랫동안 진행되었던 핵 미사일 억제 정책이 결국 실패했다. 다음 단계를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로이터 11월 7일자 보도)
북한의 최근 변화를 분석한 정욱진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각자가 원하는 북한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보려는 노력이 시급하다. 특히 북한의 경제난을 ‘상수’로 취급하는 경향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한겨레신문 11월 26일자 보도)
우리 머리 속의 북한이나 과거의 북한이 아닌, 현재의 북한을 객관적으로 직시할 필요가 있다. 경제위기에서 회복 중인 북한, 사실상 핵무장 완성단계에 진입한 북한, 그리고 변화하는 국제 정세와 경제 환경을 객관적으로 보아야 한다. 대북 정책의 원점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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