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인들의 ‘헌집 줄게~ 새집 다오’

[프랑스 연하남편과 좌충우돌기] ‘옛 것 사랑’ 프랑스인들...’고치는 재미’ 바로 옆에서 ‘집개조 프로젝트’ 지켜보니 이들의 손재주·미적감각 “대단해” 감탄

프랑스인들은 옛 가옥을 구입한 뒤 집을 개조하고 인테리어를 하며 새롭게 단장하는 것을 좋아한다.
프랑스인들은 옛 가옥을 구입한 뒤 집을 개조하고 인테리어를 하며 새롭게 단장하는 것을 좋아한다.

한때 한국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중에 JTBC 방송에서 하는 ‘헌집 줄게~새집 다오’가 있었다. 스타의 좌충우돌 셀프 인테리어 시공기 ‘헌집줄게~새집다오’는 현재 인테리어 트렌드인 ‘셀프 인테리어’에 관한 정보를 시청자의 입장에서 보다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려는 한국최초 셀프 인테리어 리얼리티라 할 것이다.

필자는 남부 프랑스에 사는 남편 동생이 1백년가량 된 구옥을 구입해 이들 부부와 부모까지 온 가족이 힘을 합쳐 낡은 부분을 고치며 셀프 리모델링하는 모습을 지켜보다 이 프로그램까지 알게 됐다.

사실 프랑스는 ’헌집 줄게~새집 다오‘의 원조라 할 만하다. 프랑스인들의 집사랑은 각별하며 연관 산업도 매우 발달했다. 처음부터 집을 직접 짓거나 개보수할 수 있도록 여러 재료들을 판매하는 DIY용 건축자재 및 정원용품 판매점으로 ‘르로이 메흘랑(Leroy Merlin)’, ‘브리코 데포(Brico Dépôt)’, ‘브리코라마 (Bricorama)’ 등 프랑스 기업들이 즐비하다. 또 이케아와 같은 인테리어, 소품 관련 대형 매장들도 전국 대도시와 위성도시 인근에 많이 분포해 있다.

프랑스인 56%가 ‘메종’ 소유

2021년 프랑스의 ‘국립 통계 경제 연구소(Insee)’에 의하면 전체 3540만호중 2900만호가 자가(自家)이며, 이 중 56% 인 1600만호 가량이 ‘메종(maison)’ 즉 단독주택이다. 나머지 44%가 아파트와 같은 집단 주거지다.

프랑스인들은 확실히 아파트보다는 단독주택을 선호한다. 프랑스인들의 75%가 가정집 즉 단독주택을 소유하는 것이 꿈이라는 통계조사도 있다. 이같은 선호현상은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면서 더욱 더 심화됐다. 특히 파리와 인접한 수도광역권 일드프랑스 (Île-de-France) 지역에서 선호가 가장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인들은 이처럼 대도시와 인접한 지역에 정원이나 테라스가 있는 집을 갖는 것을 그리고 있다.

여느 프랑스인들의 바람은 필자의 시댁같이 ‘헌집 줄게~ 새집 다오’ 트렌드로 이어진다. 남편의 어머니, 즉 시어머니도 남부 프로방스에 약 2백년 넘은 옛 농장을 구매해 현재의 작은 수영장 딸린 아름다운 메종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녀는 구매한 집의 일부는 남겨 두고 부엌과 침실을 개조했고 옆에 붙은 축가를 터서 거실로 확장했다. 기둥과 지붕 일부만 남기고 대부분을 완전히 고친 경우다.

새롭게 개조된 모던한 느낌의 화장실. 윗부분 2개의 까만색 모양이 세면대이고, 아래가 타월을 정리한 가구다.
새롭게 개조된 모던한 느낌의 화장실. 윗부분 2개의 까만색 모양이 세면대이고, 아래가 타월을 정리한 가구다.

프랑스인들은 장난감 등 추억이 깃든 물건들, 즉 가구부터 집이나 건축물까지 오래된 것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노스탤지어(Nostalgia) 또는 향수(鄕愁)’를 사랑하는 이들이 많다. 나의 시어머니만 봐도 당신의 아들이 어릴적 갖고 놀던 스타워즈 모형 장난감이나 크리스마스때 장식으로 걸었던 양말, 오래된 식기 등을 그대로 사용하며 자랑하기도 한다.

이런 추억의 물건을 버리지 않고 창고나 차고 등에 쌓아두다가 1년에 한두 번 ‘비드 그르니에(vide grenier)’ 즉 미국 사람들처럼 ‘개러지 세일’을 하곤 한다. 물론 프랑스 젊은층은 이제 스칸디니비아 등 노르딕풍의 모던한 인테리어를 선호해 옛날 가구나 앤티크 소품 등을 싸게 팔거나 아예 내다 버리는 경향도 강해졌다. 나는 그럴 때마다 시어머니께 “아깝다. 한국에 가져다 팔면 좋겠다”는 얘기를 하곤 한다.

시동생 집 정문에 페인트칠을 하기 전(아래)와 후(윗)의 모습.
시동생 집 정문에 페인트칠을 하기 전(아래)와 후(윗)의 모습.

온 가족이 힘합해 리모델링 도와

때때로 필자를 비롯 우리들(프랑스인과 결혼해 사는 한국인)을 경악하게 만드는 프랑스인들의 ‘옛것 사랑’이 예전만 못하다지만, 나와 가까운 30대 초반인 동서(남편 동생의 아내)를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시동생 부부는 올해 6월초 시어머니집에서 약 300m 떨어진 곳의 ‘를레 드 포스트(Relais de poste(우편 마차의 역마 교대 장소)’로 쓰였던 구옥과 이에 붙은 마구간(l’écurie)과 대장간(la forge)을 매입해 리모델링했다. 부엌과 화장실을 제외한 건물 대부분은 그대로 두면서도, 올드한 느낌의 벽지를 뜯어냈다. 고옥 특유의 고풍스러운 창틀과 바닥 타일, 벽난로 등을 그대로 두고 전체를 깔끔한 화이트 페인트로 칠한 뒤 모던한 소품들로 인테리어만 새롭게 장식한 케이스다.

남편 동생 부부가 휑하게 있던 정원(왼쪽)을 수리하고 페인트 칠한 후의 모습(오른쪽)
남편 동생 부부가 휑하게 있던 정원(왼쪽)을 수리하고 페인트 칠한 후의 모습(오른쪽)

이들만 몸을 쓴 게 아니다. 프랑스 중북부에 사는 동서의 부모까지 내려와 여름 한달 이상을 머물며 딸의 뉴하우스 개조를 도왔다. 공사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뜻도 있었다. 집계약 시기와 비슷하게 임신 소식까지 알린 딸을 위한 부모의 사랑과 정성은 우리네와 다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하면 더하다 할 정도였다. 올해 60세로 은퇴한 그녀의 아버지 필립은 화장실 샤워설치는 물론, 부엌 벽을 부수고 배수로를 설치하는 등 몸소 작업하다 팔에 알레르기성 먼지 두드러기로 병원 처방을 받을 정도였다. 그는 진정한 딸바보로서 면모를 제대로 보여줬다.

이 분은 손재주가 많아 오래된 포르쉐나 재규어 등 클래식 빈티지차를 개조해 판매하는 일을 했다. 아내인 크리스텔과 함께 수십년간 살고 있는 지금의 집도 신혼 때 오래된 농장을 매입해 직접 몇 년에 걸쳐 개보수했다. 이처럼 프랑스 사람들의 집 사랑은 손수 집을 개보수하거나 인테리어, 정원 가꾸기에 공을 들이는 식이다.

30대의 동서는 만삭의 몸임에도 집의 개보수에 누구보다 열성이었다. 이들 부부의 집을 구경하러 갔을 때 그녀는 불룩 나온 배에도 쪼그리고 앉아 벽에 열심히 페인트칠을 하고 있었다. 냄새가 괜찮냐고 물어보니 씩 웃으며 전혀 아무렇지 않다고 답한다. 화장실과 침실 등의 페인트칠은 대부분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 작품이다.

개보수를 다 끝내고 난 뒤의 거실 모습.
개보수를 다 끝내고 난 뒤의 거실 모습.

젊은 프랑스 여자인 그녀는 오래된 고가구를 거친 느낌의 화이트와 크림 투톤으로 칠해 모던한 느낌으로 새롭게 변신시키는 용한 재주로 나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역시 프랑스인들은 손재주와 미적 감각, 디테일에 쏟는 정성이 대단하구나 하고 다시 한번 감동했었다.

이들 시동생 부부는 집 매매 계약이후 약 6개월에 걸친 개보수와 인테리어 작업 끝에 지난 11월 말경 마침내 이사를 완료했다. 이사 후 3일 뒤에 3㎏의 금발에 푸른눈의 여자 아이가 이 집의 새 식구가 됐는데, 엄마의 손을 거쳐 재탄생한 화이트톤의 옷장과 서랍장이 그녀의 ‘손때’ 묻기를 기다리고 있다.

글쓴이

이영지 파리 통신원

이영지 통신원 겸 칼럼니스트는 미국 뉴욕의 Parsons School of Design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다. NIX, 나인 식스 뉴욕, 타임 등에서 패션 디자이너로 근무하다가 2012년 프랑스로 이주해 현재까지 ‘패션비즈(fashionbiz)’ 파리 통신원으로 근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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