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크리스마스 트리는 다 어디 갔을까

[이영지의 연하남편과 좌충우돌기] 1월지나면 거리마다 버려지는 나무들 누가 어떻게 처리할까...환경훼손 아닐까 프랑스의 친환경적인 처리방법을 알아보니

그 많던 크리스마스 트리는 다 어디로 갔을까. 카톨릭 국가인 프랑스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각별하게 생각한다.
그 많던 크리스마스 트리는 다 어디로 갔을까. 카톨릭 국가인 프랑스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각별하게 생각한다.

올해가 프랑스 생활 11년째다. 이제는 프랑스어도 제법 전보다 편해지고 이 나라에 정도 많이 붙였다. <더 칼럼니스트>에 기고한 지도 어언 3개월이 흘렀고 새로운 주제를 생각하며 쓰고자 한 내용이 머릿속에서 정리되면서, 한편으로는 몇 편 안되는 글이지만 기고한 글내용이 프랑스에 대해 너무 부정적인 것들은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카톨릭 국가’ 프랑스에서 많은 크리스마스 트리

이유는 이번 칼럼에 쓰고자 하는 내용이 또다시 프랑스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면을 부각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 아닌 우려 때문이다. ‘그 많던 크리스마스 트리는 다 어디로 갔나’ 라는 제목을 정하게 된 것은 올해 1월 초 어느날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눈에 들어온 인도 곳곳에 쌓여 있는 버려진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면서다. 프랑스에 살면서 이처럼 버려진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는 것이 한 두 해는 아니지만 볼 때마다 ‘이 나무들을 어떻게 처리하나’라고 속으로 궁금해하곤 했다.

대다수의 프랑스인들은 크리스마스 축하를 위해 농장에서 키운 자연산 침엽수 트리를 사용한다. 자연산 침엽수 트리는 대형 수퍼체인이나 정원용품 체인은 물론 작은 동네 수퍼에서도 연말 시즌이 다가오는 11월부터 12월까지 매장 한 구석에 쌓아놓고 판매한다. 가격도 사이즈별로 그리 비싸지 않은 30~50유로(한화 약 4만~7만원)대로, 한 달 정도 사용하고 버려진다.

한참 크리스마스 시즌이던 지난 12월 프랑스인 남편에게 말했다. 이렇게 많은 트리들은 버려지면 어떻게 처리되는지, 얼마나 환경에 안 좋을지, 우리 집 트리는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제여서 다행이라는 둥. 돌아온 대답은 플라스틱이 오래 사용은 하지만 환경에는 더 안좋다고 하더라는 얘기다.

아무데나 버려지는 나무들?

파리에서는 이 나무들이 길거리에 버려지긴 하지만 아무 데나 그냥 폐기하는 것은 아니다. 인도 위에도 별도로 지정된 코너에 두어야 하며 ‘크리스마스 트리 리사이클 코너’라는 친절한 안내문도 적혀있다. 이들 나무는 일주일 정도 기간을 둔 뒤 시에서 수거해 간다.

길가에 버려져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
길가에 버려져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

궁금한 마음에 ‘철지난 자연산 크리스마스 트리는 어떻게 하나?’라는 내용을 알아봤다. 파리 시에서 마련한 지침을 보면 몇가지로 축약된다.

먼저 각 시마다 다르다. 집 밖에 두면 정해진 날짜(보통 1월 초에서 중순 사이)에 집집마다 들러 수거해 가는 도시도 있고 아니면 일정하게 정해진 수거 장소에 두면 모인 트리를 트럭이 한꺼번에 수거해 간다. 정해진 장소가 아닌 곳에 버렸다가 적발되면 벌금(135 유로)도 내야 한다. 또는 개개인이 직접 시에서 운영하는 트리 재활용 코너에 가져다 줄 수도 있다. 혼자 수거가 힘들면 시에서 수거 도우미를 보내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친환경적인 다양한 처리방법들

이렇게 수거된 트리들은 ‘멀칭(mulching-농작물 재배에서의 토양 관리 방법의 하나. 토양 표면을 비닐이나 폴리에틸렌 필름, 짚 따위로 덮는 것)’이나 Compost (퇴비) 또는 데코 상품으로 재탄생한다.

특히 일부 대형 정원/데코 전문 판매상 중에는 자연산 트리를 구매, 사용한 후 이듬해 1월 31일 이전에 영수증을 지참, 매장에 가져오면 10 유로 상품권을 주기도 한다.

또한 구입 당시 트리가 화분에 담겨진 상태였다면 정원이 있는 집(프랑스는 단독주택의 비율이 주거지의 56%정도로 한국에 비해 매우 높다)에서는 크리스마스 기간 동안 조심스럽게 트리 장식을 하고 시즌이 끝난 후 화분에서 꺼내 정원에 심었다가 다시 돌아오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재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이 경우 크리스마스 전후 2·3주 동안 중간 중간 물도 줘야 하고 너무 건조하거나 뜨겁지 않은 환경에 두는 것이 중요하다.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침엽수인 트리의 침들을 모두 떼어내 멀칭 즉 ‘바닥덮기’에 훌륭한 재료로 사용되기도 한다. 집에 정원이 있거나 작은 그린하우스에도 이용 가능하며 이를 위해서는 나무가 바싹 마른 후 털어내는 방법이 있다.

또 다른 재활용 법은 프랑스에 종종 볼 수 있는 벽난로 땔감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땔감용으로 일반적인 나무는 아니지만 불이 잘 붙는 나무여서 불쏘시개 용으로 활용하면 좋다고 한다. 침엽수 잎에는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해 염소 새끼 등 가축의 사료로도 사용한다. 또한 겨울 한철 침엽수 잎을 끓인 물에 담가 레몬이나 꿀과 함께 마시면 디톡스차로도 효과가 뛰어나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가지를 잘라 수제 크리스마스 장식이나 포토 프레임 등으로 제작하는 등 ‘DIY(Do It Yourself)’ 친환경 데코 오브제로 활용할 수 있다.

단독주택이 많은 프랑스 주요 도시에서는 주택단지 한 곳에 사용하고 난 트리스마트 트리를 쌓아둔다.
단독주택이 많은 프랑스 주요 도시에서는 주택단지 한 곳에 사용하고 난 트리스마트 트리를 쌓아둔다.

10년동안 키운 침엽수의 가치는

‘르몽드’지에 의하면 프랑스는 약 80%가 자연산 트리를 택하고 나머지 20%만이 인공산 트리를 선택한다. 일부 아마추어 구매자들은 크리스마스 트리를 선택할 때 자연산 나무를 베어 장식용으로 사용한다는 아이디어도 있고 재사용이 불가능하고 사후 처리가 불편한 점을 들어 플라스틱으로 제작된 인공 트리를 선택한다고 한다.

결국 필자가 궁금해하던 자연 소재의 트리와 인공 소재의 트리 중 어떤쪽이 더 친환경적인가 질문의 답은 의외였다.

실질적으로 생산 과정이나 운송과 리사이클 등 친환경성을 고려하면 자연산 크리스마스 트리가 단연 승자라고 ‘르몽드’지는 밝혔다. 크리스마스 트리로 사용되는 침엽수는 5~10년 정도의 성장기를 거치며 이 기간 동안 산소 배출 뿐만아니라 플랜테이션의 뿌리들이 여름철 홍수 피해를 막는 역할까지 한다. 결론적으로 자연산 트리가 탄소배출의 부정적 영향이 인공 트리에 비해 2.6배 가량 적게 미친다고 한다.

결국 지난 가을 파리에서 한시간 반 거리의 시골 ‘보빌리에(Beauvilliers)’ 가족 여행 중 차창 밖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잔뜩 심어진 농장들을 지나치며 불편했던 나의 마음은 불필요한 오류였음이 드러났다. 미관을 해치며 흉물스럽게 길가 여기저기 쌓여 있던 자연산 트리들은 이제 모두 거두어져 자취를 감추고 인도는 다시 새해를 맞아 분주한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가득 차 있다.

글쓴이

이영지 파리 통신원

이영지 통신원 겸 칼럼니스트는 미국 뉴욕의 Parsons School of Design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다. NIX, 나인 식스 뉴욕, 타임 등에서 패션 디자이너로 근무하다가 2012년 프랑스로 이주해 현재까지 ‘패션비즈(fashionbiz)’ 파리 통신원으로 근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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