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와 화이부동(和而不同)

[김해동의 기후위기와 세상만사] 기후는 ‘다름’과 ‘섞임’으로 균형 이루는 현상 인간 세상은 ‘양극화’, 지구에는 ‘이상기후’ 지구온난화로 대기의 ‘화이부동’이 무너져

지구온난화 그래픽.
지구온난화 그래픽.

기후와 기후위기의 문제, 그리고 그 문제에 담겨있는 인간 삶의 원칙을 생각해보려 합니다. 기후는 영어로 climate라고 하는데, ‘기울어짐’이라는 어원을 갖습니다.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태양빛은 저위도에 많이 도달하고 고위도로 갈수록 줄어듭니다. 또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태양빛이 지구에 도달하는 양은 동일한 지점이라도 매일매일 시시각각으로 변합니다. 그러니 지구상에서 똑같은 기후는 지구상 그 어디에서도, 어느 시기에도 나타나지 않습니다. 인생에서 똑같은 상황이 두 번 발생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다름’과 ‘변화’가 기후의 본질입니다. 기후를 변화시켜가는 요인으로는 지구의 둥근 모양과 자전축의 기울어짐 이외에도 수 없이 많습니다.

한편으론 지구 곳곳의 기후가 서로 지나치게 달라지지 않도록 하는 요인도 있습니다. 바람과 해류가 그것입니다. 서로 ‘다름’이 만들어져야 ‘흐름(섞임)’이 만들어지고, 그 섞임(흐름)은 끊임없이 다름의 격차를 줄입니다. 사람이나 자연이나 자꾸 달라져야 ‘역동성’을 갖게 되고, 적절하게 섞여야 ‘항상성’이 유지됩니다. 그야말로 ‘화이부동’입니다. 그 균형이 인간세상에서 무너지면 ‘양극화’이고, 기후에서 무너지면 ‘이상기후’로 지구생명체를 위협하는 기후위기가 됩니다. 첫 번째 이야기로 이상기후 문제를 생각해봅니다. (화이부동은 논어의 자로 편에 나오는 말로 공자는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한다”고 했다-편집자주)

‘이상기후’ 현상

유엔 산하기구인 세계기상기구(WMO; 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는, 이상기후현상이란 어떤 지역에서 30년에 한번 정도 발생할 정도로 좀체 나타나기 어려운 기후 현상이라고 정의합니다. 기온이라면 30년에 1회 정도 나타나는 고온 또는 저온을, 강수라면 30년에 1회 정도 나타날 수 있는 홍수 또는 비가 내리지 않는 가뭄을 가리킵니다.

‘이상(abnormal)’이 무엇인지를 말하려면 먼저 무엇이 ‘정상(normal)’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세계기상기구는 정상 기후를 30년 동안 평균한 상태와 엇비슷한(표준편차 이내) 기후라고 정의합니다. 기후는 기온, 강수량, 습도, 풍속, 구름의 양, 일사량 같은 값을 이용하는데, 이런 것을 기상요소 또는 기후요소라고 합니다. 이들 기후요소 값을 10년 단위로 끊은 과거 30년 동안의 평균값을 기후 평년값이라고 하는데, 일기예보에서는 ‘예년 값’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예로서 서울의 2023년 1월 1일의 일 최고기온의 기후 평년값이란 10년 단위로 끊은 과거 30년(1991∼2020년) 동안의 매년 1월 1일의 일 최고기온을 평균한 값을 말합니다. 2023년 1월 1일의 일 최고기온이 평년값과 비슷하면 정상기온이고, 많이 벗어나면 이상기온입니다. 평년값은 10년마다 최근 30년으로 변경되기 때문에 지금 이상이라고 여겨지는 기후현상도 장기간 이어진다면 그것은 새로운 정상이 됩니다. 요즘 여름철마다 기승을 부리는 폭염도 앞으로 계속 이어진다면 장래에는 폭염의 여름이 정상기후가 됩니다. 결국 정상기후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익숙해진 기후입니다. 우리는 익숙하지 않은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을 이상하다고 여기듯이, 좀체 나타나지 않는 기후가 돌출하면 이상기후라고 말합니다.

평균을 구하는 기간(기준기간이라고 함)을 30년으로 잡은 이유는 사람들이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기간을 30세에서 60세 사이의 30년가량으로 간주하기 때문입니다. 이 30년을 한 세대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한 세대가 지난다는 말은 30년이 지난다는 뜻입니다.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고 사회활동 기간도 연장된다면 이상기후를 정의하는 데에 사용하는 기준 기간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데, 실제로 국제사회에선 30년을 10년 연장하여 40년으로 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자연 생태계에는 30년 동안에 1회의 빈도로 발생하는 기후현상을 이상하다고 받아들이지 않는 생물도 많습니다. 그러한 예로 사막에서 생존하는 식물들이 있습니다. 사막엔 원래 강수량이 매우 적고 수년에 걸쳐서 비가 한 방울도 내리지 않는 경우도 흔합니다. 그러다가 수십 년에 한 번씩 하루에 20∼30mm 정도의 많은 비가 내릴 때가 있는데 그때에 사막의 땅속에 오랜 기간 묻혀있던 종자가 금방 싹을 틔어 성장하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습니다. 그 씨앗은 다시 사막의 땅 속에 묻힌 채로 많은 비가 올 날을 마냥 기다립니다.

이런 자연에는 30년이라는 기간이 중요하지 않고, 변화가 작은 기후라는 것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수명이 짧거나 30년 동안 공부를 하고 그 후 30년간 사회에서 일을 하고 은퇴하여 노후를 보내는 방식의 삶과 무관한 나라의 사람들에게도 이상기후의 기준은 소용이 없습니다. 30년 평균과 엇비슷한 상태를 정상, 그것에서 많이 벗어나면 이상기후라고 하는 것은 주로 중위도 온대지역에 살고 있는 문명화된 사람들의 삶에 맞춰서 정한 것입니다. 무엇이든 간에 힘이 있는 자들의 잣대로 세상의 기준을 정하는 데엔 예외가 없어 보입니다.

북극 한파가 몰아치는 이유. 그래픽=연합뉴스
북극 한파가 몰아치는 이유. 그래픽=연합뉴스

일상이 된 이상기후(기후위기) 현상

온실가스 감축에 관한 새로운 국제법이라고 말할 수 있는 파리협정의 효력이 시작된 2021년도의 기후변화협약총회는 기후위기의 출발점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산업혁명이 잉태된 영국의 글래스고에서 열렸습니다. 이 행사에 맞춰서 세계기상기구는 ‘2021년도 전 지구 기후보고서’를 발간하였는데, 이 보고서의 부제가 ‘새로운 일상(new normal)이 된 이상기후’였습니다.

이상기후는 좀체 발생하기 어려운 특이한 기후현상을 말하는데, 그런 현상들이 이제는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이 되었다는 말입니다. 과거엔 지구상 어디에선가 어쩌다가 한 번씩 발생하였던 엄청난 규모의 기후재해가 이제는 매년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여 많은 인명과 재산을 앗아가고 있는 상황을 지적한 겁니다.

자연재해 분야의 재보험사로 독보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뮌헨보험사도 2022년에 이제는 매년 기후재해 보험금 지급 액수가 1000억 달러를 초과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작년 가을에 미국의 플로리다를 덮친 허리케인 IAN이 만든 재해만도 670억 달러(약 8조 7천억 원)를 넘었습니다. 이것은 태풍 매미로 입었던 우리나라의 재산피해보다 2배를 훌쩍 뛰어넘습니다. 사실 기후재해로 인한 피해의 75% 정도는 저소득 국가에서 발생하는데, 그런 나라들은 재해보험에 가입하지 못하여 피해복구에 속수무책인 실정입니다. 지난 해 전국토의 1/3이 침수된 파키스탄이 그런 사례입니다.

2022년 8월 파키스탄 폭우사태가 30일이상 계속돼 주요 도시가 물에 잠기는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사진=연합뉴스
2022년 8월 파키스탄 폭우사태가 30일이상 계속돼 주요 도시가 물에 잠기는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사진=연합뉴스

볼 수 없었던 극단적인 이상기후현상이 발생하였을 때에 그 원인을 찾아보면 공통적으로 상층 제트스트림의 이상 경로가 발견됩니다. ‘제트스트림’은 북쪽의 차가운 공기와 남쪽의 따뜻한 공기 사이의 경계인데, 그것이 망가져서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가 발생한다는 말입니다. 지난해엔 세계 곳곳의 사막지역에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고, 남미와 호주에는 겨울철임에도 어마어마한 홍수가 덮쳤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장 기간 가뭄과 가을철 폭우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겨울철에 시베리아 찬 공기가 아니라 북극권의 공기가 전국을 직격하였습니다.

제트스트림이 그렇게 된 이유는 지구온난화로 북극권이 고온화 되어서 남쪽 공기와의 기온차가 감소한 것에 있습니다. 북쪽과 남쪽 공기 간에 다름이 줄어서 그 경계가 약해진 탓입니다. 지구온난화로 지구대기에 ‘화이부동’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에 다름이 아닙니다.

글쓴이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

필자는 계명대 지구환경학 교수로 재직중이다. 행정안전부 기후재난대응 T/F 위원도 겸하고 있다. 부산대학교 사범대학 지구과학 교육과를 졸업하고 동경대학 대학원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기상청 기상연구관을 역임했으며 대구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대구시민햇빛발전소 이사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기후위기과학특강>, <내일 날씨는 어떻습니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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