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더위 어떻게 달랐을까...’살인 폭염’ 진입
[김해동의 기후위기와 세상만사] 엘니뇨→라니냐 전환 해의 전형적 모습 열대 서부해역의 고온 남풍이 지속 유입 습도 감안한 체감온도, 야간 열대야 ‘역대급’ 좁은 영역에 돌발성 폭우발생, 올해 도드라져 경제성장 아닌 기후위기 대응에 최우선 둬야
우리나라 올해 여름기후의 특성은 돌발성 집중호우, 지독한 열대야의 연속 그리고 관측되는 기온보다 훨씬 높은 체감온도를 들 수 있습니다. 올해 여름의 낮 최고온도는 기상관측 역사상 역대급이었던 1994년, 2016년, 2018년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올해 여름이 너무 힘들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습도를 감안한 체감온도로는 기상관측 역사상 역대 2번째로 높았고, 야간 열대야는 단연 최악이었기 때문입니다. 올해 여름의 더위는 과거와는 유형이 다른 폭염이었던 셈입니다.
또 올해 여름엔 좁은 영역에 돌발성 폭우가 내리는 강수유형도 도드라졌습니다. 이런 날씨가 여름철 내내 이어진 원인은 무엇일까요? 우리나라만 이랬을까요? 이런 날씨가 장래엔 어떻게 변해갈까요?
올해 여름기후 특성과 원인
올해 여름은 습도가 평년에 비하여 10% 이상 높았고, 야간 열대야가 연속해서 이어졌고 야간 고온의 수준 자체도 무척 높았습니다. 영동지방과 서울 등에서 야간에도 30℃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초열대야마저 기승을 부렸습니다, 열대야 일수와 연속일수 모두 지금까지 없었던 수준이었습니다.
7월에 경기도와 경북에서 기상청의 비공식 관측 자료인 자동기상관측 사이트에선 최고온도가 40℃를 넘어설 정도로 초고온이 나타난 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 최고온도 자체는 작년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였고, 역대급 고온의 해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하지만 기온과 습도를 감안한 체감온도 기준으로는 기상관측 역사상 최상위 수준이었습니다.
이런 여름기후가 나타난 원인은 7월의 장마시작 시기부터 계속해서 남풍계열의 고온다습한 공기가 우리나라로 유입된 데에 있습니다. 올해는 작년 여름에 정착된 강한 엘니뇨가 봄에 해소되고 여름부터 라니냐로 변하는 해였습니다. 이런 해에는 전 세계적으로 이상 고온 등의 기후재해가 크게 증가하는 특성이 있는데, 동아시아의 경우엔 북태평양의 서쪽 해역(우리나라의 남쪽 해상)의 수온이 크게 오르고 북태평양고기압이 발달하는 특성이 나타납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부근 해상의 표층수온은 동경 140도보다 동쪽의 열대 해상보다도 더 높았습니다.
해양은 육지보다 훨씬 많은 열을 머금고 있기 때문에 육상의 지표면과 달리 야간이 되어도 수온이 낮아지지 않습니다. 수온이 높은 해상에서 고온다습한 공기가 만들어지고, 그 공기가 우리나라로 끊임없이 유입되어 습도가 높은 후텁지근한 날씨에, 지독한 열대야를 만들었습니다.
높은 습도가 지독한 폭염을 만들었는데, 이것은 지금까지 경험해왔던 더위와는 다른 유형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고온다습한 공기가 장마철에 장마전선으로 유입되어 선상 강수대를 만들어 아주 협소한 지역에 비가 집중되었고, 장마 이후엔 좁은 지역에 돌발성 폭우를 쏟아 붇는 스콜성 소나기를 만들었습니다. 선상 강수대란 장마전선 상에서 마치 선과 같이 좁은 영역에 비가 집중되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런 돌발성 폭우현상은 최근에 매년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올해엔 더욱 도드라졌습니다. 이런 종류의 폭우는 기상청도 폭우가 내릴 좁은 지역을 시간을 두고서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유형으로 자리잡고 있는 이런 강수는 기상청 예보에 기댄 방재활동으론 대응할 수 없기 때문에 대형 기후재해로 연결되기 쉽습니다.
해외의 경이로운 폭염현상
2024년의 폭염은 해외에서도 심각하였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멕시코와 미국 서부지역 그리고 인도와 파키스탄의 지독한 고온현상을 들 수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에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심각한 고온과 폭우피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멕시코에선 3월 중순부터 때 이른 폭염이 발생하여 장기간 지속되면서 큰 피해를 냈습니다. 폭염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매년 2∼3명에 지나지 않았던 멕시코에 이른 봄부터 한여름에 이르기까지 50℃를 넘나드는 지독한 폭염이 5차례나 이어졌습니다. 그 결과로 열사병과 탈수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폭염 발생의 원인은 멕시코 만의 남부와 중앙아메리카 북부를 중심으로 상층 고기압이 자리를 잡아서 강한 ‘열돔’ 현상을 만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여름철 초고온현상도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동아시아 상공을 덮어서 열돔 현상을 형성할 때에 나타납니다.
멕시코 폭염으로 5월 말에 40∼45℃의 고온이 이어지자 밀림의 원숭이들이 열사병으로 정신을 잃고 나무에서 떨어져 바닥에 나뒹굴었습니다. 그 중에서 150여 마리는 죽음을 맞았고 나머지는 장기간 치료를 받은 후에 숲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이 기간에 앵무새, 박쥐 등 여러 종류의 야생동물들도 고온으로 집단 폐사하였습니다.
인도와 파키스탄에서도 때 이른 폭염이 3월부터 기승을 부렸습니다. 5월엔 16개 이상의 도시에서 45℃를 넘어섰는데, 특히 라자흐스탄 서부 지역에선 기온이 49℃까지 치솟았습니다. 야간 열대야도 심각했는데, 인도의 수도 뉴델리에선 야간에 일 최저기온도 35℃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초열대야 현상이 이어졌습니다. 파키스탄에서도 46℃에 이르는 초고온이 발생하였는데, 고온현상이 가장 심각하였던 인구 2,600만 명의 펀자브 지역에서는 휴교령을 내린 초중고 학교가 절반을 넘었고, 이들 대부분의 학교들은 조기 여름방학에 들어갔습니다.
미국에서도 초여름부터 서부지역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지역에서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졌고, 사망자가 속출하였습니다. 7월이 시작되자 미국 전역으로 폭염이 번져나가서 전체 인구의 40%가 넘는 1억 4,200만 명 이상이 폭염 경보 수준의 고온영향권에 들었습니다. 서부의 라스베이거스에서 46℃를 넘었고, 캘리포니아와 오리건 그리고 시애틀도 40℃를 넘어섰습니다. 7월부터 동부 지역에도 서부지역에 못잖은 폭염이 시작되었습니다. 필라델피아와 델라웨어 북부, 뉴저지 등 상당수 지역에서 폭염이 심각했는데. 워싱턴DC와 메릴랜드, 버지니아주 등에서 44℃의 고온이 나타나기도 하였는데, 이것은 1937년 이래로 55년만의 최고 기온이었다고 합니다.

장래의 폭염과 폭우
유럽과 인도에서 봄철부터 극심한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2022년 5월에, 세계기상기구(WMO) 사무총장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세계보건기구(WHO)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다음과 같은 발표를 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폭염은 점점 더 잦아지고 있으며 이러한 부정적인 현상은 설령 인류가 파리협정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에 성공하는 경우라도 적어도 2060년대까지는 지속될 것입니다. 기후변화가 진전됨에 따라 폭염에 관한 기록은 깨지기 시작했고, 장래엔 이런 폭염이 보통이 될 것이며, 우리는 훨씬 더 강한 극단을 보게 될 것입니다.
2022년에 발생하였던 유럽 폭염은 500년 빈도의 폭염으로 평가되는 매우 극단적인 것이었는데, 그런 폭염도 이제는 매년 일상적으로 겪게 될 것이며 장래엔 훨씬 더 극단적인 폭염이 더 자주 나타날 것입니다.”
고온일수록 대기는 더 많은 수증기를 포함할 수 있기 때문에 과거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폭우를 만들어냅니다. 올해 4월에 사막지역인 두바이 공항에서 하루 동안에 연간 강수량의 두 배에 해당하는 폭우가 쏟아져서 공항이 물바다로 변하는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남반구의 가을인 5월에 브라질 남부 지역에서 사흘 동안에 3개월 치 이상의 강우량에 해당하는 폭우가 쏟아져서 200여명의 인명피해와 12만 명의 이재민을 냈습니다. 이런 대형 폭우사건도 이젠 지구촌 곳곳에서 일상적인 일이 되었습니다.

올해의 폭염과 폭우는 우리가 맞이할 폭염과 폭우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이제 우리는 살인적 폭염이 일상이 되는 시절의 입구로 들어섰습니다. 기후위기를 방치해온 가혹한 대가를 받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제라도 이 시대의 최우선 과제는 지역개발과 경제성장이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이어야 합니다. 미룰수록 더 큰 후회를 만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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