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기후위기 얼마나 위험한 상황일까?
[김해동의 기후위기와 세상만사] 작년 지구 평균기온, 역사상 가장 높았던 해 지구촌 곳곳에 삶의 터전 잃은 ‘기후난민’ 급증 바다에서는 ‘해양 열파’로 해양 생태계 파괴 기후재해 대책, 국가 정책의 최우선 삼아야
전(全) 지구 기후 상황 보고서
지난 3월 23일은 기상의 날이었습니다. 이 날은 세계기상기구(WMO)가 1950년에 유엔(UN) 산하 기구로 출범한 날입니다. 세계기상기구는 매년 이 날에 맞춰서 한 해 전에 발생한 전 지구 기후상황에 관한 보고서를 공개합니다. 이를 ‘전 지구 기후 상황 보고서(State of the Global Climate)’라고 합니다. 이 보고서는 해가 지날수록 지구의 기후가 그 전 해에 비하여 훨씬 심각해진 상황을 알리고 있습니다. 경고가 되풀이되니 오히려 익숙해지는 느낌도 듭니다.
세계기상기구는 보고서 공개 당시 낸 보도문에서 지구 기후위기 지표들의 위험도가 2023년에 역대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지구의 기후가 처해있는 위험 수준은 기후 변화가 유발한 영향 중에서 어느 항목에 주목하여 보느냐에 따라서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후위기를 연구하는 학자나 연구기관에서는 몇 가지 지표를 설정하고, 그 상황을 진단하는 방식으로 평가합니다.
세계기상기구가 주목하는 기후위기 진단 지표는 4가지인데, ①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 ②해수 온도, ③ 해양 산성화, ④ 해수면 상승 등을 이릅니다. 물론 전 지구 평균의 지상온도 변화를 맨 먼저 제시합니다. 이 보고서는 지구의 기온 상승을 일으키는요인과 기온 상승으로 인한 영향이 얼마나 심각해지고 있는 지를 정리한 보고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에 보고된 기후위기 4개 지표가 얼마나 악화했는 지를 살펴보고, 그것이 가져올 영향을 소개합니다.
4대 지표의 현황
우선 지구의 평균온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1.45±0.12℃ 상승하였습니다. 통계오차를 감안하면 인류가 파리협정을 통해서 설정한 산업화 이전 대비 2100년까지 지구평균온도 상승 억제 목표인 1.5℃를 넘어섰을 지도 모르는 수준입니다. 이는 지구의 기후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단계’(Point of no return time; Tipping points)로 접어들고 있음을 가리키는 신호입니다. 대기 중의 주요 온실가스 농도는 여전히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서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매년 상승하고 있는 대기 중의 온실가스 농도로 인하여 지구의 기후는 앞으로도 더욱 가파르게 악화되어갈 것입니다.
지난해엔 해수 표층 온도도 관측 역사상 가장 높았습니다. 4월부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월평균 해수온도의 역대 최고기록 갱신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엔 전 세계 대부분의 해양에서 이례적으로 수온이 높았는데, 전 세계 해양면적의 90% 이상에서 ‘해양열파’(marine heat wave)가 나타났고, 전 세계 해양면적의 1/3 이상은 상시적 해양열파 상태였습니다. ‘해양열파’란 바다의 수온이 광범위한 영역에서 2℃ 이상 갑자기 상승해 2주 이상 지속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특별히 주목하는 것은 해양생물이 육상생물보다 온도변화에 훨씬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해수온도 상승으로 해수면 상승과 바다의 빙권 면적 축소도 역대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해수면 상승은 인공위성으로 전 세계 해양의 해수 위를 관측하기 시작한 초기 10년(1993-2002)에 비하여 최근 10년 동안(2014-2023)의 해수 위(位) 상승은 2배가 넘습니다. 전 세계 해수위 상승 관측은 1993년에 포세이돈 위성발사로 시작되었습니다.
남극과 북극의 연중 해빙면적도 위성으로 관측을 시작한 1979년 이후 가장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매년 해빙이 녹아서 사라지는 양도 30년 전의 5년간(1992-1996)엔 연평균 105Gt(총톤수)이었는데, 최근 5년간(2016-2020)엔 372Gt으로 3배 이상 증가하였습니다. 1Gt의 물은 국제 수영대회를 개최할 수 있는 수영장 40만개를 채울 수 있는 양입니다.
해양의 산성화도 해가 갈수록 점점 악화일로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빗물에 녹아들면 빗물은 산성이 됩니다. 강수과정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감소하지만 대신에 해양은 점차 산성화되어가고 있습니다. 매년 pH가 0.019씩 줄어들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해양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기후위기 진행을 억제하지만 반면에 해양의 산성도가 증가해서 식물성 플랑크톤의 감소 등 해양 생태계에 악영향으로 이어집니다.
기후재난 매카니즘
현세를 살아가고 있는 인간과 지구생태계는 저온 상황에서 생명을 지켜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구온도가 지금처럼 올라가면 인간과 지구생태계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게 됩니다. 기후위기란 곧 인간과 지구생태계의 위기를 말합니다. 이 문제를 살펴봅니다.
지난 2022년에 맥케이(A. McKay) 등은 저명 학술지인 사이언스(Science)지에 지구 기후의 티핑 포인트를 전망한 논문을 게재하였습니다. 그들은 기후위기를 판단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16개 지표의 티핑 포인트, 즉 돌이킬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들게 되는 기온상승의 단계를 평가하였습니다. 그들은 산업화 이전 대비 1.5℃ 상승단계에서 북극의 그린란드와 남극의 서남극 빙상이 붕괴되고, 열대 해양의 산호초는 소멸하며 북극권의 영구 동토층이 급격하게 녹아서 땅 속의 메탄얼음이 대규모로 방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습니다. 또 지금은 겨울철에 쇄빙선으로 얼음을 부수면서 항해를 하고 있는 노르웨이 북쪽에 위치한 바렌츠 해의 얼음도 소실됩니다.
그린란드 빙상과 남극의 서남극 빙상이 붕괴되면 전 세계 해수 위가 각각 7.4m와 5.6m 상승하게 됩니다. 북극권의 영구 동토층 내엔 1조 6천억t의 탄소가 얼음 상태로 존재하는데, 이것은 인간이 1년간 배출하는 총 탄소량의 16배나 됩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날을 ‘지구 암흑의 날’(Earth doom’s day)이라고 부릅니다. 지난해에 나타난 지구 온도는 이런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말하는 겁니다.
해양은 인간 활동으로 연간 배출된 탄소의 약 22%를 흡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 해수의 용존 기체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해양의 연간 탄소 흡수량이 줄어들게 됩니다. 결국 해수온도 상승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양을 늘리는 효과를 냅니다. 해수온도의 상승은 빙하의 녹는 속도를 가속시키고 해수의 열팽창을 높여서 해수 위를 상승시킵니다. 그 결과로 침수되는 육상 면적이 늘어나는 반면 인간의 생활공간이 축소됩니다. 해수온도 상승은 가공할 만한 수준으로 열대 폭풍(=태풍)의 위력을 강화시킵니다. 지난 해에 대서양에서 발생한 허리케인 오티스와 인도양에서 발생한 싸이클론 모카는 위성관측이 시작된 이래로 가장 강력한 것이었고, 수백만 명의 이재민과 수백억 달러에 이르는 재산피해를 냈습니다.

역대 최악의 사회경제적 영향
그동안 상상해보지 못한 수준의 고온, 가뭄, 홍수, 강풍 등의 극심한 기후재해가 매년 지구촌 곳곳에서 일상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 가장 심각한 폭염은 지중해에 인접한 북아프리카와 남부 유럽에서 5월부터 시작되었습니다. 7월 하순에 절정에 이르렀는데, 이탈리아, 튀니지, 모로코, 알제리 등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서 50℃ 내외의 극한의 더위가 기승을 부렸습니다. 북미대륙에서도 때 이른 폭염과 가뭄에 휩싸였습니다. 그 영향으로 우리나라 영토의 15배에 이르는 약 1500만 ha의 삼림이 불탔는데, 이것은 역대 최악의 산불이었습니다.
동부 아프리카의 뿔 지역이라고 불리는 에디오피아, 케냐, 소말리아 등에서 5년 연속 이어진 극심한 가뭄으로 300만 명 이상에 이르는 농민들이 농토를 버리고 ‘기후난민’으로 전락되었습니다. 이 지역에 인접한 곳에서는 연말에 극심한 홍수가 발생하여 18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였습니다. 이런 가뭄과 홍수로 발생하는 기후난민이 연간 1천7백만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기후위기로 인한 사회불안정은 가난한 지역에서 시작하여 점차 선진국으로까지 번져가고 있습니다.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도 겪고 있는 식자재 가격 폭등현상도 기후위기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습니다. 식자재 공급 불안정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앞으로 더욱 악화되어갈 문제입니다. 이젠 기후위기로 인한 삶의 황폐화는 먼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든 우리의 현실이 될 수 있는 그런 시절입니다.
이에 대처하려면 우리 사회에 가장 시급한 과제를 경제성장이 아니라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문제로 전환해야 합니다. 정치인들보다 시민들이 먼저 생각을 바꿔야 변화가 시작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