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재건축특별법의 다양한 허점들

[최성호의 사람 사는 건축] 속도감·경제성 확보·특혜 보장 ‘공언’ 원칙과 절차, 후유증 무시해 걱정 4만명씩 이주...전세대란 부를 것 내년 총선 의식한 대책 아닌지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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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감을 높인 것은 올바른가

지난 7일 윤석열 정부의 공약이었던 신도시 재건축에 대한 대책이 발표됐다. 그 제목은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다. 일단 이 대책이 입법사항이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고 국회와의 협의, 국회 통과라는 절차가 있기 때문에 확정된 것은 아니다. 내용을 살펴보면 핵심 의도는 속도감, 경제성 확보 그리고 특혜다. 절차를 간소화해서 시행기간을 줄이고, ‘종 상향’등으로 용적률을 높여 사업성을 확보하고, 속도와 사업성을 위해 특혜를 주겠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속도에 목표를 두었다. 발표 안에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정비기본방침 및 정비기본계획 투-트랙 수립, 선도지구 지정 등 그간 정부가 국민께 드린 신속한 신도시 정비 추진에 대한 약속을 지키고자 하였다”고 했다. 즉 추진속도에 방점을 찍었다는 말이다. 발표안 서두에 나왔듯이 재개발 추진은 기본방침 설정→기본계획 수립→특별정비구역확정의 순서로 이어진다. 그런데 발표 안으로 들어가 보면 국토부가 해야 하는 기본방침 설정과 지자체가 해야하는 기본계획 수립을 동시에 진행하겠다고 한다.

발표 안에는 ‘기본방침’과 ‘기본계획’에 대한 정의가 있다. ‘기본방침’은 “모든 노후계획도시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가이드라인으로 계획수립·구역지정 원칙, 특별정비구역 내 추진사업 유형 제시”는 국토부가 하게 돼있다. 그리고 ‘기본계획’은 “노후계획도시를 위한 도시정비 총괄계획으로 구역지정 세부계획, 기반시설 확충 및 특례 적용사항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지자체가 한다. 기본방침에서 말하는 ‘가이드라인’은 계획수립의 기본원칙을 말한다. 문제는 이런 원칙이 확정되지 않았는데 자자체의 안이 만들어진다면 방침과 계획 사이에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도시계획 사항뿐만 아닌 모든 일의 흐름은 방침결정→계획수립→계획안 확정으로 가는 것이 원칙이다. 그럼에도 동시에 추진한다는 것은 국토부가 가이드라인의 범위를 무한으로 확대한다는 것, 아니면 지자체의 의견을 모두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지자체 마음대로 하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한마디로 속도를 위해 절차와 내용은 상관하지 않겠다는 것에 다름아니다. 방침이 설정돼야 세부계획을 할 수 있는 것임에도 사업절차 원칙을 벗어나 방침설정과 계획을 같이 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사업을 속도감 있게 하게 하겠다는 것인데, 이런 급가속이 무조건 좋은 것일까? 후유증은 없을까?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또다른 난개발을 만들진 않을까

이 발표안에서 국토부는 개발의 최소 단위가 백만㎡이라고 했다. 백만㎡는 1㎞×1㎞로 30만 평이다. 대규모 개발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필자가 사는 일산 후곡마을을 전제로 하면, 중앙에 있는 공원까지 포함해서 16개 단지가 한 묶음이 돼야 할 정도로 대규모를 뜻한다. 국토부도 한 블록에 1만 세대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 인구로 치면 3만, 4만명이 사는 정도로 지방 중소도시 규모다. 이렇게 대규모 단지로 묶어 개발하는 것은 중소단위로 재개발 하면 중구난방이 되고, 지자체 행정상 관리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대규모로 개발한다는 것이 만만치 않다.

대규모 개발은 어쩌면 ‘모 아니면 도’가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필자가 현재 살고 있는 곳은 일산역 앞으로 소위 역세권이다. 그런데 ‘국토부 발표 안에 나온 예시안대로 해서 성공할까?’하는 의구심이 앞선다. 계획수립단계에서 여러 상황을 고려해 계획하겠지만 주변 환경을 무시하고 지자체나 주민들의 욕심대로 안을 만들 수도 있다. 이렇게 할 때 실패할 가능성이 높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이런 것을 조정할 능력이 누구에게 있는지 모르겠고, 만의 하나 지자체가 이런 결정을 일방적으로 했을 때 책임을 지울 방법도 없다.

필자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이런 개발이 과연 미래 지향적인 관점에서 개발되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때문에 국토부 가이드라인이 중요한 것이다. 지자체 관점이 아닌 ‘전체 국토개발’이란 큰 그림 하에서 수도권 집중이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방침이 없는 상황에서, 투트랙으로 간다는 것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자체 주민의 모든 요구조건을 받아들이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럴 때 발생하는 문제를 조정하는 것이 국토부의 임무다. 단순히 생각해도 용적률이 상향되면 인구가 늘어난다. 해당 지자체 내에서의 교통흐름이 문제가 될 것이고, 지금처럼 서울로 직장이 집중된 상황에서는 서울로의 교통체증도 문제다.

지자체도 문제다. 이번 발표 안에서 주 대상은 고양시나 성남시와 같은 1기 신도시들이다. 일단 이번 발표 내용대로라면 고양시의 경우 도시구조 전체의 재편사업이 될 것이다. 이런 사업을 하는 대상인 지자체에 큰 권한이 부여됐다. ‘노후계획도시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하는 권한이 지자체에게 있는데 그때 종 상향, 안전진단면제 등도 결정할 것이다. 무엇보다 종 상향이 가장 큰 혜택일 것이다. 그런데 종 상향 문제가 간단치 않다. 지금 상황으로 보면 용적률 250%인 2종일반주거지역이 대부분 용적률 300%의 3종일반주거지역으로 바뀔 것 같다.

일부 보도에서는 500%까지 오르면서 주거환경이 열악해진다고 하는데 필자는 그렇게 되는 곳은 극히 일부라고 생각한다. 500%로 되는 것은 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바뀔 경우다. 일반 아파트 단지에서는 그렇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간선도로에 면한 곳일 경우 도시계획을 수립하면서 일부 구역을 준주거지역으로 조정할 수는 있지만 대부분 2종 주거지역에서 3종 주거지역으로 바뀌는 것으로 끝날 것이다.

문제는 역세권 주변에서 일부 상업지역으로 바뀔 때다. 토지가치가 급격하게 상향된다. 이럴 때 ‘왜 내가 사는 곳은 그렇게 해주지 않느냐’는 불만이 나올 수 있다. 이로 인해 새로운 갈등이 조성될 수 있다. 어쨌든 일부에서 급격한 토지가치 상승으로 많은 이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국토부에서도 초과이득환수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내 주요 신도시 현황도. 그래픽= 연합뉴스
수도권내 주요 신도시 현황도. 그래픽= 연합뉴스

4만명 옮기는 이주대책, ‘전세대란’으로?

국토부 발표안에서 가장 졸속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이주대책이다. 이런 대규모 재건축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날 때 제일 많이 우려되는 것이 전세대란이다. ‘전세대란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가 재건축 성공의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번 발표 안에서 짧게 나왔지만 오히려 이것이 핵심이다. 이번 발표안을 보면 이주대책은 과거와는 달리 관이 책임지겠다고 되어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주대책이 계획대로 실행되도록 「이주대책사업시행자」를 지정하여 이주단지 조성과 순환형 주택의 공급을 추진하게 할 수 있다”라고 했다. 그리고 이주대책으로 ‘이주단지 조성’과 ‘순환형 주택 공급을 위해 모듈러주택 활용’을 검토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이 국토부 발표안에서 가장 어이없는 부분이다. 국토부 발표대로 이뤄졌을 때 블록당 1만 세대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종 상향을 고려할 때 블록당 기존에 거주하고 있는 7천, 8천 세대가 이주해야 한다. 5개 블록이 동시에 이뤄진다면 약 4만 세대가 몇 년간 지낼 집이 필요하다. 이것을 어떻게 공급한다는 것인지 그리고 가능하다고 보는지 의문이다. 임시로 짓는다고 해도 엄청난 토지 규모와 토지 효율을 필요로 하는데, 새롭게 거대한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전기, 상하수도, 난방공급, 도로 개설 등을 생각하면 또 다른 신도시를 세우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쉽게 관이 책임진다고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다보니 간략하게 언급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이번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 특별법>을 제정한다고 해서 지금과 같은 부동산 불경기 때에 성공할 것인지는 모르겠다. 종 상향을 해서 300%가 된다고 해도 ‘분당’에서 사업성이 있는 곳이 1, 2곳 밖에 없다는 기사도 봤다. 어쨌든 사업성 문제는 필자의 전문분야가 아니니 언급하지 않겠다. 다만 특별법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국토부는 ‘특별법’으로 이 법안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특별법’은 매우 무서운 법이다. 한마디로 ‘법위의 법’이 ‘특별법’이다. 특별법으로 제정되면 기존의 법은 모두 무력화된다. 4대강 개발도 특별법으로 제정돼 진행됐다.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24조원이란 예산만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졌다. 특별법으로 추진하고 지자체의 욕심, 곧 주민들의 욕심을 지자체 장이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면 난개발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렇게 되면 지금보다 주거환경이 더 열악해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국토부가 방침제정과 지자체 개발계획 수립을 동시에 하겠다는 것이 우려스럽다.

재건축법, 정치이득을 넘어설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이번 <노후계획도시 정비>를 속도전으로 치르겠다는 의지를 보면 아무래도 선거를 의식했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이전에 썼던 <아파트 재건축을 위한 변명>에서 지금과 같은 건축경기 하강국면에서 재건축의 진행은 ‘얼마나 더 높은 용적률을 줄 것인가’에 있다고 하면서 “지금처럼 부동산 경기가 하강하는 국면이라면 곧 용적률 상향조정 이야기도 나올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지금 재건축 요건완화가 정치적 결정이었듯이, 용적률 상향 등의 문제도 다시 정치 영역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언급한 속도전, 그리고 많은 문제점들은 이제 입법과정에 들어가면 치열한 정치싸움이 될 것이다.

필자가 바라는 것은 두 가지다.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법>은 수도권 인구 증가를 전제로 한다. 수도권 인구가 집중한다는 것은 곧 지방인구가 감소한다는 것으로 지방소멸의 시계가 더 빨리 돌아간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법 제정을 결정할 국회의원은 수도권 보다 더 넓은 곳, 즉 수도권만이 아닌 대한민국 전체를 봐야 한다. 그리고 이 법으로 누가 정치적으로 더 큰 이득을 볼 것인가를 따지기 전에,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을 봐달라는 것이다. 그래야 제대로 된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법>이 될 것이다.

글쓴이

최성호 건축가

필자인 최성호는 오랫동안 한옥과 한국문화를 공부해온 건축설계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건축사다. 블로그도 운영하고 있다. 필자의 블로그 주소는 https://blog.naver.com/seongho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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