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이스라엘- 북한, 의외의 관계 방정식

[박기찬의 말랑고소한 북한 이야기] 룡천역 폭발사고, 이스라엘 소행설? 미 셔먼의원 “북 제재는 핵수출하라는 것” 유대인들은 왜 한반도 평화를 주장할까

지난 2021년 12월 셰이크 타흐눈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안보 보좌관(왼쪽)이 이란을 방문,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
지난 2021년 12월 셰이크 타흐눈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안보 보좌관(왼쪽)이 이란을 방문,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

UAE 항공기는 이란을 거쳐 인천으로 온다

지난달 한국 대통령의 “UAE의 적은 이란이다”라는 발언이 큰 파장을 불렀다. 그 무렵 필자는 유럽여행을 갔다 오는 길에 UAE 아부다비 공항에서 인천행 비행기로 환승하게 되었는데, 비행 경로를 보고 살짝 놀라게 되었다.

UAE는 이란과 그런 관계가 아니었다. UAE 국적의 여객기는 이륙하자마자 호르무즈 해협을 건너 이란 땅으로 넘어갔고, 히말라야 산맥과 베이징을 거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마치 미국행 항공기가 인천공항을 떠서 북한을 통과하여 북미대륙으로 향하는 것처럼...

‘미국-북한’ 중심의 선입견이 초래할 실수

대한민국 최고지도자의 중대한 실수를 놓고 여러 가지 분석이 있었다. 본인이 공부를 안 해서, 참모들이 제대로 보고를 못 해서라고도 한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선과 악, 동맹과 적, 유죄와 무죄라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방식이라고도 한다.

여기에 필자가 더하고 싶은 것은, 국제 관계에서 미국과 북한 중심의 맹목적 선입견이 작용하는 것을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는 점이다. 나아가 친구의 적은 나의 적이라든가, 적의 친구는 나의 적이라는 기계적 공식 또한 절대 성립하지 않는다. 국제관계는 각 국가의 이해관계에 따라 훨씬 복잡하고 다면적이며 가변적이란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란은 핵 개발 관련으로 미국 등 서방 강대국들과 갈등을 빚고 있으며 강력한 경제제재를 받고 있다. 이란과 북한은 반(反)미국적 관계와 경제제재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같은 입장인 것은 물론이고 군사적으로도 동맹급 관계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어설픈 삼단논법에 의하여, 한국과 사실상 군사동맹(?) 비밀조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진 UAE에게 이란이 적이라거나, 더 나아가 이란이 한국의 적이라고 발언하면 엄청난 외교적 충돌과 국가적 손실을 초래하게 된다.

이란과 북한 그리고 남한

이란이 북한과 매우 가까운 동맹이라고 해서 남한과 적대적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한국에게 있어서 이란은 중동국가 중 가장 먼저 교역을 시작하고 건설업이 진출했던 나라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6년 이란을 국빈 방문하며 히잡을 착용하여 환대를 받았다. 양국은 이란의 이슬람혁명이나 미국의 대이란 관계에 따라 약간의 부침은 있었으나 꾸준한 친선관계를 유지해 왔다. 원유를 수입하고 자동차와 전자제품을 수출하는 교역국으로 서로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이란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이란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2000년대 후반에는 대장금, 주몽 등 한류드라마가 이란에서 큰 히트를 쳤고 이란은 지금도 중요한 한류문화 수출국 중 하나이다. 10·29 이태원 참사에서 외국인들 중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온 나라는 이란이다.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는 서울로(路)가 있고 한국의 수도 서울에는 테헤란로(路)가 있다. 한국에서 주변 건물의 시가 총액이 가장 큰 거리가 강남의 테헤란로라는 것은 양국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스웨덴과 싱가포르, 의외의 대(對)북한 관계

북한을 대입하여 적과 친구 개념으로 일반화하기 곤란한 나라로 스웨덴도 있다. 남한에게 스웨덴은 가까운 우방국이지만, 북한과 스웨덴의 관계 또한 전략적 측면에서 매우 각별하다. 스웨덴은 1973년 서방국가 중 최초로 북한과 수교하였다. 북한에게 스톡홀름의 북한대사관은 대서방 외교의 거점이고 평양 주재 스웨덴 대사관은 서방국가들의 대북한 외교의 핵심창구다.

스웨덴의 요란 페르손 당시 총리는 2001년, 유럽연합 대표단과 75명의 기자와 함께 평양을 방문하여 서방의 최고지도자로서는 최초로 김정일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스웨덴은 1990년대 북한의 식량위기 때 1천만불 상당의 인도적 지원을 하였고, 2006년과 2009년 북한의 핵실험 이후, 서방 국가들이 대북 지원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와중에도 스웨덴은 매년 3백만불 이상의 인도적 지원을 이어갔다.

싱가포르도 남과 북 모두 의미있는 친선관계를 유지하는 국가다. 싱가포르와 한국의 관계는 차치하고, 싱가포르와 북한의 관계는 여러모로 특별하다. 북한은 남한 보다 2년 빠른 1968년에 싱가포르에 통상대표부를 설치하였다. 양국은 2017년 이전까지 무비자입국이 서로 가능할 정도로 가까웠다.

김정은-트럼프의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도 싱가포르에서 이루어졌으며, 싱가포르 정부는 이 때 북한 관계자들의 체류비용을 전액 지원하였다. 양국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식민지에서 독립한 나라로서 1세대 최고지도자의 장기집권, 권력의 세습적 승계, 최고지도자 가족의 정치, 경제적 영향력이라는 측면에서도 유사한 점들이 많다.

룡천역 폭발사고 현장. 사진=WFP
룡천역 폭발사고 현장. 사진=WFP

룡천 폭발사고는 이스라엘 모사드의 소행일까

2004년 4월 평안북도 신의주 아래에 있는 룡천역에서 대형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소학교(초등학교) 하나가 날라가고 150명의 사망자와 1200명의 사상자를 낸 대형 참사였다. 디젤류와 질산암모늄에 전기충격이 가해져 발생한 이 폭발사고는 2020년 8월 3700명이상의 사상자를 낸 레바논의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폭발사고와도 그 방식이 유사하다.

김정일 위원장이 이 사고에 앞서 룡천역을 통과했다고 하여 암살기도 사건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사고 현장에서 시리아 과학자 12명이 사망했다는 점에서 이스라엘 첩보기관 모사드의 소행이라는 설도 있다. 이스라엘은 시리아가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으로 의심해 왔으며 2007년 9월에는 시리아의 핵시설을 폭격하였다. 이스라엘 모사드 공작설을 재밋거리 음모론 정도로 덮어버리기 어려운 점은, 이스라엘의 국가생존 전략적 이해관계와 북한 핵개발의 관계 때문이다.

이스라엘 국기 바탕에 모사드 로고와 요원들.
이스라엘 국기 바탕에 모사드 로고와 요원들.

이스라엘은 한반도 평화에 무엇인가

북한의 핵개발 기술이 이란, 시리아 등 중동국가로 수출될 경우 이것은 이스라엘을 둘러싼 중동지역의 판세에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며 이스라엘의 국가 생존에 치명적일 수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국계 유권자 단체 KAPAC(미주민주참여포럼)에서 ‘한반도 핵위기를 넘어’라는 책을 쓴 유대인 연구자 알론 발레비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북한은 악마도 아니고 미치지도 않았다. 그들은 초강대국 미국과 전쟁 중이며 유일한 방어방법은 핵무기다. 그래서 우리가 평화를 갖기 전에 북한 비핵화를 요구하는 것은 한국전쟁을 영원히 계속하자는 이야기와 같다. 북한은 생존위협이 제거되는 평화가 오기 전에 절대 비핵화를 하지 않는다.”

유대인 셔먼 “北이 핵 수출해 먹고살라고?”

유대계 미국인 브래드 셔먼 상원의원도 같은 주장을 한다. 지난해 말 그는 “북한과 미국 간에 평화협정을 통해 국가관계를 정상화시키면서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고도 체제를 유지할 수 있고 이익도 낼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한다”면서, “북한에 경제적 제제만 하는 것은 북한에게 핵을 해외로 수출해서 먹고 살라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셔먼 의원은 한국전쟁 종식과 북미수교, 한국계 미국인들의 북한 이산가족 상봉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한반도 평화법안’(Peace on the Korean Peninsula Act)을 미 의회에 발의 중이다. 그는 북한 핵기술의 중동 국가앞 이전은 이스라엘의 안보에 결정적 위협이며 미국의 국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최근 한국의 보수 정치계에서 커진 핵무장론은 북한의 비핵화를 포기하고 북한의 핵무장을 사실상 불가역적으로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래서 이 주장은 북한의 핵 기술 확산을 생존의 문제로 여기는 이스라엘과 그 첩보기관의 직간접적인 표적이 될 지도 모른다. 아이러니하게도 수년전 광화문 태극기 집회에서 뜬금없이 등장했던 이스라엘 국기가 새삼 떠오른다. 그만큼 국제정치 이해관계는 복잡하고 가변적이다.

한반도평화법안에 대해 연설하는 브래드 셔먼 미의원.
한반도평화법안에 대해 연설하는 브래드 셔먼 미의원.

한반도의 평화 기운은 언제쯤

한반도 상황을 더욱 어렵고 복잡하게 만드는 현재의 국제정세를 ‘신’냉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신’냉전은 ‘구’냉전과 크게 다르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냉전은 진영의 경계가 모호하고 그 블록의 견고함은 약하며 훨씬 다면적이고 가변적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에 휴전협정이 시작되면, 거대한 진영 사이에도 미세한 균열과 함께 새로운 재조정의 움직임이 시작될 것이다.

10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누가 북한의 핵 무력과 대륙간 미사일 개발이 완성 단계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을까. 어느 전문가가 북한과 미국의, 남한과 북한의 비핵화 정상회담이 열릴 거라고 예견했었나.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새로운 역학 관계는, 전운마저 감도는 오늘날이야말로 한반도의 평화를 진심으로 준비해야 하는 때라고 우리에게 강조하고 있다.

글쓴이

박기찬 북한학 박사

필자인 박기찬은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후 미국 워싱턴대 MBA를 마친 금융인으로, 글로벌하고 미래지향적 시각에서 한반도 이슈에 접근하는 북한연구자이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개발협력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북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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