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과 아부 사이...칭찬에 약한 분을 위해
[이영균의 ‘말이란 말야’] 칭찬 했을 뿐인데, 아부로 들리다니 어떻게 하면 제대로 칭찬할 수 있을까
- 사회인이 되는 건 힘들다. 지금 막 사회에 나온 MZ세대들은 피부로 느낄 것이다. 직장의 말과 몸짓 언어는 이해 안되는 게 한 두 개가 아니다. 왜 저렇게 행동하고 말할까. 자신은 그대로 따라 배우는게 옳을까 거부하는게 맞을까. 오랜 사회경험에다 커뮤니케이션 분야에 오래 종사한 이영균 칼럼니스트와 함께 바람직한 사회인의 언어에 대해 생각해 보자-편집자주
‘어른 고래’는 어떨 때 춤출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다. 정말 그럴까? 되는대로 칭찬만 하면 상대가 기뻐한다는 말일까? 사실 제대로 칭찬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기술을 요하는 일이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하는 것은 그나마 쉬운 편이다. 솔직하게 칭찬하면 되고 혹시 아랫사람이 그 칭찬이 맘에 들지 않는다 해도 욕을 먹지는 않을 테니까. 그러나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칭찬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특히나 무뚝뚝하거나 시니컬한 선배라면 더욱 그렇다.
무송 : 선배님, 오늘 정말 멋지십니다. 옷이랑 구두를 정말 잘 매치하셨네요.
민철 : 아, 그래? 고마워.
무송 : 평상시 패션 감각이 워낙 뛰어나시니 부럽습니다.
민철 : 내가? 허허, 농담도 잘한다.
무송 : 아닙니다. 진짜 그러세요. 업무 스타일부터 패션까지 참 깔끔하세요.
민철 : 뭐 부탁할 거 있냐? 아부 좀 그만해라. 일이나 해.
무송이 민철에게 하는 칭찬의 감정이 진짜인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그러나 민철은 이를 칭찬 보다는 아부로 받아들이고 있다. 왜일까? 더 자세히 살펴보기 전에 우선 칭찬의 ABC에 대해 살펴보자.
칭찬의 ABC를 익히자
칭찬을 할 때 가장 기본적인 것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칭찬의 포인트를 발견하는 것이다. 화자가 스스로 진심으로 느끼지 못하는 것을 칭찬으로 실행할 경우, 정말 대단한 연기자가 아니고서는 상대가 ‘진짜 칭찬’으로 느끼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 식으로는 백날 칭찬을 해봐야 그냥 아부가 되고 말 것이다.
또한 “상대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칭찬의 포인트로 삼아야 한다. 청자가 전혀 공감할 수 없는 내용에 대해 칭찬을 한다면 그것 역시 아부로 들릴 것이다. 객관적으로 인정할 만한 부분을 칭찬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평상시 스스로 패션 감각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는데 패션 감각이 훌륭하다고 칭찬한다면 그것을 칭찬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외모가 콤플렉스인 사람에게 잘생겼다고 칭찬을 하면 오히려 조롱하는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을까?
반면 “너무 당연한 것을” 칭찬하는 것도 칭찬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프로 가수한테 노래를 참 잘한다고 칭찬을 하면 과연 칭찬으로 받아들일까? 겉으로야 고맙다고 말할 지라도 속으로는 그냥 아무 감정없이 지나쳐 버릴 것이다. 어떤 사안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느냐 여부는 주관적인 부분이라 상대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판별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래도 한번 생각해 보고 말하는 것과 그냥 생각 없이 던지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을 거다. 하여튼 너무 당연해 보이는 포인트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칭찬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고래를 진짜로 춤추게 하는 기술
이제 앞에서 언급한 칭찬의 ABC를 넘어서 ‘업그레이드 된’ 칭찬의 기술을 살펴 볼 차례이다.
첫번째 노하우는, ‘칭찬은 한번에 한 가지만’이다. 동시에 여러 가지를 칭찬하면 자칫 아부로 느껴지기 쉽다. 물론 때로는 “너는 너무 완벽하다.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성격도 좋고 잘생기기까지…” 이런 식의 칭찬이 성립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건 엄밀히 얘기하면 “완벽하다”라는 하나의 포인트로 칭찬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도 한가지만 칭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패션 감각이 좋은데 일도 잘한다…“식의 맥락 없는 멀티 칭찬은 칭찬이 아니라 아부로 느껴진다. 앞의 무송의 칭찬이 이런 경우이다. 칭찬하고 싶은 내용이 여러가지라면 일단은 가장 돋보이는 내용을 칭찬하자. 상대를 칭찬하고자 하는 마음이 넘친다면 시간적 간격을 두고 하는 것이 적절하다.
두번째 노하우는, ‘상대가 칭찬받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포인트를 칭찬하는 것’이다. 최근에 자신의 외모를 업그레이드하고자 노력하는 사람에게 패션 감각을 칭찬하는 것은 상대를 매우 기쁘게 하는 칭찬이 될 것이다. 성적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학생에게 “너의 노력이 빛을 발해 성적이 올랐다”고 칭찬하는 것 역시 멋진 칭찬이다. 이는 상대가 갈구하고 있는 욕구를 채워주는 행위이므로 단순히 칭찬을 넘어 상대방에게 욕구 충족의 효과도 있는 것이다.
의외의 포인트를 찾아라
마지막 노하우는, 나름 내가 가지고 있는 칭찬의 비기(秘器)이다. ‘의외의 포인트’를 칭찬할 수 있으면 이른바 ‘칭찬의 대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까는 상대가 공감하는 포인트를 찾아야 한다고 해놓고 이제는 의외의 포인트라니? 일종의 시간차 공격이다. 첫 느낌에는 의외이지만 좀더 생각해 보면 공감이 가는, 그래서 상대를 더 기분 좋게 만들 수 있는 스킬인 것이다. 예를 들어 얼굴은 못생겼더라도 특정 부위는 예쁜 사람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관찰하면 한 두군데는 잘생긴 구석이 있는 법이다. 그 잘생긴 부분을 칭찬하면 처음에는 ‘잘생겼다’는 말에 움찔하겠지만 이내 만족하며 좋아할 것이다. 자신은 특정 부위가 괜찮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성적이 전체적으로 낮지만 수학 성적은 중간 이상이라고 하자. 이 경우 “넌 수학을 꽤 잘 하는구나”라고 칭찬하면 이 역시 의외의 칭찬 포인트가 된다.
이 같은 ‘의외의 포인트’를 발견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상대를 좀더 면밀히 관찰해 보면 알게 된다. 전반적으로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후배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 하더라도 자세히 관찰하면 남들 보다 약간이라도 뛰어난 측면이 있을 수 있다. 아니, 내 경험에 의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남보다 발달한 능력을 한 두 가지는 가지고 있다. 그런 부분들을 ‘콕’ 집어서 칭찬을 하면 이것이 ‘의외의 칭찬’이 된다. 평소 스스로 업무 능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했으니 상사가 일에 대해서 칭찬을 하면 첫 느낌은 의아할 수 있지만 이내 ‘아, 그 부분은 내가 조금 자신 있는 편이지’하고 공감을 하게 된다면 정말 기분 좋은 칭찬이 되는 것이다.
무송 : 선배님, 혹시 유튜브라도 보시면서 공부하시는 거에요? 요즘 패션 감각이 날이 갈수록 달라진다 싶더니 오늘 정말 멋지십니다. 옷이랑 구두를 정말 잘 매치하셨네요.
민철 : 아, 그래? 고마워. 사실 이제 나이도 있고 하니 조금 노력하고 있어. 와이프가 하도 옷 못입는다고 구박을 해서 말야. 허허.
무송 : (사실 이미 알고 있었다.) 아, 역시 그러셨군요. 역시나 노력은 헛되지 않나 봅니다.
민철 : 고마워. 계속 노력해 봐야지.
무송 : 화이팅입니다!
맞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제대로 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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