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더욱 잘못된 방향으로 내달리고 있다

[김해동의 기후위기와 세상만사] 세계 수장들 기후위기 경고..한국은 거꾸로 자연, 이미 탄소 배출원으로 전환돼 가속화 윤석열 정부, 온실가스 감축에 무관심 재생에너지 안보전략화 흐름에도 역주행

지구 온난화를 극적으로 묘사한 그래픽.
지구 온난화를 극적으로 묘사한 그래픽.

세계 기상기구의 탈레스 사무총장은 2022년 10월에 온실가스 연보(Greenhouse Gas Bulletin)를 발표하면서, “우리는 지금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일갈하였습니다. 2022년 12월 19일에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도 “우리는 여전히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하면서 올해에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와는 별개로 전 세계 정상들이 모여서 ‘탈(脫)탄소 사회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는 새롭고 신뢰 가능한 기후대책을 논의하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사정이 어떻기에 기후위기문제를 다루는 최고의 국제기구 수장들은 우리 인류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한탄을 하는 것일까요? 우리나라의 사정은 어떨까요?

세계기상기구와 유엔 수장의 진단은?

세계기상기구는 ‘2022년 온실가스 연보’에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화석연료 사용이 줄고 산업 활동이 부진했던 덕분에 잠시 줄었던 전 지구 온실가스 배출량이 다시 빠른 증가로 돌아섰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대기 중 메탄의 농도는 관측을 시작한 1983년 이래로 전해에 비하여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메탄은 동일한 양으로 비교하면 이산화탄소보다 지구온난화 유발효과가 21배나 높은 온실가스라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습니다. 이산화탄소의 농도도 지금까지의 평균 증가율보다 더 높았습니다. 2030년까지 급속히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가야 할 마당에 오히려 배출량이 증가하고 있는 겁니다.

메탄의 배출은 지구온난화 현상과 상승작용의 관계에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지구의 온도가 상승하면 습지와 낙엽이 쌓인 산지 등에서 박테리아 활동이 왕성해져서 메탄의 배출이 더욱 빨라집니다. 고위도에 있는 영구동토층이 녹아서 하이드레이트 형태로 땅속에 존재하던 메탄이 대기로 대량 배출되기도 합니다. 세계 기상기구는 2022년 보고서에 제시한 대기 중 메탄농도의 급증이 지구온난화에 따른 되돌릴 수 없는 현상인지 아니면 지난 3년간 이어진 ‘트리플 딥(triple dip) 라니냐 현상’에 따른 일시적 변동인지 여부는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조심스럽게 언급했습니다.

설령 트리플 딥 라니냐현상에 따른 일시적 영향이 컸다는 판단을 하더라도 문제는 남습니다. 3년씩 이어지는 라니냐 현상 자체가 1954년 이래로 없다가 2019년 가을에 나타난 것으로 좀체 볼 수 없는 특이한 사건이었고 그것은 기후위기로 인하여 조장된 현상이었기 때문입니다.

세계기상기구가 지적한 우려스러운 점은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만이 아닙니다. 지구생태계(자연)의 대기 중 탄소흡수 능력에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점도 큰 문제입니다. 육지와 해양 전체에서 생태계의 탄소흡수 능력이 감소해가고 있고 일부 지역에서부터 토양생태계가 탄소 흡수원에서 배출원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자연에서 발생하는 연간 탄소배출량과 흡수량은 인간 활동으로 발생하는 양보다 훨씬 많습니다. 그래서 자연(육상과 해양)에서 대기로 배출하는 탄소 양이 증가하고 자연의 흡수량이 감소해 간다면, 설령 그 변화량이 적다고 하더라도 그 효과는 인간이 극복할 수 없는 치명적인 수준으로 내달릴 수 있습니다. 전 세계 열대우림 중에서 콩고의 열대우림을 제외하곤 이미 모두 탄소 배출원으로 전락해버렸다는 진단이 바로 그러한 징조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원하지 않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간 문제입니다.

세계 기상기구(WMO)는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메탄과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세계 기상기구(WMO)는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메탄과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제27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막을 내린 지난 연말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 훨씬 강화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매우 부족하여 금세기 말까지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상승 억제 목표가 숨을 헐떡이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 말은 유엔환경계획(UNEP)이 2022년에 발간한 배출량 간극보고서(The Emission Gap Report, 2022)의 부제, ‘닫혀가는 기회(The closing windows)’를 인용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2023년 9월 유엔 총회 시기에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와는 별개로 새로운 기후정상회담을 계획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새로운 회의에서 탈 탄소사회로의 전환 속도를 가속시킬 수 있는 새롭고 신뢰 가능한 기후대책을 논의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 새로운 회의에선 예외와 타협이 없는 강력한 기후위기 대책마련이 이뤄지는 회담이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우리는 여전히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회담을 통해서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응답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만들겠다고 말합니다. 새로운 회담에선 그린 워싱, 책임회피, 발표 재포장 등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자리는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실질적인 대책을 세우려면 얼마나 더 노력해야할까요? UNEP의 ‘배출량 간극보고서(2022)’는 파리협정의 지구온도 상승 억제 목표를 달성하려면 2030년까지 지금보다 3∼6배나 많은 온실가스 감축노력이 따라야 한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사정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탈 탄소사회로의 전환은 세계 각국에 녹색기술 선점을 위한 경쟁을 부르고 있습니다. 향후 10년간 약 490조원을 에너지안보와 기후변화 대응에 투입한다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대표적입니다. 미국은 IRA법을 통하여 재생에너지와 친환경기술을 국가안보전략화한다는 목표입니다. 재생에너지 생산 목표를 2050년까지 42%로 높이겠다고 하는데, 이것은 기존 목표의 2배에 해당합니다. 이에 맞서기 위하여 EU도 대규모로 친환경 산업 보조금 지급에 나선다고 합니다. EU는 이를 ‘한시적 위기 및 전환 프레임 워크’라고 합니다. 그동안 EU 가맹국들 간의 경제적 격차에 따른 불공정 경쟁을 막기 위하여 보조금 지급에 까다롭던 EU가 미국의 IRA법 시행에 맞서기 위한 대책을 마련한 셈입니다.

중국이 2022년부터 시행한 ‘중국 탄소 중립예산’, 일본이 2021년에 마련한 ‘그린 성장전략’, 인도가 2030년까지 태양광, 배터리, 반도체 등에 45조원의 생산연계 인센티브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등의 정책들은 모두 탄소중립 경제체제를 선점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겁니다.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 경로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국가 간의 온실가스 감축 경로인 ‘파리협정’입니다. 또 하나의 경로는 글로벌 민간기업 주도의 ‘RE100(Renewable Energy 100)’입니다. RE100은 2030년까지 기업 활동에서 소비되는 모든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목표를 가리킵니다. 재생에너지 생산 기반이 없는 미래 기술 경쟁력 확보는 공염불이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시민들의 반대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화력발전소 건설을 강행한 우리나라.
시민들의 반대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화력발전소 건설을 강행한 우리나라.

우리나라는 문재인 정권에서도 그린 뉴딜을 입에 올리면서도 국내외 석탄발전소 건설에 집착하였습니다. 정부의 탈 탄소사회로의 전환을 논의할 기구에 노동자, 농민, 청소년, 여성, 장애인 등 다양한 계층의 참여를 열지도 않았습니다. 국가 감축목표 수립을 등한히 하여 유엔에 제때 제출하지도 못했습니다. 기후위기 시대의 미래사회에 대한 철학과 이해의 부족이 심각한 정권이었습니다.

윤석열 정권은 더욱 심각합니다. 문재인 정권이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 수립에서 제시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 30.2%’라는 목표를 8.9%P나 줄이는 역주행을 감행했습니다. 대형 발전사들의 영업이익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그들이 구입해야할 재생에너지 의무할당을 대폭 줄였습니다. 이렇게 되면 재생에너지 생산업체들의 수익이 줄게 되고, 결국 재생에너지 산업의 위축으로 이어집니다. 해외 여러 국가들이 친환경기술 보조금 제도를 만들어서 재생에너지를 국가 안보전략화하고 있는 흐름과 반대방향입니다.

국제기구 수장들의 진단처럼 인류는 기후위기 대응에서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더욱 잘못된 방향으로 내달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이런 역주행은 인류의 기후위기 대응노력에 배신일 뿐만 아니라 장래 우리나라 경제에 미칠 악영향도 심각할 겁니다. 세상만사가 올곧은 선택을 하고 실천하는 일은 몹시 힘들고 어렵나봅니다. 그것이 우리와 우리 후손들의 생명에 관련된 일일지라도 그런가봅니다.

글쓴이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

필자는 계명대 지구환경학 교수로 재직중이다. 행정안전부 기후재난대응 T/F 위원도 겸하고 있다. 부산대학교 사범대학 지구과학 교육과를 졸업하고 동경대학 대학원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기상청 기상연구관을 역임했으며 대구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대구시민햇빛발전소 이사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기후위기과학특강>, <내일 날씨는 어떻습니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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