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때이른 폭염, 언제까지 견뎌낼 수 있을까?

[김해동의 기후위기와 세상만사] 계절의 여왕 5월, 이젠 폭염의 계절로 전락 머지않아 ‘폭염의 일상화’ 시대 올 것 온실가스 배출량 줄이는 해법 뿐이지만 우리 정부 “임기내 안해”로 악동짓 나서

폭염에 시달리는 지구. 사진=나사
폭염에 시달리는 지구. 사진=나사

4월은 북반구엔 봄, 남반구엔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시기입니다. 그런데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4월에 북반구와 남반구를 가리지 않고 살인적 폭염이 기승을 부렸습니다. 북반구에선 유럽∼서남아시아(인도)∼동남아를 잇는 광범위한 지역에 폭염의 띠가 만들어져서 이들 지역에 한여름의 살인적 폭염이 시작되었습니다. 남반구의 아르헨티나에도 폭염이 이어져서 방목하고 있는 소들이 폐사하는 지경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4월에 영상 30℃를 넘어서는 날이 종종 발생하고, 5월엔 폭염특보가 내려지기도 합니다.

때를 망각한 지구촌 각지의 폭염 상황을 알아보고, 장래에는 얼마나 더 심각해져갈지, 그리고 우리는 언제까지 이 폭염을 견뎌낼 수 있을지 살펴보려합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4월에도 지구촌에 폭염이 몰려왔다. 북반구에서 유럽∼서남아시아(인도)∼동남아를 잇는 광범위한 지역에 폭염의 띠가 형성됐고 남반구도 일부 지역에 폭염이 발생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에 이어 올해 4월에도 지구촌에 폭염이 몰려왔다. 북반구에서 유럽∼서남아시아(인도)∼동남아를 잇는 광범위한 지역에 폭염의 띠가 형성됐고 남반구도 일부 지역에 폭염이 발생했다. 사진=연합뉴스

폭염의 출현, 얼마나 빨라졌을까?

21세기가 시작되기 이전엔 제대로 된 봄은 5월이었습니다. 노천명시인은 <푸른 5월>이라는 시에서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했습니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 같이 안은 정오

계절의 여왕 5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서양에서도 5월은 최고의 계절이었습니다. 5월의 탄생석은 영롱한 초록색을 띄는 에메랄드인데, 이것은 짙어가는 녹음을 상징합니다. 또 5월(May)의 어원은 그리스신화에서 어머니 신인 MAIA에서 유래하였습니다. 5월은 가정이 만들어지고, 가정이 굳건해지는 가장 좋은 계절이었기 때문입니다. 여성들이 5월의 신부를 꿈꾸고, 가정이 화목해지는 5월은 연중 최고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5월은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만큼 더운 계절로 전락했습니다. 얼마나 심각해졌을까요?

금년엔 4월 중순부터 서남아시아(인도)와 동남아시아 및 중국의 남부 내륙지역에서 40℃를 넘어서는 살인적인 폭염이 시작되었습니다. 방콕에선 체감온도가 54℃를 넘어섰습니다. 기상관측 역사상 겪어보지 못했던 현상이라고 합니다. 베트남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의 12개 성에서도 기상관측 역사상 가장 높은 기온이 기록되었는데, 40℃를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이들 지역에선 수십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고, 고온질환으로 병원신세를 져야하는 사람들이 속출하는 긴급 상황에 빠졌습니다.

스페인 등의 남부 유럽에서도 4월 중순에 접어들면서 40℃를 넘어서는 폭염이 시작되었는데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예보가 나옵니다. 남부 유럽에서 4월에 발생하는 이런 폭염은 과거엔 상상할 수도 없었던 현상입니다. 이른 시기에 40℃를 넘어서는 폭염은 서아프리카와 중앙아프리카에서도 나타났습니다. 가뭄에 살인적인 폭염이 더해지면 대규모 산불발생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산불이 만드는 미세먼지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호흡기와 심혈관 질환을 발병시키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산불이 만든 미세먼지로 인한 폐질환 위험에 노출된 인구가 미국에서만 1억 명이 넘는다고 미국 폐협회가 발표했습니다.

때 이른 폭염은 지난해에도 기승을 부렸습니다. 지난 해 인도와 파키스탄에선 3월에 이미 일 최고기온의 월평균 값이 34℃를 넘었고, 6월에 몬순 강우가 시작될 때까지 폭염이 이어져서 수천 명의 인명 피해를 냈습니다. 유럽에서도 5월에 남부 유럽부터 폭염이 시작되었고, 6월에는 프랑스와 이탈리아로 확대되었습니다. 43℃를 넘는 폭염이 광범위하게 나타났고, 그런 지역에선 각종 야외행사가 금지되었습니다.

하지를 전후로 폭염은 유럽의 북쪽으로 더욱 확대되어 비교적 선선한 여름 기후를 보이는 독일에서도 40℃에 근접했습니다. 폭염과 가뭄이 휩쓴 유럽 각지에서 자연발화의 대형 산불이 수 백 건 이상 발생하여 고통을 더하였습니다. 터키에서는 산불이 원전 근방에까지 이르러 아찔한 순간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유럽의 폭염은 수만 명의 인명피해를 냈던 2003, 2007년을 포함하여 매년 7~8월에 나타났었습니다. 그런데 작년에는 평년 기온보다 무려 10도 이상 높은 고온이 5∼6월에 시작했고, 금년엔 작년보다도 1개월 정도 더 이른 시기에 폭염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인도도 5월에 시작되던 폭염이 지난해엔 3월에, 금년에는 4월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때 이른 폭염현상은 전 지구적 문제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장래 어떻게 변해갈까?

세계기상기구(WMO)는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때 이른 폭염’ 출현의 원인이 기후변화에 있다고 확인했습니다. 세계기상기구는 때 이른 폭염현상은 불행하게도 미래에 일상화될 것으로 예상했던 현상을 지금 맛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오늘날 전 세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극심한 폭염의 발생빈도는 100년 전에 비하여 10배 이상 증가했다고 합니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도 폭염 출현이 빨라지고 있는 원인은 온실가스 증가로 인한 지구온난화에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지구온난화가 진척된 탓에 폭염이 더 일찍 시작되고, 더 자주 발생하고, 더 극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하였습니다. 지난 해 유럽 전역에서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던 시기에 영국 임피리얼 칼리지의 기후과학자인 프리데릭 오토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수십 년 후에는 지금 정도의 여름은 오히려 상당히 시원한 여름에 해당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런 전망은 우리나라 기상청의 기후변화 전망보고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 사실입니다.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까?

지난해에 페테리 탈라스 세계기상기구 사무총장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세계보건기구(WHO)와 공동 기자회견을 하면서, 유럽을 휩쓸고 있던 ‘때 이른 폭염현상’에 대해서 이렇게 진단했습니다. “폭염은 점점 더 잦아지고 있으며 이러한 부정적인 현상은 설령 우리가 파리협정에 따라서 온실가스 감축에 성공하는 경우에도 적어도 2060년대까지는 지속될 것이다.”

그는 기후변화가 진전됨에 따라서 폭염에 관한 기록이 깨지기 시작했다면서 미래에는 이런 종류의 폭염이 보통이 될 것이고, 우리는 훨씬 더 강한 극단을 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지난해의 유럽 폭염은 500년 빈도의 폭염으로 평가받았던 매우 극단적인 것이었습니다. 그런 폭염도 이제부터는 흔하게 겪을 일상적인 일이 될 것이고 장래엔 훨씬 더 극단적인 폭염이 나타난다는 경고였습니다.

탈라스 WMO사무총장의 전망대로 장래에 폭염이 더욱 증폭되어도 인간을 포함한 지구상의 생명체는 견뎌낼 수 있을까요? 열대우림의 나무조차도 기온이 32.2 ℃를 넘어서면 기공을 닫아 광합성을 멈추고 이산화탄소를 방출하는 호흡 모드로 전환한다고 합니다. 지나친 고온은 식물이 광합성을 하여 동물의 먹이를 만들어내는 것도 방해한다는 말입니다. 사람들은 에어컨과 같은 문명의 이기를 이용하면 웬만한 고온에도 견딜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체온을 넘어서는 고온 하에서 야외 경제활동을 지속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기온과 습도를 조합해서 평가하는 ‘습구온도’가 35℃를 넘어서면 땀을 흘려서도 체열을 배출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야외 활동은 힘들어집니다. 습구온도란 몸에 물을 끼얹어서 물의 증발로 체온을 빼앗기고 있을 때에 체감하는 온도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2030년경엔 전 세계의 상당 지역이 습구온도 35℃를 넘어서게 되어 야외 경제활동이 불가능해지는 지역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기후변화로 다가오는 지구의 극단적인 폭염현상, 그것은 현세의 ‘불지옥’에 다름이 아닙니다. 극단적인 폭염현상을 극복할 유일한 방법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조속히 대폭 줄이는 것뿐입니다. 국제기구에서는 지금보다 3∼6배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래야만 기후위기로부터 지구환경을 지킬 수 있는 작은 틈새가 남아있을 가능성이라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정부는 금년 3월 21일에 제1차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공개했습니다. 우리나라가 2030년까지 달성하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28년까지는 매년 아주 조금씩 실행해가고, 대부분은 2029년과 2030년에 한꺼번에 해결하자고 합니다. 그래서 시민사회와 야당 그리고 전문가 집단 모두로부터 큰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님기 현상’이라는 비난입니다. 님기 현상이란, 내 임기 중엔 안할 거야! 라는 말입니다. 과거의 정권들도 님기 현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이래서 우리나라는 ‘기후악동 국가’라는 오명을 떨쳐내지 못하나 봅니다.

글쓴이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

필자는 계명대 지구환경학 교수로 재직중이다. 행정안전부 기후재난대응 T/F 위원도 겸하고 있다. 부산대학교 사범대학 지구과학 교육과를 졸업하고 동경대학 대학원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기상청 기상연구관을 역임했으며 대구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대구시민햇빛발전소 이사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기후위기과학특강>, <내일 날씨는 어떻습니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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