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증원이 정치발전의 길이다
[기획- 민주주의·리더십 포럼] 36년전보다 다원화된 사회...다양성 담아야 전문화된 상임위 활동 통해 행정부 견제해야 100~150석 늘리되, 특권과 세비 낮춰야
- 2023년 3월부터 <더 칼럼니스트>와 <민주주의·리더십연구회>는 공동기획으로 [민주주의·리더십 포럼]을 진행합니다. <더 칼럼니스트>는 정치학·법학·언론학·행정학·경제학을 전공하는 <민주주의·리더십연구회>의 사회과학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포럼을 통해 월 2회에 걸쳐 민주주의와 리더십에 관한 다양한 관점과 쟁점을 소개하여 민주공화주의에 입각한 시민의식의 확산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국회는 ‘문명화된 싸움’ 하는 곳
최근 국회에서는 국회의원 선거제 개혁을 둘러싼 논의가 열띠다. 모처럼 전원위원회까지 소집된 바 있고, 공론조사를 통한 대국민 설득작업도 예정되어 있다. 과거와는 뭔가 다른 분위기다.
승자독식, 거대 양당 위주의 지역할거주의와 대결의 정치를 조장하는 현행 선거제에서 정책경쟁을 통한 상생의 정치, 지역주의 완화를 꾀함과 동시에 지방소멸에 대한 대응을 가능하게 하는 선거제로 이행할 필요가 있다는 선거제 개혁의 명분에 대해서는 여야가 공감하는 것 같다. 그러나 제시되고 있는 개혁방안들이 한국 정치가 직면한 문제들을 어느 정도나 해결할 수 있는지, 다른 문제를 유발하는 것은 아닌지, 특히 대통령제, 즉 안정적·능률적 국정운영이라는 또 다른 가치와 어느 정도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충분히 해명되었는지는 의문이다.
어쨌든 어떤 개혁안을 취하느냐에 따라 각 정당과 의원의 정치적 운명이 달라질 수 있어 정치권이 합의할 수 있는 개혁안을 도출하는 것은 지난한 일이 될 것이다. 게다가 국민경제 및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선거제 개혁을 논할 만큼 한가한 때가 아니라는 비판도 가볍지 않다.
필자의 관심을 끄는 것은, 일부 선거제 개혁안과 맞물려 있는 국회 정원 증원안이다. 물론 여론은 냉담하다. 감원론이 50%가 넘는 지지를 받는다는 여론조사까지 나왔다. 국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깊다는 징표다. 그 원인은 복합적이겠으나, 대결주의적 정치풍토 속에서 국회가 보여준 저품질·저품격 정치, 일부 국회의원들이 보인 비리, 추태, 무능, 태만이 주된 원인일 것이다.
다만, ‘국회의원들은 늘 싸움질만 하고 있다’는 이미지 때문에 불신이 가중되고 있다면, 국회로서는 다소 억울할 수도 있겠다. 국회는 본질상 문명화된 방식으로 싸움을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국회의 조직원리는 사회의 동질성이 아니라 사회의 다원성, 즉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차이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행정부가 피라미드 구조의 조직을 통해 일사분란하게 활동을 한다면, 합의제기관인 국회는 서로 다른 가치와 지향을 통해 각기 상이한 유권자 집단의 지지를 얻은 정치세력들이 각기 다른 프로그램을 가지고 치열하게 논쟁하다 타협이 되지 않으면 다수결을 통해서라도 결정을 내려야 하는 곳이다. 대표는 남다른 사회적 덕망과 분별력을 가져야 한다지만, 그 대표도 균열이 심각할 뿐 아니라 갈등을 이성적으로 극복하는 데 익숙지 못한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다. 그들에게 격조 높은 합리적 논증의 대결, 열린 협상, 깨끗한 승복의 자세를 보이며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길 기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국회의원 정원 늘려야 하는 이유
여하튼 현재의 여론은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선거제를 개혁하더라도 의원정수에는 손대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국회의원의 정원을 늘리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첫째, 국회 정원을 299명으로 정했던 1987년에 비하여 놀라울 정도로 다원화된 우리 사회에서 국회가 사회의 다양성을 더 잘 담아내려면 그 정원을 늘려야 한다. 독일(인구 8300만명, 하원 기본 598석 + 초과·보정의석 139석, 상원 170석), 영국(인구 6700만명, 하원 650석, 상원 760석), 프랑스(인구 6800만명, 하원 577석, 상원 348석) 등의 의회의 규모가 비교적 큰 핵심적인 이유도 그 사회의 다원성을 의회 구성에 균형 있게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현 정원은 1987년 선거제 개혁의 산물이다. 세종시로 인해 1석이 늘어 현재처럼 300석이 된 것이다. 1987년에 비해 2022년 기준 인구는 4160만명에서 5144만명으로,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740달러에서 3만5000달러로, 직업의 수도 약 1만개에서 1만2800개로 증가했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가치나 이해관계는 직업 수의 변화가 시사하듯 훨씬 복잡하게 분화되었고, 그만큼 사회적 갈등의 양상도 복잡해졌으며, 입법 수요도 격증했다. 국회의 정원만 그대로이다. 그 부작용은 국회가 입법을 통해 공익을 정련해낼 때, 소외되는 가치나 이익이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다시 국회의 효능감 저하, 국회에 대한 불신 심화를 낳게 된다.
국회의원 증원이 국회의 국민대표기능을 강화하는 효과는, 국회가 다양한 계층과 지역 출신의 다양한 경험과 이념을 지닌 국회의원들로 구성될수록 커질 것이다. 이는 다시 선거제도가 소수파도 대표를 낼 수 있는 정도, 정당이 수평적·수직적으로 잘 분화된 지역적·직능적 조직을 통해서 정치인들을 충원·양성하고 민주적으로 공천하는 정도 등에 의해 좌우된다.
상임위원회를 활성화시키려면
둘째, 국회가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도 증원이 필요하다. 국가의 과제가 확대되고 전문화됨에 따라 폭증하고 또 전문성을 띠게 되는 모든 의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심의·처리하는 것은 합리적이지도 능률적이지도 않다. 이 때문에 국회는 소수의 전문성 있는 의원들로 구성되는 상임위원회를 정부 각 부처에 대응하여 설치하고 이를 중심으로 안건을 심의하고 본회의에서는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안건을 의결하는 구조를 채택하였다.
국회는 현재 각 12~30명의 의원으로 구성되는 17개 상임위원회와 50인으로 구성되는 상설의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두고 있다. 이는 1인의 의원이 2개의 상임위원회에 배정될 수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지역구 관리에도 바쁜 의원이 2개의 위원회에서 활동한다면, 전문성도 떨어지고 시간도 부족해 그 활동의 질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또 있다. 1개의 상임위원회가 복수의 행정부처에 대응하기도 하며, 대부분의 상임위원회 위원이 20명 내외에 불과하여 입법보조기구의 지원을 감안해도 방대한 인력과 전문성을 갖춘 행정부처를 실효성 있게 견제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독일 연방정부의 행정부처가 16개임에도 25개의 상임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회 별로 19~46명(34명 이상의 위원회만 14개)의 의원을 배치하고 있는 독일 연방의회와의 비교는 우리 상임위원회의 구조적 취약성을 말해준다.
국회의원 특권의식 폐지에도 도움돼
셋째, 국회의 부패를 방지하는 한편, 국회가 더 많은 지혜를 모아 의안을 공정하게 심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도 증원이 필요하다. 상임위원회의 규모가 작아질수록 대국회 로비는 쉬워지고, 그 구성이 사회의 다원성을 균형있게 반영하는 정도도 낮아질 것이며, 그렇게 되면 안건에 대한 심의·처리가 불공정하게 될 위험성도 높아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넷째, 개별 국회의원의 비중과 영향력을 축소하고, 그들의 특권의식을 바로 잡기 위해서도 증원이 필요하다. 개별 의원의 영향력은 의원 수에 반비례하는 법이다. 의원의 대폭적 증원은, 그간 의원이 수행하는 역할은 중요한 데 그 수는 적으므로 국회의 기능 강화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이유로 늘기만 했던 세비와 보좌인력을 비롯한 각종 특혜에 대한 축소 내지 폐지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섯째, 국회의원 증원의 부수적 효과는 현직 의원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좌초하거나 미봉책에 그쳤던 국회의원 선거제 개혁을 제대로 시도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현직 지역구의원들의 선거구 수를 줄이지 않고도 개혁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원을 늘리되, 국민들 결정권도 강화해야
그렇다면 국회의원의 수를 얼마나 늘려야 할까? 국회의 정원이 다다익선은 아니다. 과다한 정원은 합의제기관인 국회, 즉 안건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과 절충을 통한 의결이라는 국회의 핵심적인 기능의 효율적 수행을 저해하는 부작용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인구가 우리보다 많은 미국(인구 3억3천만명, 하원 435석, 상원 100석), 일본(1억3000만명, 하원 465석, 상원 245석)의 인구 대비 의원 수가 OECD 국가 중 가장 낮을 수밖에 없는 핵심이유이다. 그렇기에 국회의원 1인당 국민 수를 기준으로 미국이나 일본보다 우리의 국회의원 수가 많은 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민주국가의 의회의 본질을 간과하는 것이다.
적정 의원 수에 관한 절대적 기준을 찾을 수는 없지만, OECD 회원국의 평균치가 좋은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OECD 회원국의 의원 1인이 평균 약 10만명의 국민을 대표하고 있다면,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1인당 약 17만명의 국민을 대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국회의 정원을 100~150석 정도 늘려야 한다고 본다.
끝으로 그 정원을 늘리는 내용의 선거제 개혁 시도가 여론의 지지를 받으려면, 국회가 세비, 보좌인력의 수, 선거구 획정, 정치자금 문제처럼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직접적으로 걸려 있는 사항들에 대한 실질적 결정권을 시민들이 참여하는 ‘중립적 제3의 기구’에 넘기는 내용의 입법과 같은 가시적 노력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여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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