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기 외교’가 국익에 무슨 도움 되나

[기획- 민주주의·리더십 포럼] 강한 군사력이라도 ‘힘의 절제’해야 미·일 환심 사려 중·러 자극하나 재중·재러 교민들 안전은 고려않나 현실주의의 덕목은 ‘절제와 균형’

지난 3월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경남 창원시 해군 특수전전단을 방문, 총기를 다루고 있다. 일련의 군부대 현장 방문에서 윤 대통령은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3월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경남 창원시 해군 특수전전단을 방문, 총기를 다루고 있다. 일련의 군부대 현장 방문에서 윤 대통령은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 2023년 3월부터 <더 칼럼니스트>와 <민주주의·리더십연구회>는 공동기획으로 [민주주의·리더십 포럼]을 진행합니다. <더 칼럼니스트>는 정치학·법학·언론학·행정학·경제학을 전공하는 <민주주의·리더십연구회>의 사회과학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포럼을 통해 월 2회에 걸쳐 민주주의와 리더십에 관한 다양한 관점과 쟁점을 소개하여 민주공화주의에 입각한 시민의식의 확산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한국판 아Q의 정신승리법

‘대통령이 객기 좀 부린다고 중국이나 러시아가 한국과 전쟁하겠어?’, ‘이 정도면 미국과 일본이 우리의 진심을 알아주지 않을까?’

노신이 한탄했던 아Q 콤플렉스가 현실화되는 듯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태효 안보실 1차장. 아무 준비나 효과도 없이 당하기만 하는, 모두가 비웃는 혼자만의 바보짓. “나 좋아해 줄거지?” 윤석열 대통령이 상대를 보며 웃는 억지스러운 표정은 한국판 아Q의 모습인 것 같다.

중국과 러시아의 현재 입장을 다음과 같이 가정할 때, 한국에게 당장 급격한 안보사태가 발생할 것 같지는 않다.

1. 시간이 자신의 편이라고 생각하는 국가는 전쟁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2. 전쟁을 치르고 있는 국가는 전선을 확대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떠오르는 중국은 시간이 자신의 편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입장에서 지금 자신보다 강한 미국과 충돌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대만 여론이 중국과 긴장고조를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이 대만 여론을 자극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중국의 대만 공격론은 중국의 의사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미국의 우려일 가능성이 크다.

전장이 우크라이나로 제한되고 있지만, 전쟁에 참전한 러시아 군의 피해는 심각하다. 전투의 교착상태에서 소모전이 지속될수록 러시아의 피해는 더욱 커질 것이다. 이미 유럽과 협조 관계를 상실한 상황에서 러시아가 한국과 적대 관계를 추가하는 것은 부담만 가중될 뿐이다. 우리나라가 간접 방식으로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지원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우크라이나 전선이 교착된 상황에서 러시아가 당장 한국과 추가적 관계 악화를 감수할 것 같지는 않다.

급격한 안보위기는 오지 않겠지만

우리에게 당장 급박한 안보위기는 아닐 수 있지만, 윤석열 정부는 국제적 긴장을 한국으로 떠안아 분산시킨 셈이다. 우크라이나에서 전개되는 전쟁, 대만을 둘러싼 갈등의 당사국 러시아와 중국이 한국을 ‘잠재적 적대국’으로 인식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동북아의 시급한 안보위협 지역은 대만보다 한국이 될 가능성이 커졌고, 한반도 문제가 북한문제에서 남한문제로 전환될 수 있다.

우리의 군사력은 과거와 달리 2022년 세계 6위로 평가될 정도이지만, 그 주력은 북한과 상대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일본의 독도 위협이 노골화되는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고조되는 위협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번에 우리군 보유 포탄이 상당 부분이 없어진 상황이라는 것을 우리 국민들은 미국 군사기밀 유출로 알게 되었다. 이를 생산하여 보충하는 데에 2년 이상 걸린다고 한다.

이미 국방부와 합참본부는 대통령실 용산 이전으로 지휘시스템이 훼손된 상태이고, 북한 무인기에 대통령실이 포함된 서울 상공이 노출된 바 있으며, 대통령실에 대한 미국 도청까지 확인됐다. 21세기 현재를 냉전 형성시기와 그대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윤석열 정부의 안보취약성 확대와 노출 행태는 한국전쟁 직전 이승만 정부를 보는 것 같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북진통일을 주장했지만 북한의 남침을 막지 못했고 제대로 대비도 하지 않았다. 그는 트루먼 미대통령에게 필요시 ‘에버레디 작전’의 제거대상이었고, 아이젠하워에게는 최악의 파트너로 지목받기도 했다.

군사력 강화해도 ‘힘의 절제’가 전제되어야

윤석열 대통령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강조한 것은 이승만 대통령과 비슷하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진영이 호응하고 있다. 그렇지만 국제관계에서 자유나 민주주의 등의 가치를 앞세우는 것은 ‘현실주의’ 덕목과 거리가 멀다. 군사력의 균형에서 평화의 가능성을 찾는 현실주의지만, ‘힘의 절제’라는 현실주의 관점에 충실한 것은 한국에서 우리의 민주당 정부였다. 국방은 지속적으로 강화하면서 외교적 균형을 통해 평화를 관리하며 미국과 동맹을 심화시켰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가 대두되기 전 냉전시대 주한미군의 목적은 북한의 도발 뿐 아니라 남한의 도발도 억제 대상이었다. 최근 미·중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미국의 대중 압박이 강화되었지만, 한반도에 안보위기 요인이 가중되는 것은 미국이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윤 대통령과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은 미국 및 일본과 글로벌, 동아시아 협조관계를 과시하고 싶겠지만,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할 만큼 미국은 국제분쟁에 직접 개입을 회피하려 한다. 안보취약성을 노출시키며 지역 강대국과의 갈등을 부각시키는 윤 대통령의 행태는 미국에게 동맹의 연루부담을 가중시키기 쉽다.

국제관계론의 현실주의는 보수, 자유주의는 진보의 관점으로 규정되지만, 한국에서 그것은 반대 이미지에 가깝다. 현실주의는 자국의 취약성을 확산시키거나 노출시키는 것에 반대한다. 공격적 현실주의자 미어샤이머에 따르면 현실주의의 덕목은 ‘힘의 절제’에 있다. 이 관점에서 볼 때 나토의 동진은 지역 패권 러시아라는 현실을 무시한 절제에 위배되는 조치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에 대한 그의 주장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공격적 현실주의자로서 초강대국에게조차 힘의 절제를 강조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초강대국이나 지역강대국이 아닌 경우 절제는 더욱 강조되어야 하는 현실주의적 덕목이다.

국제관계에서 자유주의는 국가간 상호의존, 국내 민주주의를 중시한다. 윤 정부가 힘의 행사를 위한 명분으로서 자유를 강조하는 것은 자유주의와 다르다. 반면 미국은 자국 주요 기업의 중국 투자나 중국기업과 협조를 금지하지 않았으며, 쟈닛 옐런 미재무장관은 “중국과 디커플링은 재앙”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비해 윤 정부는 러시아나 중국과 경제적 상호의존 측면을 어떻게 지속할지 대책이 안보인다. 국내에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훼손시키는 검찰국가 행태를 지속하고 있을 뿐이다.

방미를 앞두고 로이터통신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미국 논리를 그대로 추종해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격한 반발을 사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방미를 앞두고 로이터통신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미국 논리를 그대로 추종해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격한 반발을 사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재중·재러 교민의 안전은 어쩔건가

윤 대통령의 로이터 통신 인터뷰 직후, 러시아 정부의 항의에 대응하여 대통령실은 “우크라이나 무기지원은 러시아에 달려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러 관계의 공을 러시아 정부에게 넘긴 것인데, 러시아 정부의 태도에 따라 러시아에 있는 우리 국민과 기업은 피해나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 전쟁 중인 국가를 상대로 치명적 사안을 건드리고 추후 사태를 상대국의 태도에 맡긴 것이다. 윤 정부는 그러기 전에 러시아에 있는 우리 국민과 기업에 대한 보호조치를 마련하고 전달했어야 했다.

현재의 국제관계를 ‘신냉전’으로 규정하는 경향이 있다. 미중갈등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그 대표적 사례이지만, 이것으로 현재의 국제관계 전반을 규정하기는 힘들다.

최근 독일과 프랑스 정상이 중국을 방문하여 정상회담을 갖고 경제관계 강화를 확인한 바 있다. 또한 BRICS가 국제무대에 이전보다 더 큰 변수로 등장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된 국제기구에 기존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에 사우디, UAE 뿐 아니라 미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멕시코까지 참여 의사를 밝히는 국가들이 늘어났다.

갈등과 상호의존이 복잡하게 전개되는 국제관계에서 한국은 현실주의적 절제와 자유주의적 상호의존의 두 측면을 조합하는 관점이 중요하다. 복잡한 국제관계에서 한국의 입지를 넓힐 때, 미국과 일본에게 더 필요한 국가가 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미일의 품에 격렬히 안기고 싶은 것 같지만, 미일이 그것을 받아줄 이유가 없다. 미일 뿐 아니라 국제무대 어떤 국가도 자신의 존재가치를 스스로 부정하는 국가를 존중할 국가는 없다.

글쓴이

박용수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

박용수 연세대학교 국가관리연구원 전임연구원은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민주화 이후 한국의 규제개혁의 정치”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연세대학교 국가관리연구원에서 한국 대통령제 관련 연구를 하고 있으며, 노무현 재단 민주주의 리더십 연구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민주화 이후 한국의 만성적 입법교착 연구”, “한국의 제왕적 대통령론에 대한 비판적 시론”, “제2차 북핵위기 전개과정과 노무현 대통령의 리더십”, “김대중 정부의 자유주의적 대북대외전략의 현실주의적 측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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