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유튜버⑤ 장애인 앵커 ‘우령의 유디오’

[하원준의 구독한 미식가] KBS장애인 앵커가 된 허우령 맑고 밝은 우령의 힘찬 세상 도전기 옆에서 지키고 있는 안내견 ‘하얀이’ 장애인이 세상 보는 방식도 보여줘

'우령의 유디오'의 주인공인 허우영과 하얀이. 사진= 2022년 11월 17일 '우령의 유디오' 캡처
'우령의 유디오'의 주인공인 허우영과 하얀이. 사진= 2022년 11월 17일 '우령의 유디오' 캡처

“코로나19로 외출이 제한된 시기, 심리적으로 너무나도 힘들고 지쳐있던 고등학생인 저에게 유디오는 짧지만 힐링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저는 대학생이 되었고, 제가 처음 유디오를 봤을 때 5만 명 남짓이었던 구독자는 11만 명을 넘었고, 우령님도 KBS 앵커가 되었더라고요.” -’우령의 유디오’ 구독자 감사 댓글

졸업후 TV 앵커가 된 허우영

오늘은 필자의 고백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본다. 유튜브 채널 평론가 활동을 하는 필자도 애정 있게 구독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의 유튜버를 예고 없이 만나게 되면, 아이돌 스타를 만난 어린 팬처럼 깜짝 놀라고 격한 감격을 숨기지 못한다. 다만 필자는 잘생겼지만, 소심한 중년 아저씨다. 그래서 유튜버와 대면 순간에 넘치는 기쁨을 표현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다가 헤어지는 경우가 대다수다. 물론, 그렇게 좋아하는 유튜버와 헤어진 후엔 적극적으로 열혈구독자임을 알려주지 못한 것에 후회한다. 작년에도 그런 적이 있었다. 모 대학에서 줄곧 콘텐츠 관련 강의를 하는 필자는 우연히 학교 캠퍼스에서 잘생긴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본 적이 있다.

‘어? 저 녀석은 하얀이! 그럼...녀석과 함께 걸어오는 생기발랄한 여대생은? 우령!’

그녀는 필자도 구독 중이던 <우령의 유디오>라는 유튜브 브이로그 채널을 운영하는 시각장애인 유튜버 허우령이었다. 필자는 솟구치는 반가움에 몇 마디라도 건네볼 생각이었지만, 이내 그녀에게 모여든 학교 친구들 때문에 쉽게 다가가질 못했다. 결국, 필자는 먼발치에서 망설이기만 했고, 필자의 마음을 알 턱이 없던 그녀는 자리를 떴다. 역시 소심함이 문제다. 그녀와 인사도 나누고, 사진도 함께 찍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무튼, 그 뒤로도 필자는 그녀의 유튜브 채널을 종종 방문하며, 그녀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프로축구팀 인천 유나이티드의 응원단으로 변신한 우령. 사진= 2022년 4월 21일 '우령의 유디오' 캡처
프로축구팀 인천 유나이티드의 응원단으로 변신한 우령. 사진= 2022년 4월 21일 ‘우령의 유디오’ 캡처

몇 달 전엔 <우령의 유디오>를 통해 그녀가 대학을 졸업했다는 소식과 KBS 제7기 장애인 앵커가 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현재 ‘KBS 뉴스 12’ 코너인 ‘생활뉴스’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후에 다른 방송으로도 활동 영역을 넓혀갈 예정이라고 한다. 최근엔 많은 언론이 그녀를 주목하고, 인터뷰 기사와 그녀의 이야기를 지면으로 소개하고 있다.

언론이 그녀에 대해서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시각장애인인 그녀의 도전 스토리와 핸디캡을 갖고 있음에도 방송이라는 전문 분야에서 활동하는 커리어여성이라는 점, 그리고 유튜버 활동을 통해 많은 구독자에게 이미 주목받은 스타성을 가지고 있었던 그녀의 전력 등이 중요한 이유라고 본다. 필자 역시 그런 지점들을 인정하면서도, 한 가지 더 추가하고 싶은 이유가 있다. 그것은 그녀가 거창하지 않은 ‘맑음과 밝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합격은 했는데... 출근은 어떻게 하죠? 편

‘맑음’과 ‘밝음’의 채널, 우령의 유디오

먼저, <우령의 유디오>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맑음’이다.

2019년 12월 8일. 우령은 시각장애인의 일상 브이로그와 시각장애인이 겪는 생활 환경과 경험담을 보여주는 유튜브 채널을 시작했다. 첫 콘텐츠에서 그녀는 새로운 사람과의 첫 만남은 설레고 두렵다는 고백과 함께 대학 새내기 때 느꼈던 자신의 감정과 시각장애인을 처음 만난 비장애인 친구의 이야기를 공개했다. 검은 화면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에게 다가갈 때, 어떤 고민이 있는지를 소개한 콘텐츠는 목소리에 맞춰 글씨를 띄우는 단순한 콘텐츠였지만, 유난히 맑은 우령의 목소리로 즐겁게 이야기를 경청할 수 있었다.

보통의 경우, 영상이 없는 콘텐츠의 경우엔 나레이션이 아무리 인상적이라고 해도, 많은 조회 수를 만들기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의외로 우령의 유디오 첫 번째 콘텐츠는 영상이 없는 목소리 위주의 콘텐츠임에도 현재까지 조회 수 3만 회를 넘기고 있다. 이는 그녀의 맑은 목소리가 가진 힘이 발휘된 것이라고 분석된다.

시각장애 커플의 연애 이야기 보여주는 ‘우령의 유디오’

그녀가 처음 화면에 등장한 것은 그로부터 3개월 뒤인 2020년 2월 26일 콘텐츠부터였다. 첫 번째 콘텐츠 공개 이후, 간헐적으로 독서 감상기와 뉴욕에서 겪은 에피소드 등을 나레이션 형식으로 공개했던 그녀는 <시각장애 대학생의 캠퍼스 산책 브이로그>라는 제목으로 대학교 캠퍼스를 걷는 영상을 처음 공개했다. 콘텐츠 영상은 ‘케인’이라고 불리는 흰 지팡이로 땅을 살피며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따라가는 형식이었다.

이는 촬영자가 우령의 산책에 개입하지 않는, 피사체와의 ‘거리두기 다큐멘터리 방식’이었다. 이렇듯 우령의 산책을 관찰하는 콘텐츠는 특히, 일반인들에겐 평범한 일상 사물들이 시각장애인의 걷기 활동에서 어떤 불편함을 주고 있는지를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의 다리를 자주 멍들게 했다고 소개한 차량 진입 금지석의 경우, 시각장애인들에겐 꽤 위험한 설치물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주지시켰고, 일반인 중심의 설치물들이 가진 문제점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앵커 합격 발표사실을 전하는 우령. 사진=2023년 3월 31일 '우령의 유디오' 캡처
앵커 합격 발표사실을 전하는 우령. 사진=2023년 3월 31일 ‘우령의 유디오’ 캡처

그럼에도 무엇보다, 산책 브이로그 편부터 보여준 <우령의 유디오> 채널 특징은 시각장애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방식에 있어서 ‘호소’보다는 ‘밝음’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때에 따라서는 사회적 약자의 입장을 ‘호소’로 담아내는 콘텐츠가 강한 인상과 주장을 전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불특정 다수의 채널을 검색하며 시청하려던 시청자에겐 심적 부담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그런 점에서 그녀가 선택한 콘텐츠의 전달 방식인 ‘밝음’은 채널에 충성도가 없는 단순 방문자들에게도 장애인에 대한 이슈 이전에 그녀의 친구가 되고 싶고, 그녀의 곁에서 우정을 가진 친구가 되어 돕고 싶다는 친근한 바람으로 다가오게 한다.

또한, 심리적으로 시각장애인에게 경계심을 버리고, 우령을 친구로 여기게 되는 친밀함을 만드는 힘이 되었다고 본다. 우울하고 힘든 보통의 사람들에게 우령의 밝음은 오히려 채워야 하는 삶의 비타민처럼 느껴졌고, 그녀의 ‘밝음’은 일반인들에게는 자신에게 부족한 ‘긍정’으로 충전되었다. 그래서 긍정이 가진 ‘즐거움’이 우령의 채널에서 느껴지는 것이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조력 캐릭터...안내견 ‘하얀이’

<우령의 유디오>에서 뺄 수 없는 콘텐츠 등장 캐릭터는 뭐니 뭐니 해도 시각 안내견 ‘하얀이’라고 할 수 있다. 하얀이도 여느 시각장애인 안내견처럼 2년 가까이 훈련을 받았다. 일반가정에 1년간 위탁되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적응시키는 퍼피워킹을 거쳤고, 다시 안내견 학교로 돌아와 종합평가를 받고, 또다시 6개월에서 8개월 동안 도로, 상가, 교통수단 등 실생활 환경에서 훈련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우령과 만난 후에도 우령의 생활 동선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훈련을 다시 받았다.

우령의 든든한 파트너 하얀이. 사진=2022년 3월 25일 '우령의 유디오' 캡처
우령의 든든한 파트너 하얀이. 사진=2022년 3월 25일 ‘우령의 유디오’ 캡처

하얀이는 2020년 4월 5일부터 채널에 등장해서 지금까지 우령의 곁을 지키는 최고의 조력자이다. 하얀이가 처음 등장해서, 우령을 안내하며 벚꽃이 핀 캠퍼스를 걸어가는 콘텐츠는 지금까지 조회 수 6만 회를 기록하고 있다. 첫 영상에서 하얀이는 촬영자를 반갑게 쳐다보느라, 우령이 갈 길을 안내하는 것을 잊을 정도로 천진난만했다. 그런 하얀이는 어느새 등장할 때마다 적재적소에서 깨알 같은 재미를 주고 있다.

또한, <우령의 유디오>에서는 하얀이를 통해 어느덧 우리 시민들에게서 시각 안내견에 대한 인식이 미약하나마 긍정적으로 변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령의 유디오>에 업로드된 다양한 하얀이 동행 영상에서 시민들은 하얀이를 만나게 되면, 놀라거나 두려워하거나, 혹은 강제적으로 만지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민들은 하얀이가 놀라거나 불안해하지 않도록 조심하거나, 자극적인 행동을 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우령의 제안에 시각 안내견의 입장이 가능하다는 스티커를 부착하는 대학가 식당의 등장 등은 시각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여전히 부족하긴 하나, 그럼에도 시각 안내견에 대한 인식과 시각 장애인의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이해는 어느 정도 확립되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인식 개선은 몇 년 전에 문제가 되었던 ‘모 마트의 시각 안내견 출입 거부’와 같은 사건 이후의 변화라는 점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KBS 다큐 인사이트 ‘애린 혹은 우령’에서 장애인 아나운서 면접에 도전하는 우령.

억대의 비보험 치료제 알면서도 ‘답답’

우령은 2021년 3월 29일 ‘시각장애인이 될 줄 그땐 몰랐어요’ 편에서 실명하기 전날을 회상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눈이 많이 왔고, 그날 봤던 눈이 마지막으로 본 눈이었다는 우령의 담담한 이야기를 접한 구독자들을 우령을 위로하는 많은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냥 우령씨... 유튜브의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이 이끌었지만... 뜻하지 않게 위로받고 갑니다. 이렇게 진솔한 이야기를 이렇게 담담하게 풀어낼 수 있게 되기까지 정말 많은 일이 있으셨을텐데...앞으로 꽃길만 걷기를 바랍니다. 유튜브도 흥하세요!”

또한, 우령은 2023년 2월 10일에 공개된 영상에서 자신의 질환이 시신경척수염에 의한 시각장애임을 밝히며, 향후 완치는 불가능하다는 의사의 소견을 전했다. 그리고 매년 염증 수치를 체크하고, 한 번에 600만 원에서 8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하는 일명 맙테라(Mabthera)라는 ‘표적 항암제’ 주사를 맞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맙테라는 지나치게 활성화된 항체를 억제하여 이상 염증 수치를 낮추는 역할을 하는 정맥 주사로 약 6시간에 걸쳐서 투여된다고 한다. 우령은 더 좋은 치료제의 경우, 비용이 억 단위라는 점을 알려주며, 비보험 치료제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기를 희망했다.

방송 대본 읽기 연습중인 우령과 옆에서 우령을 지키고 있는 '하얀이'
방송 대본 읽기 연습중인 우령과 옆에서 우령을 지키고 있는 ‘하얀이’

꿈을 이룬 우령에게 보내는 우동이들의 박수

유튜버에서 공중파방송 아나운서가 된 우령은 “내가 계속 원인을 찾는 데만 얽매여 있다면 그건 실명을 했던 14살에만 머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녀는 시각장애가 됐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맹인 학교로 전학하며 방송 아나운서의 꿈을 꾸게 되었다고 전한다.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우령의 유디오> 구독자들에 대해 “응원해주신 분들 너무 감사하다. 이렇게 나의 꿈을 이뤘다는 게 사실 믿기지 않는다”라면서도 “설렘도 많지만, 책임감이 많이 생기는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아나운서로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함께 하며.

참고로 2023년 현재, 우리나라의 등록장애인은 265만 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 중 시각장애인은 25만 명으로 조사되었다. 25만 명의 시각장애인 중, 점자 사용이 가능한 비율은 매우 낮은 편이다. 2020년 보건복지부의 장애인 실태 조사 결과 시각장애인 중 점자 사용이 가능한 비율이 9.6%, 불가능한 사람이 90.4%인 것으로 나타났다. 점자 사용 비율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교육의 기회가 적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자신의 꿈을 이루는 제2의 우령이 나타나기 위해서는 시각장애인에 대한 교육의 기회가 폭넓게 주어져야 할 것이다.

필자는 서두에서 <우령의 유디오>는 ‘맑음’과 ‘밝음’의 콘텐츠 채널이라고 하였다. 일명 ‘우동이’로 불리는 <우령의 유디오> 구독자들은 우령을 통해 가치 있는 ‘맑음‘과 목표 있는 ’밝음‘에 중독되었다. 우동이들 중 한 명인 필자 역시 허우령 아나운서의 멋진 뉴스 진행을 응원할 생각이다. 그리고 다음에 만나면 그땐 소심함을 버리고 인사를 나눠야겠다. 하얀이에게도.

콘텐츠 채널 별점(별 5개 만점)

주제 ★★★★☆
가치 ★★★★☆
재미 ★★★★☆
완성도 ★★★★☆
흥행성 ★★★☆☆

글쓴이

하원준 시나리오 작가/감독

글쓴이 하원준 -추계예술대학교 영상시나리오 석사(MA) 상명대학교 글로벌콘텐츠학 박사 수료 현 한국영화감독조합 감독 -현 한국영화시나리오작가협회 작가 현 허바허바픽처스 ㈜ 콘텐츠 개발 이사 현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경력)-2015년 ~ 현재 기획개발지원사업 심사(영화진흥위원회) 2010년 ~ 현재 영상저작물 감정심사관(한국저작권위원회) 2015년~ 현재 한국국학진흥원 대학생 창작 공모전 피칭/팀 멘토(한국국학진흥원) (작품) 영화 <난폭한 기록> 각본 연출/ <아이 캔 스피크> 각색/ <들개들> 각본 연출 /<뜨거운 안녕> 각색 /<렛미아웃> 각색 / <네이키드 런> 각본/ <그녀를 모르면 간첩> 각본/ <두사부일체> 각색 / <페닝> 애니메이션 52부작 각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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