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유튜버② 폐가 찾아다니는 ‘노루모TV’
[하원준의 구독한 미식가] 3년여전 경북의 ‘폐가’ 영상 콘텐츠 히트 이후 본격적인 ‘오지’, ‘폐가’ 탐사 프로로 세간 살림 남은 모습, ‘삶의 쓸쓸함’ 자극해 귀촌귀산 희망자에 좋은 정보 제공하기도
- <구독한 미식가>는 월간 『PANJA』를 통해 연재된 『고독한 미식가』의 비틀기 제목이다. 고독한 미식가는 다니구치 지로 지음, 구스미 마사유키 원작으로 1994년부터 1996년까지 연재되었다. 그리고 도쿄TV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 영화 시나리오 작가, 영화감독으로 활동 중인 하원준 교수는 300여 개의 유튜브 콘텐츠 채널을 구독한 열혈 유튜브 콘텐츠 시청자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디지털 리터러시’의 관점에서 뉴미디어의 총아라는 유튜브의 콘텐츠 채널 평론가로 활동하게 되었다. 활동의 목표는 가치 있는 숨은 콘텐츠 채널들과 대중의 여론 속에서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할 콘텐츠 채널들을 선명한 관점에서 살펴보고, 대중에게 긍정적으로 소개하는 것이다. 또한, 유튜버 등 1인 크리에이터의 기획사·소속사 역할을 하는 멀티 채널 네트워크(MCN) 산하의 콘텐츠 채널보다는 개인이 제작한 채널에 주목하고자 한다. 결국, 뉴미디어의 선한 소비. 그것이 활동 목표이다.
멋쟁이 높은 빌딩 으시대지만
유행 따라 사는 것도 제멋이지만
반딧불 초가집도 님과 함께면
나는 좋아 나는 좋아 님과 함께면
님과 함께 같이 산다면
농촌 빈집 55만 3000동의 시대
신나는 비트의 리듬감과 경쾌한 춤이 흥겹게 어우러진 <님과 함께>는 대한민국 오빠 부대의 원조 격이라고 할 수 있는 가수 남진이 1972년에 부른 불후의 히트곡이다. 특히 <님과 함께>의 가사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궁핍할 수 있는 반딧불 초가살이도 행복하다고 말하고 있다. 하긴,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동거동락한다면 그깟 초가집이 문제겠는가? 빛조차 들어오지 않는 땅굴 속에 살림을 차려도 행복할 텐데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노래의 가사와는 너무도 다른 풍경이다. 전국 각지에 있던 초원의 집과 반딧불 초가집, 그리고 더 근사했던 집들은 사람들이 떠난 뒤, 흉물스러운 빈집과 폐가가 되어가고 있다.
우리나라 통계청은 5년에 한 번씩, 1년 이상 비어있는 집을 집계하고 있다. 이에 2020년에 조사한 전국 빈집 집계 결과 전국의 12개월 이상 비어있는 빈집은 2020년 151만1306호로 조사되었다. 농촌(읍·면 지역) 빈집은 55만3000동이고 특히 전국 빈집(6만5203채)의 22%가 경상북도에 몰려있다. 더욱 어두운 현실은 경북 빈집의 55.6%가 철거 대상으로, 돌보는 사람 없이 장기간 버려졌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경북 지역의 오지에 있는 빈집과 폐가의 현황을 영상으로 보여주며, 거주 희망자들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채널이 있다. 바로 노루모TV이다.
경북 오지와 옛 조상의 흔적을 찾아가는 채널
‘노루모’라는 단어가 익숙한 분들은 아마 연식(?)이 좀 된 어른들일 것이다. 1957년에 국내 모 제약회사에서 만든 가루약 형태의 위장 소화제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노루모TV는 노루모 소화제와 아무 관련이 없다. ‘노루모이샌TV’라는 이름과 함께 사용하는 것으로 보아, 노루털이라는 뜻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구독자 11만명의 노루모TV는 경상북도 영양의 귀산촌장이 만든 채널로 산림자원의 보호 및 관리를 목적으로 농산촌 마을의 연결을 위해 개설된 임간도로(林間道路/약칭 임도) 주변의 빈집과 폐가를 소개하고, 귀산촌의 시골살이를 수수한 영상 콘텐츠로 담아내고 있다. 올해로 귀산촌 12년 차인 촌장은 2019년 1월에 아기염소에게 모유를 먹이는 첫 영상을 공개하고, 꽤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귀산촌 생활과 주변 풍경, 식물 파종 위주의 영상을 공개하며 채널을 운영하였다.
이 당시의 영상 콘텐츠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미미한 편이었다. 간혹 농장의 염소와 몸싸움을 하며 노는 영상과 칸나 구근을 심는 영상, 올드카 갤로퍼의 시승기 등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영상 콘텐츠의 조회수는 2백~3백 회에 머물러 있었다. 또한 당시엔 편집도 꽤 조악한 편이었다. 특히 2019년 2월, 경북 영양군 석보면에 위치한 맹동산 오프로드 탐사 영상의 경우, 화면에 조악한 나뭇잎 그림과 하트 그림 효과를 담아내기도 하여, 미소를 유발케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노루모TV의 영상들은 최첨단의 편집 효과와 고급스러운 자막으로 시선을 끄는 다른 영상 콘텐츠들과 달리 때론 조악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편집과 자막을 보여주고 있으나, 이러한 모습들은 오히려 정겹고, 순수한 귀산촌 영상의 참맛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사실 안빈낙도의 삶을 보여주는 콘텐츠에 그 어떤 꾸밈이 필요하겠는가.

빈집과 폐가에 관한 관심 증가
그러던 중, 2019년 9월 7일. 노루모TV는 산골 입구 마을의 폐가와 보물인 3층 석탑을 소개하는 영상 콘텐츠를 공개, 10만 조회 수를 기록하며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된다.
특히 이때 소개된 폐가는 보통 규모의 시골집이 아닌, 양반가 고택이었기에 많은 구독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대다수 구독자는 폐가가 된 고택에 대해 그냥 버려두기 아까운 집이라는 댓글들을 다수 남겼고, 필자에겐 일반인들이 폐가를 수리하고, 거주하는 것에 관한 관심이 생각보다 크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필자는 일반인들의 관심이 도시에서의 생활에 대한 회의감과 세컨드 하우스에 대한 동경을 가진 영상 콘텐츠 수용자로 확산되어가며 이런 반응을 일으켰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리고 이듬해에 노루모TV는 경북 영향군 석보면에 위치한 맹동산의 화전민 폐가를 소개하면서, 구독자가 1만 명을 넘어가게 되었고, 본격적으로 오지 임도 주변의 빈집과 폐가 탐사 영상이 다양하게 공개되었다.
빈집에 남겨둔 세간살이의 쓸쓸함
특히 필자는 노루모TV의 탐사 영상 콘텐츠 중에서도 2022년 3월 19일에 소백산 계곡에 있는 폐허 마을을 찍은 영상 콘텐츠가 노루모TV만이 가진 정체성을 만든 영상이라고 여기고 있다. 노루모TV의 구독자들 역시 필자와 같이 소백산에 위치한 계곡의 텅 빈 오지 산골 마을에서 미처 먹지도 못한 채 버려진 쎈베이 과자의 흔적을 보며, 살던 이들이 떠나야만 했던 아픈 사연을 상상하며 안타까운 영상에 공감했다. 이렇게 빈집의 스토리텔링이 완성되어가는 느낌이었다. 또한, 낙동강이 보이는 산골의 빈 산장의 영상에서는 산장에 매달린 풍경 소리가 그 어떤 소리보다 쓸쓸함을 심어주었다.
이처럼 노루모TV은 세간살이를 모두 남겨둔 빈집과 폐가를 보여주어, 더욱 쓸쓸하고 허무한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채널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노루모TV는 일반인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임도의 진입 방법과 빈집의 위치 등에 대한 정보를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해주기 때문에 동행하여 오지 임도를 탐사하는 느낌을 주고 있다.

고령화의 또 다른 그림자....빈집과 폐가
농촌 지역과 오지의 산골지역 빈집과 폐허는 점점 늘어나며, 적잖은 문제를 낳고 있다. 자연환경을 훼손하기도 하고, 범죄에 노출된 환경을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화재와 붕괴 위험을 만들기도 하며, 인근에 거주하는 거주민들을 동요시키기도 한다. 그런데도 현지 행정기관의 대응 방안은 지역의 빈집 발생,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노루모TV처럼 탐사의 정신으로 빈집과 폐가의 현황을 조사한다면 현황을 분명히 파악할 수 있겠지만, 발품을 파는 노력은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지점에서 노루모TV의 탐사 가치가 분명해진다. 노루모TV는 빈집과 폐가를 통해 현재 농촌이 안고 있는 문제를 시각적으로 정확하게 제시해주고 있다.

또한 노루모TV는 귀농 혹은 귀산촌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위해 빈집 인근에 사는 거주민들과의 인터뷰도 자주 담아낸다. 그들이 바라보는 시각을 통해 그곳을 떠난 사람들의 사연과 부락의 특징, 그리고 거주 역사 등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공하여, 빈집과 폐가를 바라보는 지역 주민들의 거주 고뇌와 행정적 요구점을 정확하게 전달하고자 애쓴다.
영상 콘텐츠의 인문학적 측면에서 보면, 이러한 노루모TV는 1960년대에 현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자 했던 ‘시네마 베리떼’ 혹은 ‘다이렉트 시네마’ 운동의 다큐멘터리 제작 기법을 따라가는 것과 같다. 그 시절, 가벼워진 촬영 장비와 녹음 장비가 통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재의 인물들을 촬영했던 것처럼, 노루모TV 역시 조작되지 않은 리얼리티에 대한 믿음, 삶이 스스로 드러내는 것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자세에 바탕을 두고 있는 듯하다.
마지막으로 필자와 노루모TV의 구독자들이 채널의 촌장에 대해서 바라는 것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안전이다. 간혹 촌장이 홀로 탐사를 하는 과정을 볼 때, 필자와 구독자들은 안전 문제로 걱정을 할 때도 있다. 앞으로도 계속 홀로 빈집과 폐가 탐사를 계속할 노루모TV의 촌장의 앞날에도 계속 안전과 건강이 계속되기를 강력하게 희망한다.
아! 콧수염이 멋진 채널의 촌장께서는 특히 미스트롯이 배출한 가수 홍자를 좋아한다. 홍자를 좋아하는 유튜버들에게는 빈집, 폐가보다 더 반가운 곳이 홍자 부모님이 운영하는 식당일 것이다. 그 식당을 탐사하는 재미도 덤으로 즐길 수가 있다.
콘텐츠 채널 별점(별 5개 만점)
주제 ★★★★☆
가치 ★★★☆☆
재미 ★★★☆☆
완성도 ★★★☆☆
흥행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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