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유튜버⑥ ‘지리는 강선생’ 채널
[하원준의 구독한 미식가] 39살 고교선생님 좌충우돌 교직생활 2020년 3월부터 221개 동영상 올려 교복 입고 롯데월드, 제주도 수학여행 등 ‘죽은 시인의 사회’ 키팅 선생님처럼
“담임이, 관심없고 신경 안써주는 그런 사람인 건 인정하지만, 그래도 나만의 스타일로 1년동안 최선을 다했습니다. 잘 따라와주고 잘 해줘서 너무 고맙고, 평생 기억에 남은 2022년이 될 것 같습니다. 우리 2학년 1반... 사랑합니다. 안녕! 가! 이제!”- 2023년 1월 30일. 춘천남고 종강식에서, ‘강선생’의 마지막 인사
‘지리는 강선생’의 지리는 LIFE!
강이석. 1984년생인 그는 현재 강원도 춘천여고에서 교사 생활을 하는 겸직 유튜버이다. 유쾌하고, 도전적인 그는 누구보다 여행을 좋아하고, 자유를 좋아하는 바쁜 교사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실제로도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도보 여행 과정을 개인 여정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자주 공개하여 흥미를 끌고 있다.
하지만, 필자가 그를 주목한 까닭은 그가 학교에서 학생들과 부딪치며 생활하는 생생한 좌충우돌 영상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그가 현재 근무하는 춘천여고 이전에 근무하던 춘천남고에서 찍은 1년간의 학내 동영상은 키팅 선생님이 등장하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보다 흥미롭고 스토리의 전개 과정이 꽤 예측불허했다. 물론, <죽은 시인의 사회>처럼 우아하고 감미로운 학생들보다 괴짜와 똘끼로 무장한 학생들을 시청해야 한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남고의 교사라는 직업이 얼마나 고되고, 예민한 직업인지를 생생하게 대리 체험할 수 있다.
일례로 제주도 수학여행 과정에서 ‘강선생’은 학생들의 비행기 티켓을 챙기고, 제 시간 내에 비행기를 탑승시키고자 학생들의 집합과 점검에 젖먹던 힘까지 쏟아낸다. 그리고 잠시 쉴만하다 싶지만, 이동 버스 안에서 (생생한 현장감 그대로 전하자면) “급똥이 마려워요!”라며 혼신의 괄약근 오므리기로 똥을 참는 남학생의 변고를 막기 위해 침이 마르도록 애를 다 쓴다. 수학여행이면 늘 그랬듯이, 술을 몰래 반입하는 학생들을 적발하여 술을 압수하는 007 작전을 펼치기도 하고, 그렇게 추적 작전 끝에 압수한 술을 쏟아버리며 어둠 속에서 중얼거린다. “어이구, 취해서 뭐하려고. 안 취해도 취한 것처럼 사는 녀석들이.”
춘천남고, ‘엠씨 더 맥스’의 황태자
유튜브 채널 <지리는 강선생>은 2020년 3월 20일에 첫 영상이 업로드된 이후 현재까지 221개의 동영상이 업로드됐다. 조회수는 약 5798만 2877회, 구독자는 6만 1600여명 정도인 개인 운영 채널이다.
채널 초기엔 과거 여행 동영상과 도보여행, 그리고 수업 시간에 일명 ‘썰풀기’를 통해 재미있는 이색 토크 등으로 내용을 구성했지만, 2022년 5월 17일 스승의 날 기념식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찍는 영상을 기점으로 학생들과의 ‘격한’ 생활 영상으로 채널의 콘텐츠 콘셉트를 대폭 전환했다. 이 영상은 불과 1만 2274회의 적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지만, 영상에서 스승을 축하하기 위한 남학생들의 터프하고 투박한 작전이 그 어떤 코미디보다 흥미롭다. 재미있는 것은 이 영상에서도 어느 한 남학생이 제주도 수학여행처럼 계속 똥이 마렵다고 중얼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인간의 생태학적 측면에서 청소년기는 먹고 싸는 것에 몰빵하는 시기임을 알 수도 있었다.
그리고, 2022년 5월 27일에 롯데월드 소풍에서는 어른들의 밈이라고 할 수 있는 ‘교복입고 롯데월드 놀러가기’를 실천한다. 이에 홀로 교복을 입고 롯데월드에 나타나, 학생들로부터 환호와 야유를 동시에 듣는다. 이 영상에서 이동하는 고속버스에서 노래를 부르는 남학생들의 모습이 즐거움과 생동감을 가득 제공하며, 놀이기구에 탄 학생들보다 더 신난 ‘이율배반’의 선생님 모습에 주객전도의 아이러니한 코미디 한 편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롯데월드에 놀러 온 다른 학교 학생들로부터 지대한 관심을 받고 사진까지 찍어주는, 강선생의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정신도 마음껏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지리는 강선생> 채널에서 백미는 강선생의 노래 솜씨이다. 특히, 2022년 8월 31일에 업로드된 영상에선 그 어떤 인기가수 부럽지 않은 강선생의 무대를 볼 수 있다. 유난히 엠씨 더 맥스(M.C the MAX)의 노래를 좋아하는 그는 학교 축제에서 직접 만든 자작 뮤직비디오를 배경으로 3년 연속 엠씨 더 맥스의 히트곡을 불렀고, 전교생들은 스마트폰 플래시를 일제히 밝힌 채, 스타 강선생의 노래에 다 같이 목청 높여 합창을 한다.
필자는 이런 동영상 장면에서 고교 낭만의 한 조각을 발견할 수 있었고, 남자 고등학교의 맛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강선생이 학생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무대에서 열창을 하는 모습에서 ‘진심은 결코 묵직하게 다가가는 것만은 아니다’라는 교훈을 깨달을 수 있었다. 가볍지만, ‘학생들이 원한다면 한다’라는 진심을 강선생은 매우 잘 알고 있다.
학생들과 관계가 틀어져 버리면 어쩌나
최근 춘천여고로 근무지가 바뀐 강선생은 남자 교사의 여고 근무라는 제약과 학교장의 불허 등으로 인해 이전과 달리 영상을 업로드하는 빈도가 현저하게 줄었다. 아마도 이 부분은 강선생도 나름의 고민이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구독자의 입장으로는 춘천여고에서도 학생들의 프라이버시가 존중되는 선에서, 활동 영상이 좀 더 자주 업로드되기를 희망한다. 남고생들과 다른 여고생들의 교내 생활과 선생님과의 활동 영상도 꽤 흥미로울 것 같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 춘천여고 교실에서 올린 영상(2023년 7월 20일)에서는 강선생이 휴일에 출근해 이동식 책꽂이를 조립하고, 교실을 청소하고, 학생들의 입시 관련 자료를 부착하는 장면들을 볼 수 있다. 이 영상에서 강선생은 친한 친구끼리 붙어 앉기 위해 어지럽게 흐트러진 책상들을 보면서, 자신의 속내를 살짝 내비친다.
“사실 책상 배열, 이런 것까지 또 하지 말라고 하기가 좀 그래요. 제가 또 이렇게 뭐라고 막 잘 못해요. 너무 심하게 혼을 내고 뭐라고 하면, 왠지 관계가 완전히 틀어져 버릴 것 같은 그런 두려움... 좀 아닌 건 아니다 그래야지, 교사와 학생 간의 밸런스가 좀 맞을 것 같은데. 그래도..”
누구보다 학생들과 소통하는 것에 진심인 강선생도 자신의 어떤 행동 하나가 때론 예측할 수 없이 관계의 틀어짐을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두려워 하는 듯 보인다. 특히, 앞서 근무했던 남고와 달리 여고이기에 그는 좀 더 행동과 말을 조심하려는 것 같다. 그는 휴일에 나와서 교실 청소를 한다면서도 학생들의 책상 위에 있는 물건과 옷, 방석 등은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배려이자, 인정임을 그는 잘 알고 있다.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의 변화
채널 <지리는 강선생>에서 주목할 점은 이 시대의 학생들을 통해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의 시대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 학생들이 보여준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은 지시에 복종하고, 권위에 순응하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열정의 강선생을 통해, 교사가 받기 원하는 존경심에서 학생들이 원하기에 표현하는데서 오는 존경심으로, 존경심의 포지션이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그러한 존경심은 지식의 전달 이외에 모든 면에서 관계의 위치가 동등해야 한다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 학생들보다 더 뛰어난 정서와 감정을 외부로 표현하면서 선생님의 위치에서 학생들에게 잘난 척을 하고 뽐내는 ‘매력적 스웩(Swag)’을 지닐 때 더 빛난다. 학생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필살기’가 있는 선생님은 ‘꼰대’라는 소리를 듣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우울증, 경증 지적장애, 학교생활 부적응 등을 겪는 학생들에게 영화 만들기 수업을 하고 있다. 필자의 수업을 듣는 ADHD 학생들중에는 끝없이 말을 하며 수업에 방해를 초래하는 아이들이 있다. 그리고 간혹 친구들과의 다툼 등으로 인해 감정이 폭발하면, 1시간 이상 절규와 울음을 터트리고 감정을 쉽게 가라앉히지 못하는 아이도 있다. 그럼에도 필자가 아이들과 지속적으로 수업을 할 수 있는 힘은 결국,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똑똑한 척 하지 않고, 함께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것처럼 대하기’를 실천하기 때문이라 할 것이다.
물론, 성과만 있은 것은 아니다. 꽤 어렵고 힘들기에 수업이 있는 날은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교육을 통해 사람의 의미에 대해 배우게 된다. 아마도 <지리는 강선생> 역시 함께 눈높이를 맞추는 것, 그것이 교사의 책무라는 점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여기는 것은 아닐까.
최근 사회 다분야에서 심각한 사건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서울 서초구 소재의 초등학교 여교사가 학부모의 부당한 민원으로 인하여, 학교 내에서 극단적으로 생을 마감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의 진실이 채 밝혀지기도 전에, 의정부의 모 초등학교에서도 두 명의 남녀 교사가 연이어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는 일이 뒤늦게 언론을 통해 밝혀졌다. 이런 일로 인해 국민은 파괴된 교권의 현실에 깊은 절망을 느끼고 있다. 필자 역시 학부모의 입장인 동시에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을 교육하는 교육자이기에 이러한 사건들에 매우 비통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교육을 포기할 수 없다. 절망의 시대에 교육은 절망해선 안된다. 언제나 희망이 있다고 믿고, 나가야 할 것이다. 뉴턴이 말했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전력을 다하라. 그러면 내일에는 한 걸음 더 진보한다.’
강선생을 비롯한 이 땅의 모든 선생님이 전부 ‘지리는’ 분들이 되기를 희망하며, 채널 <지리는 강선생>의 리뷰를 마친다.
콘텐츠 채널 별점(별 5개 만점)
주제 ★★★☆☆
가치 ★★★★☆
재미 ★★★★☆
완성도 ★★★☆☆
흥행성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