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태풍, 지구를 뒤엎기만 할까
[김해동의 기후위기와 세상만사] 올해 봄에 ‘초강력 태풍’ 발생한 지구 미래의 태풍, 횟수는 줄지만 위력 더 커져 태풍, 지구 지키는 특별한 역할 있다는데
지난 5월에 최고 등급(초강력 태풍, 중심 부근 최대풍속 54m/s 이상)으로 분류되는 태풍 마와르(MAWAR)가 발생했습니다. 마와르는 금년에 두 번째로 발생한 태풍이고, 말레이시아에서 제안한 이름으로 ‘장미’라는 뜻이랍니다. 마와르는 지난 5월 19일 21시에 북태평양의 적도 부근 동경 150도 해역에서 열대 저기압으로 출현한 후에 북서 방향으로 진행하면서 불과 18시간이 지난 20일 15시경에 태풍(중심 부근 최대 풍속 17m/s 이상)으로 강해졌습니다.
이 태풍은 괌 먼 바다를 지나던 26일 16시에는 미국의 태풍 강도 분류체계로 최고등급인 카테고리 5(슈퍼 태풍)로 성장했습니다. 카테고리 5에 해당하는 태풍이 발생하여 북상해 온 것은, 1961년 9월 중순에 발생하였던 카렌 이후 처음이었다고 합니다.
강한 태풍은 여름이 아니라 가을에 발생하기에 봄철에 이런 슈퍼 태풍이 발생하였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입니다. 태풍은 언제 어디서 발생하며 그 위력은 얼마나 대단할까, 태풍의 역할은 무엇일까, 장래 태풍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요?
차츰 위로 올라오는 태풍의 발생
태풍은 북태평양의 서쪽 해역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풍속(초속 17m 이상)을 동반한 열대성 소용돌이(저기압)를 가리킵니다. 태풍이 유지되는 데에 필요한 에너지는 수증기가 응결하여 물방울로 바뀔 때에 방출되는 열입니다. 그래서 태풍이 발생하고 발달하려면 해수온도가 높으면서도 전향력(轉向力)이 작용하는 해역이어야 합니다. 적도는 전향력이 작용하지 않아서, 또 고위도는 해수온도가 낮아서 태풍이 발생하거나 발달할 수 없습니다.
태풍은 연중 발생하는데, 그 수는 연간 25개 정도이지만 7월에서 10월에 집중 발생합니다. 지난 30년 동안의 통계에 의하면 금년에 태풍 2호(무와르)가 발생한 5월에 발생하는 태풍의 수는 1년에 1개 정도에 불과합니다. 태풍의 발생 영역은 북태평양의 (5∼25N, 120∼150E)의 광범위한 해역에서 발생합니다.
태풍이 많이 발생하는 계절(7~10월)에 열대해역에는 남쪽과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만나서 수렴하는 영역이 형성됩니다. 이 수렴 영역을 ‘열의 적도전선’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 수렴 영역이 잘 발달할수록 태풍이 많이 생깁니다. 이 수렴대의 위치는 봄에서 초여름까지는 10∼20N 부근, 7∼9월에는 20∼30N 부근으로 북상합니다. 장래 지구온난화로 해수온도가 상승하면 태풍의 발생 위치는 보다 고위도(우리나라로 근접)로 북상해올 수 있습니다.
태풍은 엄청난 에너지(위력)를 갖습니다. 중간 규모의 태풍이 갖는 운동에너지는 대략 수소폭탄의 100배, 2차 세계대전 말에 일본의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수 만 배에 상당한다고 합니다. 또 규모 7의 대지진보다도 50배나 큰 운동에너지를 갖고 있습니다.
태풍 내에서 운동에너지의 분포는 태풍의 중심에서 10~30㎞ 정도 떨어져 있는 곳에서 최대로 나타나고, 이보다 안쪽이나 바깥으로 갈수록 작아지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렇게 막대한 태풍의 운동에너지의 원천은 해수면에서 증발한 수증기가 태풍 내에서 상승하여 응결할 때 발생하는 응결열입니다. 수증기 1㎏이 응결할 때에 2.5×106 Joule의 에너지가 나옵니다. 이것은 약 600㎉이고, 밥 3공기 정도에 포함된 열량에 해당합니다. 태풍이 지날 때에 내리는 엄청난 양의 강수량을 생각해보면 태풍이 가진 에너지의 위력을 상상해볼 수 있겠지요?
태풍에 수반된 강우량은 대략 중심에서 300㎞정도 벗어나면 하루에 1㎜정도로 적지만 중심부근에서는 하루에 수 백㎜이상의 엄청난 양의 비가 내립니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강수량은 1200㎜내외인데 태풍이 지나갈 때면 하루에 보통 400~500㎜의 비가 내리고, 슈퍼 태풍의 경우에는 하루에 1300㎜이상의 비가 내리기도 합니다. 이렇게 많은 강수량은 태풍의 엄청난 위력을 말해주는 겁니다.
지구 불균형 해소하는 태풍의 역할
태풍은 지구의 고∙저위도간의 에너지 불균형을 해소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지상의 동일한 면적이 받는 태양에너지 양은 저위도일수록 많고, 고위도로 갈수록 줄어듭니다. 태양 빛과 지표면이 이루는 각도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저위도엔 에너지 과잉, 고위도엔 에너지 부족상태가 됩니다.
이를 방치하면 지구는 양 극단의 고온과 저온 상태로 변해버립니다. 바람이 불고 해류가 흘러서, 이 열적 불균형을 끊임없이 해소시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덜 해소된 열적 불균형을 해소하는 역할을 감당하는 것이 태풍의 특별한 역할입니다.
아울러 온대저기압의 역할만으로는 부족한 고위도지역의 부족한 강수량을 채워주는 역할도 합니다. 지구의 물 수지(收支)를 살펴보면 육지는 강수량보다 증발량이 훨씬 많습니다. 그 부족분은 바다에서 증발한 수증기가 육상으로 수송되어 비로 내려 해소됩니다. 그런데 바다에서 증발된 수증기가 대기대순환에 의해서 해안선에서 멀리 떨어진 내륙으로까지 수송되기가 어렵습니다. 대기로 증발한 수증기는 대체로 해발고도 3㎞ 내외에서 응결되어 금방 비로 내려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세계지도를 살펴보면 해안에서 가까운 지역만 녹색이고 그 이외의 지역은 대부분 건조지역입니다. 이런 이유로 중고위도에 위치한 내륙지역은 태풍이 물을 공급하지 못하면 물 부족에 처하게 됩니다. 지난 해 여름태풍이 비를 가져오지 않은 서해안 지역에서 금년에 장기간 물 부족을 겪은 것도 그러한 이치입니다.
태풍은 해양환경에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물은 전자기파를 잘 흡수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햇빛의 상당 부분은 해양 표층 부근에서 흡수됩니다(햇빛도 전자기파입니다). 그래서 강한 햇살이 쏟아지는 여름철 중∙저위도 해양은 표층수의 수온이 크게 높아져서 열적 안정 성층이 만들어집니다. 그러면 해수의 상하혼합이 막혀서 해양환경이 악화됩니다.
우리나라에서 4대강 사업 이후에 여름이면 낙동강에 ‘녹조 라떼’라고 불릴 정도의 뻑뻑한 녹조가 번성합니다. 그러면 태양빛이 강의 표층에 집중 흡수되어 표층 수온이 엄청 오릅니다. 그러면 열적 안정 성층이 되어 상하층 간에 혼합이 멈추게 되고, 강 하층엔 무(無) 산소 상태로 변하여 혐기성 박테리아만이 생존할 수 있는 죽음의 강으로 변합니다. 남해안에 적조가 생길 때에도 비슷한 상황이 초래됩니다.
이럴 때에 태풍이 와서 큰 파도를 만들어 내면 파고의 높이에 해당하는 만큼의 반경을 갖는 해수의 원운동이 발생하고, 상하 혼합이 이뤄집니다. 태풍은 연안 해역의 해양오염을 해소해주는 일등공신입니다.
지구 온난화, 태풍의 위력을 바꿔놓는다
지구 온난화는 대기층을 안정화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태풍의 발생 수가 감소합니다. 태풍은 중심에서 기압이 낮고 소용돌이 운동을 하는 저기압으로 강한 상승기류를 갖는데, 대기가 안정화될수록 상승기류가 발생하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반면에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온도 상승과 대기의 풍속분포 변화는 태풍의 강도를 더욱 강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장래의 태풍활동은, 발생 횟수는 감소하고 강도는 강해진다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다만 태풍의 발생 수는 해역에 따라서 큰 편차를 보인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에 영향을 미치는 해역에서는 발생 수도 증가할 것이라고 합니다.
태풍의 강도 분류는 나라마다 다릅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중, 강, 매우 강, 초강력의 4단계로 구분하고 가장 강한 태풍인 ‘초강력’은 태풍의 최대풍속(1시간 평균)이 초속 54m 이상에 도달했을 때를 가리킵니다. 미국은 5단계로 분류하는데, 가장 강한 단계가 카테고리 5입니다. 이에 해당하는 것을 슈퍼 태풍이라고 합니다. 초속 67m 이상(시속 240㎞ 이상)인 경우입니다. 강수량도 1300㎜를 넘어섭니다. 이런 태풍이 내습해도 우리나라가 안전할 수 있을까요? 지구온난화로 해수온도가 점차 상승해가면 태풍이 한반도로 상륙하기까지 그러한 고수온을 충족하는 시기가 멀지 않겠지요?
태풍은 지구환경에 꼭 필요한 고마운 존재입니다. 그런데 장래의 태풍은 엄청난 인명과 재산을 빼앗는 무서운 얼굴로 다가올 겁니다. 우리가 온실가스를 너무 많이 방출하여 해양온도를 높여놓았기 때문입니다.
한없이 부드럽고 고마운 분도 자꾸 괴롭히면 더없이 무서운 얼굴로 변하는 법입니다. 엄마도 화가 나면 무섭지요? 세상만사가 다 그런 법입니다. 고마운 태풍을 공포의 대상으로 만든 업보는 우리가 쌓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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