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 ‘장마’...이후 폭염은 어떻게 될까
[김해동의 기후위기와 세상만사] 올해 긴 장마, 7월말 마무리 장마 긴 탓에 폭염기간은 줄어들 듯 기후가 변하면 재해대책도 변해야
올해 장마철 강수특성은 3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본격적인 장맛비가 늦게 시작되고 늦게 끝난다. 둘째, 장마시즌에 장마전선이 북상하기 이전에 대기불안정으로 중부지방에 소낙비가 많이 내렸다. 셋째, 장마전선이 전남지역에서 경북 북부지역으로 비스듬하게 정체하면서 좁은 영역에 지속적인 폭우가 내렸다. 그 결과로 장맛비 원인으론 사상 최대의 인명피해가 났다.
장마가 보여준 이 3가지 특성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길고 긴 올해 장마
올해 장마가 제주도에서 6월 중순에 시작한 것은 평년과 비슷했습니다. 장마전선에 의한 비는 상당 기간 제주도와 남해안에만 영향을 미쳤습니다. 장마전선이 북상하여 육지에 본격적으로 장맛비를 내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7월 13일부터였습니다. 장마가 끝나갈 시기에 본격적인 장맛비가 시작된 셈이었습니다. 기상관측 역사상 가장 더운 여름이었던 2018년의 경우엔 7월 초에 장마가 끝나고 불볕더위가 시작되어 40일 이상 폭염이 이어졌습니다.
정체전선이 한반도에 머물면서 비를 내리는 장마는 보통 6월 하순에 시작되어 한 달 정도 이어집니다. 이 기간 동안에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비가 내리는 일수는 대략 10~13일 정도이고, 연속해서 수일 이상 비를 내리는 경우는 좀체 없습니다. 그런데 올해 장마는 7월 13일부터 일주일간 위치를 남북으로 약간 오르내리면서 연속해 폭우를 내렸습니다. 그 후 장마전선은 사흘간 일본 열도로 내려갔다가 다시 한반도로 북상하여 7월 말까지 세찬 비를 뿌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평년에 비하여 장마가 열흘 정도 늦게 끝나는 해입니다.

장마보다 더 많은 비 ‘소낙성 강우’
1990년대 중반 이래로 우리나라의 여름철 강수패턴에 큰 변화가 보입니다. 장마시기에도 장마전선에 의한 강수량보다 대기불안정으로 내리는 소낙성 강수량이 더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장마 시기(6~7월)보다 장마 종료 이후(8~9월)에 내리는 강수량이 더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장마 시기에 비가 특별히 많이 내린다는 과거로부터의 고정관념은 더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여 기상청에서는 이미 2013년부터 장마의 시작과 종료를 예보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매년 장마전선이 나타나서 비를 내리고 사라지는 현상 자체는 존재하기 때문에 장마전선에 의한 강수가 발생할 때에는 그것대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 장마도 7월 13일부터 본격적인 장맛비가 내리기 이전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많은 강수량을 기록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대기불안정으로 내린 ‘소낙성 강수’였습니다. 상층 대기에선 북쪽 찬 공기가 내려오고 하층 대기에선 남쪽 해상으로부터 고온다습한 공기가 유입되어 대기불안정이 만들어졌습니다. 대기가 불안정해 대류현상이 발생하여 구름이 생성되고, 그 구름이 야간에 복사냉각을 받아서 응결현상이 격렬해지면서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이를 사람들은 ‘야행성 강수’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런 소낙성 강수는 동남아시아 등에서 여름철 한낮에 나타나는 스콜과는 다릅니다. 스콜은 지표면이 강한 태양복사에너지를 받은 한낮에 거의 매일 같은 시간대에서 한 시간 내외로 강하게 내리는 비를 가리킵니다.
예년과 다른 장마전선의 ‘띠’
올해 7월 중순에 6일간 집중된 장마전선에서 내린 폭우로 인한 인명피해가 50여명에 이르렀습니다. 과거에 볼 수 없었던 폭우와 부적절한 재해 대응이 만든 재난이었습니다. 산사태 피해가 집중된 경북(사망 22명, 실종 5명)과 궁평2 지하차도 침수 사고가 발생한 충북(사망 17명)에서 피해가 컸습니다. 낙동강, 금강, 영산강은 하천범람으로 인한 큰 재해가 발생 직전까지 이르렀지만 다행히도 7월 19일부터 장마전선이 일본으로 남하하면서 사흘 정도 소강기를 가진 덕분에 일단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올해 장맛비로 인한 사망·실종자 수는 최장 장마일 기록(54일)을 세웠던 2020년의 사망·실종자 수(46명)보다도 많습니다. 농작물과 가축 피해도 컸고, 일반 열차 대부분이 운행 중단되었을 정도로 교통장애 피해도 컸습니다. 이번 장마에서 집중 호우가 내린 영역은 주로 전남에서 경상북도 북부지역으로 뻗은 사선 모양이었고, 그 영역 안에서 사고가 났습니다. 장마전선이 예년처럼 동서방향으로 나란하지 않고, 동쪽에서 경북 북부 쪽으로 올라간 것은 기압계 분포 특성에 원인이 있었습니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그쪽 방향으로 치우쳐 올라갔기 때문입니다.
북쪽의 차가운 공기가 우리나라 상공으로 내려와 있는 상황에서 북태평양 서부 열대해양에서 증발한 수증기가 장마전선의 서쪽 끝 부분으로 지속적으로 강하게 유입되었습니다. 서쪽의 티베트 고기압과 동쪽의 북태평양 고기압 사이로 형성된 좁은 공간을 따라서 다량의 수증기가 흘러들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대기의 강’이 만들어졌습니다. 최근 해외언론을 통해서 전해오는 놀라울 정도의 폭우사건은 대부분 열대해역에서 증발된 다량의 수증기가 ‘대기의 강’을 따라서 유입된 결과입니다.
우리나라 상공의 대기조건은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와 남쪽의 북태평양 고기압 공기가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이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대기의 강’을 따라서 장마전선 서쪽으로 유입되어온 다량의 수증기가 장마전선 상에서 좁은 영역 안에서 응결하여 비로 내렸습니다. 전남에서 경상북도 북부 지역으로 ‘좁은 강수대(帶)’가 만들어지고 집중호우가 내렸던 겁니다.
예보도, 재해대책도 힘든 기후위기 시대
올해와 같이 좁은 강수대 안에서 집중호우가 내리는 현상은 최근에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로 인해 변화된 장맛비의 새로운 유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해가 갈수록 ‘소낙성 강수’와 좁은 영역에 장맛비가 집중하여 내리는 강수 특성은 더욱 강해질 것입니다. 이런 강수는 기상청에서도 집중호우가 내릴 지역과 시간을, 충분한 시간 전에 정확하게 예보하기가 원리적으로 어렵습니다. 기상청의 예보도 어려워지고 재해 대책도 힘들어질 것입니다.
따라서 폭우에 대한 재해대책도 이런 강수특성에 맞게 변해야 합니다. 어떤 지역에 얼마의 비가 내렸었다는 과거의 자료에 근거한 대책은 기후위기 시대엔 무의미합니다. 과거에 비가 적었던 지역에도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는 것이 기후위기 시대의 강수 특성입니다. 실제 최근엔 사막지역에 세워진 도시에도 폭우가 쏟아져서 도시기능을 마비시키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장마후 폭염은 어느 정도일까
올해에 가장 도드라진 ‘전 지구 기후 특성’이라면, 지난 2년과 마찬가지로 ‘때 이른 폭염’이 지구촌을 강타했다는 사실입니다. 5월부터 유럽-인도-동남아시아-중국 서부지역으로 강력한 폭염이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스페인 등의 남부 유럽과 인도, 그리고 동남아시아에서 인명피해 소식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4월에 30도를 넘는 고온이 발생하였고 5월엔 한여름에나 나타날 고온이 잠깐씩 나타나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언론도 올해 여름에 역대급 폭염이 한반도를 덮칠 것이라고 전망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기에 바빴습니다. 하지만 올해 장마의 추이를 보면 그 전망은 빗나간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 극심한 폭염이 나타나려면 북태평양 고기압이 이른 시기부터 한반도를 지배해야 합니다. 즉 2018년처럼 장마가 일찍 끝나야 합니다. 장마가 끝난 후부터 8월에 2차 장마전선이 나타나서 다시 비가 내릴 때까지의 시기가 우리나라의 본격 폭염시기입니다.
올해에도 7월말에 장마가 종료되면 고온다습한 날씨가 나타날 겁니다. 하지만 올해에는 장마종료가 늦기 때문에 폭염의 기간은 길지 않을 겁니다. 1994년의 사례를 예외로 한다면, 우리나라의 지독한 폭염은 8월 중하순이면 끝나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엔 가을철 호우의 시간이 시작됩니다. 올해에 우리가 우려해야할 날씨는 폭염보다는 폭우일 것입니다.
세월이 흐르면 세상사 모든 게 변합니다. 인심도 변하고 기후도 변합니다. 변화를 탓하고만 있으면 도태될 뿐입니다. 변화에 ‘나’를 맞춰야 합니다. 재해대책도 다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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