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천지 방통위 두고, 자유민주주의 논할 수 있나
[김종철의 시민을 위한 헌법이야기] 위법·부당으로 점철된 방통위 사태 방통위의 다원주의적 구성원칙 준수돼야 위법 방통위, 자유민주주의와 양립 안돼
-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을 높이고 방송통신위원회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을 높이고 방송통신위원회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 함으로써 국민의 권익보호와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 <위원 자격 항목 생략> ) ① 위원장 및 위원은 방송 및 정보통신 분야의 전문성을 고려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 경우 위원장은 국회의 인사청문을 거쳐야 한다. < 위원 자격 항목 생략 >
- ② 위원 5인 중 위원장을 포함한 2인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3인은 국회의 추천을 받아 제1항에 따른 임명을 한다. 이 경우 국회는 위원을 추천할 때 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되었던 정당의 교섭단체가 1인을 추천하고 그 외 교섭단체가 2인을 추천한다.
- ③ 부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호선한다.
법치를 유린하는 방송장악 속도전
윤석열 정부의 방송장악 속도전이 점입가경이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지배구조를 변칙적으로 장악한 후 방통위를 독재적 통치의 도구로 삼아 방송을 정략적으로 사유화하려는 의도가 노골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구성단계에서부터 위법의 혐의가 짙고 정당성이 약한 김효재 위원장 대행체제가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KBS 이사장과 이사 해임, MBC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장과 이사 해임을 적법절차는 아랑곳하지 않고 일사천리로 몰아붙이고 있다. ‘성공한 쿠데타론’처럼 위법임을 인지하고도 방송에 대한 ‘사실적 지배력’만 확보하면 된다는 독재적 행태를 감행하고 있다. 법치를 유린하는 ‘불법적 지배’를 모든 국민생활에 일상화한 윤석열 정부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근간을 뒤흔드는 또 다른 상징적 사례로 방통위 사태가 대두되고 있다. 폭주하는 권력의 문제점을 비판하자면 한정이 없지만 일단 이 글에서는 무법천지가 된 방통위의 구성과 운영에 관한 위법·부당성의 본질적 구조에 대해서만 집중해 보자.
현재 방통위의 구성과 의사결정 구조부터 위법·부당의 혐의가 짙다. 정략적 의도가 충분히 의심될 수 있는 논쟁적 사유로 한상혁 방통위원장을 임기를 불과 두 달여 앞두고 면직하였다. 대통령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임기말 기관장의 면직으로 실현될 수 있는 중요한 공익이나 회복될 수 있는 기관의 신뢰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그토록 무리하게 면직을 밀어붙여야 할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방송의 정파적 사유화를 심화시킨 MB정부 제2기를 주도할 이동관 방통위원장 체제를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이라는 세간의 평가가 설득력을 얻게 되는 이유이다.
정파성이 강한 대통령의 면직처분이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이를 통제해야 할 법원의 결정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정부출범 직후부터 1년 넘게 방통위원장의 국무회의 배제, 방통위에 대한 장기간의 감사원 감사, 종편재승인 심사과정에 대한 이례적인 검찰의 표적수사 등이 이어져온 그간의 배경을 볼 때 사건을 맡은 행정법원에서 일반행정기관과 다른 방통위의 특별한 법률상 지위와 기능을 충분히 고려한 것인지 의문이다. 면직이후 대행체제가 시작되자마자 KBS 수신료 분리징수, KBS 이사회나 MBC를 관장하는 방문진이사회 등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조치 등 공정한 방송질서에 심대한 영향을 주는 중요한 결정들이 통상의 절차마저 무시하고 강행되고 있는 것이 결과적으로 이러한 의문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다. 그것도 대행체제라는 한계와 야당추천 위원의 임명을 지체하는 구조 속에서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으니 문제인 것이다.
운영상 독립기관인 방통위에 필수적인 다원적 구성체계
방통위는 방통위법상 대통령 소속의 중앙행정기관이지만 자유민주주의의 실현에 관건이 되는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을 높이기 위해 운영상 독립성을 보장받는 합의제기관이다.
방통위법은 방통위의 특별한 법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5인으로 구성되는 방통위 구성에 관하여 대통령의 인사권을 제한하는 특별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5인의 방통위원에 대한 형식적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지만 실질적 인사권은 대통령 및 국회와 그 교섭단체들로 분권화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은 위원장을 포함하여 2인의 위원을 지명하여 임명하고, 위원장의 경우 국회의 인사청문을 통해 절차적으로 인사권을 국회가 통제하도록 한다. 나머지 3인의 경우 국회가 추천하여 대통령이 임명하되, 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되었던 정당의 교섭단체, 즉 집권여당에서 1인을 추천하고 그 외 교섭단체, 즉 야당에서 2인을 추천하고 이를 국회에서 의결하면 대통령이 형식적으로 임명하는 체제이다.
합의제 행정기관의 구성을 반드시 대통령과 여당과 야당이 관여하게 정당중심의 다원주의적 방식으로 실행하도록 법제화함으로써 방송의 규제기관인 방통위가 특정 정파에 의해 과대대표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입법취지이다. 다만 어차피 대통령과 집권여당 추천 위원이 3인으로 다수를 차지함으로써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을 원칙으로 하는 방통위의 의결정족수를 고려하면 이러한 다원적 지배구조의 구조적 한계가 있음이 지속적으로 지적되어 왔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적 한계를 이유로 정치현실에서 방통위법의 입법취지 자체가 훼손될 수는 없는 것이다. 특히 다원주의적 구성원칙은 이번의 경우처럼 정권교체로 말미암아 위원교체기가 교차하면서 전임대통령과 현임대통령이 모두 임명에 관여하는 예외적 상황에서 다원주의적 민주주의를 구현하는데 더욱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번 방통위 사태는 입법취지와는 달리 이러한 장점을 무력화하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어 위법·부당의 상태를 초래하는 것이다.
입법취지에 반하는 방통위원장 사퇴 종용
무엇보다 윤석열 정부출범 초기부터 알박기 논란으로 방통위원장의 자진사퇴를 종용한 것은 방통위법의 취지를 정면에서 거스른 것이다. 방통위원의 임기는 3년이고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므로 대통령의 교체가 곧 방통위원의 교체를 의미할 수 없다. 무엇보다 정당중심의 다원주의적 구성방법을 통해 방통위의 운영상 독립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려는 입법취지를 고려하면 대통령의 교체로 방통위의 지배구조에 다원성이 더욱 부각되는 것이 다원주의적 민주주의에 오히려 부합할 수 있다.
행정의 효율성과 일관성이나 대통령 선거를 통해 분출된 국민의 공론변화를 반영할 필요성도 인정되지만, 정당을 중심으로 방통위의 지배구조를 다원주의적으로 형성함으로써 운영상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확보할 방통위의 본질적 위상을 고려할 때 그 지배구조의 변경을 인위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입법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나아가 사퇴 종용은 민주공화적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통해 방송의 자유와 방송시장의 공정한 질서를 유지하려는 헌정의 기본원리의 측면에서도 타당성이 없다. 준사법적·준입법적 특별행정기관인 방통위 위원의 경우에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과 같이 대통령이 임명에 관여하는 헌법상 독립기관의 구성원들의 임기가 대통령과 일치하지 않는 것과 같은 구성원칙이 관철되어야 하는 것이다. 근래의 방통위원장 면직이 이러한 자진사퇴 압박의 연장선에 있다는 방송시민사회의 우려가 설득력을 가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내재적 한계를 위반한 대행체제의 월권
더 심각한 것은 변칙적으로 출범한 대행체제에서 방송질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중요한 결정들이 절차적 위법을 불사하고 감행되고 있는 것이다. 운영상 독립기관으로 법제화된 방통위의 법적 지위를 고려할 때 대행체제, 특히 다원주의 원칙에 충실한 위원구성이 결여된 대행체제는 현상유지를 넘어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는 권한행사는 절제하는 것이 헌법의 권력구조 형성원리에 부합한다. 더구나 대행체제의 임기가 채 세 달도 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다원주의적 구성원칙에 따른 합의제 기관의 본질에 비추어 대행체제의 내재적 한계를 넘어선 월권을 감행하고 있는 셈이다.
앞서 계속 지적해 왔고, 뒤에서도 또 살피듯, 대통령과 여당 및 야당이 모두 관여하여 5인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설치된 방통위에 정략적 동기하에 의도적으로 전임대통령이 임명한 위원장을 면직시키고, 여당에서 야당이 된 교섭단체에서 추천한 위원의 임명을 지체시키면서, 현임대통령과 정치적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대행과 현임대통령이 신규로 임명한 위원 두사람만이 주도하여 방송사의 지배구조를 적법절차를 제대로 준수하지도 못하면서 적극적으로 교체하는 새로운 형성적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위헌·위법의 상태를 불사하는 초법적 상황을 초래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이러한 사태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면 직무수행상 헌법 및 법률 위반 상황을 야기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충분하다.
위헌·위법의 사태를 초래하는 국회추천 방통위원의 임명지체
같은 취지에서 국회가 추천한 야당 몫 방통위원후보인 최민희 후보의 임명을 5개월이나 지체하고 있는 것도 중대한 위법상황을 초래하는 것이다. 반복하지만 방통위법은 방통위가 그 본질적 기능상 운영의 독립성과 공공성 및 공익성을 보장해야 할 헌법적 필요성을 실현하기 위하여 대통령-국회-국회교섭단체인 정당이 모두 독자적으로 구성에 관여하는 체제를 법제화하였기 때문에 이러한 다원주의적 구성에 지장을 초래하는 방통위 구성상의 상황을 초래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 상황을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어떠한 경우에도 대통령과 여당 및 야당이 추천한 위원이 포함되어 있어야만 방통위의 구성과 운영은 입법취지에 부합하는 것이며, 이 구성상의 비율에 있어서도 차질이 있다면 입법취지와 조화되지 못할 수 있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는 것이다.
방통위법 제7조 제1항에서 방통위원의 임기를 확정하여 명기하고 그 제2항에서 “위원의 결원이 생겼을 때에는 결원된 날부터 지체 없이 보궐위원을 임명하여야 하며, 보궐위원의 임기는 전임자 임기의 남은 기간으로 한다.”고 규정하거나 같은 법 제13조 제2항에서 의결정족수를 ‘출석위원’이 아니라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정하여 방통위원의 5인 구성체제와 정당중심적 다원주의의 의사결정구조를 최대한 유지할 것을 직·간접적으로 법제화하고 있는 것도 그런 입법취지를 반영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방통위법 제10조에서 방통위원의 결격사유를 규정하고 있고 최민희 후보가 이러한 결격요건에 해당할 수 있어 윤 대통령이 이에 대한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기다리고 있다는 이유를 임명지체의 사유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접근은 장기간의 임명지체나 거부를 정당화하기에 설득력이 약하다.
우선 결격사유에 대한 법조항 해석과 관련하여 정당중심의 다원주의적 구성체제에 따라 결격사유와 관련한 해석은 이원화하여 접근할 필요가 있다. 즉, 대통령 몫의 경우 대통령의 해석을 우선할 수 있을지라도 국회추천 몫 방통위원 후보에 대한 대통령의 임명권은 원칙적으로 형식적·확인적 권한이어서 국회의 해석이 명백히 자의적인 경우가 아닌 한 대통령이 존중하는 것이 옳다.
예컨대, 최민희 위원의 경우 문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방통위법 제10조 제1항 제2호의 결격사유인 “방송·통신 관련 사업에 종사하거나 위원 임명 전 3년 이내에 종사하였던 사람”에 대한 해석이 충돌하는 상황에서는 같은 조 제2항에서 대통령령으로 그 구체적 범위를 정하도록 법정화하고 있으므로 해당 대통령령이 정한 구체적인 경우에만 결격사유로 삼아야 하는데, 이 시행령은 사업자 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 유관협회의 임원이었던 최 후보의 경우 이에 해당한다고 보기 힘들다. 방송유관 단체의 임원으로서의 이력은 결격사유가 아니라 오히려 전문성을 확인하는 위원의 자격으로 볼 수 있는 여지도 있다(방통위법 제5조 제1항 제4호).
다원주의적 구성방식을 법제화한 입법 취지에 비추어 가급적 민주공화적 관계 속에서 방통위원 지명 및 추천을 담당하는 대통령과 국회의 의사와 해석권을 모두 최대한 존중하여야 할 필요성 때문에 결격사유에 대한 해석 또한 유추해석은 물론 확대해석을 최대한 지양하여 가능한 한 논쟁의 여지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최대한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위법한 방통위가 어떻게 방송의 정상화를 보장할 수 있겠는가?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방통위의 다원주의적 구성을 왜곡하는 임명지체를 감행하는 와중에 대통령 몫 이상인 위원을 임명하여 기존 위원 두 명과 함께 3인 위원회 체제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방통위 구성이다. 이 변칙적 상황에서 그나마 야당추천 위원은 배제한 채 사실상 2인체제로 방송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주요현안에 대한 결정이 진행되는 것은 재적위원 과반수의 의결, 즉 3인중 2인이라는 형식 요건만 충족될 뿐이고 원칙적으로 5인체제를 기준으로 3인 이상의 위원참여로 결정되는 것을 의도한 입법취지에는 실질적으로 역행하는 것이다.
그럴만한 객관적 긴박성이 존재하는 것인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그마저도 대행체제에서는 절제해야할 중요 사안을 절차적 숙성기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적법절차를 위반하여 감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마디로 무법천지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충분한 여론수렴 절차를 고려하지 않고 졸속으로 진행된 KBS수신료 분리징수와 더불어 야당 추천 위원의 의사참여까지 배제하며 진행되는 한국방송과 방문진 이사장에 대한 해임 강행은 단순한 위법가능 사실의 인지를 넘어 위법임에도 불구하고 방송장악을 위해 악의적으로 방송사의 지배구조를 교체하려는 공권력의 오남용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
무법천지를 자행하고 있는 방통위가 윤 대통령과 여당이 명분으로 내세우는 방송의 정상화를 보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사후에 법원에 의한 사후제재를 통해서도 교정하기 힘든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교체를 공권력이 스스로 나서서 감행하는 나라를 어찌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민주공화국이라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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