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폭우피해, 기상정보 불평등의 진실

[김해동의 기후위기와 세상만사] 올 여름, 기상관측 역사상 최고 기온 지중해 폭풍, 급속히 리비아로 이동 경보 알릴 틈 없어...조치 잘못도 한몫 전세계 1/3이 기상정보 접하지 못해

리비아를 휩쓴 폭풍우 '다니엘'로 자식을 잃은 이재민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리비아를 휩쓴 폭풍우 '다니엘'로 자식을 잃은 이재민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3년의 여름철(6-8월)은 기상관측 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되었습니다. 해수온도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지구가 뜨거워진 결과로 9월에 지중해에서 강한 열대폭풍(지중해 허리케인) ‘다니엘’이 만들어졌습니다. 온대저기압이 이동해가다가 표층 수온이 너무 뜨거워진 지중해로부터 다량의 수증기와 열을 공급받아서 몰타 부근 해역에서 ‘지중해 허리케인(메디케인)’이 되었습니다.

다니엘은 먼저 그리스와 터키(튀리키예), 불가리아를 지나면서 엄청난 폭우를 내려 20여명의 인명피해를 냈습니다. 그 후에 북부 아프리카로 건너가서 리비아 동부 항구도시에 대홍수를 만들어 도시인구의 약 1/6에 해당하는 2만여 명의 인명피해를 냈습니다. 이 사고는 들여다볼수록 참으로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펄펄 끓은 2023년의 지구촌 기후위기

극단적인 기후재해가 갈수록 더욱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2023년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2023년은 5월 하순부터 남부 유럽에서 일 최고기온이 40℃를 넘어서는 초고온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유럽 전역에서 약 6만 2천여 명의 폭염 사망자를 낸 지난해 수준을 넘어서는 고온이었습니다. 이 폭염은 곧 인도와 서남아시아, 그리고 동남아시아와 중국 서부 지역으로 확대되어갔습니다. 지구촌의 때 이른 폭염은 북미대륙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고온과 가뭄으로 5월 초부터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 콜럼비아 주, 앨버타주 등에서 산불이 발생하기 시작해서 6월에는 퀘벡주와 노바스코샤주를 포함한 캐나다 전역으로 급속히 번져갔습니다. 그 산불은 9월이 끝나는 지금까지도 진화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캐나다 산불로 발생한 연기와 그을음은 국경을 넘어서 워싱턴과 뉴욕을 포함한 미국 동부 일대의 대기를 자욱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연기는 대서양을 건너 4600km 떨어진 노르웨이까지 영향을 미쳤습니다. 산불로 소실된 숲의 면적은 우리나라 면적의 약 1.3배에 이르렀습니다.

미국에서도 6월에 서부 내륙 건조지역인 애리조나와 네바다에서 극심한 폭염이 시작되었고 7월엔 동부지역으로 확대됐습니다. 남반구에서도 놀라운 초고온현상이 이어졌습니다. 북반구의 2월에 해당하는 8월에 남미 대륙에서 페루,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30℃ 중반을 넘어서 40℃에 육박하는 이상 고온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이 결과로 2023년의 여름(6∼8월)은 173년에 이르는 기상관측 역사상 기온이 가장 높았습니다.

지구촌의 고온현상은 해양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전 지구 평균 해수면 온도는 3월부터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해서 고온상태가 이어졌습니다. 금년과 같은 상황은 1981년에 위성과 부표를 이용하여 전 세계 해수면 온도자료를 파악하게 된 이래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고 합니다.

북태평양의 해수온도는 6월부터 강한 엘니뇨현상이 정착되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3년간 지속된 라니냐의 영향으로 서부 태평양의 수온도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해역의 수온도 매우 높았는데, 평년 대비 0.5∼1℃나 더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이런 펄펄 끓는 고온현상을 두고서,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온난화의 시대가 지나고, ‘지구 끓음(Global Boiling)의 시대’가 시작되었다고 했습니다.

열대성 폭풍우로 댐이 무너져 대홍수가 난 리비아 북동부 도시 데르나. 마을 전체가 폐허가 됐다. 사진= AP/ 연합뉴스
열대성 폭풍우로 댐이 무너져 대홍수가 난 리비아 북동부 도시 데르나. 마을 전체가 폐허가 됐다. 사진= AP/ 연합뉴스

‘다니엘’의 발생과 사상 최악의 기후재해

지중해 허리케인 ‘다니엘’의 발생은 지중해의 수온이 금년에 지나치게 높게 형성된 것에 원인이 있습니다. 지중해 허리케인은 지중해(Mediterranean Sea)와 허리케인(Hurricane)을 합성하여 ‘메디케인(Medicane)’이라고 부릅니다. 메디케인 다니엘은 이동성 온대저기압이 지중해를 지나가는 도중에 이탈리아반도와 가까운 몰타 해역 부근에서 열대폭풍으로 빠르게 강해졌습니다. 금년에 특별히 해수온도가 높았던 지중해에서 엄청난 양의 수증기와 열이 온대저기압으로 공급되었기 때문입니다.

9월 4일에 메디케인으로 성장한 다니엘은 그 다음 날부터 먼저 그리스를 습격했습니다. 태평양의 태풍이나 대서양의 허리케인은 열대해역에서 발생하여 육지로 들어가기까지 수일이 걸립니다. 그래서 미리 대비할 시간적 여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중해는 좁아서 발생에서 육상 공격까지의 시간이 짧습니다. 그래서 대비할 여유가 없습니다.

다니엘의 공격을 받은 그리스 중부 테살리(Thessaly) 지역의 자고라(Zagora)라는 마을에서는 하루 동안에 800㎜에 이르는 비가 쏟아졌습니다. 그 주변 지역에서도 하루 동안에 400∼600㎜의 강수량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8월 강남을 침수시킨 강수량이 하루에 340㎜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이것이 얼마나 대단한 폭우인지 짐작이 되겠지요? 그리스의 연평균 강수량이 400㎜내외이므로 하루 동안에 1년 동안 내릴 강수량의 1∼2배가 쏟아졌던 겁니다. 이 기후재해로 20여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하였습니다.

그리스, 불가리아, 터키 등에 큰 피해를 낸 후에 다니엘은 북아프리카로 향했습니다. 9월 10일 경에 리비아를 지났고 북아프리카의 연안 지역을 따라서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여러 곳에 폭풍우 피해를 냈습니다. 이윽고 12일에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먼 바다에서 메디케인으로서의 수명을 마쳤습니다.

다니엘은 리비아 동부 해안을 지나던 때에 항구 도시 데르나시에서 도시인구의 1/6에 해당하는 2만여 명에 이르는 인명피해를 냈습니다. 엄청난 인명피해를 낸 직접적인 원인은 하루 동안 최대 440㎜에 이르렀다는 폭우였습니다. 폭우로 도시의 내륙에 위치한 2군데의 댐이 붕괴되면서 7m에 이르는 거센 물살이 야간에 집안에 있던 사람들을 바다로 휩쓸고 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리비아에서 하루 동안 내린 강수량은 그리스에 내렸던 강수량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였지만 인명 피해규모는 1천배나 컸습니다. 그야말로 어처구니가 없는 인재였던 겁니다.

리비아의 비극, 그들만의 문제일까?

메디케인 다니엘이 리비아에 최악의 인명피해를 낸 원인은 엄청난 폭우보다도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있는 리비아의 허술한 댐 관리와 사람들에게 대피할 기회를 제공하지 못한 조기경보시스템의 부재였습니다.

사고가 난 후에 페테리 탈라스 세계기상기구 사무총장은 “리비아에 기상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었다면 막을 수 있는 재앙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도시의 상류에 위치한 노후 댐을 방치한 것이 직접 원인이었지만, 사람들에게 대피 명령을 전달할 수 있었다면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사고 당일 데르나시 시민들에게 전달된 것은, ‘야간에 이동을 금하는’ 최악의 조치였습니다. ‘가만히 있어라!’, 세월호 아이들이 들어야했던 바로 그 메시지였습니다.

전 세계에는 리비아처럼 기상정보를 제대로 접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수가 전 세계인구의 1/3에 이릅니다. 이들 나라는 잠재적으로 리비아와 같은 처지에 있는 셈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세계기상기구는 금년에 발간한 ‘2022년 전 지구 기후상황보고서(Stae of Global Climate in 2022)’에서 2027년까지 ‘전 세계인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조기경보시스템(Early Warning System for All)’을 구축한다는 소식을 전한 바 있습니다.

그 사이에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속수무책으로 기후재해에 희생을 당하게 될지 모를 일입니다. 기후위기를 만든 것은 부자나라들이지만 그 피해는 이렇게 가장 소외된 사람들의 몫입니다. 리비아의 비극 앞에 우리는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온실가스 감축 활동에 적극 나서야하고, 저들을 돕는 일에 주저하지 말아야 합니다. 리비아의 비극은 지구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의 일이고 책임입니다.

글쓴이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

필자는 계명대 지구환경학 교수로 재직중이다. 행정안전부 기후재난대응 T/F 위원도 겸하고 있다. 부산대학교 사범대학 지구과학 교육과를 졸업하고 동경대학 대학원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기상청 기상연구관을 역임했으며 대구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대구시민햇빛발전소 이사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기후위기과학특강>, <내일 날씨는 어떻습니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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