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인 소식은 어떻게 전해야 할까
[이영균의 ‘말이란 말야’] 나쁜 소식, 잘 전하는 요령에 대해 부정적인 메시지, 문자 그대로 옮기면 안돼 전달후 결과를 생각해야...메시지 ‘순화’부터
슬픈 소식이 가득한 세상
세상에 비보(悲報)가 넘쳐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전에 없다 싶을 정도로 대규모 재해 뉴스가 줄을 잇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로 인해 만 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을 비롯, 아프가니스탄 지진으로는 2천여 명이 사망했고 지난 달 리비아에는 대홍수로 1만 명 이상이 유명을 달리했다. 이외에도 올해 일어난 큰 사건사고가 셀 수 없을 정도이다. 이렇게 끝없이 쏟아지는 비보들을 보다 보니 저런 소식들을 정작 그 유족들에게 어떻게 전해야 했을까 한없이 마음이 무거워진다.
살아가다 보면 부정적인 소식, 부정적인 이야기를 남에게 전달해야 할 때가 있다. 단순히 부정적인 소식을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도 어렵겠지만, A로부터 말을 받아 B로 전달을 해야 할 때 그것이 부정적 내용이면 참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 업무적으로 원청과 하청 업체 사이에서 말을 옮겨야 하는 비즈니스적 역할, 또 갈등 관계에 있는 누군가 사이에서 중재로 말을 전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부모님이 부부싸움을 하셨을 때 서로 뻔히 들리는 위치에서 ‘엄마한테 뭐라고 전해라’, ‘아빠한테 뭐라고 해라’ 등 서로 주고 받는 대화를 형식적으로 중계하는 자식의 역할까지. (이건 뭐, 이몽룡과 성춘향의 첫 만남 같은 상황이지만 실제 경험한 사람들도 많을 거다.)
화(禍)를 더 키울 수도
누군가의 부정적인 메시지를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전달하는 일 자체도 불편한 일인데 자칫 잘못 전달했다가는 본의 아니게 둘 사이를 갈등 구도로 만들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양쪽으로부터 원망을 듣게 될 수도 있다. 아니다, 최악의 경우는 죽음이다. 무슨 얘기냐고? 과거 ‘패전’의 소식을 들고 갔던 전령에게는 종종 ‘참수형’이 주어졌다.(패전 소식을 들고 간 전령이 목숨을 부지하는 방법은 이 글의 마지막에 소개하겠다.) 그러니 나쁜 소식을 전달하는 일은 함부로 행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광국 : 문 차장, ADK 기획사에서 보내온 광고 기획안 말이야. 뭐, 그 따위 기획안을 보내왔대? 타겟도 안맞고 컨셉도 엉망이고. 모델 선정은 도대체 그게 뭐야? 누가 요즘 그런 철 지난 모델을 쓰나? 나만 이사님한테 한 소리 들었잖아.
주용 : 그렇습니까? 전달하고 제대로 된 기획안 다시 달라고 하겠습니다.
주용: (ADK 기획사에 전화를 건다.) 윤 대표님, 지난 번 보내주신 광고 기획서 말이에요. 그거 땜에 부장님한테 왕창 깨졌어요. 타겟, 컨셉, 모델 전략 다 엉망이래요.
서경(윤 대표) : 죄송합니다. 그런데 김 부장님도 너무 하시네요. 그렇게까지 말씀하실 거야 있나요? 저희가 매번 맘에 안 들게 기획한 것도 아니고. 이번에도 저희 밤새가면서 작업한 건데.
주용 : (당황하며) 아니, 그렇게 서운하게 생각하시지는 마시구요. 부장님도 홧김에 얘기하신거겠죠.
서경 : 솔직히 예산도 너무 적은데다가 항상 마감시간도 촉박하고. 저 귀사하고 더는 일 못하겠습니다. 김부장님께는 그간 감사했다고 전해주십시오.
주용 : 아니, 윤대표님, 그게 아니고. (전화가 끊겼다) 아, 이게 뭐야. 망했다.
‘별 생각’ 안한 게으름이 문제
주용의 문제는 뭐였을까? 너무 솔직하게 전달했기 때문? 그것도 맞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전달하는 사람의 의도와 전달받는 사람의 심정을 제대로 읽고 예측하지 못했다는 문제가 있다.
위 대화에서 광국 부장은 광고 시안 때문에 그 윗선에서 깨지고 들어온 것 같다. 그래서 홧김에 강하게 얘기했지만 사실 정작 본인은 시안에 어느 정도 만족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았다면 자기 선에서 거부하고 윗선에 보고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ADK 기획사와 거래를 끊고 싶다는 의도까지는 아니라는 얘기다. 문 차장이 이 같은 상황을 몰랐을 리가 없다. 그럼에도 들은 문장 그대로 말을 옮겨서 일을 악화시켜 버렸다.
일상에서 의외로 자주 있는 일이다. 때로는 누군가의 부정적인 메시지를 문자 그대로 상대에게 옮기곤 한다. 나쁜 의도가 있었다기 보다는 별 생각 없이 그렇게 하는 것이다. 전달받을 사람의 기분과 그 결과를 ‘한번만’ 생각했다면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그대로 옮겼을까? 본인이 얘기를 전달받을 사람이라고 가정해 본다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달자가 가진 문제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바로 ‘게으름’이다. 우리의 게으름이 듣는 사람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할 시간을 갖지 못하게 만들고, 한번 더 정리해서 전달하는 수고를 막는 것이다. 게으름을 극복하는데 추가로 필요한 것이라면 약간의 ‘센스’ 정도랄까.
메신저가 ‘센스쟁이’ 될 필요도
광국 : 문 차장, ADK 기획사에서 보내온 광고 기획안 말이야. 뭐, 그 따위 기획안을 보내왔대? 타겟도 안맞고 컨셉도 엉망이고. 모델 선정은 도대체 그게 뭐야? 누가 요즘 그런 철 지난 모델을 쓰나? 나만 이사님한테 한 소리 들었잖아.
주용 : 그렇습니까? 전달하고 제대로 된 기획안 다시 달라고 하겠습니다.
주용 : (ADK 기획사에 전화를 건다) 윤 대표님, 지난 번 보내주신 광고 기획서 말이에요. 부장님은 나쁘지 않다 생각하셨던 것 같은데 이사님이 맘에 안 드셨나봐요.
서경(윤 대표) : 아, 그러셨어요? 나름 밤새가면서 노력한 건데. 하여튼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만들어 보겠습니다. 그런데 어떤 부분이 제일 문제였을까요?
주용 : 저도 자세히 전해 듣지는 못했는데, 모델 얘기를 하시는 걸로 봐서는 컨셉이 조금 올드하다 생각하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이후에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 말씀 드릴께요. 일단 기존 안들을 좀 더 요즘 스타일로 디벨롭해 주시고 새로운 기획안도 한 두 개 첨가해 주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서경 : 어려운 주문이네요. 하여튼 일단 새로 작업을 해보겠습니다. 차장님은 정보를 좀 더 주세요.
주용 : 넵! 대표님, 힘내시구요, 항상 저희 도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서경 : 별말씀을요, 차장님이야말로 고생이 많으십니다.
여기서 주용은 광국과 서경 사이에서 참 현명하고 흠잡기 어려운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한번 더 생각해보면 과연 주용이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이라서 이런 대화가 가능했을까? 그렇지 않다. 사실 요령만 알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대화법이다. 몇 가지 맥을 짚어 보자.
핵심 메시지 하나만 전달...나머지는
첫째, 무엇보다도 ‘전달의 목적’을 생각하라. 부정적 메시지를 전달해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를 잘 생각해야 한다. 여기서 그 목적은 거래를 끊는 것이 아니라 협력 업체의 수고를 끌어내야 하는 것이다. 어쨌든 같은 금액으로 추가 일을 시켜야 하는 상황 아닌가. 그렇다면 ‘을이니까 당연히 해야 해’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을님을 잘 구슬릴까’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이다.
둘째, 부정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전에는 완충의 표현을 먼저 건네야 한다. 여기서 주용이 짧게 언급했지만 ‘부장님은 나쁘지 않다 생각하셨던 것 같은데’가 바로 완충의 표현이다. 다만 그것을 거짓으로 꾸며서는 안된다. 후에 역효과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3자 대면 상황에서 ‘당신이 그렇게 얘기하지 않았느냐’라는 대사와 녹취록이 날아올 수 있다. 그러므로 거짓은 절대 금물이다. 그러나 사실에 기댄 약간의 과장은 가능하다. 어쨌든 상대의 기분을 최악으로 치닫지 않게 할 필요가 있다.
셋째, 부정적 메시지를 전달할 때는 어느 정도 그 메시지의 문맥도 함께 전달하는 것이 좋다. 즉, 부장님은 나쁘지 않게 생각했지만 이사님이 맘에 안들었다… 이게 핵심 문맥이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얘기할 수도 있다. “회사든 가정이든 내부 일을 이렇게 자세히 설명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그러나 때로는 이렇게 내부의 일을 공유함으로써 ‘동지’가 되는 것이다. 그것이 조직의 위신이 걸린 일이나 기밀이 아니라면 공유해서 동지가 되는 쪽을 택하라고 말하고 싶다. 다만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는 내용인지는 잘 판단해서.
넷째, 화자의 의도를 잘 파악하고 그 중 핵심만 조금 순화시켜서 우선 전달한 후 시간차를 두고 자세한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좋다. 여기서도 김 부장은 타겟, 컨셉, 모델 등을 언급했으나 문 차장은 그 중 가장 핵심이라고 간파한 컨셉을 중심으로 모델을 부수적으로 언급하는 정도로 전달을 했다. 부정적 메시지를 두고 그것을 순화시키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여기에는 약간의 테크닉도 필요하고 지혜도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성의와 시간을 들여 고민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우선 핵심 메시지 하나만 순화시켜서 전달하는 방법을 고민해 보자. 나머지는 차차 전달하면 된다. 그게 현명하다.
누구든 힘든 일...잘 해낸다면?
많은 사람들이 남에게 싫은 소리하는 것을 꺼려 한다. 그러니 남의 싫은 소리를 제3자에게 전달하는 것은 더 꺼려질 듯하다. 내 이야기도 아닌데 부정적 메시지를 들고 가서 전달하는 것만큼 불편한 일이 있을까? 그러나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다. 부정적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즐긴다는 것은, 그 메시지의 의미는 전달하고 감정은 순화시켜서 전달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미션을 성공시키는 쾌감을 즐겨보자는 것이다. 그리 어렵지 않다. 게으름을 이겨내고 머리를 조금만 굴리는 ‘성의’와 ‘노력’이 있다면 말이다. 그렇다고 부정적 메시지 전달하는 일을 너무 좋아하지는 말자. 자칫 ‘새디스트’로 오해받기 십상이니까.
전령 : 장군, 방금 가나다 성의 전투 결과를 전해드리고자 온 전령입니다.
장군 : 그래, 어떻게 되었느냐. 빨리 이야기해 보거라.
전령 : 가나다 성의 김 장군을 비롯해서 모든 병력들이 최선을 다해 싸웠고, 거의 비등한 호각지세로 한때 승전도 가능할 것 같았으나 적의 병력 수가 월등히 많아 마지막 순간에 안타깝게 가나다 성이 함락되고 말았습니다.
장군 : 뭐라?
전령 : 소신도 그 자리에서 함께 목을 던지고 싶었으나 한시라도 빨리 이 소식을 전해 우리 군이 빠르게 반격을 준비하도록 하고, 그 반격의 군사에 합세해 선봉에서 죽음을 맞는 것이 우리 군에 새털만큼이나마 도움이 될 듯하여 숨을 쉬지 않고 달려 왔나이다.
장군 :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로고. 일단 물러 가고 반격의 전투에 합세하도록 하라.
전령 : 소신, 이번 전투에 목숨을 바치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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