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감사해야 진심이 느껴질 수 있을까?

[이영균의 ‘말이란 말야’] ‘감사하다’고만 해선 안되는 이유 상대에게 제대로 느껴지게 하려면... 마음에 우러나지 않은 감사의 인사는 상대가 반드시 느끼게 되어 있다.

왜 감사의 표현을 해야할까

최근 어디선가 광고 중에 ‘감사하기가 참 어렵다’는 CM송 가사를 들은 적이 있다. 처음 접했을 때는 ‘아니, 감사하는게 뭐가 어려워? 그냥 감사하다고 말하면 되지’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니 정말 공감이 가는 얘기다. 우리는 매일 형식적인 감사 인사를 늘어 놓지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특히 상대로 하여금 ‘아, 정말로 고마워하고 있구나’하고 느끼도록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무언가 호의적인 말이나 행동을 얻었을 때 감사의 인사를 건넨다. 그런데 한번 생각을 해 보자. 도대체 감사 인사는 왜 해야 하는 걸까? 감사하다는 마음을 표현하는 게 사회적 규약이니까? 혹은 그렇게 해야 다음에 다시 호의적인 말이나 행동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 둘 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조금 더 나아가서 감사의 인사가 ‘공감의 표현’이자 ‘관계를 확인하는 말’이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감사의 인사를 건넴으로써 우리는 상대의 호의에 공감한다는 표현을 하는 것이고 또한 우리가 같은 사회에서 서로 상호 호혜의 관계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전 칼럼(2023.05.25 ‘공감 없이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에서 나는 “공감은 인류가 계발해온 생존의 수단이자 집단을 구분 짓는 도구”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여기서 나아가 같은 집단 안에서 서로 상호 호혜의 관계를 확인하는 수단이 된다면 감사의 인사가 가지고 있는 생존적 중요성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재용 : 선배님,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태림 : 아, 지난 번에 내 친구한테 잘봐달라고 한 거?

재용 : 네. 고맙습니다. 제가 다음에 밥 한번 사겠습니다.

태림 : 별거 아닌데 뭐… 괜찮아.

재용 : 하여튼, 항상 건강하시구요.

태림 : 그래. 자네도 잘지내.

충분히 감사의 마음이 느껴지나

태림으로부터 무언가 도움을 받은 재용의 감사 전화다. 이 대화를 보고 무엇이 느껴지는가? 굉장히 많이 본 듯한 장면 아닌가? 그렇다. 우리가 보통 일상에서 많이 나눌 만한 수준의 대화이다. 그런데, 재용의 표현에서 충분한 감사의 마음이 느껴지는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우리 자신의 모습을 타자화해 놓고 보니 평소 우리의 감사 인사가 뭔가 부족했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재용 : 선배님, 도와주신 덕분에 이번 거래가 잘 성사된 것 같습니다.

태림 : 어려운 일도 아니었는데 뭐… 마침 친한 친구라 그냥 잘봐달라고 한 마디 한 것 뿐인데…

재용 : 아닙니다. 말씀해주시지 않았으면 저희 제안을 그냥 지나쳤을 겁니다.

태림 : 그래? 도움이 된건가? 그렇다면 나도 보람이 있네. 허허.

재용 : 곶감 좋아하시죠? 카톡으로 곶감 선물 보내드리려 합니다.

태림 : 오, 내가 곶감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알았어?

재용 : 하하, 그 정도 조사는 해야죠. 이렇게 도와주셨는데…

태림 : 그 성의에 내가 오히려 고마워지네. 다음에도 필요하면 또 얘기하라구.

재용 : 하하, 말씀만으로도 벌써 감사해집니다.

태림 : 허허, 잘 지내고 또 통화하자구.

재용 : 네. 좋은 하루 되십시오!

태림 : 오케이~

제대로 감사 인사하는 방법

보기에도 뭔가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자, 이 대화를 가지고 제대로 감사 인사를 건네는 방법에 대해서 한번 살펴보자.

첫째, 감사를 할 때 가장 기본적인 것은 무엇에 감사하는 것인지 ‘감사의 대상’을 언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는 태림의 ‘전화 한 통’이 그것이다. 앞의 대화에서는 그 부분이 빠져 있다. 그래서 오히려 태림이 그 대상을 지적하며 반대로 되묻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래서야 감사의 마음이 제대로 느껴질 리가 없다. 감사하는 사람이 언급해야 할 내용을 감사 받는 사람이 얘기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엎드려 절 받는 상황이 아닌가.

둘째, 감사 인사를 할 때 종종 선물을 하곤 한다. 그런데 그 선물은 당연한 얘기지만 상대가 좋아하는 것이어야 한다. 오래전 얘기인데 후배들 여러 명이 돈을 모아서 나에게 집들이 선물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선물이 고가 브랜드의 ‘팬티 한 장’이었다. 그걸 받는 순간 나는 그들이 장난을 치는 줄 알았다. 내가 평상시 팬티 브랜드를 중요시하는 사람도 아니었고 당연히 그 비슷한 얘기도 꺼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집들이 선물이 ‘팬티 한 장’이라니… 황당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아마도 그 선물을 산 후배가 평소 이른바 ‘명품 빤스’를 좋아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선물은 그것을 받을 사람의 취향에 맞춰야 하는 것이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해서는 안된다. 내가 좋아한다고 상대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이고 어리석은 생각이다. 아무리 멋진 선물이라도 상대가 싫어할 수 있다는 생각을 잊어서는 안된다. 하여튼 두번째 대화에서 재용은 태림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고 그 마음은 태림에게 온전히 전해졌다. 그 수고의 태도야말로 감사의 인사를 의미 있게 만드는 포인트인 것이다.

셋째, 상대가 좋아하는 선물을 고르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부분이 있다. 바로 선물의 가치이다. 조금은 어려운 부분인데 선물과 감사의 표현은 고마운 행위 내지 표현과 ‘등가(等價)’여야 한다는 것이다. 고마움을 느끼는 행위에 비해 너무 초라한 선물은 당연한 얘기지만 마음을 표현하기에 부족하다. 반면 너무 과한 선물을 하게 되면 다음 행위를 바라고 강요하는 ‘뇌물’ 내지 ‘아부’로 느껴질 수 있고 때로는 고마운 행위를 부끄럽게 만들 수도 있다. 즉 무언가 호의를 베푼 사람이 자신의 호의를 보잘 것 없다 느끼게 되거나 심지어 부끄럽다 느끼게 만들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무시당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여간 고마움을 표현하는 선물, 인사는 고마운 호의와 등가여야 한다는 점… 꼭 기억하면 좋을 듯하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항목이다. 고마움의 인사는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하는 것이다. 인간은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발달돼 있는 동물이기 때문에 마음에서 우러나오지 않은 감사의 인사는 상대가 반드시 그렇게 느끼게 돼 있다. 서로 의례적으로 형식적으로 주고받고 그것을 상대가 알아도 상관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감사를 건네야 한다.

그런데 감사의 마음이 우러나오지 않는다면? 사실 사람이 감사의 인사를 해야 하는 상황은 너무도 여러가지여서 모든 상황에 진심으로 감사를 느끼기는 쉽지 않다. 그러므로 진심이 우러나는 감사 인사를 하는 법을 설명하기 위해 우리가 감사를 느끼게 되는 조건에 대해서 언급할 필요가 있겠다.

내가 만족해야 감사의 진정성도 있어

우리가 진심으로 감사를 느끼게 되는 필요조건이 무엇일까? 그 필수적이고 가장 핵심적인 요건은 바로 ‘만족’이다. 사람은 무언가 남의 호의가 있다고 해서 진심으로 감사를 느끼지는 않는다. 때로 원치 않는 호의도 있고 충분치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상황이든 상대의 호의에 충분히 만족을 하게 되면, 우리는 그에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게 된다. 즉, 상대의 호의에 만족하게 될 때 진심으로 감사를 느낀다는 말이다.

이를 거꾸로 풀면 상대의 호의에 대한 ‘만족감’을 표현하면 상대도 감사의 인사를 진정성 있는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말이 된다. 위 두번째 대화에서 재용은 ‘말씀해 주시지 않았다면 저희 제안을 그냥 지나쳤을 것’이라는 표현으로 당신의 행위가 충분히 만족스러웠음을 표현하고 있다. 즉 나에게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고 얘기하는 것으로 진심 어린 감사 표현이 성립되는 것이다. 물론, 진심으로 감사를 느끼고 그 마음을 자연스럽게 표현한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모든 상황이 그렇지는 못할 테니 최소한 진정성 어린 감사를 표현하는 방법이라도 알고 있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우리가 살아가다 보면 감사를 표현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 하다 못해 식당에서 반찬 ‘리필’을 받는 것만 해도 감사한 일이다. 추가된 음식의 가치는 말할 것도 없고 리필을 하느라 수고해 준 행위, 또 그 마음 등… 그런데 이런 경우에도 앞에서 이야기한 ‘등가의 법칙’이 성립한다.

“이렇게 음식도 더 주시고, 리필도 해주신 수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고 표현한다고 해보자. 아마도 장난친다고 생각할 것이다. 때로 조롱한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표현이 지나쳐서 ‘등가의 법칙’이 훼손됐기 때문이다. 제대로 감사를 표현하고 싶다면 “음식이 참 맛있네요. 감사합니다.” 정도로 표현하면 그냥 “고맙습니다”라고 하는 것 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이 표현에는 ‘음식이 맛있어서 반찬을 다 먹었다’라는 만족의 표현과 ‘맛있는 음식을 리필해준’ 감사의 대상 행위가 생략돼 있을 뿐 다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의 삶은 하루에도 감사를 표현할 일이 수도 없으니 제대로 감사하는 법은 인생에 도움이 되는 지혜가 될 수 있다.

감사 인사의 가치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말을 잘 하면 처세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를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 말을 이렇게 바꿀 수 있다고 본다. ‘진심 어린 감사 인사로 삶의 빚을 갚는다’. 진심이 느껴지는 감사 인사는 호의를 베푼 사람에게 만족감을 주고 만족감은 다시 역감사로 이어진다. 감사를 해야 할 사람이 다시 감사를 받게 되는 셈이니 이는 천냥 빚을 갚는 것과 같은 셈 아닌가. 감사하는 사람만이 행복을 느끼게 된다는 격언도 있으니 감사로 빚도 갚고 행복한 삶도 누리는 여러분이 되시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글쓴이

이영균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필자인 이영균은 홍보 전문가로 25년간 사람 만나는 일을 해왔다. 약 4만 명의 사람들과 깊고 얕은 만남을 지속하며 자연스럽게 대화의 기술, 관계의 기술을 습득했다. 만나온 사람들은 주로 언론인, 기업인, 방송인, 연예인들이다. CJ E&M, 오리온 등에서 홍보팀장 및 홍보임원(상무)으로 재직했다. 현재는 ‘에브라임 커뮤니케이션’의 대표 컨설턴트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세상을 움직이는 힘, 홍보>(2015), <제대로 통하는 소셜마케팅 7가지 법칙>(2011), <미르몽의 원더풀 트위터 라이프>(201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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