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지니스 세계의 말, 어떻게 잘해야 할까?
[이영균의 ‘말이란 말야’] 팔 물건의 장점만 열거해선 안돼 ‘왜, 지금’ 사야 하는지를 공감시켜야 당근마켓에 등장하는 ‘쓸데없는 물건’ 멋지게 팔아치우는 노하우 따로 있다
말을 잘하는 것이 돈을 버는 데에도 도움이 될까? 아마도 각자의 경험치에 따라 찬반이 팽팽할 듯하다. 말을 잘하면 논리적으로 설득하는데 유리할 테니 당연히 도움이 된다는 의견들이 있을 수 있고, 반대로 말을 너무 잘하면 왠지 믿음이 가지 않아서 오히려 비즈니스에는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을 것이다. 당연히 여기에 정답은 없다. 그렇다면 질문을 한번 바꿔 보자. 말을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대화법이 있을까? 정답은 ‘그렇다’ 혹은 ‘아마도 있다’이다.
비지니스 대화법은 달라야 한다
오늘은 남들을 설득하는 비법, 특히 세일즈나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 만한 대화법을 이야기해볼까 한다. 사실 이 주제로 이야기를 하자면 끝이 없을 듯하다.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관여도에 따라, 제품 종류에 따라, 문화권에 따라 다 달라질 수밖에 없고 지불 수단, 즉 돈이냐 시간이냐 관심이냐 등에 따라서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기서는 주마간산격이지만 핵심적인 내용 한두가지만을 엄선해서 다뤄보려 한다.
아마도 세일즈 경험이 풍부하신 분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얘기라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 또한 상품 보다는 가치를 중시하고 결과 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최근의 마케팅 세일즈 전략에서는 구닥다리처럼 보이는 얘기일 수 있겠으나 우리 일상에서는 여전히 이같은 설득 및 세일즈 방식이 통하고 있으므로 가치 없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화1>
재호 : 이 물은요, 미네랄도 풍부하고 약알칼리성이라서 건강에 아주 좋습니다.
종명 : 물이 뭐 거기서 거기 아닌가요?
재호 : 아니죠. 수원지도 깨끗한 제주에서 온 물입니다. 맛도 좋으니 한번 드셔 보시죠.
종명 : 아 그래요? 그런데 조금 비싼 것 같네요?
재호 : 아무래도 제주에서 오다 보니 조금 비쌉니다. 그런데 정기배송 신청을 하시면 매 4번째 마다 무료로 드립니다. 25% 할인인 셈입니다.
종명 : 네… 한번 고민해 볼께요.
상품의 좋은 점이란 좋은 점은 다 늘어놓은 재호. 그런데 종명은 바로 상품을 구매하지 않았다. 재호의 판매 권유가 뭔가 부족했던 것일까? 혹은 문제가 있었을까? 무언가를 팔겠다고 시도할 때, 장점을 최대한 많이 언급하거나 가격을 깎아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그렇게 해서 판매가 성사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아마 성공 확률은 높지 않을 것이다. 상대를 고려하지 않고 본인이 자랑하고 싶은 것만 늘어 놓았기 때문이다. 대화는 상대를 고려하고 공감을 얻어야 하는 것이다. 판매에 있어서도 상대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면 당연히 성공 가능성은 낮아지게 된다. 판매의 대화에서 역시 ‘공감’이 키워드다.
중요한 것은 ‘지금 사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판매 권유에서 공감을 얻는 방법은 무엇일까? 단 한 마디로 답을 하라 한다면 ‘바로 지금, 왜 사야 하는지를 얘기해야 한다’고 하겠다.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 물건 외에 다른 것을 살 수도 있고 지금이 아니라 다음에 살 수도 있다. 왜 지금, 왜 이것을 사야 하는지에 명확한 이유가 없다면 굳이 지금, 다른 대안을 고민하지 않고 이 상품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화2>
재호 : 이 물은요, 미네랄도 풍부하고 약알칼리성이라서 건강에 아주 좋습니다.
종명 : 물이 뭐 거기서 거기 아닌가요?
재호 : 고객님 혹시 술 자주 하십니까?
종명 : 네… 그렇긴 한데… 왜요?
재호 : 이 물에는 미네랄이 다른 물의 몇 배 정도 들어있어서 술 드신 다음날 갈증을 해소하고 전해질을 보충하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습니다.
종명 : (솔깃한다) 아 그래요? 그런데 조금 비싼 것 같네요?
재호 : 아무래도 수원지가 깨끗한 제주에서 온 물이라 조금 비쌉니다. 지금 정기배송 신청을 하시면 매 4번째 마다 무료로 드립니다. 25% 할인인 셈이니까 다른 생수랑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종명 : 지금 신청하면 할인을 해주나요?
재호 : 네, 그렇습니다. 일단 한번 맛을 보시죠.
종명 : 그럼 일주일에 두 팩씩만 신청해 주세요.
대화의 내용 측면에서는 <대화 1>과 <대화 2>에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결과는 다르다. 이유가 무엇일까? <대화 2>에서 재호는 종명에게 이 물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를 제시했다. 아마도 종명이 평소에 술을 좀 할 것 같은 느낌이었던 모양이다. 이 물이 술 마신 다음 날에 특히 좋다는 ‘사야 하는 이유’를 제시함으로써 거부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사야 하는 이유’는 고객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것을 간파하는 것은 세일즈맨의 노하우와 능력이다. 그 요령을 여기에서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사야 하는 이유’를 찾겠다고 접근하는 것과 그냥 막연하게 장점을 마구 늘어놓는 것은 성공 확률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한편, <대화 2>에서는 ‘지금’ 사야 하는 이유도 제시했다. 사실 지금 당장 사야만 25프로(%) 할인 혜택을 주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마치 지금 사야만 할인 혜택이 있는 것처럼 표현함으로써 ‘지금’ 사야 하는 명분을 제시해 주었다. 결국 ‘이 상품을 사야 하는 이유’와 ‘지금 사야 하는 이유’가 충족됨에 따라 판매도 성공하게 된 것이다.
가려운 곳을 긁어줘라
호동 : 갑자기 어쩐 일이세요?
영호 : 영업 사원이 무슨 일이겠습니까? 허허.
호동 : 아이구 저희 남은 예산이 없는데요?
영호 : 그냥 제안이나 드려볼까 하구요. 요즘 보니까 인천 지역 상생에 열심이시던데… 허허
호동 : 아, 우리 생산 시설이 그 지역에 집중돼 있으니까요… 아무래도…
영호 : 특히 환경 관련 이슈에 수요가 있으시죠?
호동 : (솔깃) 어? 그거 어떻게 아셨어요?
영호 : 허허. 어쩌다 알게 됐습니다. 사실은 저희가 요즘 지역 환경 캠페인을 진행 중이거든요. 함께 인천 지역 환경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저희가 보유한 인천 지역 옥외 매체들에 집중 노출시키는 상품을 제안드려 보려구요.
호동 : 와! 좋은 제안인데요? 제안서 주세요. 경영진과 논의해 보고 말씀드릴께요.
영호 : 네. 그런데 캠페인을 무한정으로 진행할 수는 없어서 다섯 개 기업만 진행할 예정이거든요, 현재 AA, BB, CC, DD 등의 기업들이 참여 의사를 밝힌 상황이라 딱 한 자리가 남았습니다. 진행 여부를 빨리 말씀해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호동 : 아, 그래요? 제가 오늘 내일 중에 말씀드릴께요. 다른 곳 받지 말고 잠시만 홀드해 주세요.
영호 : 알겠습니다. 김 상무님 생각해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여기서 영호는 아마도 호동의 기업이 인천 지역 환경 이슈에 급하고 민감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접근했을 것이다. 호동 입장에서는 안 그래도 인천 지역에서 환경 관련 캠페인 등을 진행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영호가 갑자기 가려운 곳을 긁어주러 온 셈이 되어 버렸다.
사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처럼 가려운 곳이 있다. 그것을 찾아서 해결해주는 솔루션을 만들면 된다. 구매자가 사야 하는 이유, 즉 수요를 맞춰줘야 판매에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대화의 기술이라기 보다는 세일즈의 기본 원칙이다. 여기서는 시간 한정, 수량 한정의 세일즈 기법도 활용했다. 홈쇼핑에서 많이 쓰는 기법인데 역시 ‘지금 사야 하는 이유’를 충족시켜 준 셈이다.
정리를 해보자. 판매에 도움이 되는 대화법은 이렇다. 첫째, 상대의 수요를 파악할 것. 즉, 사야 하는 이유를 제시할 것. 이것은 거꾸로 특정 상품에 수요를 가진 사람들, 즉 판매 타겟을 잘잡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둘째, 지금 사야 하는 이유를 제시할 것. 자동차나 집과 같이 관여도가 매우 큰 상품이 아니라면, 아니 심지어 그 같은 상품이라고 해도 지금 혹은 단기간에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판매 성공률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 어떤 상품이든 사야 하는 이유 보다 사지 말아야 할 이유가 훨씬 많기 때문에 오래 생각하면 할수록 결정을 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셋째, 테일러링. 대화는 상대의 공감을 얻기 위한 행위이다. 대화를 통해 판매 성적을 높이려면 당연히 상대의 공감을 얻어야 하고 그것에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에 따른 맞춤형 대화법을 개발하는 것이다. 같은 상품과 같은 조건이라 하더라도 판매의 상대에 따라 각기 다른 대화 내용과 톤앤 매너를 구사해야 한다. 상대에 따른 테일러링 대화는 오랜 기간에 걸친 숙련이 필요한 것이지만 중요한 것은 그렇게 하겠다는 자세이다. 그러한 태도로 대화의 경험을 지속한다면 머지 않아 상대에 따른 맞춤형 대화가 자유자재로 가능해지리라 본다.
몇 년 전 아웃렛에 자켓을 한 벌 사러 갔다가 판매 사원의 수완 좋은 권유에 양복 한 벌에 레인코트, 거기에 캐주얼 점퍼까지 왕창 과소비를 하게 된 일이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는 내가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 지와 내 신체 사이즈의 특징을 한 눈에 알아 차리고 그에 딱 맞는 옷들을 권해 주었다. 그 옷들이 딱 한 벌씩만 남았음을 은근히 강조했고, 절대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내가 선호하는 권유 스타일로 절대 벗어날 수 없는 올가미에 나를 완벽히 가뒀다. 나는 사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그의 완벽한 판매법에 완전히 갇혀 버린 것이다. 그러나 지나고 나서도 후회를 하지는 않았다. 그만큼 괜찮은 제품이었고 괜찮은 가격이었으니까 라고 스스로 위안을 하면서…

<부록 : 당근마켓에서 누가 봐도 쓸데없는 물건을 파는 법>
먼저 이 쓸데없는 물건이 과연 누구에게 필요한 것인지 고민하라.
그 사람이 이 물건을 왜 사야 하는지 어필하자.
가격의 매력 포인트를 시세, 다른 사람의 판매가 등과 비교해서 어필하라.
예시 1) 구입한 지 20년 된, 구멍난 가죽 자켓
구멍난 가죽 자켓 팝니다. 몇 년 전 구멍이 난 이후로 안 입고 장롱에 넣어 두었더니 가죽이 빈티지스럽게 낡아졌습니다. 최근에 가죽 의류나 가방 빈티지 리폼이 유행이라고 해서 필요한 주인을 찾아주려 합니다. 이 자켓을 리폼해도 좋을 듯하고 가방 리폼할 때 재료로 활용해도 딱인 듯 싶습니다. 검색해보니 천연 양가죽 원단이 이 정도 크기면 2만원에서 3만원 정도 하네요. 빈티지 가죽이라 오히려 희소성이 높습니다. 2만원으로 가죽 값만 받을께요.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빨리 가져가세요.
예시 2) 장롱에 20년 넘게 처박혀 있던 싸구려 와인
20년 넘게 보관돼 있었던 와인 팝니다. 장기숙성형 와인이 아니라서 마실 수는 없는 와인입니다. 소믈리에 준비하시는 분들이나 소믈리에 입문자분들께 코르크 오픈 실습용으로 권해 드립니다. 코르크가 많이 부식돼서 난이도가 매우 높습니다. 원래 1만5천원에 산 와인인데 그간 보관한 비용과 희소성을 무시하고 원가 그대로 받겠습니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은 더 올라갈 것 같습니다. 희소성이 더 커지니까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