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모기 전성시대, 살충제 기술로 못막는다
[김해동의 기후위기와 세상만사] 인류, 물질풍요로 ‘해충 번성의 시대’ 불러 활발한 여행과 물류, 해충 이동 편하게 해 모기, 치명적 감염병 매개...더 늘어날 해충들 ‘살충제’는 또다른 유해...기술로 해결못해 근본원인은 지구 환경오염...이것을 막자
모기와 빈대 번성, 새로운 환경
최근 모기와 빈대가 극성을 부리고 있고, 이것도 기후위기의 영향이냐는 설왕설래가 많습니다. 사실 기후위기 문제가 대두되지도 않았던 옛날에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모기와 빈대에 고통을 받으며 살았습니다. 여름이 다가오면 사람들은 보건소에서 뇌염모기 예방주사를 맞았습니다. 해가 지면 마당에 연기를 피워서 모기떼를 쫓아내며 견뎠습니다. 집집마다 모기를 쫓으려고 집안에서 미세먼지(연기)를 잔뜩 만들었던 셈입니다.
빈대는 모기보다도 더 심각했는지, 빈대를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운다는 속담까지 생겼습니다. 작고한 우리나라 대재벌 회장은 젊은 시절에 빈대를 피하려고 사방에 물그릇을 두고서 그 가운데에서 잠을 청했는데, 빈대가 그걸 피해 천장으로 올라가서 낙하하는 전략으로 공격해오더라는 경험담을 남겼습니다. ‘밥벌이를 위해선 빈대도 머리를 쓰더라’는 의미였습니다.
그렇다면 기후위기와 모기나 빈대와 같은 해충의 번성은 관련성이 없는 걸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해충들의 번성 양상과 그 영향이 과거의 그것과는 다릅니다. 이 문제를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인류가 만든 물질 번영, 빈대와 모기도 좋아해
빈대가 가장 선호하는 환경은 영상 18∼20℃ 정도의 기온에, 빛이 잘 들지 않고 섬유질, 목재, 종이 등의 재질로 되어 있는 틈새가 많은 장소라고 합니다. 거기에 호흡을 많이 하고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이 기거하고 있으면서 청결도가 떨어지는 장소라면 빈대에겐 ‘최고’입니다. 빈대는 전통적으로 개도국에서 번성하는 해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1980년대 이래로 거의 멸종되었는데 40여년 만에 다시 나타났고 ‘빈대포비아’라는 말이 유행할 만큼 전국적인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빈대가 다시 번성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제 빈대는 미국, 캐나다, 영국과 유럽의 여러 선진 국가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들 나라에서 실내 청결도가 높은 5성급 호텔과 고급 리조트 및 대학 기숙사 등도 빈대 소동에서 예외가 아닙니다. 선진국의 버스와 기차에서도 빈대소동은 일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선진국에서 빈대가 번져가고 있다는 사실이 과거의 빈대 번성과 다른 양상인데,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요? 이는 국경을 넘나드는 여행과 물자의 유통이 빈번해져서 빈대의 먼 거리 이동이 용이해진 점, 연중 냉난방을 가동하여 빈대가 가장 좋아하고 장기간 생존할 수 있는 쾌적한 실내기온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선진국의 빈대 번성의 원인은 기후위기의 영향이라기보다 현대의 풍요로운 물질문명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인류에게 훨씬 심각한 피해를 주는 해충은 빈대보다는 모기입니다. 빈대는 엄청난 흡혈을 해대기 때문에 빈대가 침실로 침입하면 가려움증과 피부염증으로 고생하게 되지만, 감염 병을 매개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모기는 흡혈 과정에서 빈대처럼 사람을 괴롭히기도 하지만 무서운 감염 병을 매개하기 때문에 큰 위협이 됩니다.
빈대보다 모기가 더 무서워
지구의 곳곳에선 그 지역에서만 유행하는 무서운 전염병이 있는데, 이것을 풍토병이라고 부릅니다. 말라리아, 뎅기열, 자카바이러스, 웨스트 나일 열, 일본 뇌염 등은 멀지 않은 장래에 우리나라에서도 유행할 가능성이 높은 대표적인 풍토병입니다.
이들 풍토병은 특정 종류의 모기가 매개합니다. 과거엔 이들 모기가 번성할 수 있는 기후조건을 갖춘 지역이 특정 지역에 제한되었기 때문에 특정의 감염 병은 그곳에만 유행했었습니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이들 모기가 생존할 수 있는 기후조건을 만족하는 지역이 빠르게 확대되어 가고 있고, 물류의 확대로 모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어갈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 말라리아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이에 해당하는 좋은 사례입니다.
최근에 모기가 극성을 부리는 시기도 과거와 확연히 달라지고 있습니다. 과거엔 한여름에 모기가 극성을 부렸는데, 최근에는 초여름과 가을에 극성입니다. 그 이유는 모기가 가장 좋아하는 기온이 25∼27℃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한여름 폭염 시기는 모기도 싫어합니다.
기후위기로 우리나라의 ‘기상학적 여름’은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기상학적 여름이란 일평균 기온이 20℃이상인 계절을 말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 이젠 4월부터 10월말까지 이를 만족하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이 기간 중에서 모기는 7∼8월을 제외한 5개월의 기간에 번성합니다. 기후위기 문제가 진행되어갈수록 모기가 번성할 수 있는 기간은 점차 증가합니다. 관련 연구에 의하면 미국에서 40년 전에 비하여 모기가 기승을 부리는 기간이 1개월가량 늘어났습니다. 기후위기가 모기의 번성을 부르고, 모기는 인류에게 무서운 감염 병을 전파합니다.
‘유해성 문제’ 해결 못하는 퇴치 제품들
최근에 우리나라 환경부는 빈대 방제용으로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살충제 8개 제품을 전문 방역업체용으로 긴급 승인했습니다.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의 살충제는 기후위기 시대에 큰 문제로 대두되어 있는 꿀벌 실종의 주요 원인물질로 의심받고 있으며, 임산부의 태반을 통과해서 탯줄 혈액에서도 그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에 중국 연구자들은 탯줄 혈액에서 네오니코티노이드가 발견된 사례가 84%에 이르렀다는 보고를 했습니다. 살충제의 남용은 신생아의 발달 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를 말하는 겁니다. 따라서 이 제품의 남용은 자제되어야 합니다. 살충제 네오니코티노이드 성분은 번식력, 기억력, 위치 파악 능력을 저하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럽연합과 미국 등 선진 국가에서는 오래 전부터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의 살충제(농약)는 사용 금지되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양봉업자들은 우리나라도 농약에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의 성분 사용을 금지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모기살충제도 인체에 유해한 살충물질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모기살충제에는 피레스로이드계 성분이 들어있는데, 이것은 곤충의 신경계를 공격해서 마비 증세를 일으켜 죽게 만듭니다. 말벌과 같이 큰 곤충에게 살충제를 뿌리면 쓰러지지만 곧 깨어나는 걸 볼 수 있는데, 그것은 살충제로 잠시 신경계가 마비되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에게는 피레스로이드계 성분을 분해하는 효소가 있어 유해성이 낮다고 알려져 있지만, 과다 흡입으로 체내에 쌓이면 호흡기 장애나 중추신경계를 자극해 전신 발작, 고열, 근육마비 등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어린이나 노약자들일수록 더 큰 피해를 입게 됩니다.
또 퍼메트린이라는 성분도 살충제에 사용되는데, 이것은 발암물질과 내분비계장애추정물질로 분류돼 유럽과 미국에서는 사용이 금지돼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유독물질로 지정돼 있지만 0.25% 이하의 농도로 사용하는 것은 허용되고 있습니다. 알레트린 성분도 재채기나 비염, 천식, 구토 등의 증상을 일으킬 수 있어 0.5% 이하로 사용하도록 제한되고 있습니다.
살충제에 유해물질이 허용 기준치 이내로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밀폐된 공간에서 에어로졸을 뿌리고 장기간 노출될 경우엔 유해할 수 있습니다. 모기 기피제의 경우에도 인체 유해물질이 포함되어 있어서 어린이들에겐 사용이 제한됩니다. 모기 기피제에 들어가는 여러 유해물질들 중에서도 특히 ‘DEET(디에칠톨루아미드)’ 성분은 신경전달물질을 억제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안전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풍요가 만든 해충의 전성시대...바로 잡으려면
인류는 물질에 대한 욕심과 편리하며 흥미로운 삶을 끊임없이 추구해왔습니다. 그 결과로 기후위기와 환경오염 문제를 만들어냈습니다. 그 후과의 하나가 해충과 감염 병의 번성입니다.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도로 또 다른 기술을 찾고 있습니다. 그것이 살충제입니다. 살충제는 해충을 죽이는 것에 머물지 않고 생태계와 인간의 건강까지 위협합니다. 그 다음에 우리는 또 어떤 기술을 찾으려들까요? 의술의 힘이겠지요? 의술에 기대어 연명해야할 미래로 돌진해 가야할까요? 이것이야말로 해충을 잡자고 초가삼간을 넘어서 우리의 생존까지도 태워버리는 꼴이 아닐까요?
대책 없는 기술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기후위기와 지구 환경오염을 불러온 원인행위를 멈추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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