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김밥이 어떻길래? ‘오픈 런’ 나선 美교포

[황진영의 어떤 미국] 수퍼체인 ‘트레이더 조’에서 냉동김밥 사기가 얼마나 힘든지 번번히 실패...5번만에 구매에 성공 미국에서 한국 음식 인기 계속되길

필자에게 김밥이 입고되는 시간을 알려준 '트레이더 조' 매장 직원.
필자에게 김밥이 입고되는 시간을 알려준 '트레이더 조' 매장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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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김밥 인기 진앙지 ‘트레이더 조’

아마도 올 초가을쯤부터였던 것 같다. 수퍼마켓 체인 트레이드 조(Trader Joe’s)에서 파는 김밥이 소셜미디어 피드에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 미국 마트에서 김밥을 판다는 것도 놀라운데 냉동 김밥이라고 해서 귀를 의심했다. 김밥을 얼려서 먹는다고? 과연 제맛이 날까?

트레이드 조는 1967년 조 콜럼비(Joe Coulombe)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Pasadena)에서 시작한 작은 식료품 가게였다. 콜럼비는 매장을 오픈하면서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 제트기 보급으로 인해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사람이 늘어났다는 점에 주목했다. 모두 비슷비슷한 물건들로 가득 차 있는 특색 없는 미국의 수퍼마켓에서 만족하지 못하는 부류의 취향을 만족시키고자 여러모로 노력했다. 2023년 현재 미국 43개 주에 500여 개의 지점을 오픈한 트레이드 조는 이제 한국에도 아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트레이드 조의 대표 상품들, 참깨가 들어간 만능 시즈닝(Everything But The Bagel Sesame Seasoning)이나 에코백은 한국에 들어가며 챙기는 필수 귀국 선물이 되었다.

김밥 이전에도 트레이드 조에서 찾아볼 수 있는 한국 음식은 많았다. 냉동 코너에서 늘 찾아볼 수 있는 한국식 양념 LA갈비(Korean Style Beef Short Rib)도, 파전(Pa Jeon)이라 당당하게 쓰여있는 Scallion Pancakes도, 바쁜 엄마들에겐 아이들 도시락 반찬으로 요리를 잘 못하는 유학생들이 포트럭(Potluck) 파티에 갈 때도 유용한 아이템이었다. K-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 음식의 목록은 점점 늘어갔다. 떡볶이, 잡채, 호떡에 이어 김밥까지.

필자가 사고 있는 동네에 있는 수퍼체인 '트레이더 조'
필자가 사고 있는 동네에 있는 수퍼체인 ‘트레이더 조’

나도 냉동김밥 사러 나섰는데

그런데 버지니아주 스프링필드에 사는 나는 한달에 적어도 두 번은 여기서 장을 보는데도 김밥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이유를 찾아보니 소셜미디어 틱톡(Tiktok)을 통해 입소문이 났지만, 생산 물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품귀현상이 일어났다고 했다. 마치 허니버터칩 대란 때처럼, 김밥을 사러 트레이드 조에 갔던 사람들이 발길을 돌리며 “대체 언제 나오냐”는 하소연을 올려대는 통에 ‘트레이드 조 냉동 김밥’을 먹어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더욱 많아졌다.

TV 광고도 하지 않는 이 마트에서 파는 김밥이 페이스북 피드에 올라올 때면 궁금해졌다. 10월 중순까지는 입고 예정이 없다는 기사를 보며 언제 ‘입고 완료(Back in stock)’라는 문구를 볼 수 있을지, 실물을 진짜 마주할 수 있을지 궁금하지만 했다. 이솝우화의 여우가 뱉었던 ‘신포도 이론’일까, 금방 상해버리는 김밥을 수개월의 유통기한을 맞춰 납품하려면 어떤 처리를 했는지 모를 일이라며 “먹지 않겠다”라는 선언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어찌 되었든 일단 한 번은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11월이 넘어가자 실제로 물량이 풀렸는지 하나 둘 김밥을 영접했다는 소식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트레이드 조의 김밥 얘기를 하는 동료들도 있었다. 이쯤 되면 ‘유명해서 유명한’ 상품이 되어버린 트레이드 조 김밥, 나도 이 김밥을 먹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지난 수요일 저녁, 아이를 픽업해 매장에 들어섰다. 냉동 코너를 기웃거리다가 직원에게 김밥이 들어왔냐고 물었다. 씩 웃으며 “벌써 다 나갔지. 아마 금요일에 한 번 더 들어올 거야”라고 대답하는 직원에게 김밥을 찾는 사람이 많냐고 물었다. 물량 풀린지 얼마 안 되었는데, 한 번 배송 트럭이 올 때마다 매장당 30줄의 김밥이 든 한 박스만 들어온다고 했다. 배송 트럭이 온다는 금요일 저녁 시간에 맞춰 두 번째 방문을 했다. 또 허탕이었다. 들어온 지 20분 만에 다 나갔다나!

허탈함을 달래며 돌아서는 나를 직원이 불러세운다. “내일 아침에 또 배송이 온대. 아침에 들러봐!” 그래서 아예 브런치 약속을 트레이드 조(Trader Joe’s) 옆 식당으로 잡고 다음날 오전 10시쯤 매장을 방문했다. 역시나 비어있는 진열대, 그리고 진열대를 맴돌고 있는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안되어 보였는지, 직원이 매니저에게 다음 배송 일정을 물어보고 왔다. 오늘 저녁에도 배송 트럭이 오는데, 아마도 한 박스 들어올 것 같다는 소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어둑어둑해진 저녁 길을 내달렸다. 우회전하려는데 마트 뒤편에 서 있는 커다란 컨테이너 트럭이 보였다. 그러면 그렇지! 하고 기쁜 마음으로 들어섰으나, 이번 트럭엔 김밥이 실리지 않았단다. 포기할까? 하는데 내 얼굴을 이미 익힌 듯한 직원이 내게 귀띔을 해주었다. 저녁 배송 트럭 말고 내일 새벽에 한 번 더 물건이 들어올 예정인데, 그때는 영업시간이 아니니 매장 오픈 시간에 맞춰 오면 김밥을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미국 수퍼체인에 흔히 볼 수 있는 파전이 포장에 쌓여 진열돼 있다.
미국 수퍼체인에 흔히 볼 수 있는 파전이 포장에 쌓여 진열돼 있다.

김밥 사러 ‘오픈 런’까지 하다니

우리동네 트레이드 조(Trader Joe’s) 오픈 시간은 오전 8시, 달콤한 일요일 아침잠을 포기하기로 했다. 김밥을 사려고 알람을 맞추고 잠드는 나를 보며 웃음이 나왔다. 아침 7시 반에 집을 나섰다. 11월 초 데이라잇 세이빙(서머 타임)이 끝나 7시인데도 아직 어둑어둑했다. 미국살이 8년차지만 ‘마트 오픈 런’은 처음이다.

개점 시간 약 15분 전에 도착했는데, 오픈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약 열 명쯤 보였다. 이 사람들이 다 김밥을 사러온 건 아니겠지? 하는 궁금증, 1인당 구매 수량이 정해져 있나? 하는 두려움도 느껴졌지만, 이들은 11월 중순의 찬 공기에 덜덜 떨며 매장 앞에 서 있었다.

오픈 준비를 위해 드나드는 직원이 얄미워보이기 시작할 때 쯤 매장 문이 열렸다. 마음으론 전력 질주를 하고 있었지만,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냉동 코너에 갔다. 슈림프 볼, 대만식 파전, 한국 파전 사이에 진열된 ‘KIMBAP’이라는 포장지가 보였다. 드디어 김밥 세 줄을 집어들고 계산대로 갔다. 김밥을 집어 든 계산원이 “축하해!”라며 인사를 건넸다.

다섯 번째 방문에서야 성공했다며, 진짜 인기가 있긴 한가보다며 말을 건넸더니 “당연하지, 여기서 일해도 매일 보지는 못해, 가끔 살 수 있을 때 몇 줄씩 사다 놓곤 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반가워서 맛이 어땠는지 물어보니 “냉동치고는 뭐, 그럭저럭 괜찮아”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필리핀 출신인 그 직원은 한국에도 몇 번 왔다 간 적이 있다고 했다. 한국에서 먹은 김밥만은 못하지만, 매장에서 김밥을 살 수 있는 날엔 집에 가져가서 아이의 도시락으로 싸준다고 했다.

'트레이더 조' 매장에서 5번 도전 끝에 구매 성공한 냉동김밥
‘트레이더 조’ 매장에서 5번 도전 끝에 구매 성공한 냉동김밥

다섯 번째 방문에서야 김밥을 손에 들고 의기양양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조리예시대로 김밥 두 줄은 포장을 살짝 열어둔 채로 전자레인지에 2분 조리후 1분 대기, 나머지 한 줄은 팬에 구웠다. 먹어보니 의외로 막 싼 김밥 같은 느낌이었다. 재료들이 다 따뜻해서일까. 팬에 구운 김밥은 살짝 누룽지 같은 식감이 느껴졌다. 김밥의 꽃인 게맛살 대신 유부가 들어간 건, 채식주의자들이 많은 트레이드 조(Trader Joe’s) 의 주요 고객층을 위한 배려가 아닐까. 의외로 맛있었지만, 오픈 런을 감수하고 또 새벽같이 매장 앞에서 대기하겠냐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대답은 못하겠다.

한국 음식의 인기는 어느 정도?

남편이 회사 포트락(Potluck) 파티에 음식을 가져다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했다. 이왕 김밥이 유명해 진 김에 오랜만에 김밥을 싸보기로 했다. 전날 저녁부터 잔뜩 장을 봐와서 시금치를 데치고, 단무지를 키친타올에 올려놓고, 당근과 오이를 채썰어 준비를 해두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밥을 하고, 계란을 부쳤다. 스무 줄의 김밥을 완성하는데 세 시간이나 걸렸다.

퇴근길에 만난 남편에게 사람들 반응이 어땠는지를 물었다. 인기 폭발이었다며, 매니저를 포함해 여러 사람에게 칭찬을 들었는데, 김밥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아는 한국과 일본 여직원들은 와이프가 무슨 고생이냐며 살짝 눈을 흘겼다고 했다. 각국 음식이 모이는 만큼 음식 이름과 재료를 적은 팻말이 붙었는데, Special credit to K’s wife라 써야 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을 주고 받기도 했다는 말에 웃음이 나왔다.

문득 오래전 기억이 떠올랐다.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가게 되었다는 나의 말에, 1990년대에 남편의 미국 유학길에 따라나섰던 한 선배 언니는 이런 조언을 했다. “매일 아이 학교 도시락을 싸는 것도 일이야. 메뉴 고민도 고민이지만, 한국 음식에 대해 모르니까, 김밥을 싸줬는데 교실에 비린내가 난다고 해서 아이가 김밥을 안 먹으려 했어.”

30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생각이, 한국 음식에 대한 기호가 이렇게나 달라진 걸까. 김밥은 몰라도 김은 school snack으로 자주 싸주는 아이템이다. 늘 도시락김을 넉넉히 사두는 우리집에 놀러온 아이 친구들은 김을 맨입에 잘도 먹는다. 바삭하고 짭조름해서 맛있다나. 유명해서 유명한 한국음식이 더 많아지길. “어디서 왔니?”라는 질문에 “일본?”, “중국?” 말고 코리아라는 나라를 한 번에 알아듣는 사람이 더 많아진 만큼, 한국음식에 대한 관심이 좀더 오랫동안 지속되길.

글쓴이

황진영 워싱턴 칼럼니스트

황진영 워싱턴 칼럼니스트는 20대에 한국을 떠나 필리핀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며 성장했습니다. 귀국 후에는 공공기관에서 국제협력을 담당하였고, 이제는 미국의 금융 국제기구에서 일하며 '다름'과 '틀림'의 차이를 좁혀가는 방법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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