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살기 명소 포르투, 해리포터도 왔다갔네

[최지윤의 스페인 이야기] 조앤 롤링이 집필 때 머물던 곳 와인에 브랜디, ‘포트 와인’ 탄생지 물가 저렴하고 ‘작은 쇼핑’ 천국 한국인에 딱 맞는 음식들 많아

동 루이스 다리에서 바라본 포르투 전경. 사진=최지윤
동 루이스 다리에서 바라본 포르투 전경. 사진=최지윤

▶ 유튜브로 칼럼 듣기

대서양의 시작과 끝 ‘포르투갈’

포르투갈은 유럽 대륙의 가장 서쪽 끝이자 대서양의 시작과 끝이 공존하는 나라다. 수도인 리스본에서 북쪽으로 300㎞떨어진 곳에 제2의 도시 ‘포르투’가 있다. 11세기 포르투갈의 수도였던 포르투는 지금 인구 24만 명의 작은 소도시지만, 대항해시대 때 해상 무역의 거점이 되어 포르투갈의 전성기를 이끈 대표 항구도시다.

이 곳은 자연스레 전략적 요충지가 되어 예로부터 번영을 누렸다. 포르투는 ‘항구’를 뜻하는 라틴어 Portus에 어원을 두고 있다. 옛 지명은 포르투스 칼레(Portus Cale)로, 포르투갈이라는 국명 역시 여기에서 파생됐다는 설이 있다.

포르투갈 북서부에 위치한 포르투. 출처=maps-portugal.com
포르투갈 북서부에 위치한 포르투. 출처=maps-portugal.com

유럽의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인 포르투는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199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면적 42㎢의 소도시 포르투에는 말과 글로 다 형언할 수 없는 매력이 있어 관광객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한국에서 포르투갈까지 직항 비행기가 없는데도 얼마 전부터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포르투 한 달 살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다른 유럽 도시에 비해 물가가 저렴하고, 무엇보다 치안이 비교적 좋다는 장점 때문이다. 꼭 한 달 살기를 하지 않더라도 짧은 시간 안에 걸어서 도시를 모두 둘러볼 수 있어서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다.

포트 와인이 생산되는 도루 밸리. 출처=Portugal By Wine
포트 와인이 생산되는 도루 밸리. 출처=Portugal By Wine

황홀한 맛 ‘포트 와인’의 탄생지

이곳에도 와인이 특히 유명하다.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스페인의 ‘리베라 델 두에로(Ribera del Duero)’를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스페인 최고의 와인으로 여겨지는 ‘베가 시실리아(Vega Sicilia)’도 리베라 델 두에로 지역의 와인이다. 이름에서 보면 알 수 있듯, 리베라 델 두에로는 두에로 강을 둘러싼 지역에서 생산된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국경을 나누는 두에로 강(포르투갈어로는 도루 강)은 길이가 장장 897㎞에 달하는데, 스페인 소리아 지역에서 발원해 포르투까지 이어진 후 대서양과 만난다.

두레로(도루) 강 유역의 포르투 지역에서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포트 와인’이 생산된다. 포트 와인이 생산되는 도루 밸리(Douro valley) 지역은 구불구불한 협곡에 위치한다. 게다가 가파른 계단식의 밭에서 자라는 포도는 같은 곳에서 생산돼도 고도와 일조량 등이 미세하게 달라 다양한 맛의 와인이 생산된다.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포트 와인은 영국인들에 의해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국은 기후상 좋은 와인을 생산하기에는 적절치 않았고, 그래서 맛이 좋은 보르도 와인을 가져와 마셨다. 그러나 영국과 프랑스가 백년전쟁을 치르고, 보르도 지역이 프랑스령이 되면서 보르도 와인을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이를 대체할 와인을 찾아야 했던 영국은 지리상 가까웠던 포르투갈에 관심을 가지기 됐다. 이후 포르투에서 영국으로 와인을 보내기 시작했는데, 운송 과정에서 맛이 변질되고 말았다. 고민 끝에 사람들은 와인에 ‘브랜디’를 섞어 보기로 했다. 그 결과,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데다가 달콤하기까지 한 매력적인 와인이 만들어졌다. 영국으로 인해 명성을 얻게 된 이 와인은 영어 발음을 따서 ‘포트(Port) 와인’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와이너리 투어 후 빈티지룸에서 맛보는 와인. 사진=최지윤
와이너리 투어 후 빈티지룸에서 맛보는 와인. 사진=최지윤

달콤한 포트 와인을 맛볼 수 있는 와이너리 투어는 포르투 여행의 꽃이다. 도시 곳곳에서 포트 와인 시음과 와이너리 투어 프로그램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 꼭 한 번 들러볼 것을 추천한다. 빈티지 포트 와인 명가로 잘 알려진 ‘그라함(Graham’s) 와이너리’ 투어는 두 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만큼 부담 없이 가볼 수 있다.

그라함 와인은 영국 왕실이 최고 품질임을 인정하는 브랜드에만 발급하는 로열 워런트(왕실 조달 허가증)를 받았을 만큼 그 맛이 훌륭하다. 시음할 수 있는 와인 종류도 여러 개여서 취향에 따라 선택 가능하다. 와이너리 안에는 포르투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레스토랑이 있다. 달콤한 포트 와인은 식사 후 디저트로 최고다. 입안을 감싸고 도는 와인은 과일, 견과류, 캐러멜, 나무 맛이 복합적으로 느껴져 신비하고 매력적이라는 표현이 절로 나온다. 단, 포트 와인은 알콜 도수가 15~20도 정도에 이르기 때문에 얕보고 마시다가는 실수하기 십상이다.

한국인 입맛에 딱 맞는 해물음식

대서양을 온 몸으로 맞는 포르투갈은 해산물이 풍부하다. 그중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는 음식이 있으니, 바로 해물밥(아로스 드 마리스쿠)이다. 포르투에서 해물밥을 먹으러 가면 어김없이 꼭 한국인 여행객을 마주쳤다. 조개, 생선, 새우 등 다양한 해산물을 넣고 자작하게 끓인 해물밥은 유럽 여행 중 한국 음식이 그리울 때 먹으면 그만이다. 스페인의 밥 요리가 일반적으로 ‘파에야’처럼 건조하다면, 포르투갈의 해물밥은 국물이 많이 들어있다.

포르투는 정어리와 대구로도 유명한데, 자신이 태어난 연도가 적혀있는 정어리 통조림을 파는 가게가 포르투의 명물로 알려져 있다. 대구 크로켓(파스텔 드 바칼랴우)은 출출할 때 가볍게 하나 먹기 딱 좋은 간식이다. 짭조름한 게 맥주를 부르는 맛이다! 대구 크로켓과 함께 맥주나 와인을 주문하고 스탠드 테이블에서 간단히 즐겨보는 것도 좋다.

여독을 풀어 준 맛있는 해물밥. 출처=최지윤
여독을 풀어 준 맛있는 해물밥. 출처=최지윤

고기가 가득 들어간 샌드위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 이곳에 있다. 포르투에서 유래된 음식인 ‘프란세지냐’다. 빵 안에 소시지, 고기, 치즈, 햄 등을 넣은 샌드위치로, 소스와 반숙 계란 프라이를 위에 얹어 먹는다. 어마어마한 칼로리의 음식이라 혼자 먹기에 버거우니, 두 명이 하나를 시켜 먹는 게 딱 맞다. 포르투갈은 유럽 국가 중에서도 물가가 저렴한 편이라 넉넉하지 않은 주머니 형편에도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다. 포르투시 중심부에 있는 ‘볼량’ 시장을 비롯한 여러 시장에서는 신선한 식재료를 판다. 또한, 푸드 코트가 잘 조성되어 있어 테이크아웃 음식을 주문하거나 간단히 끼니를 때울 수 있다.

조앤 롤링이 해리포터를 집필할 때 방문했다는 마제스틱 카페. 사진=최지윤
조앤 롤링이 해리포터를 집필할 때 방문했다는 마제스틱 카페. 사진=최지윤

해리포터 탄생 비밀 숨어있는 카페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카페 중 하나로 알려진 곳도 이곳 포르투에 있다. 1921년에 문을 연 ‘마제스틱 카페’는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이 집필 활동을 한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고풍스러움이 잔뜩 느껴지는 마제스틱 카페의 시그니처 메뉴는 프렌치토스트다.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카페라는 마제스틱 카페의 프렌치토스트. 사진=최지윤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카페라는 마제스틱 카페의 프렌치토스트. 사진=최지윤

이곳 커피 한 잔의 가격은 다른 카페보다 훨씬 비싸지만, 10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카페를 방문한다는 데 의의를 두는 관광객들로 언제나 만석이다. 해리포터의 팬들이 작가의 숨결을 느끼고자 들르는 곳이기도 하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모티프가 된 ‘렐루 서점’ 역시 포르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서점 중앙에 있는 붉은색 나선형 계단을 보면 호그와트 마법학교가 저절로 떠올려진다. 서점 내부를 보려면 돈을 내고 입장권을 사야 하는데 책을 사면 입장료를 돌려준다.

도루 강변으로 내려가면 포르투의 랜드마크인 ‘동 루이스 다리’가 나온다. 에펠탑을 설계한 구스타브 에펠의 제자인 테오필 세이리그가 설계한 다리이다. 1886년에 개통된 이 다리는 당시 포르투갈 국왕이던 루이스 1세의 이름을 땄다. 그렇다면 동 루이스의 ‘동’은 무슨 뜻인가? 동(Dom)은 남성의 이름 앞에 붙이는 경칭(敬稱)으로, 영어의 sir과 유사하다. 스페인어로는 돈(Don)이다. 우리가 잘 아는 스페인 문학작품인 돈키호테도 사실 돈과 키호테가 붙은 형태이다. 즉, 포르투에는 동 루이스 다리만 있지, 서 루이스 다리는 없다! ^^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이유가 있는 동네

높이가 85m인 동 루이스 다리에 올라가면 아름다운 포르투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동 루이스 다리 근처로 가 붉어지는 하늘을 바라보면 시간이 멈춘 것만 같다. 포르투의 일몰은 아름답다 못해 황홀하다.

동 루이스 다리 근처에는 ‘기타의 집(Casa da Guitarra)’이 있다. 일몰을 감상한 후, 이곳에서 낭만적인 ‘파두’ 공연을 즐길 수 있다. 공연은 일반적으로 오후 6시 이후에 시작되며, 1시간 정도 소요된다. 관객이 별로 없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웬걸, 공연장은 빈 좌석 없이 꽉 차 있다. 갔을 때 무대에는 세 명의 기타 연주자와 여자 가수가 등장했는데,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독특한 손짓은 관객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공연이 절반쯤 지났을 때, 포트 와인 한 잔을 받았다. 구슬픈 파두 선율을 들으며 와인을 마시면, 금세 포르투갈의 정서에 빠져든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에 한국의 한(恨)과 유사한 정서가 있다고 하니, 왠지 포르투갈이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관객으로 가득 찬 파두 공연장. 사진=최지윤
관객으로 가득 찬 파두 공연장. 사진=최지윤

가벼운 쇼핑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포르투는 천국 같은 곳이다. 아기자기한 가게가 많아 자신도 모르게 지갑을 열게 되는 곳이다. 포르투갈은 전통적으로 고급 비누, 바디 제품을 많이 생산하고 있다. 잘 알려진 고급 브랜드 못지않은 훌륭한 제품이 많으니 선물용으로도 제격이다. 최근 한국에서 니치(프리미엄) 향수, 고급 핸드워시, 로션 등이 유행인 만큼, 관심 있는 여행객들이 많을 것이다. 가장 유명한 브랜드는 포르투스 칼레(Portus Cale), 클라우스 포르투(Claus Porto)다. 그밖에 현지에서만 찾을 수 있는 로컬 디자이너의 옷, 특이한 소품, 코르크 제품까지 다양한 물건을 파는 편집숍이 많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작지만 볼거리가 많은 포르투에서는 지루할 틈이 없다. 포르투는 사람을 이끄는 힘이 있는 게 분명하다. 필자도 이미 세 번이나 갔으니 말이다. 포르투 특유의 낭만적인 분위기와 여유로움에서 헤어나오기는 쉽지 않다. 이곳에 와 보면 다들 왜 여기를 인생 여행지로 꼽는지, 한 달 살기를 하려고 하는지 고개가 절로 끄덕여질 것이다.

글쓴이

최지윤 칼럼니스트

최지윤 칼럼니스트는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을 전공했고, 국외 한국어 교육 사업을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세종학당(멕시코)’과 스페인 살라망카대학교 한국학과에서 교원으로 일했다. 현재는 스페인어권 국가의 한국어 교육 전문가가 되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댓글

    함께 읽을 글

    칼럼 전체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