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탕합의로 끝난 기후총회...지구, 더 위험해졌다
[김해동의 기후위기와 세상만사] 엘 고어 “합의문, OPEC 요구 반영” 비난 이전 총회 등에서 합의한 것보다 후퇴해 온난화· 탄소가스 배출, 예상보다 속도 빨라 기후 극단점에 도달...0.1도 변화도 위험해 ‘기후시민’들 나서서 정치와 기업 압박해야
지난 11월말 두바이에서 개최된 제28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8)가 12월 13일에 198개국에 이르는 모든 협약 당사국이 서명한 합의문을 내고 끝났습니다. 이 총회의 핵심의제는 ① 지난해 이집트 총회에서 제기된 새로운 기후기금인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기금’을 조성하여 작동시키는 문제, ②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phase out) 합의, ③ 파리협정의 이행상태를 점검하여 향후 대책을 세우는 ‘전 지구적 이행점검(Global Stocktake, GST)’ 등 3가지였습니다.
이 중에서도 화석연료의 퇴출을 명문화하는 문제가 핵심 중의 핵심 사항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총회에선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이라는 문구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화석연료로부터 전환(transitioning away from fossil fuels)’이라는 애매한 합의에 머물고 말았습니다.
엘 고어는 이를 두고서 “석유수출기구(OPEC)의 요구를 또박또박 받아쓴 것처럼 보인다”고 비난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화석연료로부터 단계적 에너지전환’과 관련된 문제에 한정하여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화석연료로부터 전환’의 한계점은?
두바이 기후총회 합의문 소식을 전하는 언론사들은 핵심 합의 사항으로 이 문제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기후총회 참석 국가들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기간인 향후 10년 이내에 에너지 부문에서 화석연료로부터 전환을 가속화한다는 문구에 만장일치로 합의했습니다. 이를 두고서 화석 연료에서 벗어나겠다는 목표를 합의문에 처음으로 명시했다는 점에서 진전을 이뤄냈다는 평가가 있다는 언론 기사도 눈에 띕니다. 하지만 이미 2년 전에 있었던 제26차 기후총회(영국 글래스고)에서 석탄의 단계적 감축(phase down)에 합의했었기에, 이번 합의가 어떻게 화석연료로부터 벗어나겠다는 목표를 처음으로 명기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반면에 이번 합의문은 구체적인 전환 계획이 빠진 ‘허점투성이’ 합의문이라는 비판도 많습니다.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이라는 말은 받아들이는 측의 입장에 따라서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애매모호한 표현이라고 합니다. 이번 총회의 최대 수혜국의 하나라고 평가받는 사우디 아라비아는 에너지부 장관이 사우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에너지의 선택에서 파라오가 지시하는 식의 방법은 사라졌다”고 했습니다. 그는 “각국이 처한 사정에 따라서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적절한 경로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한 합의안”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번 합의안이 세계 최고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의 원유 판매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흡족해했습니다. 이런 걸 감안해서 생각해 보면, 이번 합의안은 석유수출기구(OPEC)가 불러주는 대로 받아쓴 것 같다는 엘 고어의 힐난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이번에 제안된 에너지 전환 방법은?
총회는 대신 다음과 같은 것을 제안했습니다. 첫째는,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을 2020년 대비 3배로 늘리고, 에너지 효율은 2배 높이기로 했습니다. 이것은 지난 9월에 있었던 유엔총회에서 출범한 전 지구 재생에너지연대(GRA, Global Renewable Alliance)에서 설정한 목표입니다. ‘Double down, Triple up’이라고 표현합니다. 이를 확인한 셈입니다.
그런데 이것도 그다지 새로울 게 없습니다. 재생에너지의 상업적 발전이 시작된 2000년대 이래로 전 세계의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약 5년마다 그 이전 5년에 비하여 2배씩 크게 증가해오고 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매년 발행하는 재생에너지보고서는,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은 앞으로 더욱 가파르게 증가해갈 것으로 전망해 왔습니다. 그러기에 이번 합의문에 담긴 재생에너지 설비용량 확대문제는 어차피 달성될 문제에 불과합니다.
두 번째는, 원자력 발전과 저탄소 수소생산(그린 수소) 및 CCUS(탄소 포집 활용 및 저장)와 같은 기술개발의 가속화입니다. 원자력발전 확대를 통한 탄소배출 감축에 대해서는 한국, 미국, 영국, 프랑스, 스웨덴, UAE 등 22개국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원자력발전소의 발전량을 2050년까지 3배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보수언론들은 이를 두고서 마치 ‘원전 르네상스’가 활짝 열리기라도 할 듯이 보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도 국제에너지기구(IEA)가 금년에 발행한 보고서를 통해서 전망한 2060년까지 전 세계 에너지전환 전망에 제시되어 있는 내용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원전이 에너지전환을 가져올 것처럼 말하는 것은 정치적 공약에 불과하며 실제로 3배 이상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IEA의 장래 에너지원 전망과 우리 사정은?
2023년 9월에 발간된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장래 전망에 의하면, 2030년까지 태양광과 풍력의 발전설비 용량은 추가로 1140GW 늘어나서 전체 전력 생산에서 이것이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이를 것이라고 했습니다. 나아가서 2050년에는 풍력과 태양광발전이 전체 전력생산량의 70% 이상을 감당하고, 다른 재생에너지를 합하면 89%에 이를 것이라는 평가였습니다.
이를 위한 비용은 지난 5년(2017~2022년) 동안에 5070억달러가 사용되었는데, 지금부터 5년(2023~2030년) 동안엔 1조800억 달러, 그 다음 5년(2031~2035년) 동안에 1조 1850억 달러, 또 그 다음 5년(2036~2050년) 동안에 8750억 달러가 투입될 것이라고 합니다. 반면에 이 기간 동안 원자력발전에 투입될 비용은 재생에너지에 투입될 비용의 10% 내외에 거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장래 무(無) 탄소에너지원에서 원전은 마이너(비주류)이고, 재생에너지가 주요 에너지원이 된다는 말입니다.
한편, 2023년 10월에 네이처지(誌)에 전 지구 에너지원의 장래 가격을 전망한 논문(The momentum of the solar energy transition)이 나왔습니다. 이 논문에서 저자들은 2027년 이후엔 태양에너지 자원이 아주 부족한 북극권 부근 일부 국가들을 제외하곤 태양광발전이 모든 에너지원들 중에서 가장 저렴해진다고 전망했는데,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닌 것으로 평가되었습니다. 지금도 태양광발전이 원전보다 훨씬 저렴한 에너지원이 된 나라들이 많습니다.
우리나라는 국토면적이 좁고, 태양광과 풍력 자원도 빈약하여 재생에너지 생산에 부적합하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적잖습니다. 하지만 땅에서 농사를 지어면서 농토 위에 태양광 패널을 적절히 설치하여 발전도 하는 ‘영농 복합(solar sharing)’ 방식을 적극 활용하고, 여타 유휴 부지(도로와 하천 변, 도시 건물 등)를 찾으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설비 생산 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를 제대로 활용한다면 재생에너지를 근간으로 하는 무(無) 탄소 에너지로의 전환은 우리나라의 경제에 큰 기회로 작용할 여지가 많습니다.

파리협정의 기후목표 달성 가능성?
유엔환경계획(UNEP)은 금년에 발행한 배출량 격차보고서(Emission Gap Report)의 제목을 ‘부서진 레코드(Broken Record)’라고 정했습니다. 지금의 상태라면 지구 평균온도는 금세기말까지 3도 이상 상승하여 파리협정 목표를 훌떡 뛰어넘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탄소배출량이 많은 주요 국가들이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지켜낼 수 있다면 3도 보다 약간 낮은 2.9도 이내로 억제될 수 있고, 선진국의 재정적 기술적 지원을 받아서 개도국까지 감축목표를 달성한다면 2.5도 이내로 막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상태로는 2030년까지 2019년 배출량 대비 2% 정도 감축될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기후변화협약 당사국들이 제출한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지켜도 파리협정 목표대로 지구온도 상승을 억제하기에는 203억∼239억 톤이나 초과해 탄소가 배출되는 상황입니다. 지구온도 상승이 파리협정의 목표인 1.5도를 5년 이내에 돌파할 가능성은 66%에 이른다는 것이 세계기상기구(WMO)의 평가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난 해 사이언스지(誌)에 ‘기후위기 극단점(티핑 포인트)’을 평가한 논문이 실렸습니다. 극단점이란, 상황이 너무 악화되어서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상태에 도달하는 것을 말합니다. 현재 수준에서도 매우 중요한 여러 항목들이 극단점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저자들은 이젠 0.1도의 상승에도 예민해져야한다고 말합니다. 약간의 변화에도 현재의 기후상황을 크게 무너뜨릴 변화가 따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두바이에 모인 전 세계 정치지도자들은 어처구니가 없는 ‘맹탕합의안’을 만들어놓고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시민들이 깨어나서 정치와 기업을 감시하고 압박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유엔 산하의 국제기구에서도 이렇게 하여야한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노력을 다하고, 함께 모여 힘을 키워서 선거마다 기후이슈를 제1의제로 만들어내고 탄소감축에 불성실한 기업들을 압박해야 합니다. 이런 활동까지 하는 시민을 기후시민이라고 부릅니다. 기후위기의 어둠을 밝힐 자, 기후시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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