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맥싱’이 두려운 대만

[김유익의 내관(內觀) 차이나] 영화 Dear You가 말하지 못한 것들②

미국 뉴욕에 있는 유엔 본부 앞에서 대만의 현상유지를 요구하는 시위대.
미국 뉴욕에 있는 유엔 본부 앞에서 대만의 현상유지를 요구하는 시위대.
  • 중국의 소프트파워와 ‘차이나맥싱’ 중국 정부의 의도적인 공작보다 팝마트와 차지 등 자발적인 기업의 수출과 라이프스타일 확산, 즉 ‘차이나맥싱’이 외부인의 이미지를 바꾸며 소프트파워를 확장하고 있다.
  • 대만 내부의 과도한 경계와 딜레마 대만 민진당 정부와 열성 지지자들은 중도 세력의 친중국화를 우려해 ‘차이나맥싱’과 대륙 방문에 과도한 통제와 공격을 가하며, 이로 인해 대만 언론의 냉정하고 중립적인 비판까지 신뢰를 잃고 있다.
  • 내셔널리즘의 충돌과 광주비엔날레 해프닝 광주비엔날레 대만관 명칭 논란은 단순한 검열이 아니라 중화인민공화국과 대만 간의 민족주의(내셔널리즘) 충돌과 다양한 행위자들의 마찰에서 빚어진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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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편(영화 Dear You가 말하지 못한 것들) 이어서

세계적인 ‘차이나맥싱’ 현상

중국 정부의 의도적인 영화 <Dear You> 제작 개입이 없었음에도 싱가포르 언론인이 두려움을 표현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그만큼 하드파워 못지 않게 중국의 소프트파워가 사람들의 대중인식에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유사한 분석은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와 같은 서구 매체의 보도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비밀스럽고 불순한 어둠속 공작이든, 중국의 문화적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공개적인 장기적 문화진흥 계획의 실행결과이든, 정부 주도의 기획들이 별다른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이에 반해 의도하지 않은 중국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 수출이 중국에 대한 이미지를 크게 바꿔놓고 있다고 한다. 이런 흐름을 ‘차이나맥싱(Chinamaxxing, 유럽 등 비중국권 젊은이들이 패션 취향, 일상 습관, 라이프스타일 등을 중국풍으로 따라 하는 현상-편집자주)’이라고도 부른다.

대표적인 사례는 ‘팝 마트’(POP MART)라는 디자인 굿즈회사가 판매한 ‘라부부’ 캐릭터의 성공, 최근 전세계적으로 공격적인 점포 확장을 실행중인 차지(Chagee)의 ‘밀크티’ 샵이다. 중국내 레드 오션을 피해 해외의 블루 오션으로 진출했는데, 결과적으로 당· 국가가 그렇게 소망하던 ‘문화 수출’ 효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또 글로벌라이제이션의 영향속에 성장한 중국의 젊은 기업인들은 회사의 구조나 브랜드의 설계부터 초국적 개념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것이 아마도 영화 <Dear You>의 성공을 둘러싼 해프닝의 진상에 가까울 것이다.

화교권 역내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부상한 것은 처음부터 싱가포르 정부에 고민을 안겨줄 수 밖에 없었다. 직접적으로는 중국과 인도간 갈등의 불똥이 튀어 싱가포르내 종족갈등을 선동했다. 간접적으로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선진국들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할 수 밖에 없는 싱가포르를 고깝게 생각하는 대륙인들의 비아냥이 한몫했다. 그들은 여전히 “낙엽은 뿌리로 돌아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팝마트의 라부부 캐릭터.
팝마트의 라부부 캐릭터.

‘민족단결법’으로 긴장하는 독립 활동가들

‘통전(통일전선전술)’과 관련해 세계를 긴장시켰던 소식이 한가지 더 있다. 지난 7월1일부터 시행된 ‘민족단결진보촉진법(이하 민족단결법)’이다. 가장 크게 화제가 된 것은 미국에 거주하는 티벳 독립 활동가 롭가 랑젠씨가 뉴욕의 유엔빌딩 앞에서 항의하는 분신자살을 결행한 것이다.

민족단결법은 티벳과 신장지역을 포함한 중국내 소수민족들이나 홍콩, 마카우 혹은 대만과 같은 지역과 관련한 법률이다. 새 법안은 공용어로서의 푸퉁화(만다린) 사용을 강화한다는 규정을 담고 있고, 또 민족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분열적 행동을 처벌한다는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특히 후자의 경우, 중국대륙 바깥에서의 행동도 처벌할 수 있다는 규정이 해외로 망명한 활동가들이나 대만 독립주의자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앞으로 중국 대륙내에서 실행되는 의무교육이 푸퉁화 사용을 우선시한다는 사실도 이들을 분노하게 했다. 이들은 티벳어, 위구르어, 홍콩어(광둥성 주강 델타 지역 방언에서 유래하며 식민지 시절이래 영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대만어(푸젠성 민난 방언에서 유래했으며 식민지 시절 일본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와 같은 방언의 사용이 종족성(ethnicity)과 민족성(nationality)을 보존시킨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조선족 동포와 관련한 일을 하는 활동가들 중에도 이 소식에 긴장하는 이들이 있었는데, 이것은 좀 뜻밖의 일이긴 하다. 조선족을 포함한 대부분의 소수민족들은 개혁개방 후에 자연스럽게 ‘한족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화와 도시화, 산업화가 가속하는 현실에서 주류사회, 즉 한족중심 사회에서 성공을 하려면 푸퉁화의 능숙한 구사가 필수조건이다. 경제가 발전한 대도시로 옮겨 직장을 얻거나 사업을 하기 위해서 자발적으로 수용한 변화이다.

중국내 대도시로 이주하는 인구가 많아지다 보니, 조선족 연변자치구에서도 조선족 인구 비율이 법적 기준치 이하로 떨어졌다. 중국 정부가 자치구를 유지하고 조선족 문화를 보호하거나 우선해야할 법적 근거가 사라진 것이다.

반면 티벳과 신장은 종교적 신념을 우선하는 세속화하지 않은 생활방식 때문에 이런 변화에 대한 저항이 심한 지역이다. 홍콩과 대만은 세속주의 사회이지만 자유민주주의라는 정치적 제도에 대한 신념 때문에 대륙과의 동화를 거부한다.

중국 광둥성 전통문화로 차오샨 지역의 ‘영가무(英歌舞)’를 공연하는 마을축제.

소수 전통문화로 남긴다는 의미

아이러니하게도 싱가포르에서 상영되기 시작한 영화 <Dear You>는 정반대의 방언 차별 경향에 노출됐다. 싱가포르는 영어와 만다린을 주요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으며 중국어 방송국에서는 여타 방언의 사용이 금지돼 있다.

싱가포르의 화인들은 광둥성, 푸젠성 등지에서 이주한 노동자의 후손이기 때문에 민난어, 광둥어, 차오저우어 등의 남방 방언을 모어로 사용하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화인들끼리도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78년부터 방송에서 방언사용을 금지했다.

결과적으로 원래 차오저우 방언으로 연기된 이 영화가 싱가포르에서는 만다린 더빙 버전을 위주로 상영이 강제됐다. 차오저우 방언 사용자들의 불만이 쏟아졌고, 이 법을 존치시킬 것인지를 놓고 논쟁이 일어났다. 싱가포르 중국어 방송에서 K-팝이나 J-팝은 틀어도 되는데, 오히려 광둥어로 노래하는 칸토팝은 틀지 못하는 우스꽝스런 현실도 이를 더했다.

이런 논의가 가능해진 것은 이미 영어와 만다린이 완전한 주류 공용어로 정착됐기 때문이다. 방언은 더 이상 싱가포르 국민 정체성을 위협하는 분열적 요소가 아니라 오히려 보호돼야 할 소수적 전통문화가 된 것이다.

선해하자면 중국의 민족단결법도 결국 같은 다종족 국가인 싱가포르식 해피엔딩을 기대하고 만들어졌을 것이다. 티벳의 장족(藏族)이나 신장의 위구르족 젊은이들 모두가 마치 조선족 신세대처럼 능숙한 푸퉁화를 사용하는 시점이 온다면, 법의 효용성 자체가 사라질 것이다. 즉, 이것은 명백한 주류 동화정책이다.

그 시점이 오기전까지 적지 않은 이들이 큰 고통을 받을 것이다. 동화를 거부하고 자기 종족성이나 민족적 정체성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중국의 당·국가와 타협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실질적인 지역의 독립이기 때문이다.

역사적 맥락이 있는 특정 네이션(nation)의 통일의지와 독립열망은 제3자 입장에서 선과 악으로 명확하게 규정할 수 있는 성격의 사안은 아니다. 피해자와 가해자도 명확하게 나뉘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중국 정부의 내부적 인권침해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은 물론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또 외부적으로는 다소 모호한 형태의 주권 침해 현상(?)도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광주비엔날레에 불똥 튄 대만 ‘친중문제’

얼마전 시작된 광주비엔날레 대만관(Taiwan Pavilion) 명칭을 놓고 중국 측 참여 기관이 (정확하게는 항저우의 ‘중국미술학교’, 중국을 대표하는 예술대학중 한 곳) 자신들의 참여 여부를 걸고 광주 비엔날레에 압력을 가한 것과 같은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광주 비엔날레는 대만관 명칭을 참여기관인 NTMoFA(National Taiwan Museum of Fine Arts, 국립대만미술관)로 바꾸려다 이들의 반발을 샀다. 민형배 시장의 참전으로 대만관은 명칭을 지킬 수 있었지만, 결국 중국관은 참여를 포기했다.

하지만 이를 비판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공론장이 열화하는 현실은 우리를 더 혼란스럽게 만든다. 통전과 민족단결법 논란에서 중국 공산당 비판의 선봉에 서있을 대만 민진당 정부와 그 지지자들의 행동이 그러하다. 예를 들어 친민진당 매체들은 한국의 지방선거 부실관리 문제와 ‘올공사태’에서 중국의 한국 선거개입론을 주장하는 한국의 ‘윤어게인’이나 이를 부추기는 미국의 극우세력과 입을 맞췄다.

이들은 중국 공산당과 철천지 원수인 파룬궁 세력이나 그 매체들과도 연대한다. 또, 대륙 사정에 어두운 젊은 대만인들의 대륙방문도 탐탁치 않게 생각한다. 통전을 경계하며 중국 소셜미디어 ‘샤오홍슈’(rednote) 등의 대만내 접속을 금지시켰고, 심지어 최근 국제 대회에서 우승한 중국산 경주용 오토바이의 수입조차 금지시켰다. 중국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대만인들의 눈과 귀를 가리는 셈이다.

심한 경우 소위 대만의 민주화세력으로 중국 공산당을 적대시하는 언론인들이 대륙을 직접 탐방하고 돌아와서 객관적인 정보를 전하자 이들도 친중세력이라고 몰아세우고 있다. 이 언론인들은 현재 대만의 언론환경이 전총통 마잉지우가 집권하던 시절보다 못하다고 불평한다.

당시에는 집권당인 국민당과 총통을 마음껏 비판하고 풍자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악플공격을 일삼는 반중 친민진당 강성 지지자, 소위 ‘파란새(青鳥)’들의 ‘친중좌빨’ 댓글 공격이 무서워 소신 발언도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대만이 우려하는 ‘차이나맥싱’

대만 민진당 정부와 그 열성지지자들은 중국 당국가의 인권침해나 표현의 자유, 비민주적 정치제도에 대한 비판보다 ‘차이나맥싱’ 자체의 공격에 더 열을 올린다. 정치제도보다는 경제적 실력에 더 민감한 중도 세력이 친중국화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전자의 정당한 비판조차 힘을 잃을 수 밖에 없다. 중국 대륙에서 추방당하거나 더 이상 예전같은 취재자유를 누리기 힘들어진 서구의 주요 언론들은 중화권 중심을 대륙과 홍콩에서 대만으로 옮기고 있다. 자연스럽게 대만 언론인들의 입을 빌어 중국에 대헤 보도한다.

영국의 공영방송 BBC나 독일 DW 등이 그 예이다. 문제는 이들 대만의 리버럴리스트들이 중국에 대한 냉정하고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들 언론의 중국 비판이 예전처럼 신뢰를 얻기 힘들게 됐다는 사실이다.

이번 대만관 명칭 문제를 놓고 광주의 문화예술 시민 단체들은 적극적으로 대만 편을 들었는데, 상대적 약자의 입장을 지지하겠다는 정의감이나 주최국인 ‘한국의 주권’을 보호하겠다는 애국심은 평가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문제를 ‘검열’이라고 정의한 것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었다.

문제의 본질은 중화인민공화국과 대만(중화민국) 사이의 내셔널리즘 충돌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국가권력의 의지와 이에 호응하는 민족주의, 그리고 반권위주의의 정동(情動)이 중국미술학교와 국립대만미술관이라는 기관들, 참여 예술가와 큐레이터라는 다양한 행위자들 사이의 마찰을 가져왔다.

광주 비엔날레 조직위라는 한국의 기관은 이 복잡한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문제대응에 실패했다. 이에 불만을 품은 한국 시민들이 나서서 중국 측 행위자 (정확히 국가로 규정하기 힘들다)들의 ‘무례함’에 반감을 표현했는데, 결국 광주 비엔날레 이사장이기도 한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의 개입으로 이 문제는 본격적인 국가간의 갈등으로 번졌다. ③편에 계속

이 칼럼을 영상으로 · 2:09 세계 젊은이들이 중국을 따라 한다! 대만은 왜 딜레마에 빠졌나?
글쓴이

김유익 한중 문화교류 코디네이터

김유익은 한중 문화교류 코디네이터다. 중국 광저우와 한국의 전남 목포를 오가면서 살고 있다. 중국 남방 지역의 사회, 문화와 역사에 대해 공부하고 글을 쓴다. 늦깎이로 문화인류학 박사과정 공부를 하고 있다. 중국인 아내 덕에 1/3쯤은 중국인의 정체성을 갖게 됐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호기심은 한국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번역서로 <주변의 상실(글항아리, 2022)>, 저서로 <차이나 리터러시(한겨레출판사, 2023)>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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