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에너지전환이 왜 이렇게 느릴까

[기후위기와 세상만사] 온실가스감축목표량(NDC) 크게 뒤처져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탄소감축 달성의 열쇠 현실은 재생에너지 행정 ‘첩첩산중 규제’ 해상풍력발전 활성화 위한 법적 뒷받침 필요

▶ 유튜브로 칼럼 듣기

기후위기의 현주소는?

기후위기문제를 진단해볼 수 있는 중요한 논문이 지난 2022년 9월에 사이언스지(誌)에 게재됐습니다. 전 세계의 유명 기후학자 40명이 공동 저자로 참여해, 파리협정 목표인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평균온도가 1.5도(℃)를 넘어서면 어떤 기후재앙이 닥칠 수 있는지를 다뤘습니다. 논문 제목이 ‘1.5℃를 넘어서면 복수의 기후 극단점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다(Exceeding 1.5℃ global warming could trigger multiple climate tipping points)’였습니다.

저자들은 논문작성을 시작했던 당시의 수준(1.1℃ 상승)에서도 이미 ①북극권의 그린란드와 ②남극의 서남극 빙상 붕괴, ③영구 동토층의 해빙, ④열대 해양의 산호초 소멸 및 ⑤지구촌 곳곳에서 극단적인 가뭄의 시작 등 중요한 지표들이 극단점에 도달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2027년 이전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파리협정 목표 1.5℃를 넘어서면 지구의 기후상태를 나타내는 16가지 지표 중에서 겨울철 북극해빙 소멸과 남극대륙의 동남극 빙상붕괴 2가지를 제외하곤 전부 극단점에 들어서는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파리협정 목표를 지켜내지 못하면 우리 후손들은 이 땅에서 살아남기 어려워진다는 말입니다.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는?

국제사회는 2015년에 파리협정을 만들어냈고, 각 국가들은 자신들의 책임과 역량에 부합하는 온실가스감축목표를 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제출하기로 했습니다. 파리협정 목표를 달성하려면 전 세계가 평균적으로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43%를 줄이고 2050년 이전에 탄소중립에 도달해야 합니다.

오늘날 UNEP(유엔환경개발)이나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각 국가들이 감당하겠다고 약속한 NDC가 지구 전체의 목표량에 훨씬 못 미치고, NDC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 계획도 부실하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Less is More’라는 대중도서의 저자로 유명한 스페인의 제이슨 히켈교수 연구팀은 2023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그동안 기후변화 대응에 가장 모범적이라고 알려져 온 영국, 프랑스, 독일 등 11개 고소득 국가들마저도 지금 상태라면 탄소중립 달성에 200년이상 걸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들 국가들은 2040년 이전에 탄소중립에 도달한다는 목표를 내세워온 나라들입니다.

이런 이유로 UNEP은 간극보고서(Emission Gap Report 2023)를 통해서 금세기말까지 지구평균온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3℃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탄소배출량이 가장 많은 주요 국가들이 지금부터라도 NDC를 제대로 실행한다면 2.9℃, 개도국까지 선진국의 재정적 기술적 도움을 받아서 배출량 감축을 달성해낸다면 2.5℃이내로 억제할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젠 인류의 목표가 1.5℃가 아니라 2.5℃이내로 억제하면 다행이라는 말입니다. 이미 기후위기에 대응할 기회를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우리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조금이라도 더 줄이려는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됩니다. 한계 상황일수록 약간의 차이가 더 큰 파급을 부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NDC는 우리나라가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였던 2018년을 기준으로 2030년까지 40%를 감축하는 것으로 설정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감축목표량은 OECD 국가들 중에서 가장 미흡한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국회 박정 환경노동위원장은 5가지 구체적 이유를 들어서 우리나라의 NDC는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감축 기준에 한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기후행동추적(Climate Action Tracker, CAT)도 우리나라의 NDC와 현 정부의 노력부족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나라의 NDC는 금세기말까지 지구평균온도를 3℃ 상승시키는 양이고, 현 정부의 정책과 노력은 4℃ 상승까지 야기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지적합니다.

‘압도적 꼴등’ 한국, 무엇이 문제인가?

지구의 온도를 올리는 대표적인 물질은 이산화탄소이고, 이산화탄소 발생의 책임은 상당 부분(약 75%) 화석연료 사용에 있습니다. 따라서 화석연료를 버리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책입니다.

태양광과 풍력으로 대표되는 재생에너지는 가격 경쟁력이라는 측면에서도 이미 많은 나라에서 가장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고, 2027년 이후엔 지구상의 모든 나라에서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의 위치를 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Nature, 2023). 하지만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생산 수준은 OECD 국가들 중에서 ‘압도적 꼴등’ 수준인데 현 정부 들어서는 더욱 뒷걸음질을 치고 있습니다. 한국은 근래에 재생에너지 목표치를 후퇴시킨 유일한 나라입니다. 윤석열 정권은 이전 문재인 정부가 설정했던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전력생산 비중 30.2%’를 8.9%p나 낮추었습니다. 2024년도 재생에너지 지원 관련 예산을 43.2%나 삭감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생산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현 정부의 퇴행적 정책에만 기인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에 상업용 재생에너지 구매제도가 도입된 2001년 이래로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각종 규제가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예로서 해상풍력발전 인허가 문제를 생각해 보려합니다.

현 정부는 상대적으로 발전소당 발전량이 적은 태양광 발전보다, 발전규모가 훨씬 큰 해상풍력발전 확대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국내 언론들은 올해 해상풍력 낙찰 물량이 지난해보다 14배나 확대(설비용량 1.4GW)되었다는 보도를 냈습니다. 그런데 낙찰받은 업체 5곳 중에서 2곳은 중국산 터빈을 도입하거나 자본을 중국에서 조달할 가능성이 큰 업체가 선정됐고, 장래엔 국내 해상풍력 시장을 해외자본에 더욱 많이 잠식당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낙찰 받은 업체들이 우리나라 해상에서 풍력발전을 할 수 있을까요?지난해 기준으로 최근 10년 동안 정부로부터 발전 사업허가를 받은 사업은 70개이고, 설비용량은 20.8GW에 이릅니다. 하지만 실제로 최종 인허가를 받은 사업은 단 4곳에 불과하고 이 중에서 상업 운전에 들어가 있는 곳은 2곳뿐이라고 합니다. 상업 운영 중인 두 업체의 설비용량은 약 0.1GW에 불과하고, 공사를 준비하고 있는 두 곳의 설비용량도 0.5GW에 미치지 못합니다.

해상풍력발전 인허가 4단계 동안에 29개에 이르는 인허가 규제가 난공불락의 철옹성을 이루고 있는 탓입니다. 인허가 단계를 통과하는 사업규모를 분석해보면 4단계를 지나는 동안에 100→25→5→1%로 급격하게 감소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발전사업자들이 감당해야할 부담이 얼마나 심각했을까요? 이런 상황을 타개하지 못하면 우리나라의 에너지전환은 이루지 못할 꿈으로 끝나버리게 될 겁니다.

해상풍력 발전기의 종류. 출처=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해상풍력 발전기의 종류. 출처=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해상풍력발전 지원제도를 만들자

우리나라가 NDC를 달성하기 위해 설계한 해상풍력발전 설비용량 목표량은 2030년까지 12GW인데, 지난 10년동안 설치한 용량은 0.12GW에 불과하기에 사실상 성과가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올해에 폭발적으로 증가한 해상풍력 발전 낙찰물량(1.4GW)보다도 더 많은 해상풍력발전소가 매년 인허가 과정에서 낙오되지 않고 설치되어야 합니다. 이를 법적으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마구잡이식으로 풍력발전을 허용해서도 안 됩니다. 우리가 재생에너지로 전환을 해야 하는 이유는 기후위기로부터 인간과 자연생태계를 지켜내기 위해서입니다. 따라서 풍력발전소 건설이 자연생태계나 시설부지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환경쾌적성을 크게 훼손해서는 안 됩니다. 해상풍력발전 사업을 진흥시키면서도 환경보전의 가치를 지켜낼 수 있는 방법이어야 하는데, 그것은 정부에서 사전에 해상풍력 적정 부지를 계획하고 사업자를 공모하는 방식입니다.

적정 부지를 선정하는 데에는 해저지형(터빈 설치의 용이성 평가)과 풍력자원(풍속의 강도와 균질성) 자료(사업타당성 평가)만이 아니라, 어류서식지와 철새이동 경로 및 해류 흐름자료(생태계 민감도 평가)가 반영되어야 합니다. 주민들이 받을 풍력발전 저주파 영향도 당연히 반영되어야합니다.

이런 자료들은 대부분 관련 연구기관에서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자료를 모아서 종합 지도를 작성하면 되는 만큼 그다지 어려운 작업도 아닙니다. 이런 바탕에서 사업자를 공모하고, 입찰을 통하여 선정해야 합니다. 부지사용에 따른 이익금은 주변 지역 사람들에게 적정하게 배분되어야 합니다. 덴마크, 독일 등 해외 해상풍력 강국들이 채택하고 있는 방식입니다.

해상풍력을 빠르고 올바르게 보급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정부주도로 ‘해상풍력 입지 계획제도’를 도입해야 합니다. 이런 제도를 도입해 환경 사회적 여건을 사전에 충분히 고려해 주민들이 수용하기 쉽도록 해야합니다. 이렇게 해야 사업자들도 사업에 뛰어들기가 쉬워질 것입니다. 제가 2021년 12월에 방송된 KBS 환경스페셜(우리는 왜 신재생에너지를 하는가?)에서 지적한 사항이기도 합니다.

글쓴이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

필자는 계명대 지구환경학 교수로 재직중이다. 행정안전부 기후재난대응 T/F 위원도 겸하고 있다. 부산대학교 사범대학 지구과학 교육과를 졸업하고 동경대학 대학원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기상청 기상연구관을 역임했으며 대구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대구시민햇빛발전소 이사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기후위기과학특강>, <내일 날씨는 어떻습니까?>가 있다.

댓글

    함께 읽을 글

    칼럼 전체 보기 →